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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a, 베네치아

Inuit 2011. 7. 19. 22:00

Dirk Schumer

(Title) Leben in Venedig

베네치아는 참 매력적인 곳입니다.

세계의 모든 관광객이 모여드는 꿈의 도시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곳에 터잡고 사는 사람들에겐 어떤 의미일까요. 관광객을 관광하는 정주민일까요, 일상과 특별함이 뒤섞인 혼돈의 공간일까요, 아니면 그냥 사람 사는 경치좋은 동네일까요.

여행자는 항상, 매우 잘 잡힌 구도와 고화질의 여행 사진, 그리고 다녀온 사람들의 찬미에 에둘려 떠나기 전에 과도한 환상을 갖습니다. 현지에 도착하면 기대와 다른 다른 평범함, 예상에 없던 불편함에 다소간의 실망을 합니다. 하지만, 또 상상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아름다움과 잊지 못할 추억, 감정, 이야기거리를 한껏 싸들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이내 다시 그곳을 그리워하게 마련이지요.

그런면에서 미리 여행지의 내밀한 치부를 들여다 보는 재미는 미묘한 설레임이 있지요. 이 책은 베네치아가 좋아서, 베네치아에 주재했던 독일 기자가 쓴 현지의 다양한 이야기들입니다. 컨셉 면에서는 제가 늘 이야기하는 큐리어스 시리즈와도 일견 유사합니다.

하지만, 저널리스트 특유의 냉정한 시각과 늘어지지 않는 이야기 솜씨는 그 어느 큐리어스 시리즈보다 더 낫습니다. 게다가 어정쩡한 함량 미달의 큐리어스 이탈리아와는 천양지차입니다. 차라리 베네치아처럼 한 지역만 집중적으로 조명해도 충분히 매혹적이며 정보가 넘칩니다.

그럼, 모두가 예찬하는 베네치아의 뒷면에는 어떤게 있을까요?
제가 가장 놀란 첫째는 음식의 질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입니다. 이탈리아 어느 곳보다도 맛없고 비싸다는 저자의 말에 흠칫 놀라버렸습니다.
게다가, 중금속에 오염된 조개와 사람 신경 돋구는 모기는 어떤가요. 한 여름에 숨막히는 더위와 습기도 왠지 베네치아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런 점들은 여행 전에 물의 도시 베네치아만 꿈꾸던 단계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자동차가 못다니고 쓰레기통이 없다는 소리는 눈앞에 닥치기 전까지는 그냥 낭만에 불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베네치아를 '까지도, 빨지도' 않고 담담히 다양한 도시 구석구석의 이야기들을 엮어 놓습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베네치아를 더 사랑하게 되지요.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희생하여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선원을 돕는 마리오 신부, 전통을 지키는 인쇄장인과 곤돌라 장인들, 마지막 남은 이탈리아 좌파의 보루, 카사노바를 배출한 도시, 동양 무역의 중심지이자 유리의 명소, 서구 제국주의의 시발점, 비엔날레의 개최지, 비발디의 고장, 바그너가 와서 죽은 바로 그 곳 베네치아입니다. 여느 도시라면 한 두 개의 스토리만으로도 훌륭히 브랜딩할 소재이고, 수많은 관광객이 모일 재료가 중세부터 현대까지 응축된 그곳입니다. 그러니 관광객이 꾸역꾸역 밀려들 밖에요.

그래서 이 책은 살랑이는 카사노바나 약빠른 베네치아 상인을 닮기도 했습니다. 치부를 밀고하듯 조근조근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듯 베네치아를 흠모하게 되고 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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