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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불평등의 대가

Inuit 2013. 9. 20. 22:00
이 엄청난 책을 어떻게 리뷰할까.

관례를 깨고, 책 읽는 중에 토막 내용을 갖고 포스팅하기도 했던 책이다.
책 읽으며 든 감상이 꽤 많은데 그 내용을 다 풀어쓰면 10회 연작은 나올테고, 그럴 여력은 없다.

Joseph Stiglitz

(Title) The price of inequality

 
이 책은 성인을 위한 '껍데기를 벗고서'다.

내 대학 초년 시절에는, 당연에 가깝게 읽게 되는 몇가지 입문서적이 있었다.
고등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세상보는 다른 방법을 제시하는 책들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면 운동권 서적이니, 좌경향이 강해지는 책들도 있지만, 입문서적들은 그저 중립적이었고 균형잡힌 관점을 갖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 책은 '시장'을 신성시하는 자유시장주의자들이 지배하는 현실에 대한 강한 경종이다.
나 역시 부지불식간에 시장주의에 마취되어 있었고, 책 덕분에 각성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저자 스티글리츠는 시장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장 만능주의가 기묘하게 정치와 야합할 때, 시장은 '불평등의 양산체제'로 들어섬을 설파한다.

지금 미국에 불평등, 즉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한지 아는가? 
2002~2007을 지나면서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65%를 가져간다.
원래 양극화가 그런것이라고?
천만에. 30년전만 해도 상위 1%의 소득은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숫자만 보니 감이 안 오는가?
월마트 후계자 6인의 재산이 697억달러인데, 미국 하위 30% 소득자의 재산 총합보다도 많다.

이는 엄청난 함의다.
중산층이 두터워 모두가 잘살고, 누구든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 아메리칸 드림이 딱 일이십년 사이에 깨졌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러한 불평등의 심화는 결코 시장주의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주의를 내세우면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기득권의 수작이 성공한 결과일 뿐이다.

스티글리츠는 미국 사회의 병폐를 전방위로 분석하고 비판한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부문이다. 노동가치를 능가하는 소득을 가져가는 배후에는 창의적 노력이 아닌, 약탈적 대출과 정치유착이 도사리고 있다.

연준도 문제가 심하다고 보고 있다. 즉, 경제를 본질적으로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실업을 최우선의 대책으로 삼아야 하는데, 어설픈 시장주의로 금리와 채권만 갖고 현혹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외로는 기득권의 가치를 옹호하는 교묘한 정치 시스템, 교육을 통한 부의 재분배가 어려워진 낙후된 시스템 등 미국 사회의 구석구석을 통렬히 해부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자의 주장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똑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시장은 훌륭한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시장에만 맡겨서는 불완전하다는게 이미 입증되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어떤가에 따라 그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좌우된다.
지금 등따습고 배부르다고 안주하지 마라.
불평등이 고착화되면 세상 어찌 변할지 모른다.

노벨수상자인 석학이 학문적으로 온전하고, 논리적으로 준열한 일갈.
정신이 번쩍 든다.
진짜 21세기, 성인들을 위한 '계몽서적'이다.

6월 이후 처음 별 다섯개 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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