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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언덕으로 떠나는 로마 이야기

Inuit 2011. 7. 24. 22:00
세상에, 로마에 언덕이 몇개 있는지 알고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파리에는 몇개의 언덕이 있나요? 런던은? 하다못해 서울은 어떤가요?

김혜경

그러나 고백컨대, 제가 바로 로마의 언덕에 관심있는 사람입니다. 특별히 언덕에 매력을 느낄 까닭도 동기도 없습니다. 그러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름도 외워지지 않는 언덕 개념으로 지역을 범주화하는 것을 보면서, 로마의 언덕은 제게 막연히 생경하고 한편 동경하는 마음이 생겼더랬습니다. 일곱 언덕의 쓰임새, 지위, 각 언덕에 자리잡은 유적과 역사 등이 무척 궁금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제 지식에 대한 탐심을 흡족히 채워준 책입니다. 먼저 궁금증부터 해결해 볼까요.

1. 팔라티노(Palatino)
세상 모든 궁전들(팰리스)의 어원이 된 팔라티노입니다. 로마가 창건한 가장 유서 깊은 곳이지요. 따라서 초기 로마의 정치, 경제 중심지였습니다. 원로원과 공회당(foro), 갖은 신전들과 개선문이 즐비한 언덕입니다. 언덕 밑에 콜로세움까지 놓고 보면 로마의 태생지라 봐도 무방합니다.

2. 카피톨리노(Capitolino)
영어 수도(capitol)의 어원이 되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실제 중심지 기능은 팔라티노가 했지만, 로물루스가 로마를 창건한 곳은 바로 이 언덕이었습니다. 초기 로마 시절에는 작고 외부를 면한지라 주요 유적이 많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현대의 로마시청, 통일로마의 상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등이 모여 있어 근대 로마가 형상화된 곳입니다.

3. 아벤티노 (Aventino)
팔라티노가 귀족과 정치인의 중심무대라면 단연 아벤티노는 평민의 언덕입니다. 카피톨리노 언덕에서 추락사형을 받은 평민의 수호자 그라쿠스 역시 아벤티노에 거주하며 활동을 했지요. 그러나 로마가 제국으로 커지면서 이 언덕도 황제들과 귀족의 거점이 되었고 서민들은 테베레강 건너를 뜻하는 트라스테베레로 중심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그 역사와 궤를 같이하여 대전차 경기장, 카라칼라 황제가 세운 목욕장, 순례자의 안식처 코스메딘의 성모 마리아 성당 등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4. 첼리오 (Celio)
아마 일곱언덕 중 가장 듣보잡에 속하는 언덕일 것입니다. 아피아 가도가 여기서 출발하듯 로마의 관문 역할을 하는 언덕입니다. 제국 로마 시대에 큰 건물들이 빈터를 찾아 자리잡았습니다. 로마 7대 성당에 해당하는 라테란의 성 요한 대성당과 예루살렘의 성 십자가 대성당이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성 십자가 대성당은 진짜 예수가 못박힌 십자가를 가져와 기린 것이라고 알려져 있고, 유명세는 덜해도 예수가 직접 오른 계단을 가져다 만든 성 계단 성당도 있습니다. 이곳은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황제와 그의 어머니 헬레나 성녀의 흔적이 강합니다.

5. 에스퀼리노 (Esquilino)
일곱 중 가장 높고 넓은 언덕입니다. 여행자들의 이정표 테르미니 역이 기대고 있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로마 4대 성당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입니다. 여름에 눈 내린 자리에 지었다는 신비로운 전설을 갖고 있지요. 또한 쇠사슬의 성 베드로 성당에는 미켈란젤로의 모세상이 있습니다.

6. 비미날레 (Viminale)
비미날레는 단연 직공들과 상인의 언덕입니다. 카이사르도 이곳에서 태어났듯, 완전한 평민의 언덕은 아니고 중산층의 기반입니다. 평민들의 언덕 아벤티노는 일찌감치 귀족들에게 내어줬지만 이 언덕은 서민적 분위기를 유지하며 지속해 왔습니다. 로마 오페라 극장과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지은 욕장과 로마국립박물관이 있습니다.

7. 퀴리날레 (Quirinale)
북미대륙에 인디언이 있었다면, 로마 지역에는 사비니 족이 있습니다. 퀴리날레 언덕에 자리잡고 살던 사비니 족은 어느날 카피톨리노에 터잡은 한 무리의 청년들에게 여자들을 강탈당합니다. 엄청난 충돌이 있었고 사비니의 딸, 여동생이자 로물루스 무리의 아내들이 여인네들이 중재하여 사비니는 퀴리날레 언덕을 영토로 화평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 사비니와 로마는 다시 전쟁을 하고 역사에서 사라졌지요. 어찌보면 로마의 어머니들을 공급하고 역사에 한 줄 남은 사비니 족입니다. 퀴리날레 언덕에는 대통령 궁인 퀴리날레 궁, 로마 패키지의 아이콘 트레비 분수, 스페인광장 등이 있습니다.
사실, 로마의 일곱언덕은 키케로나 베르길리우스 등의 문필가가 이미 규정했던 개념입니다. '일곱 언덕으로 이루어진 도시'랄지, '영원한 일곱언덕의 도시'라는 명칭으로 유명해서 로마의 일곱언덕이 인구에 회자되게 된 것이지요.

골목에서 길을 잃어도 유적과 마주친다는 로마. 그 무수한 유적도 이렇게 일곱 언덕으로 묶어보니 이해가 쉽습니다.

마무리하기 전에,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미묘하게 아쉽습니다. 매우 공들인 책이라 함량 미달은 아닙니다. 곳곳에 있는 사진과 그림은 이해가 쉽게 잘 선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읽는 책은 아닙니다. 

이유는, 두가지로 추정이 됩니다. 하나는 너무 정보 전달에 치중해 수많은 정보를 담으려 과한 노력을 했다는 점, 둘째는 로마에 오래 산 저자 자신이 글쓰기에 능하지 않아 매우 보수적이고 건조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그 수많은 장소를 위치도 표시하지 않아 읽는 내내 시간 소모가 큰 '지식의 저주'도 문제 있구요.

더 큰 문제는 일곱언덕 잘 설명하고 강건너 트라스테베레 설명까지는 그렇다해도 후반부를 꽉 메우는 온통 기독교적인 내용은 사람 숨막히게 합니다. 스스로 종교적 열정에 들뜬 느낌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느낌은 정보가 많아 알차지만, 여행지 설명문 모음집이란 인상이 강합니다. 참고서처럼 펼쳐보고는 싶지만 그냥 궁금증 있는 사람 읽어보라고 추천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도 매력적인 도시 로마의 일곱언덕의 형상이 머리에 잡힌 것으로 흡족하고, 빈공간이 있다면 가방에 넣고 가고 싶은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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