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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Inuit 2008. 2. 10. 12:59
키에르케고르가 그랬다던가요?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고.
여러분의 답은 어떻습니까?

사회학적인 답이나 생물학적 답은 저마다 다르겠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그리고 통계적으로는 답이 있습니다.


하는게 맞다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Daniel Gilbert

(원제) Stumbling on happiness


원제보다 더 생동감 있는 제목입니다. 심리학 책보다는 소설로 착각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허술하고 친근한 제목의 느낌은 호객을 위한 미소일 뿐입니다. 책은 전문서적의 범주에 듭니다. 사람이 행복해지는데 장애요소가 되는 내적인 불완전성인 심리학적 착각과 오류를 다각적으로 파헤칩니다.



Storyline
책의 골자는 간단하게 요약가능 합니다.
1. 현재의 우리는 미래의 우리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 그런데 그 미래가 되면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2. 왜 우리는 미래의 행복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나?
3. 답은, 뇌 구조가 그렇기 때문이다.
4. 기억의 효율특성상 압축과 복원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뇌는 정보를 가공으로 채워넣는다. (filling-in)
5. 또한 부존재는 없다고 무시한다. (leaving-out) 우리의 뇌는 시간상 먼 일은 디테일을 생략한다.
6. 뇌는 과거와 미래 사이의 모든 구멍은 '현재'로 채운다. (presentism) 결국 모든 예측은 현재에 지나친 가중치를 둔다.
7. 뇌는 시간의 경과를 적절히 상상하지 못한다. 그래서 변화의 상대량에 주목하고, 비교를 통해 가치를 평가한다.
8. 모호한 정보는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한다. 정보의 분석도 긍정적인 결론은 관대한 기준을 사용한다.
9. 강도 높은 불쾌함과 불가피한 불쾌함은 자기보호적 심리면역체계를 발동시켜 해소한다.
10. 결국 미래의 행복 예측은 이로 인해 틀리기 십상이다.
골자치고는 좀 긴가요? -_-

쉽게 말해, 인간의 뇌는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행복에 관한 상상은 헛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는 책입니다. 책에서 나오는 예처럼 폭동의 누명을 쓰고 죽은 Adolph Fischer는 행복하게 죽고, Kodak 사장 George Eastman은 수없이 좋은 일을 하고 서재에서 자살하지요. 이해하기 힘들게도.

하지만, 위의 주장은 이미 뇌연구나 심리학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내용입니다. 뇌의 불완정성에 대한 실험은 '마인드 해킹'에도 잘 나와 있고, 구뇌의 자기중심성은 '컬처코드'나 '뉴로마케팅'에서 본 바 있습니다. 기관 수준의 움직임이 아닌 행동의 결과로서의 불완전성은 '프레임'을 비롯해 기타 심리학 책의 주요 주제이기도 합니다.


Very good theme, indeed
이 책의 강점은 발상의 전환이라고 생각합니다. 골방 학자들이나 경영 관련서를 탐독하는 저 같은 부류 말고는 관심이 생길리 없는 뇌구조와 심리학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뇌구조 때문에 당신이 행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틈새 시장의 심리학 서가에서 대중 시장의 좌판으로 나오겠지요.
실제로 저자는 하버드 대학에서 동일한 주제로 '긍정심리학'을 강의하고 있답니다. 물론 강의마다 학생들로 메어터진다 하고요.

단점도 그 부분에 존재합니다.


Are humans happiness-maximizer?
먼저 기본 전제부터 논쟁의 소지가 있습니다. 인간의 목적이 최대 행복인가요?
대개 그렇다고 대답하겠지만, 그렇다면 행복은 과연 무엇인가요. 마음의 절대 안정인가요, 만족상태인가요, 개선되는 과정인가요. 현재 느끼는 감정인가요, 기쁜 기억인가요, 미래에 대한 기대인가요. 행복의 정의가 각각 다른데도 통칭해서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덮고 넘어가야 하나요.

여기에서 행복론을 어줍잖게 갈라보자는게 아닙니다. 과학적 실험의 대상인 관계로 이 책의 논의는 "보고되는 만족(reported satisfaction)"을 주된 측정치로 삼습니다. 미하이 교수의 ESM도 마찬가지 종류의 측정치를 사용했습니다만. 심지어 저자는 행복과 만족, 효용성(utility)을 두루뭉수리 섞어 쓰지요.

저는 절대로 유물론적 행복이 가치 없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먹는거, 입는거에 대해 큰 가치를 두지 않도록 교육받아 온 동양적 행복론도 있다는 점입니다. 서구문화의 토대위에 설계된 실험과, 여기에서 측정되어지는 행복에서 간과하는 부분이 없다고 가정하는게 더 무리겠지요.
또한, 개인의 행복의 합이 사회 행복의 총량인가요. 서양적 개체 관점이라면 맞지만, 동양적 관계중심에서는 또 다릅니다. 내 아이가, 심지어 내 후배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지는 확장적 자아를 다루는게 동양의 기조니까요.

