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까 걱정했는데 다행으로 날이 좋은 아침입니다. 제일 먼저 루이스 다리로 갔습니다.

 

포르투하면 클리셰처럼 나오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좁고 깊은 계곡 위 170미터 위를 지나는 동 루이스 1세 다리는 그 자체로도 감탄이고, 올라서서 강과 도시를 둘러보면 압도적 장관을 자랑합니다. 루이스 다리는 철의 마법사 에펠이 지었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면 파리 에펠탑의 건축미를 닮은듯도 합니다. 물론 트러스 구조라 유사한 인상을 보이긴 합니다만, 항공공학자 에펠의 공기역학적 감성이 어떻게든 배어 있을 수도 있겠지요.

 


다리 중간에서 보는 포르투는 가경입니다. 제가 본 도시 중 베니스에 견줄만 합니다. 베니스가 좀 더 환상적이라면 포르투는 보다 도시의 기능이 충실한 아기자기함이라는게 차이입니다. 다리를 걸으며 볼 때마다 아름다워 계속 사진을 찍게 됩니다. 나중에 보면 다 비슷할걸 알면서도 그렇게 됩니다.

 

리스본과 포르투가 왜 그리 이쁜가 곰곰 생각해보니 언덕의 마법 같습니다. 다채로운 건물들이 언덕을 따라 수직으로 깔리니 각각의 모양이 점묘하듯 도시 미관을 구성합니다. 아무리 예쁜 건물이 많아도 파리처럼 건물고가 평탄하면 지붕의 모양과 도로, 강이 이루는 패턴으로 도시 풍경을 만드는데, 포르투와 리스본은 수직방향으로 거리를 들어올린 모양새니 입체적이고 생생합니다.

 


상 벤투역에서 동 루이스는 매우 가깝습니다. 그리고 다리를 건너면 세하 두 필라르 전망대(miradouro da serra do pilar)가 있습니다. 보통 다리만 보고 다시 포르투로 되짚어 가거나 케이블 카를 타고 강변으로 내려가는데, 호텔 직원분이 이 전망대도 가보라고 해서 조금 더 걸어올라 전망대에 갔습니다. 다리까지 포함해서 보이는 포르투 전경이 명품이더군요.

 

다음은 와이너리 구경을 갑니다. 포르투 시내에서 보면 도우루 강 건너편에 수많은 와이너리 공장이 보입니다. 기왕 강 건너온 차에 가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 중에서 Taylor's 와이너리를 가는데, 여기도 호텔 직원분이 풍경이 좋다고 추천해준 곳 중 하나입니다.

 


전망대에서 빤히 보이는 곳이지만 길이 얽혀 있어 짧은 도보 거리는 아닙니다. 와이너리 도착하니 다리도 팍팍하고 배도 촐촐해서 전망이고 뭐고 요기거리를 찾습니다. 와이너리 인포데스크에 물어보니 마침 와이너리 직영 레스토랑이 있다고 합니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려고 보니 흠칫하게 됩니다. 너무 고급스럽네요. 밖에 놓은 메뉴를 슬쩍 보니 영 몹쓸가격은 아닙니다. 사실 포르투갈이 여행지로 좋은게 음식이 맛있는데도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쌉니다. 파리나 독일 같은 중부 유럽 기준으로 대략 반 정도 든다고 보면 됩니다. 제대로된 플레이트 메뉴 하나씩 시켜서 나눠 먹고 와인하나 마셔도 인당 10유로 정도 보면 됩니다.

 

기대를 했지만 현지와서 확인하니, 진실로 포르투갈 와인은 가성비 극강입니다. 우리나라 마트에서 2만원 정도 하는 적당히 맛난 와인이 마트에서 2, reserva급이 5유로 수준입니다. 물론 더 비싼 와인도 많지만 5유로짜리도 맛보면 황공히 행복하지요. 식당도 그래요. 식당의 차림새 따라 다르지만 와인 한병에 5유로에서 10유로면 충분합니다. 벨렝의 푸드트럭에서 타파스 여덟개에 와인 한병해서 20유로 써있는걸 보고는 잘못봤나 확인까지 했어요. 포르투갈 가서 와인만 꾸준히 마셔도 본전을 뽑는다는

 

포르투갈 와인은 그냥 일반적 와인이고, 포르투와인(port wine)은 주정강화 와인입니다. 대표적 주정강화 와인인 셰리(xerez) 영국에 수출하는 항해동안 상하지 말라고 브랜디를 넣어 도수를 올렸다고 합니다. 유사하게 포트와인도 도수 높은 브랜디를 넣지만 셰리에 비해서 발효과정의 전단계에 투입해서 부드러운 과일맛이 강하다고 합니다. 인도 파병선에 실은 에일의 장기보관을 위해 홉을 때려 넣은게 IPA이니 음식과 문화는 공진화하는게 맞는듯 합니다.

 

결과로 품질은 좋지만 신맛이 강한 도우루 와인이 더 부드러워지고 장기보관도 용이해서 영국에서 수요가 폭발했던 와인이죠. 그러나, 장사꾼 영국인에 비해 어수룩한 포르투갈 왕실은 무역협정이랍시고 맺은게 영국의 직물을 면세해주고 댓가로 받은게 포르투 와인 감세. 면세도 아니고 감세. 게다가 포르투갈에서 유일한 경쟁력 있는 수출 상품이 포르투 와인이라 결과적으로 국력을 와인 생산에 전량투입하게 되었는데, 카르발류가 한탄을 했다고 전해지지요

'흉작 한번 맞으면 망할 산업인것을..'  

어쨌든 잘 만든 포르투 와인은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깊은 풍미가 일품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고개를 돌려 보면 포르투 풍경이 달리 보입니다. 북쪽 포르투는 중세 유럽 풍의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언덕이고, 그 건너편인 남쪽 가이아 지역에는 영어식 이름과 빅토리아 풍 건물의 와인 공장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풍경. 역사와 경제가 지리로 압축된 느낌마저 듭니다.

 

잠깐 생각한 들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자리에 앉고 원로 영화배우처럼 멋진 지배인의 유머러스한 대화와 꼼꼼하게 보살피는 서비스를 받으며 점심 코스를 주문했습니다.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나올 때마다 포크와 나이프 다 제격으로 바꿔주고, 와인이나 물이 비면 어디선가 나타나 채워주는 극진한 서비스였습니다. 이 모든것에 애피타이저 와인, 메인 메뉴와 곁들여 먹는 글래스 와인에 디저트까지, 여행지에서 예기치 않은 선물같은 호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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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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