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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역습, 그리드락

Inuit 2010. 8. 13. 21:52
 정말 재미난 책을 읽었습니다. 막연히 느끼던 불합리성에 대해 명쾌하게 조목조목 짚어낸 글입니다.

Michael Heller

(Title) The gridlock economy

거리의 간판이 저마다 소리쳐서 아무도 주목받지 못하는 현상을 보신 적이 있지요? 또는 알박기로 인해 서로가 질곡에 빠진 사례도 흔합니다. 

이렇게 다중소유, 또는 파편화된 소유권으로 인해, 아무도 소유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교착상태를 그리드락(gridlock)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리드락을 유형화하고 그 영향을 살펴보는 그리드락 경제학을 다루지요.

이렇게 파편화된 소유권은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극도로 저해하는 요소가 됩니다. 예컨대, 저주(Tarnation)라는 독립영화를 만드는 비용이 218달러였는데, 그 저작권을 정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23만달러랍니다. 이러면 상업성은 물건너 간 이야기지요. 결국 창작과 발명, 그리고 상업화에 결정적 방해가 되는 사회적 시스템이 곳곳에 도사리게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퀘이커 오츠에서 프로모션으로, 실제 땅을 1제곱인치 씩 나눠준 빅 인치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20에이커라는 큰 땅덩어리 자체가 2100만 필지로 나뉘어져 재미는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2100만 주인의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는 이유로 그 땅은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빅인치의 경우는, 결국 세금 미납에 따른 몰수라는 테크니컬한 해법으로 다시 땅을 합쳐 경제적 가치를 회복했습니다만, 그보다 소수이고 사이즈가 큰 덩어리들은 끝까지 그리드락에 빠지게 됩니다.

바로 그 이유로, 러시아에서 정규 상점은 썰렁해도 가판은 장사가 잘 되고, 흑인들의 농장이 세대를 건널수록 백인에게 뺏기는 결과를 초래하지요.

결국, 다중소유나 그리드락의 해결은 강력한 통제 아니면 성숙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문제가 됩니다. 초월적 조정자는 실제로 나타나기도 어렵고, 그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니 제외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성숙한 합의가 중요한데 절실한 이해관계자가 있는한 합의 또한 어렵지요.

그나마, 공정사용(fair use)이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 등의 지혜로운 해법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전반적인 가치회복의 길은 요원해 보입니다.

결국, 파이는 지나치게 잘게 나누면 가루가 될 뿐 아무도 먹지 못합니다. 이 명제를 깊이 생각해보는데서 그리드락 문제의 논의가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그 해법은 성숙한 논의와 창의적 옵션을 도입하는 수 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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