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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도 38인은 살인을 바라만 보았다

Inuit 2006. 8. 21. 18:55
1964년 어느 금요일밤 Kitty Genovese라는 여성이 뉴욕 퀸즈에서 괴한에게 칼에 찔렸다. 인근 주민들이 비명을 듣고 범행을 목격하게 되었고, 그중 한명은 고함을 질러 범인은 도망을 쳤다. 그러나, 범인은 다시 돌아와서 범행을 계속했고 여인은 끝내 목숨을 잃고 만다. 경악할 만한 사실은 총 38명의 목격자가 30분 넘게 진행된 범행을 지켜보았으나 아무도 제지를 하거나 경찰에 신고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Genovese 사건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당시 상황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내용은 http://en.wikipedia.org/wiki/Kitty_Genovese 참조)

사건 이후 미국의 언론과 여론은 이 냉혹한 방관자들에게 저주와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가히 마녀사냥의 경지였을 것입니다. 모두가 당황스러운 상황이니까요.

너무도 이해하기 힘든 현상, 인간이 과연 선의지를 가진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하여 Latane와 Darley는 심리실험을 통해 사건의 원인을 규명합니다.

격리된 방에 학생을 한명씩 넣고 학교생활의 스트레스에 대해 마이크를 통해 서로 이야기 하도록 합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자기 이외에 다른 학생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이 와중에 미리 섭외된 한명의 학생이 발작증세를 보이며 도움을 요청하는 비명을 지릅니다.

실험의 결과는 이렇습니다.
단 둘이 있을 때, 즉 발작학생과 실험자 단 둘이 있을때, 85%의 학생이 도움을 주기위해 실험방을 떠나는 행동을 취했습니다.
그러나, 자기 이외에 네명의 학생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 때는 31%의 학생만이 행동을 취했습니다.

결국, 퀸즈 거리 38인의 방관자도 같은 경우였다고 결론지을 수 있습니다.
비상상황에서 다시말해
1) 급작스럽고 낯선 일이 벌어져 이게 무슨 일인지 판단이 되지 않을때,
2) 그리고, 나말고 다른 사람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때
모두가 서로 멈칫거리며 어찌할까 당황하고 주저하는 동안, 그 집단적 방관이 사회적으로 norm이 되어 섣불리 나서는 것이 오히려 꺼려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 책임의 확산 (diffusion of responsibility)라는 심리학적 개념이 도출되게 되지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이쯤 들어보시면, 탁하고 무릎을 치실 분도 더러 있겠습니다.
씨야라는 가수의 공연에서 한 백댄서가 발작을 일으켰고, 모두들 도울 생각은 하지 않고 공연을 지속한 것 때문에 많은 논란과 비난이 있나봅니다.

그 상황 역시 책임의 확산에 따른 집단적 방관이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공연중 누군가가 쓰러지는 것은 직접 경험은 물론이고 선례가 별로 없어서 매우 낯선 상황입니다. 어찌해야 할지 혼돈스럽지요. 게다가 생방송중 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은 연예계의 불문율입니다. 가수는 혼돈스러워 하면서 노래를 계속합니다. 이 상황에서 카메라에 덜 비치는 백댄서라고 해서 선뜻 도움에 나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돌발행동으로 방송을 망치고 내게 불이익이 돌아오는 것을 복잡하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내가 나설 자리인가. 누군가가 곧 해결을 할 것 아닌가. 멈칫거리면서 모두가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이지요.

스키너의 심리상자에 보면 이러한 경우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해결가능하다고 합니다.
즉, 사건의 목격 > 도움의 인식 > 책임인식 > 행동결정 > 행동의 연결고리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지요.
예컨대 이러한 논란으로 인해 도움과 책임이 강하게 인식되었기 때문에, 다음번에는 백댄서건 가수건 누군가가 쓰러지면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함을 알 것입니다. 하지만 비용이 매우 높은 교육이었던 셈입니다.

보다 좋은 방법은 이러한 집단 방조의 상황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심리적 기제임을 널리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Beaman의 실험에 의하면, 단지 이 Darley & Latane의 실험을 녹화한 테입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 똑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나서는 사람이 두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정말 간단한 사항이지만, 인간이 심리적으로 이렇다는 것을 알려주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교육을 하면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여럿이 동시에 목격하는 낯선 상황이다, 그러면 '나부터  먼저 도와야지' 하는 자각도 중요하고 정 헛갈리면 옆사람에게 '우리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커뮤니케이션이라도 하면 가슴아픈 사고가 미연에 방지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