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포스팅으로 안 밝히는 많은 곁다리 일들(side job)들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설문부터 블로깅에 대한 문의사항, 경영 관련 문의, 그리고 진로 상담까지. 보내는 분은 나 하나겠지 하지만, 받는 저는 일주일에 몇개지요.
이 중 어려운 요청도 좀 있습니다. 특히 진로 상담은 좀 부담스럽습니다. 메일로 교신하니 복잡한 상황을 더욱 어렵게 적어 놓아 읽기도 힘들거니와, 한 사람의 방향과 관계된 일이라 신중해 집니다. 제가 바쁜 탓에 바로 답은 못하지만, 양해를 구하고 주말 쯤에 제 나름의 의견을 드립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재미난 현상이 있더군요.
(댓글을 통한)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간절히 도움을 요청해 의견을 드리면, 그 후 꿀먹은 벙어리입니다.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은게 아닙니다. 일단 메시지를 잘 받았다는 확인은 기본입니다. 그리고, 대개 상대가 어느 정도의 몰입을 했으면, 응당 차후 업데이트를 주는게 옳습니다. "고민하던 상황에 대해 이렇게 결정했다."
그게 관계 아닐까요.
댓글과 트랙백을 통해, 저와 오랜 시간을 대화나누며 지내온 분들은 제 사정을 잘 아시는지라 조금이라도 부담주지 않으려 미리 배려하고, 예의를 갖춰 묻고, 또 그 결과를 지속적으로 알려주십니다. 그러면 저도 작은 도움이 되어 기쁘고 말입니다.
예컨대, 포스팅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은 후, 귀찮음을 마다않고 그 결과를 알려주신 균재님이나, 항상 제대로된 답도 못드리는데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엘x님, 승x님 등 너무 많은 사례가 있지요.
그래서, 다음과 같은 블로그 번외 정책을 운영합니다.
1. 댓글 등 블로그 소통으로 익숙지 않은 초면의 상담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딱히 몇번이라 횟수를 정하진 않지만, 제가 합리적으로 판단하겠습니다.
2. 상담의 공개화를 추구합니다. 사적인 내용이 아니면 공개 상담 또는 상담 후 부분 공개를 고려해 주십시오.
유사한 상담도 많고, 그 과정 자체가 의미있는 담론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필수조항은 아닙니다.)
특히, 방명록이나 댓글로 문의하고 메일로 답해달라는 질문은 응답하지 않겠습니다. 질문 써넣고 다시 한번 와서 확인할 정성도 없다면, 진정성 없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3. 마찬가지로, 학문적 목적일지라도 장문의 설문과 in-depth 인터뷰는 사양합니다.
혼자 바쁜척 하는게 아니라, 시간이 가장 희소한 자원입니다. 올해 1학기에 몇 건 응해 드렸건만, 연구 결과를 피드백 해주시는 분 하나도 못 봤습니다. 어찌 그리 자기 편한대로들 사시는지. 예전에 제가 비즈니스 스쿨 있을 때, 회사에서 자료나 인터뷰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결과 보고서와 프리젠테이션 산출물을 보내 드렸습니다. 쓰시든 안 쓰시든, 그게 예의이며 주신 입력이 어떻게 쓰였는지 투명히 보여드리기 때문입니다.
좀 딱딱한 이야기를 했네요. 특별히 기분 상한건 없고 앞으로의 방침을 적어보았습니다. ^^
상기 사항은 공지에도 올리고 금일부터 바로 적용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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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당신은 묻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Tracked from NoSyu의 주저리 주저리 2008/09/07 14:09
전에 monaca님의 글을 보았습니다. '문의 및 요청에 침묵하는 이유' 이 글은 어느 분이 적으신 글에 대한 소감이었습니다. '블로그 번외 정책: 문의 및 요청에 대해' 해당 글은 블로그를 하면서 도움을 요청하셨던 분들이 도움을 받고나서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것에 실망하여 먼저 소통이 있은 후 상담을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저 같은 놈도 꼴에 블로그라는 것을 가져서 블로그에 적혀진 것과 관련하여 도움을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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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짹
2008/08/30 03:47
저도 inuit님만큼은 아니겠지만 종종 진로상담을 받곤 하는데 follow up을 잘 안해주면 좀 씁쓸하더라구요. :)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ㅎㅎ 저도 언제 상담 한 번 받아야겠는 걸요. -
쉐아르
2008/08/30 04:56
말씀하신 것에 동감합니다. 블로깅을 자체가 바로 관계맺음의 한가지 모습인데, 일방적인 도움 요청은 기분이 안좋을 수 있지요.
