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갈 줄이야.
유럽의 출장을 마치고 바로 돌아오면 딱 좋으련만, 브라질에 미팅이 있습니다. 너무 긴 일정이 부담스러워서 가급적 안갔으면 했지만, 갈 필요가 있었습니다. 물론 가고 보니 결과적으로 잘 갔지요. 늘 그렇듯, 피상적 이해와 체험적 이해의 간극을 메울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둘째 던전 파리를
엘프의 땅이라 비유했습니다. 첫째 던전 런던은 단연 위저드리의 나라지요. 너무 바빠 사진 찍을 틈조차 없었던 셋째 던전 뮌헨은 바바리언입니다. 그리고 이곳 상 파울루. 소서러의 나라입니다.
Socerer Beauty
브라질 남자치고 축구 못하는 사람 없고, 여자치고 미녀 아닌 사람 없다더니 정말 그렇습니다. 파리에서 상 파울루 가는 에어프랑스 비행기. 우여곡절 끝에 옆자리에 기막힌 미녀가 앉았습니다. 정말, TV에서나 볼만한 그런 수준이었지요. 어디 한군데라도 손대면 망가질 그런 완벽함이었습니다. 문제는 말이 안 통한다는 점. ^^;
상 파울루 출신이라길래, 가 볼만한 곳을 추천 받는데 영어가 안 되어 생 쇼를 했지요. 결국, 제 가이드 북을 놓고 사진에 몇 군데를 표시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답답함 속에서도 싱그럽게 웃는 미소가 참 돋보였습니다.
혹시 제가 미모에 혹해 눈에 뭐가 씌인게 아닐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브라질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매우 친절하고 웃음이 많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낙천적인 곳입니다.
Optimistic Smile
물산이 풍부한 브라질입니다. 오죽하면, 포르투갈 배가 처음 닿았을 때, 사람들이 일을 안해도 지천에 널려있는 과일만 먹고도 살 수 있는 걸 보고 경악했을까요. 물론 그 덕에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되었지만 말입니다. 브라질 사람들은 그런 환경탓인지 매우 낙천적이고 놀기를 좋아합니다. 심지어, 잘 일하려 쉬는 서구적/한국적 정서와 달리, 잘 놀기위해 필요한만큼 일을 한다고까지 하지요.
Land of immigration
그리고 브라질은 이민자의 나라입니다. 백인이 40%, 혼혈이 40%, 흑인이 10% 정도 구성입니다. 나머지는 기타지요. 하지만 이도 대단히 작위적이거나 또는 주관적 구분일 뿐, 그야말로 인종의 용광로입니다. 백인도 들여다보면 살짝 이국의 냄새가 납니다. 전형적 포르투갈이나 유럽계는 별로 없지요.
Emotion first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사람들이 브라질이라는 열정의 용광로에서 하나가 됩니다. 미소를 나누고 친절을 공유하며 정감있게 삽니다. 그런 면에서 이해관계 이전에 감정적 유대를 중시하는 비즈니스 측면을 실감합니다. 미팅 중 하나는 새로 관계를 형성하는 식사였는데, 화기애애하게 두시간을 이야기하고, 다음 스텝을 묻자 정색을 하고 잘라 말합니다.
좀 더 친해지고 신뢰가 쌓이면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자고. 이제 우린 시작이라고.
So kind
그렇다고 냉랭하냐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상 파울루 행 비행기에서 있던 일입니다. 앞 줄에 중국 아저씨와 국적은 모르겠고, 영어와 포르투갈어가 유창한 미씨 아줌마가 앉았습니다. 비행중 캐주얼 토크는 다반사인데, 아마 중국 아저씨가 내려서 어떻게 행선지로 갈지 잘 모른다고 했나봅니다. 미씨 아줌마는 복도 건너편 할머니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이 할머니는 상 파울루를 잘 알고, 포르투갈어와 불어를 합니다.
할머니 신이 나서 온갖 지식으로 내려서 가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미씨 아줌마는 포르투갈어를 듣고 영어로 해석합니다. 중국 아저씨는 영어로 듣고 중국어로 끄덕끄덕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브라질 할머니가 아주 구체적인 부분에서 확신이 없습니다. 이젠 불어로 승무원을 불러 물어봅니다. 이자벨 아자니 닮은 프랑스 승무원이 왔지만, 답을 알 턱이 없지요. 이젠 스튜어디스가 브라질 승객을 위한 포트투갈어 가능한 에어 프랑스 직원을 부릅니다. 이제 다섯 명이 좁은 비행기 좌석 사이로 모여 중국 아저씨 갈 길을 신나서 토론합니다. 이 무슨 진기한 광경인지. 결국 집단 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한 듯 보였습니다.
또 한가지 이야기입니다. 하루 일정 동안 세 개 미팅인데 그 중 하나는 상 파울루 시 외곽입니다. 헤알 화 현금도 부족하여 카드 결제 가능한 택시를 불렀습니다. 한참을 나갔는데 오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장거리라 돈이 되기도 하지만, 한국인, 유태인 다국적 이방인 팀이 난감한 상황을 보고 택시기사가 되돌아 가는 길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결국 친절한 아저씨는 두시간을 기다려 우리를 태우고 상 파울루 시내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물론, 현금은 축내지 않았지요. 그 친절함이 마음에 들어 제 공항 라이드도 부탁했습니다. 그 택시 기사도 연달아 장거리 뛰면서 꽤 돈도 벌었겠네요.
이처럼 브라질 사람들은 오묘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심지어 한 사람의 얼굴에서도 펼쳐질 수 있는 인종적 다채로움, 넉넉한 마음과 환한 미소가 묻어납니다. 잘 생긴 외모에 걸맞는 마법적 매력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소서러의 나라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