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첫 라이딩

Culture | 2009/11/23 00:05 | Inuit
자전거 산 후 이어지는 주말 일정과 출장으로 탈 기회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출장 다녀오니 날씨는 변덕스러운 애인처럼 쌀쌀맞게 변해있더군요.

날씨가 안 풀려 이번 주말도 못 타나보다 툴툴거리는데, 약속이 급 취소된 토요일 낮 밖을 걷다보니 해가 무척 좋습니다. 옳다꾸나 옷 주워입고 헬멧 뒤집어쓰고 바람같이 달려 나갔습니다.

나가서 10분만에 깨달은 사실.
  • 간이식은 고사하고 물도 안가져 왔다.
  • 고민 끝에 윈드자켓을 두고 나왔는데 몹시 잘못된 결정이었다.
따뜻한 상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탄천 바람은 정말 세더군요. 전날 축구할 때 운동 중 더위를 경험해본 터라 몸만 풀리면 자켓이 오히려 거추장 스러우리라 생각했는데, 자전거의 바람을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맹렬한 바람이 옷의 모든 미세한 틈을 파고드는 느낌입니다. 반면, 땀은 적게 흘리게 되어 물에 대한 요구도가 현저히 낮아지긴 했습니다.

미적거리지 않고 나오길 잘한게, 초겨울 들판을 내 닫는 기분이 상쾌합니다. 체육관 바보자전거랑 딴판이지요. 몸의 운동량은 비슷할지 몰라도 마음의 운동량은 차원이 다릅니다. 분당에서 서울까지 거리를 한 시간동안 페달밟아 내 앞으로 잡아 당기면서 많은 조우와  관찰이 입력되어 사유의 재료가 됩니다. 신선한 자극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별다른 교통수단 없이 이렇게 먼 거리를 스스로 이동한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소요시간도 막히는거 따지면 별 차이 없더군요. 좀 달리다보면 복정, 곧 수서, 잠실, 압구정동... 특히 올림픽 대로를 따라 달릴 때, 빼곡히 들어서 지체현상을 보이는 자동차를 보면서, 주로 제가 그 체증의 위치에서 강변도로와 보트를 보며 느끼던 자유로움에 대한 부러움이 현실로 이뤄진 느낌도 들었습니다.

분당에서 압구정 부근의 매점까지 20km 정도를 한시간 좀 넘어 도착. 물을 사서 마시고 해지기 전에 되돌아 옵니다. 올 때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약간의 오름 물매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첫 장거리 주행에서 너무 무리한 탓에 속도가 잘 안납니다.

무엇보다 안장에 익숙지 않은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페달질을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목표는 해지기 전에 귀가하는건데, 말미에는 거의 허덕허덕 초등학생의 속도로 살살 달려 복귀했습니다.

햇볕이 좋아서 몰랐는데, 영하의 날씨였나봅니다. 군데군데 얼음이 있는걸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추위속 뿌듯하고 상쾌한 라이딩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몸이 말이 아닙니다. 바람막이 자켓이 없는 탓에 배는 살짝 얼어 벌겋게 변했고, 두툼한 장갑에도 불구하고 손끝은 약간 이상, 눈물이 얼었는지 뭔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각막이 약간 다쳐서 눈이 부옇게 보였습니다.

저녁때 따뜻하게 잘 쉬니 모든 잔 고장은 다 나았는데, 엉덩이가 문제군요. 딱딱한 의자에 앉으면 어구구 소리가 나오게 아픕니다. 사실 일요일에 한번 더 라이딩 나가려했는데 엉덩이가 아파서 못 나갔네요. 굳은살이 박혀야 해결될 일일까요..

아무튼, 기분좋은 나들이였고, 다음 주에 날씨가 좀 풀리면 또 기대되는 라이딩입니다.
  1. astraea 2009/11/23 00:39 답글수정삭제

    에..그러니까 저는
    페러글라이딩을 생각했네요.....;;;;
    paris 에 대한 포스팅을 생각하며;

  2. 랩소디 2009/11/23 00:58 답글수정삭제

    엉덩이 문제는 2가지를 해결하셔야 할 듯하네요. 안장을 전립선 안장으로 바꾸시는 것과 라이딩 시 하의를 패드가 들어간 것으로 하나 장만 하시면 엉덩이 아픈 문제는 대부분 해결 되실 거에요. 굳은살 박혀서 해결될 일이 절대 아니구요~~ 즐거운 라이딩 되세요.

    • Inuit 2009/11/23 22:06 수정삭제

      자전거용 쫄바지를 입긴 했는데, 패드가 없는 버전이라 그랬나봅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초짜에겐 큰 도움되는 말씀입니다. ^^

  3. Hooney 2009/11/23 07:28 답글수정삭제

    저와 같은 자전거군요. 기존에 MTB를 타다가 ZH-500으로 넘어왔답니다. 한동안 엉덩이가 너무 아파 고생했는데, 이젠 안아파요~ ^^;

  4. 엉뚱이 2009/11/23 09:19 답글수정삭제

    저도 자출 첫라이딩 때 똥꼬의 아픔이 있었지요. 패딩이 들어간 라이딩 전용 바지를 하나 구입하세요. 모냥새는 좀 빠져보일지 몰라도 바람에 펄렁거리는 걸리적거림도 없고 무엇보다 똥꼬가 편하답니다. ^^

    • Inuit 2009/11/23 22:08 수정삭제

      네 패딩이 중요하단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골라준건데 모양 생각해서 패딩 없는걸로 일단 사봤는데 차이가 크네요., ^^

  5. 도도빙 2009/11/23 10:17 답글수정삭제

    간이식이라.. 음.. 운동 용 간을 따루 보관하시나 봐요 ㅋㅋ

  6. 해피씨커 2009/11/23 11:36 답글수정삭제

    종종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가는데 .. 항상 가는게 문제가 아니라 오는게 문제더군요 ㅎㅎ

  7. 부두인형 2009/11/23 16:28 답글수정삭제

    자전거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군요;; 전 그냥 동네앞 도는 수준이라서 없어서 그냥.... ㅎㅎ
    다음 번엔 더 좋은 라이딩하세요~ ^ ^

  8. 띠용 2009/11/23 20:32 답글수정삭제

    와 정말 추운날 라이딩 하셨네요;; inuit님의 근육은 안놀랐나 모르겠습니다.ㅎㅎ

  9. 맑은독백 2009/11/24 11:43 답글수정삭제

    가을과 겨울을 함께 누리다 오셨군요..
    저도 요즘 운동에 대한 고민을 다시금 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좀 몸을 굴렸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가만히 있는 것만 좋아지니 ^^

    라이딩 매력적인 운동임엔 틀림없네요.

    • Inuit 2009/11/24 23:31 수정삭제

      좀 있다가 아들 크면 함께 운동 많이 하세요.
      서로 즐겁고 재미나면서 유익하기까지 합니다. ^^

      자전거도 부자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 중 하나구요.

  10. Briller Kate 2009/11/25 13:03 답글수정삭제

    헬맷쓰시면 귀는 안시렵죠?
    코도 안시렵나? ;ㅅ ;

  11. 유하 2009/12/03 23:03 답글수정삭제

    그리운 탄천이네요. 저도 분당 살아서 탄천에서 자전거 자주 탔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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