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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Inuit 2011. 5. 24. 22:00
예전 학창시절 돌이켜보면 가장 재미없던 수업은 단연 도덕이었지 싶습니다. 그냥 착하게 잘 살면 되지 뭘 과목으로까지 배우나 싶고, 이런건 가정 교육의 문제지 왜 학교에서 가르칠까 의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흔 넘은 지금 곰곰 생각해보면, 도덕은 가장 중요한 가치인것은 분명합니다. 굳이 과목으로 필요했는지를 별론으로 둔다면 과목으로라도 한 자리 차지할 의미는 충분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항상 판단하고 결정하고 관계맺어야 하는 인간 사회의 일원인 한은 늘 부딪히는 이슈니까요.

Michael Sandel

(Title)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

처음에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그저 사회적 심상으로 여겼습니다. 순수해서 그만큼 파괴력이 있는 질문,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유행한다는건 정의가 부재한 세태의 시대정신으로 읽혔습니다. 물론, 그 시대정신도 분명 큰 작용을 했겠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책 자체가 가진 풍성한 함량의 논의 자체가 사람들 마음에 통했다는걸 책 읽고서 알았습니다.

삶의 지침이 되는 도덕, 정의, 쉽게 말해 무엇이 옳은가에 대하여 우리는 한번도 제대로 생각해볼 기회 없이 지내왔습니다. 그래도 문제 없는건 대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스스로도 많이 고민했고, 암묵적으로 가족, 학교, 지인, 커뮤니티를 통해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먹구구 셈법은 미분 만나면 머리에 쥐만 나게 마련이지요. 

예를 들어, 낙태나 동성혼은 금해야하나요 허용해야 하나요, 그 결론의 이유는 뭔가요? 애국심은 도덕의 기준이 될 수 있나요 없나요? 아마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 마음 속에 있지만,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만일 토론에 참가했다면 첫마디 꺼내고 반박당한 후에 한마디도 이어가기 힘들 것입니다. 다소 감정적인 결론이라서 그렇습니다.

정의는 삶의 지침입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의사결정의 중요한 잣대가 되고, 그 결정이 쌓여 자신의 삶을 규정하고 또 주변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런면에서 샌델 선생의 '정의론'은 매우 귀한 교훈을 줍니다. 최대 다수의 행복을 말하는 공리주의,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유주의, 그리고 순수실천을 위한 이성을 강조하는 칸트의 정언명령 등이 콜라주처럼 인생의 주요 결정순간에 틈입하게 마련인데 그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아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배움입니다. 저는 이제야 이 부분을 진지하고 통합적으로 고려하게 된게 아쉽기도 하고,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도 했습니다.

샌델만의 매력은 서로 상충하는 여러가지 정의론이 대립하는 부분을 화해시킨 점입니다. 특히, 제가 제도권 수업에서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존 롤스의 정의론은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됩니다. 재능마저 랜덤하게 부여받은 요소로 보는, 사회 약자에 대한 지지적 시각을 배웠습니다.
그보다 가장 찬란한 부분은 공동체주의입니다. 결국, 합의나 의무 이외에도 공동체적 시각에서의 정의란 부분은 교과서 속 정의와 도덕이 거리의 도덕과 손 잡게 해줍니다. 또한 동양적 도덕과 정의론과도 공존이 가능합니다. 저는 머리를 치는듯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저는 논리학, 산업경제 강의에 이어 다음에 세션을 열면 교재로 이 책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같이 이야기나누고 뜻을 쫓으며 배움을 체화하고 나면, 평생의 큰 도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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