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방문이라, 베를린에 딱히 더 가볼 욕심나는 곳은 없고, 이번 출장은 일정상 여유시간도 거의 없었습니다. 마지막 날 잠시 짬이 났을 때도 어딜 가볼까 고민만 하다가 느닷없이 지도상에 나와 있는 고궁을 향했습니다.
샬로테의 성이란 뜻 그대로, 빌헬름 3세의 왕비인 샬로테를 위해 지었다는 궁전입니다. 정궁은 아니고 여름궁(sommerpalast)이라 정교하고 화려한 맛은 떨어집니다만, 그래도 그 규모와 궁 곳곳에 스며있는 왕가의 위엄은 대단했습니다. 베를린 최대의 고궁이라할만 합니다.
샤를로텐부르크에서 내내 느낀건 딱 한가지입니다. 
"역시 베르사이유야."

ㄷ자 모양의 건물이나, 궁앞 철창, 철창의 금장식이며 보자마자 베르사이유가 떠오를 정도로 구조가 닮았습니다. 베르사이유는 실상 유럽 궁전의 전범이지요. 뮌헨의 레지덴츠도 궁내 구조가 베르사이유와 똑 같습니다.
하다못해, 궁궐 앞의 쌍둥이 유틸리티 건물과 탁 트인 대로까지도 같은데, 아마 현지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겼는지 영문도 몰랐을테지요.

궁 뒤로 돌아가면 엄청난 정원이 있습니다. 
정원뿐 아니라 호수도 일품이지요. 마음까지 청정해지는 느낌입니다.

시간도 없었지만, 굳이 궁안에 입장료내고 들어가지 않아도 별로 아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방들이 배치되고 나중에 왕과 왕비의 방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그림처럼 상상이 되었으니까요.

어찌보면 젊은 도시 베를린입니다. 
프로이센에서 터잡고 제국의 수도가 되기 전까지는 유명도시가 아니었던 베를린, 그 화려한 시대의 서막에 자리잡은 고궁의 흔적이 미묘한 감흥을 줍니다. 맘껏 화려하지 못한 어정쩡한 장식, 베르사이유를 베꼈으나 그대로는 구현되지 못한 변방의 미감, 그러나 탁 트인 정원과 자연. 이 모든게 문화와 자연과 역사의 교점에서 지어진 하나의 궁전이란데 생각이 미치자 역사적 상상력은 날개를 펼치고 훨훨거립니다.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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