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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루언 행성으로 들어가다

Inuit 2013. 7. 20. 10:00
내겐 맥루언을 스승으로 생각하는 친구가 있다.
미디어가 메시지라느니, 도구는 인간의 연장이라느니 내겐 생소한 화두를 술자리에서 힘주어, 그리고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던 친구였다.
비즈니스 스쿨을 마치고, 그가 연 블로그의 이름은 PSB(Planet Size Brain)이었다.
인터넷으로 모든 사람의 지능이 연결되면 지구만한 크기의 뇌가 완성될 것이라는 뜻.
지구촌(Global village)과 도구를 신체의 연장으로 보는 맥루언에게 바치는 그 친구다운 오마주기도 하다.

(Title) Marshall McLuhan


간결히 말하면 이 책은 맥루언 평전이다.
X세대라는 단어를 만들었던 커플랜드 씨가, 맥루언을 제대로 팠다.

TV나 인터넷이 나오기 전에 그런 문명을 예견한 선지자.
미디어와 인간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준 석학.
그러나, 매우 난해하고 몽환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동시대 연구가의 무수한 오해와 후학의 수 많은 좌절을 부른 학자.
그리고, 인간을 대할 때 매우 까칠해서, 철저히 외로왔던 남자.

전형적인 천재의 모습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렌즈로 보면 그의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될 수 있다.
바로 그게 전기 작가의 할 일이기도 하다.

풍부한 함의를 잃을 각오로 간단히만 말하자.
-마셜은 자랄 때 어머니와의 갈등이 컸다. 그러다보니 논리와 무관하게 이기기 위한 말싸움에 길들여졌다.
-그는 마이너리티인 카톨릭으로 개종을 했고, 이 부분은 가족관계와 직업에 영구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마셜은 뇌에 공급되는 혈관구조가 남과 달랐다. 그래서 젊어부터 가벼운 뇌졸증 증세를 앓았다.
-말년에는 뇌의 병이 심해져서 결과에 관심없고 읊조리듯 생각의 흐름대로 소통을 했다.

이미 가버린 사람의 삶을 후세에 정확히 진단하기 쉬운 일은 아니나, 위에 말한 렌즈를 놓고 보면 마셜의 모습이 이래저래 이해가 간다.

여기에 딸려오는 몇 가지 정리.
그의 천재적 두뇌는 결국 '모종의 결함'이 좋은 방향으로 쓰인 탓이되, 결국 그를 별자리에서 땅으로 내리 꽂은 이유도 된다.
그가 강의 중 말을 닫고 허공을 응시하는, 뇌속의 거대한 우주가 통찰을 주는 장면은 영화 '페노미논'과도 유사한 느낌이다.
의학적 결과가 없어서 그렇지, 기이한 천재는 이런 뇌속의 특이구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맥루언이 난해하다고 좌절했던 후학들은 마음 놓아도 될듯. 일정 부분 '그도 모르는' 소리가 있을테다.

지금 내가 이야기한 포인트는 마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측면이지만, 책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많다.
맥루언이 미디어에 대해 가졌던 견해가 어떤 시간적 흐름을 갖고 태동하여 성장, 소멸하는지, 당시의 미국, 캐나다, 영국의 지식사회 모습은 어땠는지 등등 읽는 내내 즐거웠다.

이런 즐거운 느낌의 전기는 지금까지 딱 하나 읽었다.
둘 다 매력 넘치는 책이라는 공통점 이외에, 영국출신의 작가란 점도 있다.
영국의 블랙 유머가 빛을 발하기에는 이런 전기형식이 유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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