ㅎㅎ 한편으로는 워낙 유명하시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의젓하고 박식한, 그러면서도 자상할 것 같은 큰 형님의 이미지도 작용할테구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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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ct.
2008/08/30 17:41
진로 상담 혹은 IDI 요청하신 분들(FGI라고 쓰셨지만 의도는 IDI였다고 생각이 들어서..설마 그룹토의에 직접 나가신 건 아니겠지요..^_^;)이 아마 직장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분들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은 돈도, 인력도 아니요, 의사결정권자의 (시간 부족에 따른) 집중력 부족이라는 사실을 온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저로서는..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네요..(저도 학생때는 혹시 그러지 않았나 하는 걱정도 동시에 듭니다 ^_^;)
inuit님 정도 되는 분에게 진로 상담 혹은 IDI를 받을 수 있다면..그걸 정식 비용으로 환산했을 때 얼마나 될 지 아마 가늠을 못해서 그런건지도...
이상 현재 프로젝트 진행중에 inuit님과 IDI를 시도해 볼까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다 폐가 될 거 같아 알아서 접어버린 한 구독자의 투덜거림이었습니다. ^_^;;-
inuit
2008/08/31 00:14
이런.. FGI일리가 없지요. 한번도 응하지 않았으니.
addict님 덕에 오류를 수정합니다. 고맙습니다. ^^
배려의 문제 아닐까 싶어요. addict님같은 분들이면 서로 고마울텐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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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검색
2008/08/30 18:41
인터넷 세상도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는 지켜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가끔은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블로그의 가장 큰 특징은 상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방적인 질문과 답만 듣고 끝난다면, 너무나 이기적이라고 생각되는군요.
inuit님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inuit
2008/08/31 00:15
네. 온라인이 안보인다고 오프라인과 다르다 생각하면, 좀 아닌 경우가 있지요. 온라인의 특성은 살리되, 오프라인의 휴머니티는 유지하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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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hrock
2008/08/30 21:18
제 생각에는 inuit님이 하신 일이 꼭 필요하셨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를 비추어 보더라도 의외로 질문을 하셨던 분들이 감사메일을 보내는 경우가 매우 적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질문도 예의를 갖추지 않고 하셨던 분들도 종종 있었구요...
아무튼 이런 정책을 말씀하실 수 없었던 것에 대해 우리 인터넷 문화에 대해 조금은 아쉬운 면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inuit
2008/08/31 00:16
5throck님도 유사한 경험이 있으셔서 공감이 더욱 잘 되는군요.
거창히 문화가 아닐지라도, 이런 이슈도 블로그 에티켓같이 공유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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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새댁
2008/08/30 22:29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이라 유치원생들도 다 아는 것인데...참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제 뒤를 돌아보게 되네요. 혹 저도 인사하는 것을 까먹은 적이 있는지..^^;; 주말 잘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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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2008/08/31 00:17
짧은 주말이고, 잘 지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 매우 즐겁게 잘 보냈습니다.
토마토새댁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가족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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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블르스
2008/08/31 11:47
"연구 결과를 피드백 해주시는 분 하나도 못 봤습니다."는 무척 공감이 갑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 가슴이 많이 찔립니다.
글 잘보았습니다. -
엘윙 2008/08/31 15:15
으흑..역시 그런 일이 있었군요.
감감무소식이었던 분들은..자꾸 inuit님을 구찮게 할거 같아서 버로우를 하신게 아닐까요. 저도 항상 망설여집니다. 바쁘신분을 시간을 자꾸 뺏는거 같아서..
빚을 언능 청산하도록 시간을 내주세요. 음하핫. -
당그니
2008/08/31 23:58
저도 유학 상담, 진로 상담 응해보면, 결국 보낸 메일도 안읽더군요. 느닷없이 설문조사 오면...블로그가 어떤 성격인지 확인도 안하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메일 공개해두면, 블로거뉴스로 방문자 폭발할때 욕이나 오고^^;; 그래서 그 후부터는 웬만하면 무시합니다. 그리고 inuit님 말씀처럼 공개적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왜들 다 그렇게 자기 편한대로만 사는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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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2008/09/05 20:48
보낸 메일도 안 읽는다면.. 로봇이 보낸바와 다름없군요. -_-
메일로 욕들으면 또 다르게 기분 상할듯 합니다.
