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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2006: (7) 도시 빈민들의 삶

Inuit 2006. 6. 1. 20:24

더러운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힌두교에서는 빨래만 전문적으로 하는 도비(Dhobi)라는 카스트를 두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스펠은 다르지만 영국의 롤링 여사는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노예 집요정 도비(Dobby)라는 이름을 여기에서 따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비들의 빨래터, Dhobi Ghat


이러한 도비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빨래를 걷어 세탁을 한후 다시 배달하는 것만을 합니다. 그리고 이 도비들의 집단 작업장이 바로 Dhobi Ghat입니다. 인도 가기 전에 읽어본 여행책에서 도비 가트에 직접 내려가 사진찍다가는 봉변을 당할 수 있다고 해서 책에서 알려준대로 철길위에서만 사진을 몇장 찍었습니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세탁기를 직접 쓰는 사람이 많아져서인지 소문처럼 동시에 1000개의 빨래터가 돌아가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위 사진처럼 물이 워낙 더럽고, 다 된 빨래를 매연 가득한 지붕이나 빨래줄에 아무렇게나 말리는 것을 보니 왜 빨래를 굳이 맡길까 의문스럽기만 합니다.

카스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인도에는 아직도 카스트가 존재합니다.
특이하게도, 인도의 대학은 카스트 별로 할당이 있어서,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caste quota안에 들지 못하면 대학 진학을 할 수가 없지요. 10여년전에 미국에서 근무할 때 사귄 인도 친구들은 대부분 브라만이고 혹가다 크샤트리아였습니다. 그중, 인도 국립대를 떨어지고 미국 top 10 학교로 온 사람도 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카스트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불만이 대단했습니다.

이번 출장중에 인도인과 이야기 나누던 끝에 아직도 대학에 카스트 할당이 있냐고 물었더니 최고의 공대인 IIT를 제외하고는 있다고 하더군요. 무심결에 예전 친구의 역차별 이야기를 전했더니, 이친구 Vaisya나 Sudra 출신인지, 정색을 하고 그렇게 보면 안된다고 열심히 반론을 펼치더군요.
사실 교육을 통한 구조적인 부의 세습은 저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지라 그건 그친구 이야기고 나도 네 말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다고 수습을 했습니다.

아시아 최대 Slum 지역이라는 Dharavi


카스트 제도상 대다수를 차지하는 하층민들은 각자의 계급과 직업이 있습니다. 실은 카스트 자체가 직업의 세습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산업화가 되며 일자리를 못찾고 도시로 몰려들어 여기저기에 슬럼을 형성합니다. Dharavi 지역은 4km 정도 되는 둘레안에 백만명의 빈민들이 산다고 하지요.
그야말로 게딱지 만한 집들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사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입니다. 집과 집사이의 골목은 어른하나가 겨우 빠져나갈 만큼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사는 지역이 어디든, 생기가 넘치면 그곳이 축복의 땅일지니.

그러나 재미난 것은, 이 슬럼안에 꽤나 부자들도 있다는군요. 대개, 고철 줍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나 슬럼 내에서 영향력 있는 장사를 하는 경우, 돈을 많이 모으게 되어도 영업권을 잃지 않기 위해 다라비에 계속 머문다고 합니다. 가까이 다가가 본 슬럼 사람들은 너무 활기 차서 여기가 다라비 맞냐고 알타프에게 다시 묻기까지 했었습니다.

Thief market 근처


다음으로 알타프씨는 암시장 (thief market)에 가보겠냐고 묻습니다.
그게 어떤데냐고 물으니, 도둑들이 훔친 장물을 가져다 파는 곳인데 세상에 없는 물건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암시장이라는 것을 아는데 어떻게 성립이 되냐. 도둑들을 경찰이 잡기 쉽지 않냐고 물으니, 경찰도 상납을 받고 눈감아 주기 때문에 괜찮다고 합니다.
특별히 살 물건도 없고, 위험을 자초할 필요도 없어서 그냥 앞으로 지나가자고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