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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아지면 달라진다

Inuit 2011. 11. 2. 22:00
일주일에 TV 몇시간이나 보시는지요? 지친 현대인의 휴식에 TV만큼 편한 매체도 없지만, 그 시간이 무용하고 아깝다는 생각 든 적 많을겁니다. 그 생각을 나만 할까요? 만일 TV 시청시간의 무가치함을 인정한다면, 그 무용의 총합은 어떨까요?

세계 평균의 TV 시청시간은 주당 20시간입니다. 평일 두시간, 토일 5시간에 해당하는 정도이니 우리나라 평균은 이보다 높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세계에서 TV에 소비하는 시간은 연간 1조 시간입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시간인가요? 위키피디아를 만드는데 소비되는 시간이 1억시간이라고 합니다. 즉 우리 모두의 TV 시청시간을 평균 1%만 위키피디아 만드는데 쏟는다면 1년에 100개 이상의 위키피디아에 해당하는 지적 자산을 만들 수 있습니다.

(Title) Cognitive surplus 

물론, 각자 사용하는 시간을 통합적으로 건전하게 돌리고 정렬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고, 모두의 흩어진 시간은 지금껏처럼 아스라히 사라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시각이 중요한 의미를 띄는 것은 두가지 지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첫째, 이런 인류의 여가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로 전환하여 바라보는 자체로 가치를 찾아낸 점입니다. 셔키는 이 사회적 자본을 인지 잉여(cognitive surplus)라 명명합니다. 둘째, 단순히 다 한데 모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상상만 하는게 아니라, 디지털 세상의 다양한 도구를 이용하여 실제로 구현 가능해진 시대적 타이밍을 잘 읽었다는 점입니다.

사회적 제보망인 우샤히디(ushahidi.com)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동방신기 팬클럽에서 분출된 촛불시위, 그리고 카풀 주선 사이트, 팬클럽에서 발전해 자선단체가 된 그로바나이트 등의 사례를 통해 집단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현 시대에서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인지 잉여를 통합하여 생산적으로 전환에 대한 가능성을 봅니다.

전작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로 이미 성가를 날린 저자, 클레이 셔키는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통찰을 제시합니다. 책의 전반적 구성은 이러한 사회적 자본을 통합하여 전환하는데 필요한 구성 요소를 수단과 동기, 기회란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조감하고 해석하며 제시합니다. 행동은 기회를 통해 걸러진 동기라는 셔키의 철학에 따른 구성입니다.

전체적으로 책의 내용은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시사점이 풍부한 재미가 있습니다. '인지 잉여'라는 원제를 과감히 버리고 '많아지면 달라진다'는 감각적이면서도 뜻이 통하는 한글 제목을 뽑아낸 정도로 번역의 센스와 매끄러움도 돋보입니다.

쉽게 폄하하자면, 이 책의 내용은 드러커 선생의 '무상 경제'를 디지털 경제 버전으로 버저닝한 것입니다. 또한, 공들여 논증하되 대안이나 실행 측면에 대한 배려는 흐물흐물한 아카데미즘이 강한 책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책의 가치를 높이 평가합니다. 숨어서 사라지는 가치를 발견했을 뿐 아니라, 그 상세한 해부학을 제시한 점에서 인류의 거대한 움직임의 초석을 놓았기 때문입니다. 해부학적 교과서가 나온 이상, 상황에 따른 수술과 치료는 세계 각지에서 일어날 것이고 놀라운 시술법은 속속 발견될 것입니다. 비즈니스 기회와 사회에 대한 기여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반드시 출현할 것입니다. 학자가 해야할 적절한 가치를 이뤘으며, 그로 인해 본인도 유명해지고 돈 버는 멋진 모습을 보였다고 판단합니다.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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