당그니님은 워낙 화제의 포스팅이 많아 더욱 고생하셨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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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nghee
2008/09/01 12:49
최소한의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역시 정확하고 날카롭고 시의적절한 포스팅입니다.
오늘도 한 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inuit
2008/09/05 20:50
isanghee님 오랫만인듯, 반갑습니다. ^^
상식의 눈높이가 맞으면 참 기꺼운 벗이 되는걸 많이 봅니다.
그런면에선 끼리끼리 모이는게 좋은 면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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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un
2008/09/02 17:36
예전 몇몇 분들의 상담이 있었다 라는 글을 예전부터 봐왔는데 그 결과 및 이후 피드백이 계속 되는거같은걸 좀 봤거든요. 그런데 그 분들 이외에는 상담 요청하는 분들이 혹시 없을까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일이 있었군요. 글을 보며 좀 아쉽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합니다.
(사실 지금 취업반+졸업반이라 저도 무지 ;; 합니다만.. 예의의 문제랄까.. 블로거 사이의 교류 이상으로 부담을 지게 하고 싶지 않은 어떤거.. 같은게 있어서.. 무슨말인지 아시겠죠? ^^)
전 상담요청까지는 안해도 여기 포스팅만 봐도 엄청 도움이 되는데 말이죠 ^^;;; -
outsider
2008/09/04 12:13
저야 요즘은 생업(?)에 바빠서 블로고스피어나 인터넷이슈에 둔감하지만 inuit님 블로그에 올라오는 포스팅으로 보이지 않는 마음가짐을 얻을때가 많습니다.
그냥 inuit님 같은 분이 블로고스피어에서 꾸준히 포스팅 하시는 것만으로도 제가 블로고스피어에 머물수 있는 또다른 이유가 되는거 같네요.
항상 감사한 마음이었는데 겸사겸사 댓글 남겨봅니다.-
inuit
2008/09/05 20:52
outsider님, 잘 지내고 있지요?
포스팅이 뜸해도 오프라인에서는 잘 지내시리라 믿습니다. ^^
바쁜 와중이지만, 댓글로라도 이야기 나누며 소통하면 좋겠네요.
행복한 하루하루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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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s
2008/09/07 02:08
바쁘신데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inuit님 인터넷을 할 때마다 항상 좋은 포스팅 잘 읽고 있답니다^^
저의 지식이 미천하여 댓글을 잘 못달아서 슬플뿐이죠 ㅠ.ㅠ;;
앞으로도 항상 좋은 포스팅 부탁드릴께요^^
(왠지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군요..^^;;; 전달하고픈 감정이 같아서 그만*-.-*) -
유정식
2008/09/07 20:06
저도 가끔 '좀 그런' 요청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고3 학생이 어느 학과로 진학하는 것이 좋으냐고 묻더군요. 그쪽으론 아는 게 없어서 원칙적으로만 답을 해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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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2008/09/07 23:28
이번 글 내용중 고3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매우 급하다고 재촉하고, 인생이 걸린 일이라고 읍소도 해서 답을 했는데, 감감 무소식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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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
2008/09/09 01:42
적극 공감합니다. 어떤 경우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배려 없는 “도움 요청”을 받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응답” 한 마디가 참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생색을 내려는 게 아니라, 제가 준 도움이 똥이 됐는지 거름이 됐는지 정도는 알고 싶기도 하고, 뜻하지 않게 잘못된 도움을 주었다면 그걸 스스로 고칠 계기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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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전 내공이 약해서 가끔 저런 일을 겪는데 inuit님은 잦을 것 같습니다. :) 예전에 김정균님께서 쓰신 HOWTO For Beginners ( http://oops.org/?t=lecture&sb=beginner&n=1 ) 문서를 보고 글투가 좀 강하긴 하지만(1판은 좀 까칠했죠^^; ) 이 문서가 널리 퍼져서 명랑한(?) 질문/답변 문화가 형성 되길 바랐는데, 이 글을 보니 이 글도 널리 퍼져서 문의/요청에 대한 문화가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을 가져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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