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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nze 2011] 4. Duomo @ Santa maria del fiore

Inuit 2011. 8. 6. 22:00
시차증도 가시지 않은 채 그림 같은 베네치아를 하루 종일 보고, 다시 뭍의 메스트레에서 아침을 맞으니 마치 꿈을 꾼 듯 합니다. 다음 도시는 아들의 도시인 피렌체입니다.

호텔의 발코니에 서면 빼곡한 건물 사이로 웅크린 거인 같은 두오모가 보입니다. 과연 피렌체의 랜드마크답습니다. 마법에 홀리듯 짐풀고 바로 두오모로 향합니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은 피렌체의 명사들이 총집합한 곳이지요. 내부에는 최초로 원근법을 시도한 마사초의 '삼위일체'가 있습니다. 성당의 겉모양은 기하학적 정렬에서 미학을 추구한 르네상스의 선구자 알베르티의 손길이 닿아 있지요. 재료의 질감이나, 부피의 굴곡이 아닌 거대한 제도판에 그린 패턴으로 자아내는 미감은 색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성당 안에 들어가 구경을 하고도 싶었지만, 서둘러 두오모를 보고 싶은 마음에 광장으로 향합니다. 두오모 바로 앞에, 기베르티가 20년 걸려 만든 청동 문을 한참 감상합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나오는 문짝입니다. 그냥 문이 아니라 청동 조각의 종합 모듬 세트입니다. 장식마저 완결된 작품들입니다. 다만, 산술적으로 계산해서 저게 20년씩이나 걸릴까 궁금은 했습니다.

그리고 두오모. 


올라가 봐야지요. 하지만, 피렌체도 베네치아처럼 관광객으로 넘쳐 납니다. 낮에 도착하니 이미 쿠폴라 오르는 엘리베이터 줄은 너무 깁니다. 뙤약볕에 두세 시간은 족히 기다리게 생겼습니다. 체력도 아깝지만, 시간이 더욱 아깝지요.

그래서 두오모 곁, 조토의 종탑으로 갔습니다. 종탑은 쿠폴라 높이까지 자력으로 걸어올라가야 하는 대신, 줄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쿠폴라 고도의 피렌체 전망은 물론이고, 쿠폴라 풍경까지 덤으로 볼 수 있으니 탁월한 선택이었지요. 



사실, 피렌체 가기 전까지만해도, 두오모 가서 멋지다고 경망떠는 평범한 관광객은 되지 않기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피렌체를 풍경 중심이 아니라 의미 중심, 스토리 중심으로 읽으려 많은 공부를 했지요.


예를 들어 메디치가와 두오모는 각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피렌체 대성당에서 위대한 로렌초와 그의 동생 줄리아노에 대한 파치 가문의 습격이 있었지요. 이 습격이 성공했다면 메디치는 초기에 대가 끊기며 멸족했을 겁니다. 하지만 위대한 로렌초가 살아남으면서 반대파는 피의 숙청을 당하게 되지요. 그리고 그의 아들은 클레멘스 7세, 죽은 줄리아노의 아들은 레오 10세가 됩니다. 두명의 교황을 배출하면서 메디치 가문은 위세를 더하며 흥하게 되지요.

그런데, 의미고 역사고 다 떠나서 두오모는 그냥 대단했습니다. 압도적인 위력이었습니다. 의지는 가볍고, 감탄은 둔중했습니다. 
흰색, 붉은색, 초록색의 대리석을 따로 깎아 짜 맞춘 거대한 부피, 산을 깎아 만든 대리석으로 다시 산을 만든 인간의 의지, 완공을 하고도 그 무게를 못 이겨 쿠폴라 없이 오래 지낸 세월, 홀연 나타난 천재 부르넬레스코가 날렵히 얹은 그 쿠폴라 지붕. 4백만장 벽돌을 겹으로 쌓아 공학적으로도 안정감 있지만, 공학 따위 관심도 없는 동서, 남녀, 노소 누구나 보면 가슴 저리게 우미한 그 쿠폴라.
 
그냥 닥치고 감상하고, 한참 더 보고, 질리도록 보고, 질리기도 전에 배가 먼저 고파 내려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