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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MP3는 음반시장을 고사시키는 주범인가?

Inuit 2003. 12. 29. 04:48
성탄 연휴에 집에 있다보니 자연 많이 접하게 되는 매체가 TV다. 그러다보니 평소엔 바빠 눈이 가지 않게 되던 시시콜콜한 연예 이야기도 보게 되는데 그중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몇몇 프로그램에서 올해의 음반업계가 최대의 불황이었다고 지적하며 그 원인이 MP3 무료 다운로드라는 이야기이다.
과연 그럴까?

먼저, MP3가 나타나서 대박을 저해했는가?
음반 판매량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며, 올해는 최악이 되어 소위 밀리언 셀러가 22개밖에 안된다고 한다. 판매량의 급감 추세가 일견 MP3의 보급과 맥락이 닿아있는듯 보이지만 이는 성급한 결론이다. 인터넷의 보급은 MP3만을 대중화한다고 보는가. 인터넷의 보급은 개인화된 미디어를 통해 개인화된(customized) 문화적 소비를 하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정규 채널이 아닌 인터넷만을 매체로 하여 대중성을 확보한 조PD, Clazziquai 등의 뮤지션은 물론이고 심지어 동네 노래방에서의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며 유명인이 된 사례나 39세 유부녀의 몸매하나에 반해 '몸짱' 신드롬을 낳으며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이 마당에 과거와 같이 수백만장 앨범을 파는 대박을 상시적으로 바란다는 것은 무리다. 이미 기성품 스타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소비자의 취향에 딱 맞는 스타를 소비자가 골라서 '키워가며' 숭배하는 디지털 시대의 문화소비가 대세인 것이다.
제발 10억 돈 넣어서 뮤직비디오 찍고 적당히 연예프로그램통해 홍보나 하면 몇백만장 팔린다는 구시대의 공식은 잊어라.


다음.
얼마전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하는 음반업계가 소리바다 사용자(heavy user) 50명을 추려서 개인적인 소송에 들어간다는 보도가 있었다. 과연 소리바다를 막는다고 음반을 돈주고 살거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과거에 왜 앨범을 샀는가 먼저 생각해보자. 앨범의 모든곡이 다좋아서? 천만에. 어떤 가수에 대한 맹목적 로열티가 없는 경우에는 한두곡 때문에 사고 산김에 듣다보면 더 많은 노래가 좋아지는게 대개의 경우다. 그렇게 매번 많은 노래가 좋은 경우 소비자와 맞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고 추후에는 신보 발매소식만으로도 살 수 있는 유인이 되는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도 도우넛 판이라고 불리우는 싱글 앨범의 판매를 고려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 우리나라 음악시장의 취약성을 들어 수익성 보호 차원에서 싱글 앨범 판매안이 취소되었다.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독점적 지위를 악용한 '끼워팔기'였다. 단 한곡을 듣기 위해서 나머지를 사야하며 나머지 들어보지도 않은 노래에 대한 위험(risk)은 소비자가 감내해야하는 끼워팔기다.
이에 대한 정당화는 단 한가지. 유통비용상 한곡만 패키징해서 배급하느니 비슷한 값이면 번들링에 의해 싼 값에 재고를 소비자가 안고 그의 소비와 폐기는 소비자가 위험 감수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MP3는 어떤가? 이미 한곡을 다운로드 받으나 여러곡을 받으나 번들링의 매력은 없다. 다운로드의 비용은 패킷에 거의 비례하며 따라서 변동비다. 게다가 원하는 곡을 단번에 찾을 수도 있고 테마별로 취향별로 필요한 음반을 즉시 구성할 수 있을 만큼 검색비용도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낮다.

이미 기술(technology)이 유통론상의 진보된 개념까지 와 있는데 시대를 다시 돌리라고? 말도 안된다.
다른 비유를 들자면, 우표가 안팔린다고 나라에서 pop3 서비스를 금하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pop3를 금하면 그와 유사한 새로운 이메일 프로토콜이 나올 것이고 이도 저도 안되면 웹메일을 쓰지 다시 편지를 사용하리라고 생각하는 바보는 없다. (개인적으로 종이로 된 편지는 아직도 좋아하지만, 편지지에 플래시를 담거나 jpeg 사진을 인화해서 풀로 붙이긴 번거롭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이미 P2P 기술은 보편화된 기술이며 소리바다와 같은 유명세를 타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재주있는 웬만한 프로그래머라면 제2의 소리바다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며, 누텔라(gnutella), 당나귀 류의 게릴라적 방법과 포털의 메신저 연동 p2p의 급부상 가능성등 음악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이를 다 일일이 쫓아다니며 막을텐가.

그렇다고, 나름대로 급성장한 우리나라 음반업계가 이대로 고사하길 바라지는 않는다. 이래저래 그러한 문화의 소비자로서 저급한 국내 음악때문에 할 수 없이 팝송을 듣던 학창시절의 불우함(?)을 되돌리긴 싫기 때문이다. 내 업무가 아니라 심각히 고민하고 싶지는 않고 다만 큰 갈래로 이야기하자면 해법은 두군데다.

첫째, MP3를 인정하고 디지털 포맷으로 팔라.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은 한곡에 (예컨대) 200원이라하면 돈이 아까워서 안살사람은 거의 없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도 마찬가지이다. 만원이 훌쩍 넘는 CD도 용돈 아껴 사지 않는가. 음악 포털은 물론이고, 일반 포털에게 미소결제(micro-payment)는 맡기고 음반업계는 여타의 수익원을 찾아야 할 것이다. CD는 디스크에 사진 몇장, 가사만 달랑 담는 것이 아니라 소장가치가 있도록 새로운 개념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더이상 음반 판매와 수익을 동일시 하지 말라.
냉철하게 비즈니스의 관점으로 보자. 좋은 상품이 있고 개발 능력이 있는데 시장이 척박해진 상황에서 시장을 살려내라고 떼만 쓸것인가? 음반을 팔아 번돈과 가수를 팔아 번 돈은 정확히 효용이 같다. 이제는 새로와진 개념으로 수익을 올려야 할 것이다. 더이상, MP3 2백만건 다운로드가 앨범 2백만장 손해라고 생각해선 안될것이다. 그만한 브랜드는 무형자산임을 깨닫고 브랜드 자산의 현금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제일 쉬운 것은 가수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한 수익이다. CF, 드라마, 영화 등등 재능에 따라 적절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단 어설픈 양다리는 물거품과 같은 결과를 낳겠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콘서트 등을 통한 개인 경험의 구매를 촉진하는 것이다.
즉, MP3는 신보의 친밀도 향상을 위해 공짜나 다름없이 배포하고, 실제 수입은 콘서트 등을 통해 올리는 구도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 세그먼트가 비슷한 가수들끼리 연합공연(jam consert)을 통해 문화상품의 가치를 높여 수입을 증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번거롭다고? 남의 돈 먹기가 그리 쉬운줄 알았더냐.

-by 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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