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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의 감각 - 전략적 직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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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의 감각 - 전략적 직관

Inuit 2009. 10. 7. 00:05
A. 스스로를 믿고 뚜렷한 목표를 세운 뒤 열심히 노력한다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
B. 내가 기회를 위해 준비하고 그 기회를 보고 행동하면 나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스스로를 돌아봅시다. 당신은 어느 쪽에 가깝습니까?

William Duggan

(원제) Strategic Intuition: The creative spark in human achievement

전략이 보는 미래상에 대해 글을 쓴 적 있습니다. 결정론적 세계관이 갖는 선형성 대비 실행론적 세계관이 갖는 비선형성에 대해 정리를 했지요. 어떤 전략적 관점이더라도 지향점이 필요합니다. 목표 없이 실행론만 따로 떼어 강조하는건 마치 군사를 훌륭하게 훈련만 시키면 전쟁에서 항상 이긴다는 주장과 유사합니다. 어디를 어떻게 공략할지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입니다. 작전 없이 대군이 몰살당한 사례는 참 많은데 말이지요.

반면, 전술목표에 집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에서 융통성과 적응력이 필요한건 당연합니다. 더건 씨는 기존의 전략적 목표 입안 방법을 조미니(Antoine-Henri Jomini)의 방법이라 규정합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듯 목표를 고수하고 그 목표에 이르는 방법만 천착한다고 상정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평범할 뿐이고, 쿤의 패러다임 시프트에 해당하는 위대한 전략을 입안하는 방법론으로는 조미니가 맞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대신, 더건 씨는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의 방법을 제안합니다.

클라우제비츠 방법의 핵심은 혜안(Coup d'oeil)입니다. 단번에 돌파를 이루는 위대한 통찰을 말합니다. 다소 막막한 감이 있지요. 그래서 그 부분을 상세하게 한 권 분량으로 패키징한게 이 책이지요. 네가지 요소입니다.
  • Examples of history: 위대한 전략은 바퀴를 새로 발명하는게 아니다. 있는 사실들을 최대한 조합한다.
  • Presence of mind: 냉철한 사고력이 필요하다. 특히, 존재하는 외부 상황을 인정하고 그에 적합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다른 말로 Karma에 대항하는 Dharma 또는 도(道)이다.
  • Flash of insight: 책의 핵심 소재인 섬광 같은 통찰력이 불연속적 도약을 이룬다. 전문가적 직관보다 깊이 있고, 통상의 분석보다 빠르다.
  • Resolution: 머리속에 섬광이 떠올랐으면 타당성을 본 후, 지체 없이 실행에 옮기는 결단이다.
책의 주장은 고정적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근원이 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보라는겁니다. 따라서 전략의 지향점에 있어 최종점이 아닌 결정적 지점을 찾는데 노력을 경주하라고 역설합니다. 즉, 위대한 목표는 결코 계획의 결과가 될 수 없으며, 통찰의 결과라는 뜻이지요.

이런 관점으로 처음 문제로 돌아가보면, 더건 씨의 입장은 확고한 B의 지지자입니다. 미리 목표니 뭐니 이야기하지 말고 기회를 끊임없이 보다가 결정적 순간을 노리라는 겁니다.

사실, 복잡한 내용 쫓아다니면서 고갱이를 추리고 나면 허탈합니다. 고정된 목표를 부정하고 평소에 무념으로 도만 닦으라는건 다소 공허한 감이 있지요. 그걸 합리화하기 위해 여러가지 사례를 들지만, 알고보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의 창업에 준하는 드문 사례입니다. 물론, 그만한 성공을 목표로 하는 담대함이 필요하지만, 대량으로 복제 가능하지 않은 방법론이 갖는 희소성이란, 로또의 갑갑함을 연상하게 하지요. 어찌보면 Good to Great의 엄격한 소수를 연상케 한달까요.

하지만, 기존 전략의  이면을 들여다보기에 알맞는 각도와 관점을 가진게 책의 미덕입니다. 전략에 관심있는 분은 한번 읽어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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