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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 미학

Inuit 2011. 12. 13. 22:00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 고등학교 다닐 때는 '수학의 정석'이라는 책이, 교과서를 넘는 표준적 지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한데, 대부분 학생의 정석책은 첫머리인 집합과 명제만 거뭇하게 손때를 타고, 미적분 쪽으로 가면 뽀얀 모습을 간직했지요. 그리고, 맨 마지막의 확률과 통계. 여기는 잘못 건드리면 손 벨 정도인 친구들이 태반이었습니다.

물론 기초부터 쌓여야 하는 학문의 특성 상 끝까지 완독하기 어려운 탓도 있지만, 아무리 독한 마음으로 덤벼들어도 좀체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이 통계와 확률인 탓도 크지요.

최제호

통계에 대해 사례 위주로 쉽게 풀어쓴 책이라해서, 가볍게 머리나 식히려 집어 들었습니다. 결론만 말하면, 꼼꼼히 공들여 작성한 품은 충분히 인정하는데, 그리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네요. 

통계를 전공했고, 통계를 현장에서 응용한 전문인으로서 저자의 식견은 학문적으로 적확합니다. 또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통계의 개념을 설명하려는 노력은 가상합니다.

다만, 교양 과학 서적이라는 상품으로 보면 매력이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학문적 기술은 교과서에 준하게 정론적입니다. 어투가 부드러운 점을 빼면 교과서와 차별을 느끼기 힘듭니다. 그러다보니 저처럼 통계와 확률을 충분히 숙지한 사람에겐 매우 따분합니다. 애초, 원했던 부분은 다양하고 재미난 사례였는데, 사례 자체도 신선하거나 인식의 전환적인 울림이 없습니다. 제가 가장 실망한 부분이 여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책 한권으로 적어내다 보면 저자의 내공으로 보아 몇가지 강렬한 토픽이 있음직도 한데, 그저 국내외 쉬운 사례 뿐입니다. 즉 사례에서 우러나는 상품성보다 교과서 내용의 설명적 역할에 그치고 마는 점이 아쉽습니다.

물론, 저자의 지향점을 제가 순수히 혼자 곡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통계책이 난무하는 형편을 고려하면 제 기대가 그리 답답한 바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위험(risk)를 변동성(volatility)이 아닌 위태로움(danger)로 이해하는(페이지 266) 저자의 아카데믹 넘치는 세상인식에서 이미 책의 밋밋함은 예고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리스크의 변동성 개념이 통계에서 나왔는데 말이지요.

정리하면, 데이터의 수집과 가공, 평균과 분산의 분명한 관찰, 비교에 따른 인과관계의 형성, 그리고 확률을 통한 의사결정에 이르는 통계의 개념을 찬찬히 다시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겐 쓸만한 교재입니다. 다만, 그런 공부의 목적이라도 꼭 이 책이어야 하는 이유는 찾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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