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는 빅 아일랜드에 갔습니다.
빅 아일랜드는 이름 그대로 하와이지요. 오아후와는 다른 섬이기도 하고 거리도 꽤 되어 비행기로 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놀러가 서울에 머물다가 제주도 가는 셈입니다. 온 가족이 아침 일찍 일어나 비행기 타고 바다를 건넜습니다.
도착 직전에 보이는 섬의 모습은 그야 말로 입이 딱 벌어집니다. 4000m가 넘는 산이 비행기 고도보다 높이 버티고 서 있는 그 위용과, 산 정상에서 해안까지 부드럽게 떨어지는 그 한 없는 경사는 정말 이채롭습니다.

빅 아일랜드의 또 다른 별명은 젊은 섬(young island)입니다. 풍광이 오아후랑은 또 다릅니다.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원시의 느낌이 곳곳에 가득합니다. 우리가 내린 곳은 섬의 동쪽 힐로(Hilo)입니다. 섬의 서쪽은 커피로 유명한 코나 지역이고 평탄한 지형의 휴양지나 농장입니다. 반면 동쪽은 활화산 사이에 자리잡고 비가 많이 오는 지역입니다. 이 큰 섬에 겨우 13만명 정도가 산다니 재미 있지요.

장터(farmer's market)에 갔습니다. 놀라운건 친숙한 재료들이 즐비하다는 겁니다. 마늘, 생강, 양파, 고추와 배추. 이게 다 김치 재료지요. 실제로 빅 아일랜드는 동양인 비중이 많아 김치가 익숙하다고 합니다. 한국식당 아닌 일반 식당에서도 김치가 곧 잘 나온다네요. 또한 어떤 한국 분은 김치공장을 세워 큰 돈 벌었다고도 전해집니다.
빅 아일랜드는 딱 우리 시골 같은 느낌입니다. 가방을 길에 놔 두어도 아무도 손 안대는 그런 심성이랍니다. 모든 사람이 서로를 알아 잘못을 저지르면 일종의 명예형이 가해지기 때문에 범죄가 없답니다. 쉽게 말해 엄마 욕먹게 한다는거죠.
실제로 오아후랑은 달리 가이드 분이 어딜 가나 차 문도 안 잠그고 시원시원하게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빅 아일랜드를 간 유일한 목적인 활화산입니다. 최근까지 폭발을 한 킬라우에아 (Kilauea) 화산 국립공원에 도착했습니다. 거대한 칼데라 지형속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은 장관이지요. 이날은 유황냄새가 심해서 경고 문구가 많이 보이더군요.

빅 아일랜드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펠레(Pele) 여신입니다. 불의 여신이자 화산의 주인입니다. 화산 섬유를 펠레의 머리카락으로 부르듯 모든 신화가 펠레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하긴, 그 거대한 화산을 보고 여신 설화 하나 못 만든다면 창의력이 빵점인 부족이겠지요.

몇 년 전 흘러간 용암의 자국입니다. 여기 뿐 아니라 온 언덕이 각 연대별로 흘러간 용암자국 투성입니다. 이렇게 용암은 바다로 흘러 새로운 땅을 만들고, 그 땅은 흙이 되고 곡식을 자라게 하여, 세상이 됩니다.
저 멀리 바닷 속에서 분출되는 화산은 바다를 메워가며 섬을 만들고 있지요.

곳곳에 널려 있는 엄청난 폭발의 흔적들, 분화구입니다. 아래 분화구 같은 경우 30년전만 해도 그냥 까만 용암자국이었는데 어느새 숲이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면에는 고마운 식물이 있습니다. 용암 속에서 자라는 식물이지요. 오히아 레후아(Ohia lehua)라고 합니다. 전설에 의하면 펠레 여신이 사랑한 목수 오히아가 구애를 거절해 용암에 영원히 처하는 형벌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거절의 사유인 오히아의 여인 레후아도 따라서 용암속을 들어왔다고 합니다. 실제로 검디 검은 용암 속에 붉은 꽃과 푸른 수목을 보면 경탄이 나옵니다. 저들 덕에 저 용암이 숲을 기르는 흙이 되니 말입니다.

