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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결정권자를 움직이는 영업기술

Inuit 2009. 5. 12. 06:30
세일즈 맨 하면 어떤게 떠오릅니까? 
유달리 활달한 매너, 눈을 번득이지만 입가에는 미소를 띈 얼굴, 또는 내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동반자 등 일까요. 제가 딱 보고 마음의 문을 닫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일즈 입문과정을 막 나온듯 한 사람이지요.
"이사님, 통화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제가 다음 주 화요일 오후에 찾아 뵐까요, 목요일 오전에 찾아 뵐까요? 수요일은 아쉽게 제가 선약이 있습니다만."
"아니, 바쁘신데 굳이 안 오셔도 됩니다. 제가 한가하면 전화 드릴게요."
더블 바인드(double bind)라고 하는 기법이지요. 논리학에서는 복합 질문의 오류로 알려져있습니다. 만나는걸 기정사실화 하고 날짜를 선택하게 해주는거지요. 이럴 때 전 그냥 판을 깨고 다시 정의해버립니다. 만날 필요 없는 사이로. 더 황당한 사례는 'Cold call'하면서 윽박지르는 형태지요.

진짜 세일즈맨은 당연히 그렇게 안 합니다. 이문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고, 거래(transaction)가 아닌 사업(business)을 합니다. 

Anthony Parinello

(원제) Selling to VITO

격물치지님이 소개해준 책입니다. VIP 세일즈에 대한 책이라기에, 제 책쓰는데 참고할 요량으로 읽었습니다. 꽤 우수한 책이더군요. 책은 VITO (very important top officer)를 대상으로하는 세일즈 기법에 온 촛점이 모입니다. VITO란 저자가 만든 말로, 의사결정권이 있는 사람입니다. 강력한 거부권 (veto)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지요. 대개 CEO나 그에 준하는 실세입니다.


Sniper's approach
따라서, 구매조직을 이리저리 뛰어다니지 않고 단 한사람 VITO만 노리는 세일즈입니다. 저격수의 방법이지요. VITO의 관심사는 세부와 기능(function)이 아니고, 큰 그림과 혜택(benefit)입니다. 이 혜택이라는 총탄을 VITO의 머리에 박아 넣는걸 목적으로 합니다.

절차는 쉽습니다. 꼭 코끼리 냉장고 넣기와 같습니다.
파악 -> 편지 -> 전화 -> 미팅

  1. 파악: 누가 VITO인지 파악하는겁니다. 남의 조직 사정 알아내긴 힘들지만, 장군 냅두고 장교만 저격해봐야 총알 낭비죠.
  2. 편지: 실제 편지를 보냅니다. 필살기는 낚시입니다. 핵심 제안을 헤드라인으로 꾸며 읽게 하는겁니다. 전술적인 목표는 편지를 읽히고, 통화를 시도하는데까지입니다.
  3. 전화: 전화의 목적은 내 제안을 의식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미팅 약속을 잡는데 까지입니다.
  4. 미팅: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보다 넉넉한 시간을 갖고 논의를 합니다.


Sniper's skill
이 과정 과정마다 매우 중요한 기술들이 많습니다. 
우선 철저히 VITO 입장에서 보는 훈련입니다.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는 점, 그러나 사업의 확장과 기회에 관심 많다는 점. 자존심과 권위를 중시한다는 점 등을 염두에 두고 잘 짜여진 시나리오입니다. 그러기에, 앞서 말한 유치한 더블 바인드는 쓰지도 않습니다. 요체는 VITO의 선택권입니다. 먼저 만남을 구걸하지 않고, '그러면 다음주 수요일에 직접 와서 설명하시오.'라고 지시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전화 오프닝은 호기심 자극(teasing)과 잠시 멈춤 (pause)을 조합하여, VITO가 말 끊고 개입하게 만드는데 중점을 둡니다. 통상 세일즈 기법과 완전히 다르죠. 책은 아예 다른 세일즈 맨과의 차별화 자체를 목표로 합니다.
그리고, 요인을 만나는 과정에서 만나는 문지기들(gatekeepers)을 넘어서는 방법도 재미있습니다. 비서 이름 따는게 유용합니다. 만일, 실무자의 덫에 걸리면, 내 상사를 이용해 넘어섭니다.


Some critics
전체적으로 재미있고 배울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흠이 꼭 없지도 않습니다.
우선, 미국적 상황에 매몰되어 있는 점입니다. 예컨대, 조직의 계층(hierarchy)이 우리보다 더 권위적이므로 실무자가 힘이 없는게 미국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실무자가 꼭 방해물이 아닙니다. 가끔은 실무자-세일즈 맨 간 대승적 협업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VITO에 대한 환상이 있습니다. 사실, VITO 뿐 아니라 어느 정도 결정권이 있는 레벨에서는 파리넬로 씨의 기법이 효과 있습니다. 또한, 미국 외에서는 VITO와 중간 관리자 간 공동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국가가 많다는 점은 결정적입니다. 기껏 저격했더니 적이 소대 규모인 경우입니다.

그리고, 수십년 전 내용이라 안 맞는 부분도 있습니다. 중간단계의 편지 보내기인데, 물론 주목의 효과상, 편지는 유효합니다만, 이메일의 활용 가능성은 아예 언급도 안되어 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활동 당시 HP 직원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아마,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많이 곤란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사기꾼 취급 받지는 않을테니 경청의 기회가 조금 더 넓으니까요.


A must for salespersons
저는 세일즈를 직접 담당하지 않음에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반 직장인들도 배울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세일즈 담당은, 읽어두면 매우 도움될겁니다.

책은 모든 영업맨들의 꿈인, 격식있고 당당하게 영업하는 기술을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장사를 사업으로 변환하고 거래처에서 파트너로 탈바꿈하기를 목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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