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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Inuit 2011. 9. 9. 22:00
돈 잘 버는 런던의 금융인이 잘 나가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사고 팔며 경제의 새로운 면에 눈을 뜬다.
컨셉이 참 명료하면서도, 흥미진진합니다. 이미 플롯에서 반은 성공하고 들어간 책입니다. 이 책을 사 놓고도 아껴 두었다 휴가 때 비행기에서 읽었습니다. 세계라는 책의 배경과 캐주얼한 전개가 휴가 여행에 딱 맞겠다 싶었습니다.

Coner Woodman

(Title) Around the World in 80 Trades

보이지도 않는 거액을 모니터로 거래하고, 거대한 회사를 서류로 사고 파는 증권과 금융세계. 현대경제의 총아이면서도 지나치게 가상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2008년 세계를 광풍처럼 쓸어버린 서브프라임 모기지 역시 실물 없이 파생상품이 꼬리를 물다가 거품처럼 주저앉은 현대 경제의 병폐를 드러낸 사례이지요.

우연히 실크로드에서 과거에 세계 경제를 움직였던 무역상들의 활동에 착안해 저자는 실제로 현대판 실크로드를 구상합니다.수단의 낙타를 사서 이집트에 팔고, 다시 잠비아의 커피를 사서 남아공에 팔고, 남아공에서는 와인과 칠리 소스를 사서 중국과 인도에 파는 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가혹한 낙타상인과 피말리는 흥정도 하고, 밤새 고기잡이 나가 150엔을 벌었지만 손해보지 않은 것에 행복해합니다. 물론, 와인이나 계절상품을 통해서는 큰 돈을 벌기도 하지요.

사실 상거래가 포함된 여행기라 해도 좋을만큼 가볍고도 잘 읽히는 책이지만, 그래도 굳이 따지면 배울만한 진리가 많습니다. 협상을 잘 알아도 현장에서의 흥정은 또 다른 맥락이 있다든지, 브랜드를 통해 부가가치를 낸다든지, 현금흐름이 나쁘면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귀한 교훈들 말입니다. 사실, 배워서 아는 진리도 거리에 나서면 새로 겪으며 다시 체득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자 역시 책상의 지식을 거리에서 다시 지혜로 터득해 나갑니다. 그리고 목표한 수익을 올리고 영국으로 귀환하지요.

물론 이 숨가쁜 여행의 결정적 차별성은, 저자가 막다른 골목에 부딪힐 때마다 기가 막히게 나타나는 현지 전문가입니다. 처음에는 저자의 인맥이 그만큼 좋은가보다 했는데, 그 지역적, 구색적 방대함이 엄청나, 과연 젊은 런더너가 쉽게 쌓을만한 네트워크인지는 신뢰가 안 갑니다. 출판사나 방송사 같은 네트워크의 허브가 있다면 모르겠지만요.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고전을 패러디한 제목만큼이나, 책은 매끈한 상업적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마시멜로 식의 내용보다 과한 포장이란 뜻은 아닙니다. 얄미우리만치 정교하게 편집되고, 적절히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어 읽기에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경제와 시장원리에 대해 직설적인 접근을 합니다. 마치 요즘 드라마들이 상업적 공식으로 투박함 없이 만들어지지만, 그래도 재미나서 몰입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게다가 저자는 같은 내용을 방송 컨텐츠로도 만들어 부와 명성을 쌓았지요. 국제적 보따리 장사를 통해 번 2만5천 파운드의 몇 십배는 벌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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