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일생

Culture | 2009/10/16 23:18 | Inuit
책의 일생

서점 순례에서 느낀 점을 적었지만, 한가지 더 있습니다. 오프라인 서점만의 독특함이지요.
보이는게 존재하는거다.
이게 핵심입니다. 특정한 목적으로 책을 사려고 온게 아닌 이상, 대개의 소비자는 헌팅 모드입니다. 뭐 재미난게 없나, 내 니즈를 채워줄 책이 있나 이런 관점에서 봅니다. 그래서 설령 딱 맞는 책이 있더라도 한번 지나치면 끝입니다. 나중을 기약하게 됩니다. 가상공간인 온라인 서점은 검색과 링크가 본질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적지만, 물리적 공간에서는 현재(presence)하는게 중요합니다.

일례로, 일반 분류 서가를 보면 각 한 권 정도씩 있습니다. 만일 어떤 책을 누가 사가면 다음 사람은 그 책 없는 스페이스에서 책을 고르게 됩니다. 또 팔릴 수 있었던 책은 억울하겠지요. 그런 점에서 평대는 여러 권이 쌓여있으므로 유리합니다. 제가 관찰한 바, 서점에서 최고로 좋은 자리는 단연 베스트셀러 또는 추천 코너입니다. 바쁜 애서가들은 시간이 없으므로 추천 목록에 많은 신뢰를 줍니다. 필터의 유용성이지요.

이런 관찰을 과장되게 말하면 책의 일생이 있더군요.
phase 1: 출간하면 평대 또는 매대를 잡습니다. 만일 여기를 못잡거나 그 정도 마케팅 비용을 못쓰면 시초부터 서가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누가 발굴해줄 때까지 세상과 접촉은 미약해집니다.

phase 2: 약 한달 간 신간으로서의 검증기간내에 반응이 있으면, 화제의 책이나 추천 등 별도 섹션으로 갑니다. 아니면 서가행.

phase 3: 더 반응이 좋으면 베스트셀러가 되지요. 아니면.. 어딘지 알죠?

phase 4: 불꽃같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팔리면 스테디셀러 섹션에 들어갑니다. 사실 스테디 셀러라는 태그 자체가 스테디 셀링을 유도하지만 말입니다.

다소 재미 삼아 쓴 글이라 정확하지 않고, 또 서가를 얕잡아 말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의 핵심은 주목의 할당이고, 그 주목을 유지하는 서점의 진열 또는 판매방식을 곰곰히 살펴본 글입니다.

마지막으로 켐페인 하나. 제발 평대에서 책 볼 때 제발 남의 책 가리지 맙시다. 강남 교보에서 어떤 여성분이 제 책 더미위에다 딴 책 올려놓고 본문을 계속 읽으셨다는. 10분 넘게 기다려도 다른 사람들이 yes! 있는줄도 모르고 지나쳐가셨다는.;;;
  1. 지구벌레 2009/10/17 00:16 답글수정삭제

    제대로된 컨텐츠를 갖췄음에도
    결국 주목받지 못하고 밀려나는
    책들도 많겠죠...
    주목의 할당을 받지 못한체..
    웬지 불쌍한...ㅎㅎ..

  2. Joshua.J 2009/10/17 10:39 답글수정삭제

    아 책 출간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3. 토댁 2009/10/17 16:53 답글수정삭제

    그렇답니다.
    찾는 책이 아니면 서점에서 책 찾기가 넘 힘들어요.
    눈에 보이는 책 중에서 고르게 되어있지요.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도 길러야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4. 띠용 2009/10/17 18:11 답글수정삭제

    아우 진짜 책 위에 다른 책 올려놓는건 좀 그렇긴 하죠.^^

    • Inuit 2009/10/17 18:59 수정삭제

      손님으로서도 불편하지요.
      굳이 비켜달라긴 필요도가 약하고 그냥 가자니 뭐가 있을까 궁금하긴 하고.. ^^

  5. 사진우주 2009/10/17 23:12 답글수정삭제

    음.ㅡ.ㅡ전.. yes!볼려고..딴책 덥었었는데..음..;;;

    다음부터는 그러면 안되겠습니다^^..ㅋㅋㅋㅋ...

  6. mahabanya 2009/10/19 01:57 답글수정삭제

    마지막 문단이 Inuit님의 안타까움을 ㅎㅎ

  7. 개나 소나 앱스토어 진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Tracked from Value Creators & Company : TEAM BLOG 2009/10/19 08:59

    앱스토어라는 개념은 약 1년 전에 애플이 아이폰을 런칭하면서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근래에 많은 기업이 도입하고 있습니다. 요새 앱스토어 관한 글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중의 기대를 반증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여기저기 난립하는 앱스토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국내 기업에서 런칭하고 있는 앱스토어들는 의문 부호를 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 글을 통해서는 애플 앱스토어의 성공 스토리와 국내 기업..

  8. 박재욱.VC. 2009/10/19 09:00 답글수정삭제

    마지막 문단이 핵심인가요? ^^;; 확실히 inuit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오프라인 서점은 '보이는게 존재하는 것'이라는 말씀이 참으로 맞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 서점이 보급되면서 이러한 점을 많이 극복했다고는 생각하는데, 아직도 확실이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이러한 점이 잘 맞아 떨어지고 있네요. 많이 부족하지만 이 글과 관련되어 아마존의 롱테일 법칙을 분석한 글을 트랙백으로 걸어두고 갑니다.

    항상 유익한 글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 Inuit 2009/10/19 22:00 수정삭제

      네. 인터넷 서점은 많이 극복되긴 했지만, 역시 필터의 중요성은 무시하기 힘듭니다. 다만 평판과 검색의 비중이 더 커졌을 뿐이죠.

  9. ks.han 2009/10/20 22:56 답글수정삭제

    "약 한달 간 신간으로서의 검증기간" --> 하루에도 쏟아지는 책이 수백 권이라 왠만한 책은 한달이나 평대에서 버티지 못한답니다. 2-3일 내에 서가로 가는 책도 무수하죠. ㅎㅎㅎ

    • Inuit 2009/10/21 21:51 수정삭제

      네. 한달도 많이 잡은거군요. ;;;
      정말 신간 나오는 수가 무지막지한듯합니다. ^^
      전문가의 예리한 지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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