아이러니컬하게도 또는 다행스럽게도, 이 물음에 대한 맞고 틀림은 책의 결론과는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인간의 인지적 오류가 야기하는 예측의 불확실성이 테마이고, 행복은 쉽게 와닿을 생활의 사례여서 들보가 아닌 서까래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So what?
하지만 피상적인 행복론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이라는 문제는 다른 문제를 유발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
책에서 무수한 심리학적 예증으로 논하듯, 인간은 뇌구조상 미래를 상상하는데 지독한 실수투성이입니다. 저도 그 점을 긍정합니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지요? 책은 여기에 대한 구체적 답을 회피합니다. 원래 책의 목적이 행복을 찾고자 하는게 아니라 그렇습니다. 미하이 교수와 대니얼씨는 이 점에서 갈라섭니다.

물론, 책에서 건질만한 내용은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심대한 타격, 예컨대 사고로 불구가 되거나 가족과 헤어지는 등 큰 상처를 받아도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현재라는 기준에서 구성한 잘못된 미래상과 스스로를 보호하는 마음의 마법을 간과해서 생기는 오류입니다.
하지만, 이런 뇌구조를 가진 우리 인간은 어떻게 해야 미래에도 행복해 질까요? 저자는 매우 어설픈 답을 내어 놓습니다. 행복에 대해 고민해 봤나 의심스러울 정도로요.


Doubts
그 답으로 말미에 재미난 실험결과를 제시합니다.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내가 예측한 결과와, 실제 겪은 사람의 제한된 경험담을 듣고 예측한 미래 중 실제 겪으면 어디가 맞을까요.
실험은 내가 충분히 상상한 미래상보다 경험자가 말해준 단편적 정보가 더 정확히 미래를 예측한다고 합니다. 충분히 이해가고 일리있는 실험결과입니다. 사실상 직관적에 반하는 결론인, 이 부분에 대한 눈높이를 같게 하려 한권의 분량을 할애해 뇌구조를 설명했으니 아직도 이 결과를 못 믿겠다하면 저자는 매우 섭섭하겠지요.

하지만, 이 실험의 결과가 행복에 대한 답이라고 제시하면 곤란합니다. 저자는, 맞지도 않는 뇌가 그려놓은 미래상에 우리의 미래를 의존하지 말고, 그냥 경험자의 한마디를 듣는게 맞다고 어색하게 끝냅니다. 그럴 때도 있겠지만, 행복에 관한 방대한 실험을 표방한 책의 결론치고는 사회적 함의가 전혀 없지요.
실험의 결과는 잘 해석해야 합니다.
1. 실험재료가 공통적으로 좋아할 음식이고, 그 음식의 만족도에 대한 결과입니다. 만일 선험자와 내가 같은 음식에 대한 다른 기호를 가질 경우, 내 행복은 또 다시 남의 경험에 추론을 더해야 하는 우스운 꼴이 됩니다.
2. 실험이 의미있는 경우는, 다수의 결론을 통계적으로 들었을 때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이미 그렇게 세상이 진행되고 있지요. 성공한 사람들이나 종교적 체험을 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내용에서 배우는 경우지요. 정말 내 고민이 되는 순간에 나와 합당한 구체적 경험을 이야기 해줄 경험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히 있나요?

마지막으로, 환불의 심리학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통상적으로 심리학 서적에 나오는 내용입니다만, 먼저 제품을 제공하고 후에 환불을 해준다하면 대개 그냥 쓴다고 합니다. 인지부조화가 되었든 프레임이 되었든, 가진 제품을 계속 가지려는 유혹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책의 불가피성으로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교환 가능한 실험군과 교환 불가능한 실험군을 놓고 보면 아예 교환 불가능한 사람들은 교환이 안되기 때문에 그냥 합리화 하고 쓰려는 심리기제가 발동합니다. 이렇게 보면 환불 불가가 더 나은 대안이지요.
물론 세세한 세팅을 보고 어느 이론을 적용할지 통찰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단순히 한 이론으로 다른 이론에 이기고 지는 모순 게임은 아닙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은, 결국 뇌구조의 불완전성이나 심리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사람의 마음을 조작하는 블랙 매직으로 이해하면 안된다는 점입니다. 심리적 이론은 행위의 결과가 산포되는 범위에 대한 내용이고, 실제로 어떤 행위가 나오는지는 커뮤니케이션의 내용, 전달 과정, 전달 방식 그리고 진정성 등의 매우 많은 환경 조합의 결과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떤 조작시도도 실패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By the way, why should we be married?
참, 서두의 의문은 해결해야지요.
결혼은 왜 해야 옳은가요? 저자가 누누히 강조한 뇌구조의 불완전성에 그 답이 있습니다.
사람은 어떤 일을 하지 않았을 때 행위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안 한 일은 했으면 '매우' 좋았을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상상만 골라하지요.
반면, 해버린 일은 다릅니다. 결과가 좋으면 후회할 일 없고, 결과가 나쁘면 내가 한 일이라서 뇌가 그래도 이만하면 참 다행이라고 합리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해버린 일(acted)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게 됩니다

수긍이 가나요? 물론 통계적으로 그렇다는겁니다. (또는 가끔씍! ^^;)


Let's be happy!
결론입니다.
뇌구조나 심리학에 관심있는 분들, 이 책 읽어보세요.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행복하고 싶은 분들, 이 책 암만 읽어도 행복해지는 방법 모릅니다.
차라리 가족과 산책하세요. 많이 웃고 이야기하고요. 그래도 시간 남으면 좋은 블로그 보면서 간접 경험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꼭 행복하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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