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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해킹

Inuit 2007. 5. 26. 11:21
도대체 저 친구는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는지 궁금해. 머릿속에라도 들어가보고 싶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종종 봅니다. 하지만, 멀리 있는 딴 사람 머릿속은 차치하고 우리들 스스로의 뇌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알고 있을까요.

다음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니터에서 30cm 가량 떨어지세요.
왼쪽 눈을 감은 채, 오른 눈으로 왼편의 십자표를 응시하세요.
그대로 얼굴을 10cm 정도까지 서서히 모니터로 당기세요.
무슨일이 벌어집니까?

원제: Mind Hacks
사용자 삽입 이미지

Tom Stafford, Matt Webb


사람의 심리란 참 알기 어려운 일입니다. 과학의 발전과 상업적 요구로 인해 심리학의 많은 부분을 밝혀 왔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의 밑단으로 내려가서 어떻게 인간이 지각하고 뇌가 작동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다른 분야에 비해 초보적 단계입니다. 아직도 가설단계라 해도 무방하지요.

마인드 해킹은 원제가 Mind Hacks입니다. 시리즈의 전작인 Google Hacks와 그 맥을 같이 합니다. 구글의 알고리듬을 직접 알아내긴 힘들지만, 특정 검색어에 대한 반응으로 로직을 추출하는 그 방식 말입니다. 책에서는 착시나 실험상의 세팅으로 시스템의 특성을 파악해 보는 작업을 합니다. 물론 저자가 새로이 연구한 결과는 아니고 최신 이론을 모은겁니다. 꽤 재미있습니다.

책의 재미 중 가장 독특한 점은 다양한 실험입니다. 우리의 시각, 청각, 인지 측면에서 뇌의 작동구조를 '해킹'하는 테스트인데, 뻔히 알면서도 당해야하는 뇌를 보면서 수억년 진화의 무게를 느낍니다. 각 섹션마다 웹 링크를 소개하는데, 보기에 흥미로운 실험도 있지만, 안 보면 책이 이해가 안가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독서를 함에도 불구하고 PC 곁을 맴돌아야 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래도 손품 파는 보상은 충분하지요.

책 중간중간에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던 오류와 진실을 뇌과학의 차원에서 재조명합니다.
예컨대, 10% 뇌사용 같은 이야기지요. 아인슈타인이 두뇌의 30%밖에 사용하지 못했음에도 큰 업적을 남겼다는 점과 우리는 보통 10%도 못쓰고 죽는다는 말 많이 들어보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뇌는 각 부위별로 특정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1%라도 문제가 있으면 그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정도니까 앞의 이야기는 말이 안됨을 쉽게 압니다. (책에는 수많은 사례가 나옵니다. 뇌 부분의 역할을 알게 되는 계기가 특정부위 손상 환자니까요.) 물론 인간의 무궁한 잠재능력을 지칭하는 목적에는 뇌의 능력과 부합하는 점이 있습니다. 비과학적 정량화가 문제랄까요.
마찬가지로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정신력의 힘은 뇌에 실재합니다. 실제로, 특정 근육의 사용을 3개월간 상상하기만 해도 35%의 운동능력 향상을 가져온 실험도 있습니다.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점은 이겁니다.
부족한 능력이지만, 사람이 빠른 판단과 상황 종합으로 생존과 번영을 이루는데 뇌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새삼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진화의 가이드는 철저히 아날로그였습니다. 예컨대 광원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 쬔다는게 뇌의 기본 가정입니다. 빛은 해를 의미하니까요. 마찬가지로 시각은 물체의 연속성을 가정합니다. 특히 처리가 느린 시각을 보조하기 위해 생존을 위한 우회 처리 경로가 있는데, 이 신호는 검은 물체가 좌우 대칭으로 급확대 되는 경우입니다. 이는 대개 습격을 의미하므로 시각경로가 아닌 보다 빠른 처리로 반응합니다. 일단 피하고 보는 거지요.
그런데 전세계 뇌들은 그야말로 '골치' 아픈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과학이 발전하고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평화롭게 진화한 뇌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많이 생기지요.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급작스런 여행으로 시차적응을 해야하는 문제, 조명이 밤과 낮, 위 아래를 가리지 않고 전재하는 문제, 무엇보다도 물체의 영상이 갑자기 불연속적으로 나왔다가 사라지는 문제 등입니다. TV나 PC 이전에 그런 영상은 볼 일이 없었는데 말이지요.
더 재미난 사실은, 뇌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며 또 진화하리라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순간 포착의 한계는 전통적으로 네 개입니다. 하지만, 비디오 게이머들은 이 숫자가 현저히 늘어난답니다. 순간적으로 명멸하는 이미지를 잡기 위해 뇌는 또 자기 계발에 들어가겠지요.

그래서 책을 덮으며 드는 의문은 이런겁니다.

내가 뇌일까, 뇌가 나일까.
뇌는 마스터인가 슬레이브인가.
내 마음은 뇌의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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