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상 파울루는 서구화된 도시입니다. 예컨대, 라이벌 도시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는 상 파울루 사람인 파울리스타(paulista)를 낭만 없이 일만 아는 무심한 사람들이라 깔본다 합니다. 물론 파울리스타는 리우 사람인 까리우까(carioca)를 밤낮 먹고 노래하고 춤추는 베짱이들이라고 무시하긴 합니다만.
그런데, 제 관점에서는 파울리스타도 대단한 베짱이입니다. 주말에 도착했더니 음식 파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주말은 노는 날이라 아무도 장사를 안합니다. 주말은 노는 날이지 장사하는 날이 아니란 뜻이 강합니다. 지하철 한 정거장을 걸어서야 겨우 음식을 구했습니다.

물론 상 파울루는 국제도시이고 좀 다른 환경도 있습니다. 우선 비싼 땅 값으로 건물이 성냥개비 같습니다. 흡사 홍콩의 마천루가 끝없이 펼쳐진 모양입니다. 평소 지론이 건물도 환경에 따라 진화한다는건데, 상 파울루의 건물은 매우 좁고 높습니다.
미적 감각

그리고 브라질은, 최소한 상 파울루는, 매우 예술적인 도시입니다. 건물들이 각기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이게 단지 비싼 건물에 수반한 아름다움이 아닙니다. 파울리스타의 심미안입니다. 조금만 외곽을 나가도 입이 턱 벌어지게 펼쳐진 그라피티의 향연.

그리고 파울리스타, 아니 브라질리언의 자랑인 상 파울루 미술관 (MASP)에 가보면 브라질의 예술적 저력을 실감합니다. Vik Muniz의 전시를 봤는데, 쓰레기를 모아 만든 작품 중 삶을 극한 여인의 미소에 눈이 매캐해졌더랬습니다.
치안
반면 브라질의 경찰은 박봉에 시달리고, 치안은 엉망입니다. 상 파울루와 리우 데 자네이루는 범죄율로 몸살을 앓고 있지요. 예컨대 상 파울루 여행객에게 알려진 상식은, 돈 달라고 칼 내밀면 그냥 주라는겁니다. 주면 몸은 안 상하는게 불문율입니다. 또 소매치기 당해서 경찰에게 알리면 바로 뛰어간다고 합니다. 다만, 1/3은 잡히지 않도록 살살 뛰고 (서로 다칠일 없도록), 1/3은 잡아서 반씩 나누고, 1/3만 열심히 잡는다고도 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잠시 일정 여유가 있어 상 파울루 중심인 세 광장에 갔습니다. 간선 지하철 두개가 교차하는 중심 중 중심이지요. 일행인 직원은 일을 보고 저와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되어 헐레벌떡 오더니 괜찮으냐고 묻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세 광장은 치안 안좋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초행길의 한국인 혼자 다니기 위험하다고 현지에서 말렸다고 합니다.
실제로 광장은 무수한 노숙자와 구걸하는 사람들 그리고 사이비 종교집단으로 부산했습니다. 좀 으스스했지만 큰 일은 없었지요.

조심스럽게 길을 걸어, 브라질 미녀가 최고라고 극찬한 상 벤투(Sao Bento) 사원에 갔습니다. 나쁘진 않았지만 오가는 길이 개미와 노숙자만 보일정도로 썰렁했습니다.


오히려 별 볼일 없는 동양인 거리인 리베르다지(Liberdade)만 사람들로 메어 터지더군요. 아마 치안과 안전 문제 아닐까 짐작합니다. 전 별로 감흥을 못느끼고 그냥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상 파울루에서의 첫 날은 지나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