인당 300달러나 하는 비싼 투어였습니다. 하지만 평생 잊기 힘은 엄청난 구경을 했습니다. 바로 지구의 생성 모습입니다. 뜨거운 마그마가 지표 위로 분출되고, 분화구를 지나 흘러 내린 용암은 바다로 달립니다. 바다는 용암과 닿아 수증기가 피어나고, 용암은 굳어져 바위가 됩니다. 거기에 자라나는 풀들은 끊임없이 바위를 삭여냅니다. 바위는 흙이 되고, 흙에서 새로운 식물들이 자랍니다. 비와 바람이 어울려 비옥한 대지가 되어 무엇을 심어도 잘 자란답니다. 심지어 마늘, 생강에 배추까지 자랍니다. 그 풀들은 인간을 먹이고, 동물을 키웁니다. 그렇게 물상의 순환이 한 섬에 응집되어 있습니다.
섬 하나를 본게 아니라 거의 모든 지구의 역사를 본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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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16개가 달렸습니다.
  1. 오멋..
    혹 그 장터엔 토마토가 아니 보이시던가요?
    은근 기대했었는디...^^

    다른 곳의 토마토들이 궁금해 집니다
    원더님 블러그에서 샌프란시스코의 다양한 토마토를 본 적이 있지만...^^

    늘 가족이 있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들이십니다,
    고단함을 앞서는 행복감이 느껴집니다

    늘 건강하시길....

    ps. 요즘 제가 주문을 넣어드리지 못한듯..ㅋㅋ
    • 토마토는 못본듯 합니다.
      열대에서 자라기 어려운가요.

      다음에라도 다니다가 토마토 사진이 있으면 꼭! 찍어 올리겠습니다. ^^

      주문... 좀 소홀하셨나봐요. 교통사고가 났으니.. ^^
  2. 역시 태평양은 다르군요...

    해외로 나가고 싶지만 흨흨
  3. 참 좋으신 아빠에요...
    자주 교류가있스면 합니다..
    사실 저는 댓글이 생전처음입니다..
    이거....원 쑥스럽게스리..........
    제 이멜은요..
    LANDTRUST2007@GMAIL.COM 입니다.

    로저.리 (CALIFORNIA, LOS ANGELES 거주)
  4. 다른 의미로 펠레는 '축구의 신(정말 그렇기도 하지만 발언한것과 반대로 벌어지는 마이너스의 신이라고 불리워집니다)'이죠;;ㅋㅋㅋ
    • 하하 그 펠레..
      생각만 해도 웃깁니다.
      제발 펠레가 우리나라 악담 한번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5. 정말 가보고 싶은 곳중 하난데 게다가 300달러나 되는 투어도 하셨다니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돈 모아야지. 아, 그 전에 같이 갈 사람도 구해야 겠군요. T_T
    • 돈 보다 동행이 더 중요하지요.
      돈은 어떻게든 되지만, 동행은 여러가지가 잘 맞아야하니까요. ^^
  6. 저런 투어라면 인당 300불 정도는 지불할 만 하군요!!!
    이게 이야기로 듣고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듯. 하아...가게 되면 꼭 참고해야겠습니다.
    • 맞습니다.
      돈이 좀 속쓰린 느낌이 있는데, 그래도 언제 또 갈지 생각하면 간김에 보는게 답이라고 생각했지요.

      오아후 말고 다른 섬은 크게 마우이와 카와이가 유명한데, 영화 좋아하시면 카와이로, 애인과 낭만을 즐기시려면 마우이, 자연을 제대로 즐기려면 빅 아일랜드로 가시면 됩니다. ^^
  7. 오..머리카락은 진짜 머리카락같은데요 -_-;
    엘라스틴좀 해야할듯.
    저는 휴가기간에..후우..ㅜ_ㅠ
    차사고 싶어요!(갑자기 딴소리...)
    • 하하 머리결이 안 좋아서 채였을까요.

      엘윙님 휴가는 잘 다녀오셨는지.
      요즘 좀 뜸해서 궁금해 하던 차입니다.
  8. 저 분화구들은 다시 활동은 안하는가요..
    웬지 예전 재난영화가 생각나는...ㅎㅎ..
    • 아래 두개 사진은 일단 죽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연기 나는 분화구는 액티브입니다.
      빅 아일랜드 주산인 Mauna Loa는 주기상 언제라도 터질거라고 하네요. 올해가 될 수도 있답니다.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