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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Inuit 2018. 5. 8. 17:33

김영준

색이 확실한 책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자영업은 상당한 부피를 차지합니다. 그럼에도 불특정적이고 영세한 함의를 지닌 자영업의 구조와 본질을 들여다보는 노력은 제가 기억하기론 별로 없었습니다. 책은 경제학적으로, 사회구조적으로 자영업이라는 비즈니스의 본질을 정리해 갑니다. 자영업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걷고 다채로운 이해를 늘립니다

 

프랜차이즈의 재조명

저부터도 그렇습니다. 프랜차이즈라 하면 골목상권을 유린하는 대기업의 폭압적 이미지가 강하게 배어있습니다. 아마도 빵집 논쟁에서 언론이 주로 사용한 프레임웍이고, 외식업 전반에 걸친 인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본질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외식의 대량생산

물리적 실재가 본질인 외식 산업은 국지성(locality) 제약조건입니다. 식당업이 비즈니스 적으로 규모를 키우려면 프랜차이즈가 유력한 답이죠. 이를 통해 품질이 표준화되고 소비자는 안심은 구매합니다. 여기까진 알만한 사람은 아는 이야기입니다.

 

프랜차이즈의 순기능

책을 통해 깨닫게 프랜차이즈의 순기능은 시장 역량의 상향 평준화입니다. 수제라는 이미지에 기댄 사업이 많은 수제과잉의 시대입니다.곰곰히 생각해보면 '손맛' 비정규화되어 맛날 수도 맛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수제는 영세함의 포장적 언어이기도 합니다. 결국 수제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프랜차이즈에서 제시하는 표준적 품질과 서비스를 능가하는 무엇을 제공할 수제가 프리미엄이 됩니다. 골목상권의 자영업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입니다.

 

상권의 순환주기

제가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입니다. 도시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은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소규모 자영업자입니다. 이들은 상권에 다양성을 불어넣고, 혁신을 공급합니다. 다양성이 소비자의 반응을 이끌면 번영합니다. 그러면, 운영비용의 30% 점하는 임대료가 상승하고,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할 있는 대형 상점이 교체되어 들어오게 됩니다. 결과로 상권은 다양성을 잃고 단조로와지고, 도전적이었던 영세업자는 이동하게 됩니다. 이면도로로, 나중엔 인접 상권으로.

 

젠트리피케이션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을 순환주기로 보면 가치 중립적입니다. 상권이 재생화되는 과정이고 도시 블록엔 좋은 일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과정이 극히 짧아 기여에 대한 보상과 창출된 부의 배분이 공평하지 못한 점이 문제일 뿐입니다.

 

우리나라는 오래가는 점포가 없나

일본이나 유럽에는 대를 물려 사업하는 상점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극히 드뭅니다. 저는 이게 압축적 성장을 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상가임대법의 영향이 크다는걸 알았습니다. 상권 발전에 기여한 몫을 장기적 계약으로 충분히 보상 받지 못하고, 건물주의 재산권이란 측면으로만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업장들의 출몰이 잦고 권리금은 높아지게 되었다는 점이지요.

 

권리금

저자는 나아가 상가임대차법이 점점 합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권리금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일리 있는게, 권리금이 커지면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도전적 점포가 들어올 여지가 사라져 상권이 단조롭고 지루해집니다. 오래가는 상점이 나오기 힘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임차인끼리 등골 뺴먹는 시스템이 되어버린거지요.

 

폐업율의 착시

자영업 생존율이 20%란건 많이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숫자는 공포를 화제화하는데는 좋을지 몰라도 실체적 진실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폐업율 80% 갖고 있는 구조적 허수 때문입니다. 장사가 잘되어 이전을 해도 폐업후 개업, 업종을 전환하거나 아파서 잠시 휴업을 해도 폐업 개업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라서 같은 자영업자 숫자가 폐업과 개업의 건수를 많이 물고 들어가는 부분도 상당하단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살얼음판 자영업

그럼에도 자영업은 어렵습니다. 그나마 성공이 보장되어 보이는 유행아이템은, 실상 한계수익의 체감으로 극강의 난이도 사업인데도 부나방처럼 뛰어드는 사람이 많습니다. 계절주기가 강하면 잘될때 목격한 매출이 내가 안가는 시점에 80% 하락한 끔찍한 상황임을 절실히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베이비부머처럼, 은퇴하여서야 자영업을 시도하면 이미 안목의 경쟁력은 없기 십상입니다. 절제적 소비로 최향과 안목이 빈곤하여 업자의 먹잇감이 되기 쉽지요.

 

자영업의 존재의미

틀에서 보면 자영업은 엄연한 일자리로서 경제에 축을 담당합니다. 그렇게 자영업자가 많아보여도 IMF이후 꾸준히 줄어 20% 미만인점은 놀랍기까지 합니다. 적절한 수의 도전적 자영업자가 많아지면 도시는 얼마나 찬란할까요.

 

Inuit Point ★★★★

서두에 말했듯, 정말 색깔이 뚜렷한 책입니다. 책을 읽고 자영업 생각을 접은 사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최소한, 책을 읽지 않고 자영업 생각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평소 길가며 지나치던 점포들의 이면이 보여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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