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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관리: 지속가능 경영의 절대조건

Inuit 2008. 12. 6. 08:45
요즘 경제 기사를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주식시장은 벌벌 기고, 환율은 널을 뜁니다.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은 엔진 RPM이 줄어들고 있고, 소비는 위축되며 기업은 문을 닫고 있습니다. 나라의 위험, 회사의 위험, 개인의 위험이 계층별로 혀를 낼름거립니다. 아니, 위험(risk)을 넘어, 위기(crisis)의 관리가 화두인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유서깊은 베어링 은행을 한방에 보내버린 사나이, Nick Leeson을 아십니까?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Rogue Trader에 대한 글에 서도 지적했듯, 사소한 세부의 결함이 시스템의 존망을 흔드는 위기로 발전하기 십상입니다. 지목할 원인도 다양합니다. 글로벌화로 인한 국가간 상호의존성, 가치사슬의 외부화로 인한 가시성의 축소, 지식경제의 발달로 인한 개인의존성 심화, 파생상품 등 비직관적 금융도구의 다양화 등 현대 경제의 변인들이 총체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되었을까요.

Harvard Business School

(원제) Crisis management


마침, 이러한 제 의문에 명쾌한 답을 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HBS 책이 갖는 장점인 간결한 정리와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위기인식
잠재적 위기를 평시에 최대한 도출. 각 위기요소의 발생확률과 기대값을 정량화.

위기예방
평상시에 위기상황을 대비. 대내외 관계 정비. 위기 조짐을 조기에 파악하는 능력 확보

돌발위기관리
위기관리팀 조직. 평상시 시뮬레이션 및 수시 가동.

위기인지
고객불평 및 내부목소리 경청 (체계 마련). 현업에서 위기 인지를 주도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도록

위기제어
1)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 2) 사람 우선 원칙 3) 현장에 나가라 4) 커뮤니케이션 개방

위기해결
신속한 대응 (시간은 내편이 아니다). 지속적 정보수집. 커뮤니케이션에 노력 집중. 종결 선언

써 놓고 보니,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3단계 방법과 유사합니다. HBS 책들이 원래 원칙적인 면과 기본을 중시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팁도 여럿 있습니다. 예컨대, 위기 인지를 위해 TFT를 조직하는 부분입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내부의 인사들로 팀을 구성합니다. 그들에게 테러리스트 임무를 부여하여 어떻게 회사를 쓰러뜨릴 수 있는지를 찾게 하는 방법은 당장도 활용 가능한 팁입니다. 왜냐하면 내부를 잘 아는 직원이 마음먹고 회사를 망가뜨리려 하면 어떤 구멍이 있는지 나오고, 바로 그 구멍이 위기의 잠재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책의 말미에는, 언론 응대와 기록을 통한 학습이란 두개의 챕터가 있지만 보론에 불과합니다. 결국, 어떤 위기가 있을까 끊임없이 상상해보고, 실제로 벌어지면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준비하는 과정이 위기관리의 절반입니다. 나머지는, 준비된대로 적절히 대응하되 시간과 소통이라는 두가지 축을 잊지 않는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본적인 사항이 얼마나 체계화되고 평소에 대응준비를 했냐에 따라 각 조직 (또는 개인)의 위기관리 실력이 판가름 난다고 봅니다.

한가지 실전에서 풀어야할 문제가 있습니다. '예방의 ROI'에 대한 공감대입니다.
이론과 달리, 실무부서에서 위기를 관리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할당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위기 또는 위험을 관리하는데 이만한 자원이 든다.' 이 부분을 소통하여 실행에 옮기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겨우 받은 자원을 갖고 위기를 관리해 놓으면, 다시 말해 사고가 안나면, 소요된 자원이 아깝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어떤 부서는 헛돈 썼다 소리 들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해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경영진의 입장도 그렇습니다. 이런 저런 위기 또는 위험을 이야기하는데 그 모든 요소를 다 통제하는데 막대한 예산을 투여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한다 해도 장단기 균형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위기관리는 방법론의 문제라기 보다, 문화와 조직구조의 문제란 생각을 합니다. 최고경영자 및 경영진의 의지와 합리성, 현업에서의 투철한 조직충성도가 겸비되지 않으면, 역시 코끼리 냉장고에 넣는 이야기에 머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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