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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 2011] 19. Hard walking

Inuit 2011. 8. 31. 22:00
쇠사슬의 베드로 성당은 미켈란젤로의 모세상 때문에 꼭 가고 싶었던 곳입니다.

대리석에 붓질을 했다는 평을 듣는 부드럽고 섬세한 조각이 특징입니다. 무엇보다, 미켈란젤로 자신이 모세를 조각해 놓고, '왜 말을 안하는가?'라고 물었다니 할 말 다 했죠. 안 볼 수 없습니다.

쇠사슬 성당이 관광객 주요 루트에 있지 않은 탓인지, 파업 탓인지, 꽤나 한산한 교회에서 모세 상을 한참 바라 봤습니다. 머리에 뿔이 독특하다 했더니 아들이 설명을 해줍니다.
"유대 말로 후광이란 말이 뿔과 유사한데 와전이 되었대요. 그래서 미술품에 종종 뿔을 넣은 경우가 많대요."
"그렇군."

성당의 가운데에는 베드로를 묶었던 쇠사슬이 있습니다. 그래서 쇠사슬의 베드로 성당으로 불리웁니다. 이런 유니크 아이템을 보면 신화적 종교에서 역사적 종교로 관점을 이동해서 보게 됩니다. 예전 베드로와 바오로가 활동했던 이 땅 로마란 사실을 새삼 확인합니다.

다행히 예상대로 테르미니 이외의 지역에선 택시 잡기가 수월합니다. 한 십 분 기다린 끝에 택시를 잡아타고 핀초 언덕으로 갑니다.

핀초는 포폴로 광장 위의 언덕인데 조망이 좋습니다. 보르게세 공원의 일부이기도 해서 숲이 시원할듯 했습니다.

역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언덕위 공원에서 젤라토와 함께 휴식도 취하고 더위를 식힙니다. 

이후에 포폴로 광장으로 내려왔습니다. 여기는 쌍둥이 교회로 유명한데 정확히 쌍둥이는 아닙니다. 포폴로 광장은 우리말로 인민 광장이지요. 로마로 들어오는 관문이기도하고 여기부터 베네치아 광장까지 일자 도로가 나 있습니다.

이후로는 아우구스티노의 영묘에 갔는데 공사중이라 멀리서만 바라 봤습니다.

스페인 광장은 파업을 하든, 더위가 작렬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젊음의 열기로 끓고 있었습니다.

퀴리날레 언덕에는 독특한 분수가 있습니다. 사거리 모퉁이마다 놓은 '네개의 분수'인데 예술품을 실생활에 던져 놓는 로마의 미적 감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피렌체에서는 이렇게 미술품을 대중이 항상 감상 가능하도록 광장이나 거리에 놓는 것 자체가 사회에 대한 기여로 여겨졌었지요.

마지막은 테르미니 근처의 '천사와 순교자들의 성모 마리아 성당(santa maria degli angeli e dei martiri)'에 갔습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욕장'이 있던 자리에 남은 벽을 그대로 이용해 만든 교회입니다. 이런 천재성이 미켈란젤로에 의해 발휘되었다 해도 이제 더 이상 놀랄일은 아니지요.

원래의 곡선을 그대로 살린 솜씨도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내부의 아름다움은 상상 이상입니다. 원래 욕장의 옹벽이 높았던 지라 내부공간의 부피가 엄청나고, 높이가 까마득한 지경입니다. 


아침에 황당한 파업 때문에 다소 곤란도 겪었지만,  크게 무리하지 않고 쉬엄쉬엄 걸으면서 로마의 마지막 여정을 즐겼습니다. 의도 이상으로 걸었지만, 스스로 걸을 수 있어 마음 가는대로 볼 수 있는 사실을 새삼스레 감사도 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욕심을 낼 수도 있었지만, 로마의 마지막 밤은 일찍 쉬면서 가벼운 비노와 함께 자축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