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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략가입니까

Inuit 2013. 11. 17. 10:00
나는 전략가다.

이렇게 간단히 자신에 대해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다소 경박하거나 오만해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난 전략가이다.
비즈니스 스쿨에서 단련할 때 가장 주력을 했던 분야이고, 이후의 경력도 그러하다.
전략팀장으로 회사에 입사해 기획실장을 거쳐 CFO까지 변모는 했을지라도 전략통임에는 변함이 없다
기획안 입안이나 중장기 의제설정에서 신규사업 론칭과 기업인수합병까지 다양한 일을 했다.

장황한 서두는, 내 소개나 자랑이 아니라, 학문적 경력적인 면에서 전략에 대한 소양과 토대를 짚으려 함이다.

전략이 무엇인지, 어떤 접근을 취할지는 꽤 많은 이론과 학파가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전략의 이론책은 가까이 하지 않게 되었다.
굳이 읽는다면 실행학파의 전략서적 쯤.

그 이유는, 어느 수준을 지나면 전략이 이론 자체로는 공허하기 때문이다.
전혀 모르는 상태라면 전략서적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대략의 기초를 닦은 후라면 이론만으로 묘수가 나오지는 않음을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전략은 선택이고, 실천이고, 지속이며 프로세스로의 총합이다.
그리하여 언제부터인가는, 실행이나 통찰에 대한 주제에 천착하여 책도 읽고 공부하며, 부단히 현실에 적용하는 시도와 실천을 해왔다.

Cynthia Montgomery

(Title) The Strategist


그리고,
이 책을 보는 순간, 전율 했다.

아.. 내 고민이 세상 하나의 외로운 고민은 아니었구나.
그리고, 이 고민을 꼼꼼히 정리하는 연구자도 있었구나.

이 책은 전략의 요체를 잘 정리했다.
그리고, 이 책은 의사결정자(decision maker)를 위한 전략서적이다.
책의 요점을 굳이 발라내면 하나다.
"당신이 경영자라면, 전략을 아웃소싱하지 마라. 스스로 전략가가 되어라."

매우 울림이 큰 일갈이다.
아웃소싱이란 말을 좁혀 생각하면, 전략업무가 기업 내에서 갖는 위상과  관행은 매우 뒤틀려 있다.
기획실이랄지 마케팅실이랄지, 똘똘한 직원에게 전략수립을 지시한다. 또는 외부에 전략용역을 맡긴다.
전략 수립의 주체는 열심히 (날림으로하는 짝퉁 전략은 논외로 하자), 공들여 기가 막힌 전략을 수립한다.
전략은 의사결정자에게 보고되고, 수정과 조율 등 우여곡절 끝에 대개 승인 된다.

"좋아. 해보자고. 실행해!"

불행히도, 조직이 어느 정도 되면 입안의 주체와 결정의 주체, 실행의 주체는 다 다르기 마련이다.
아등바등 열심히 하다보면 어떤 전략은 성공하고, 상당수는 실패한다. 아무도 모르게.
큰 관점에서 돌이켜보면 과연 전략 수립 프로세스가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

저자는 명쾌히 지적한다.
전략은 단발성이 아니고 지속적 실행과정이라고. 그리고 의사결정자가 전략수립의 핵심요소 자체가 되어야 한다고.
이 부분은 조직화와 실행까지 두루두루 영향을 미치는 명제다.
이 부분에 신시아 씨의 탁월함이 보인다.

세부적 항목은 기타 전략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몇 주 지나 글쓰는 지금 사실 잘 기억도 안난다.
하지만, 책의 통찰과 사고의 틀은 그 충격이 매우 크다. 
기분좋은 머리 울림이다.

이 책은 컨설팅 펌을 무용화한다.
그리고 이 책은 성공의 비밀을 담고 있다. 
다만 그 비밀을 믿고 따라서 신실하게 실천할 사람이  100 중 하나 될까 말까할 일일 뿐.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영의 실존주의다.
그리고, 대통합이론이기도 하다. 
실행론과 자원론, 조직론, 순수전략을 다 버무려서 생각하는 틀을 제시한다.

주니어는 내 소개 보고 괜히 읽는다고 덤비다, 의외의 밋밋함에 휘둘리고, 애먼 잠과 싸우지 말라.
하지만, 매니저 이상이나 임원, 또는 조직의 명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열 일 제치고 읽어라.
내 말과 소개에 고마움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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