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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마저 녹인 서산의 미소

Inuit 2010. 1. 1. 23:55
지난 주말, 또는 저번 달 말렵, 아니면 작년 크리스마스에 서산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서산 내려가는 도중에 비가 억수같이 와서 여행을 망치나 싶어 근심이 깊었습니다. 우리뿐 아니라 격물치지님네를 포함해 세 가족을 더 초청했기에 날씨가 아주 중요했거든요. 바베큐나 아이들 놀기에 비는 최대의 적입니다.

다행히 서산 도착할 즈음 기적같이 비가 그쳤습니다. 하지만 날은 춥고 땅은 질척입니다. 가장 처음 들른 곳은 서산 마애삼존불입니다.
아.. 그 해맑고 순박하면서 장난기 가득한 저 미소란. 정말 마음속 수심이 구름 걷히듯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 지극히 인간적이면서 인간의 경계를 넘는 미소를 한참 바라보고 또 바라봤습니다. 백제 서민 미술의 힘을 보았습니다. 교과서에서 외우던 일곱 글자 '서산마애삼존불'은 직접 보지 않으면 그 신비한 느낌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녁 잘 먹은 이후에, 산은 눈이 감겨듭니다. 바라던 화이트 크리스마스입니다. 밖에서 눈을 한참 맞고 놀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도 눈은 그대로 소복히 쌓여 있고,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어른 아이 할것 없이 깊은 산 깨끗한 눈을 한껏 즐겼습니다.

해미읍성은 참 멋진 곳이더군요. 우리나라 읍성은 순천 근방의 낙안읍성과 서산 해미읍성이 있습니다. 낙안읍성은 고건물이 잘 보존되어 유명한 곳입니다. 반면 해미읍성은 최근까지 있던 곳을 다시 고쳐지어 단지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들린 개심사도 참 예쁜 절입니다. 가면서 그곳에 가면 더 착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改心寺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절에 도착했을 때 머리를 탁 치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개심사는 開心寺였습니다. 마음을 열어제치는 절집이었지요.
서산 곳곳을 다니면서 느낀 점이지만, 서산은 관광지가 매우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어딜가도 깨끗하고 쾌적합니다. 퍽 기분좋은 여행지 서산입니다. 날이 몹시 추웠지만 삼존불의 넉넉한 웃음처럼 서산 어딜 들러도 푸근하고 넉넉하고 후박한 인심과 정서가 기분을 좋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내일, 강원도로 다시 또 길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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