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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Project L

산업경제 강의를 마치고

Inuit 2010. 10. 13. 22:00
올 초부터 주말마다 아이들에게 산업경제를 강의했습니다.
1월 23일부터니까 거의 8개월이 소요되었군요.

교재는 '2010 업계지도'라는 책을 사용했습니다. 원래는 주식투자를 위한 책입니다. 각 산업(industry) 별로, 메이저 사업자의 순위와 매출규모, 이익규모와 주요 인덱스 정도만을 그래픽으로 나타낸 일종의 산업 지형도입니다.
전체 52개 챕터에 걸쳐, 금융/증권, 전자/통신/반도체, 화학/에너지, 자동차/운송, 건설/중공업, 미디어/교육/레저, 유통 등 전 산업을 망라합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소화하기 좀 딱딱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가능한 한, 저는 최대한 쉽게 설명했고, 아이들은 실물경제 이야기라서 눈을 반짝거리며 잘 따라와줘서 즐겁게 마쳤지요.

세상을 보는 눈
애초부터 목표는, 세상 보는 눈을 키워주자였습니다. 따라서, 1차 목표는 우리나라 수많은 기업들이 무슨 일하며 돈을 버는지 알려주고자 했고, 2차 목표는 산업 이면의 경제논리를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아무리 책을 들여다봐도 알기 힘든 부분이지만, 몇가지 원리를 생생히 설명해주면 아이들은 금방 알아듣습니다.

예컨대, 금융업이라면 업종마다 특성이 다르지요. 증권업계는 기본적으로 수수료 사업이라 고객들이 거래를 많이 일으키게 한다든지, 은행업은 예대마진 사업이라 돈을 안정적으로 빌려주고 확실히 받는 부분에 신경을 쓴다든지, 자산운용업계는 운용보수가 관건이므로 고객의 돈을 안정적으로 굴리는 펀드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하고, 보험업은 미리 받은 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와 보험수가를 적절히 받아야 하는 점, 신용카드 업계는 기본적으로 대부업이라 미리 내어준 돈 다시 제대로 받아오는데 사업의 촛점이 있다는 점 등을 설명합니다. 이부분을 기본 용어와 개념부터 찬찬히 설명해주면 의외로 재미있어 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유머코드도 중간에 좀 심어야하지요.

이러고 나면 아이들은 수십개 금융기관들이 몇가지 가닥으로 정리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주장하는 메시지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게 되지요. 

마찬가지로, 제조업은 고정비와 규모의 경제, 유통업은 각 업종이 갖는 시간-공간적 제약, 독점과 경쟁, 매출과 이익 등에 대해 손에 잡히는 물건, 눈에 보이는 사례를 들면서 설명을 했습니다.

숨겨진 메시지, 살아 숨쉬는 메시지
저도 강의하면서 깨달았지만, 수많은 기업과 업종간 연관성의 뿌리에는 거대한 재벌그룹의 행보가 많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공부가 되었던듯 합니다.

최소한, 이제 길에 다니면서 보이는 간판들, 광고에 나오는 제품들을 자신의 눈으로 식별하고, 또 열렬히 부르짖는 메시지의 이면에 사업자들의 속마음을 짐작이라도 하게 되었으니 아이들에겐 좋은 시간이었을것입니다. 다는 이해 못해도 각 산업과 기업마다 뚜렷한 심상은 심어져 있으니 말입니다.

실제로 사회 과목 공부할 때는 아이들이 깜짝 놀랄만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지방의 공업단지 이야기가 나오면 중화학 공업의 특성과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스토리를 쉽게 끄집어 내 발표해서 선생님을 놀래키기도 하고, 왜 주요 광고사들이 재벌기업 소속인지도 잘 이해하는 점을 보면 목 아프게 가르친 보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즐거운 배움과 가르침
마찬가지로 저 또한 아이들과 봄, 여름 그리고 가을까지 지나며 주말마다 나눈 수많은 대화들이 너무 즐거웠고, 제 자신도 산업을 한 눈에 조감하면서 새로운 통찰도 많이 얻었으니 모두가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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