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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도쿄를 만나라

Inuit 2013. 3. 17. 10:00

제목만 에러다.


책을 덮으며 든 느낌이 딱 이랬다.
잘 알려진 스페인 여행서의 아류작스러운 이 책은, 제목만 경망스럽다. 그러나, 내용은 만족스럽다.

내가 책을 읽으면 하는 몇 가지 일이 있다. 책 DB에 status를 다 읽음으로 바꾸고 별점을 입력한다. 그리고 간단한 인상 평을 적고, 주말에 좀 긴 리뷰를 적는다. 이 별점 시스템에서 5점 만점을 받는 책은 1년에 한 두권이니 대개 실제적 만점은 별 네개가 최고다. 그냥 괜찮은 책은 별 셋.
이 책은 주저없이 별 넷이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 책의 미덕을 모두 갖췄다.

제일 중요한 것은 당연히 현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다. 하지만, 일반 가이드북이 반복하는 테마와 카테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냥 낙제점이다. 그럴 바에는 건조한 가이드북이 낫다. 이런 면에서, 현지에 솥단지 걸고 살아본 사람의 말을 난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가급적이면 뼈 묻을 각오하고 간 사람(그가 한국인이든 제3국인이든)이 낫다. 인도네시아처럼, 현지에 정통하면서 동시에 글까지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그나마 오래 살아본 사람을 높이 본다. 이 책의 저자는 직접 현지인과 소통하며 문화에 대한 눈을 떠가고 그 과정을 잘 적어 놓은 점이 일단 합격점이다.

그 좋은 척도는 현지어다. 현지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그로 인해 현지 정서를 정확히 읽을 수 있다면 그로서 만족이다. 같은 관점에서 러시아 책은 사진말고는 다시 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별점 두개를 받았다. 

다음으로 평가하는 부분은 저자만의 독특한 관점이다. 이 부분은 숨겨진 경관, 맛집 등으로 귀결되지만, 그보다 현지에서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정서나 기류를 가이드 해주는게 큰 공헌이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솥단지와 현지어를 이야기한 까닭이기도 하다. 여행자가 가이드에 의지해서는 절대 읽을 수 없는 현지의 중요한 정서나 문화가 있다는 점을 난 잘 안다. 이 부분을 단 하나라도 짚어준다면 그 책은 책값 이상의 가치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점이 뛰어나다. 일본 이전에 중국 등에서 살아본 다문화 경험이 있어 더 미묘한 차이를 잘 맡아낸다.

마지막 하나를 추가한다면 책으로서의 가치다. 난 좋은 책은 단연 잘 읽히는 책이라고 믿는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독자를 질리게 만드는 책은 결격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여행 책은 재미읽게 읽혀야 한다. 일반화하기 힘든 개인적 스토리가 들어가든, 문체가 경쾌하든, 시각이 섬세하든 매력이 있어야 잘 읽히고 좋은 여행 책이다. 저자 김동운 씨는 일본인 부인과 함께 살기 위해 도쿄로 건너갔고, 처와 처가가 있는  그곳에서 도쿄를 대하기에, 시선이 따뜻할 뿐더러 현지 밀착적이다.

이런 미덕으로 잘 씌여진 여행책은 이미 현지에 가기 전에 그 곳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낯선 두려움의 여정을, 설레이는 인연과 조우의 시간으로 벼려낸다. 이번 일본 출장은 혼자 갔었다. 그 전에는 일본인 파트너건, 한국인 주재원이든 가이드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먹고, 자고, 이동하는 과정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다. 그말은 고민도 없고 느낌도 없는 대한민국 일본남도 도쿄시 정도의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혼자였고, 일어를 말하지 못하는 내 혼자의 어드벤처였다. 물론 하루 일과가 딱 짜여 있어, 혼자 점심 사먹고, 저녁 약속 찾아가는 정도의 모험이지만, 그 과정이 즐거웠다. 지루하고 고독할 수 있는 며칠이 새로운 발견과 배움이 곁들여지는 즐거운 시간이 되기도 했다. 만족스러운 책이고, 도쿄를 겉핧기식이 아니고 깊이 즐겨보고 싶은 사람에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참, 나의 멘치카츠 순례기도 이 책의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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