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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와 닿는 라마단

Inuit 2006. 10. 19. 08:45
라마단
김대리, 터키 출장 잘 다녀왔어?
말 마이소. 하필이믄 가 있는 내내 라마단 아인교. 쫄쫄 굶었십니더.
외국인은 괜찮다던데?
일단 밥 파는데가 읎다 아입니까. 외국인이라 봐준다캐도 대놓고 묵지는 몬하고요.
그럼 진짜 매일 굶었단 말이지?
마, 그 짝도 굶는데, 지라고 별 수 있겠십니까.

* * *

지금 이슬람 지역은 금식월 라마단으로 온통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회사는 해외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지라, 종종 라마단이 문제가 되지요.
자세히 알고 보면 라마단 풍습은 독특합니다. 저도 이번에 출장이 있어서 좀 더 알게 되었습니다.


금식
저희가 보낸 서류의 법적 검토는 잘 진행중입니까?
죄송합니다. 아직도 law firm에서 검토중입니다.
보낸지가 2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도 말입니까? 저희 law firm은 3일도 안걸렸습니다.
라마단 기간에는 모든 회사의 업무가 매우매우 느립니다. 양해바랍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네, 느긋하게 기다리겠습니다. 시간을 충분히 쓰십시오.

* * *

일단 라마단 기간에는 해가 떠서 질 때까지 철저히 금욕입니다.
따라서, 마시고 먹는 행위는 물론, 흡연과 섹스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낮의 무슬림들은 힘도 없고 체력소모 방지를 위해 활동을 거의 안합니다.
비즈니스도 소강 상태가 되지요. 대개의 회사가 세시 이전에 일을 마치고 two shift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해가 지면 식사를 해도 괜찮습니다.


성스러운 밤 (Laylat al-Qadr)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최종 협의를 위해 저희가 그쪽으로 출장을 가겠습니다.
언제 오시렵니까?
10월 넷째주가 어떻겠습니까?
그 주는 라마단 마지막 열흘에 속하는 주입니다만.. 저희는 괜찮으니 편히 오십시오.

* * *

라마단의 막바지에는 성스러운 밤(Laylat al-Qadr)이 있습니다.
선지자 모하메드가 쿠란의 첫구절을 드러낸 운명의 밤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이 날은 미리 정해지지 않고 마지막 열흘 중 홀수날에 옵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날은 23일째 밤이라고 합니다.
이 날을 찾아낸 무슬림은 죄를 사하여 새로 태어난 자격을 얻고, 혹은 이 한 밤의 기도가 1000달의 효과가 있다고하니 얼마나 의미가 깊을지 짐작이 갑니다.
따라서, 무슬림들은 라마단의 마지막 열흘은 맹렬히 기도에 돌입합니다.
그 전보다 훨씬 엄격히 라마단을 지켜 낮과 밤을 이어 기도하고 쿠란을 읽고 몰입을 합니다.
이 기간에 비즈니스 방문을 해서는 제대로 이야기하기가 힘들다네요.


라마단 기간

그러면 다른 날을 잡아 보겠습니다. 라마단이 언제 끝나지요?
글쎄요. 22일이나 23일쯤 끝날 듯 합니다만..
라마단의 끝이 언제인지 모르신다는 뜻인가요?

* * *

라마단은 이슬람 음력을 따릅니다.
이슬람 음력은 우리의 태음력과 다르지요.
윤달 없이 29.5일짜리 12달이라서 라마단이 겨울에서 여름까지 매 해 돌아다닙니다.
독특한 점은 음력 9월의 첫 달이 뜨면 이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라마단의 시작을 공표한답니다.
따라서, 이슬람 국가마다 라마단의 시작일이 다르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라마단의 끝도 새로운 10월의 초승달이 뜨는것을 육안으로 확인한 후 공표되기 때문에 언제 끝날지 예측만 할 뿐 아무도 확언하지 못합니다.
신의 뜻을 높이 받드는 무슬림다운 종교 풍습입니다. 인샬라..


금식은 끝나고 (Eid ul-Fitr)
네, 그러면 넉넉잡고 24일 이후에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아.. 그 때는 저희가 사실 휴가입니다만.
한달간 라마단을 했는데, 일주일을 또 쉽니까?
귀사에서 편하시다면 저희가 기다리겠습니다. 불편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휴가 끝나고 방문하겠습니다.

* * *

라마단이 끝났다고 바로 비즈니스에 돌입하느냐하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밤에 식사를 한다고 해도, 한달간 라마단을 지낸 무슬림은 심신이 매우 지쳐있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금식이 해제됨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모두가 연휴를 맞습니다.
또 이때 고향을 방문하여 친지와 함께 지낸다고 합니다.
우리의 설이나 추석 같은 큰 명절인 셈이지요.


나도 라마단
사실을 바탕으로 과장되게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만, 이번 일로 많이 배웠습니다.
게다가 저도 이번주부터 본의 아니게 라마단에 푹 빠져있지 뭡니까.
4주넘게 끌어온 인후염에 몸살까지 심하게 겹쳤습니다.
월요일엔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했고 결국 출근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부터 속이 더부룩하기만 하고 소화가 되지 않네요.
하루에 한끼도 제대로 안먹은지 벌써 4일째.
마음을 주고 받으며 교류해서인지 무슬림 카운터 파트를 똑 닮아가나 봅니다.

기왕 굶는 김에 저도 성스러운 밤을 찾아서 그간 지은 죄나 사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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