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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1113 파리 공격. War 3.0의 현실화?

Inuit 2015. 11. 17. 14:55

지난 주말의 파리 테러는 가히 충격이었습니다. 세계 만방에서 애도를 하는 모습은 아직 인류애가 살아있음을 보임과 동시에, 자유와 정의를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공고한 연대를 다지는 계기가 되는 모습입니다.



야단법석

이로 인해 다양한 연관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안전 확인 서비스 같은 경우, 하이테크가 어떻게 이런 재난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지 알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한편, 아직도 세상은 서구 선진국 위주로 돌아가는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요. 



소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Anonymous라는 해커그룹이 ISIS에 전면전을 선언했습니다. Anonymous는 전에 북한을 해킹하여 그 실력을 드러냈던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NGO처럼 정의만을 추구하는 집단은 아니고, 크래커, 그레이해커 등이 섞여 있는 그냥 집단입니다.




911에 비견될 터닝포인트

그렇다면 왜 이번 파리 공격(Paris Attack)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실제로 올해 1월 파리에서 이미 Charlie Hebdo 테러가 있었고, 올해 내내 프랑스 전역에 경미한 테러 또는 사전 행위가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911에 비견되는 이유는, 테러의 형태를 취한 현대전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즉, 동시다발적으로, 조직적인 스킴하에, 방어능력이 낮으나 심리적 타격도가 높은 목표물에 동시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이는 명분의 옳고 그름을 떠나, 비대칭 전력하에서의 전쟁수행 중 하나의 형태로 봐야합니다. 그래서 파리 테러라 하지 않고 파리 공격이라고 부릅니다. 911때도 무역센터의 두번째 건물이 넘어지자 자막이 본토 공격(mainland is under attack)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호들갑이 아닙니다.


War 1.0 & 2.0

정규전이 1.0 전쟁이라면, 비대칭 전력하에서의 비정규적 전투 수행은 아마 전쟁 2.0일 것입니다. 게릴라 전투가 대표적이지요. 여기서 더 나아가 작금의 상황은 War 3.0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분명 민간인의 공격은 전쟁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저열한 테러지만, 상대방이 전쟁이라 생각하면 당하는 쪽은 어쩔수 없이 전쟁국면으로 끌려오게 되니까요.  


War 3.0

만일 War 3.0이 하나의 형태로 자리잡는다면 그 특징은 세가지로 요약될 것 같습니다. 


1. 전방위 전선

War 3.0은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골치 아픈 상황입니다. 전선이 비교적 명확한 1.0 전쟁, 모호하게나마 전선과 주요 방어 타겟을 설정할 수 있는 2.0 전쟁과 다릅니다. 언제 어디를 공격당할지 알기 힘들어 효과적 방어가 어렵습니다. War 1.0시대의 종심타격 이론이 3.0으로 변화되면 공포에 기반한 심리전으로 바뀌며 후방 개념이 사라지는 상시적 전장으로 변모합니다. 테러의 악질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일상이 사라지는건 사회적 후생을 논하기 전에 트라우마적 상황입니다.

심지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난민을 받는 상황을 악용해 그리스로 난민 등록을 하고 침투한 일은, 자유와 인류애에 대한 믿음을 교란하는 몹쓸 짓입니다. 시리아 난민이 누구때문에 도망치는데..


2. 소모전

필연적으로 전쟁 3.0은 장기적 성격을 띕니다. 3.0형태의 비정규적 전투로 전쟁을 승리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지속적 전쟁상태로 상대국의 경제, 정치적 토대를 약화시키면 총알없이 체제의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이번 파리 공격으로 미국과 유럽의 선거 기조가 변하는 것이 그 일례입니다.

반면, 경제력에 기반한 비대칭 전력 상 우위를 이용하기 힘든 이유가 테러 거점을 말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번 공격에 대응해 프랑스가 ISIS 거점을 타격했다고 합니다만, 이는 전시적 의미가 더 큽니다. 테러전쟁의 본질 상 민간인과 전투수행 인력의 구분이 매우 어려운데다가 ISIS 같은 경우 복잡다단한 특성으로 지휘부 타격이나 전쟁의지 분쇄가 상당히 힘듭니다.



3. 하이테크 전

테러 형태의 전쟁은 그 연원이 깊지만 2015년 와서 그 효과가 심대해지는건 하이테크 전쟁의 요소를 차용하기 때문입니다. SNS를 이용해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지지자를 포섭하며, 감시받지 않는 통신이 가능합니다. 이를 중앙통제형 감시로 잡아보겠다는게 미국 같은 입장입니다만, 이는 스스로 체제 내 통신의 자유를 속박하는 페널티를 이미 감수하여, 사회적 비용이라는 형태로 전쟁에 휘말리는 일입니다. 민주체제의 핵심자산인 소통의 자유를 비용으로 치르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Anonymous의 참전은 흥미로운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공격과 방어의 모양을 규정하기 어려운 불특정한 성격,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임의적 행위주체의 개입, 그리고 어느 중앙정부보다도 네트워크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집단의 '피 흘리지 않는' 전투능력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느냐를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촛점이 프랑스지만 전선의 확대는 유럽 어느나라도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3.0 전쟁터이고 비교적 안전한 아시아 국가도 어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예상컨대 당분간은 여태껏 미뤘던 ISIS 거점의 소탕작전이라는 전쟁 2.0 시대의 틀로 대응하리라 봅니다만 어쩌면 3.0 전쟁에 맞는 대응체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쪼록 더 이상의 어처구니 없는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즐겁게 여행하고, 맘편히 출장갈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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