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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숙

발랄한 책이다

쨍하는 감동은 없지만, 목적에 충실하다.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도시 소개 책이라면 갖춰야할 미덕을 다 갖고 있다. 간결하고 적절한 설명, 다시 찾기 쉬운 편제, 장소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지도, 이해를 돕는 생생한 사진까지. 


풍성한 깔끔함
이 책의 장점은 깔끔히 분류한 다양한 테마다. 널리 알려진 장소는 짧게 넘어가고, 문화, 대중예술, 음식, 쇼핑 등 주제로 분류해 각 분류 별로 알뜰히 내용을 담았다. 흔히 가는 명소 이외의 덜 알려진 장소를 통해 런던을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마음에 맞는 주제를 좇아서.


숨은 명소
특히 내가 좋아했던 부분은 런더너의 숨은 명소와 시장에 대한 분류였다. 여행중 짧은 기간에 이 많은 곳을 다 방문하긴 어렵겠지만, 미리 알고 있으면 길가다 들러볼 수 있고, 오히려 출장 때처럼 아예 어디 갈 짬이 없을 때라면, 근처에 있는 곳만이라도 간단히 구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읽으면서 몇군데는 디지털 지도에 표시를 해 놓았다.


살짝 아쉽다
칭찬 일색 같지만, 처음 말했듯 묵직한 감동이나 쨍한 느낌은 없다. 정보 중심의 안내서에서 정서적 느낌까지 바라는게 무리이긴 하지만, 잘 된 책은 그런 부분도 있긴 하더라.


런더너
그나마 이런 부분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건 마지막 두 카테고리다. 영국다움에 대한 저자의 단상과 런던 사람에 대한 입체적 조명. 사실 이 부분에서 글 다루는 역량이 힘에 부쳐 정서적 울림이 적은 탓도 있지만, 그래도 시도는 박수칠만 하다.


Inuit Points 
판에 박은 듯한 안내서를 탈피해서, 좀 더 다양하고 생생한 내용을 전달하는게 목적이었다면 이 책은 충분히 목적을 달성한 책이다. 넉넉히 별점 넷을 줬다. 여행 가기 전에 휘리릭 읽어도 좋고, 그냥 런던이 궁금해도 읽어 두면 즐거울 것이다. 발랄하고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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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제국

Culture/Review 2015.06.27 09:30

Evan Fraser

꽤 방대한 책

그냥 음식의 역사를 다룬 정도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 보다 내공이 깊다. 인류 역사에서 음식의 의미를 짚어낸다. 음식이 동기가 되어 나라를 이루고 확장하고 멸망하는, 음식 스스로가 제국이란 관점에서 인류사를 재정리했다.
 
(Title) Empires of Food: Feast, famine, and rise and fall of civilizations

Food for survival
좀 사는 나라라면 음식 비용은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다. 음식값이 두배가 된다해도 불편하고 짜증나지만, 큰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는 다르다. 음식값이 50%만 올라도 굶어죽는 사람이 생기고, 시간 지나면 폭동이 생긴다. 이게 바로 음식이 갖는 의미이자 정치학적 포인트이다.


Food for growth
인류가 수렵을 통해 생존하다 정주하여 농경하며 잉여 생산물이 나오게 된다. 이는 인류학적인 터닝 포인트다. 덕분에 문화, 제도, 국가가 생겼다. 그리고 탐욕도 생긴다. 더 많은 음식, 더 많은 자원을 향해 서로 침범하고 다투게 된다.


Food empire
최초의 음식 제국은 로마에서 찾을 수 있다. 수도 로마에서 스스로 식량을 자급자족하지 못하고 식민지에서 가져와야 제국이 돌아가는 시스템. 태평성대에는 효율적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제국자체가 붕괴되는 취약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이는 '강대국의 경제학'에서도 짚고 있는 요소다.


Still the empire
지금 사회도 그렇다. 잘 생산할 수 있는 것을 각자 생산해 열심히 각지로 나른다. 경제적 효익은 생기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분배는 공정보다는 경제성이 결정한다. 여기는 음식으로 호사하는 동안 저기는 굶는 사람이 생긴다.


End of empire?
더 어려운 일은 로마와 마찬가지로 급속한 음식제국이 붕괴되는 취약성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게 병균에서 올지, 화석연료값에서 올지, 환경과 기후에서 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식품의 이동거리인 푸드마일이 길어지는 상황은 지구화한 음식제국의 단면이다.


내몸에 내음식
이 대목에서 신토불이는 다시 음미할 가치다. 동네에서 자란 음식을 그 동네에서 소비하는 것. 다소 비효율적일지는 몰라도 음식 공급망의 안정성은 매우 높아지게 된다. 모든 음식을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주된 음식은 가능하고, 또 그래야 한다. 국수적 가치가 아닌, 상생의 이념이다.


질소
음식의 이동을 물질적으로 보면 질소의 이동이기도 하다. 땅의 비옥성은 질소에서 나오고 이 질소는 식물과 동물을 통해 이동한다. 이에 따라 음식, 인구, 국가, 권력의 이동이 항상 따랐다. 맬더스의 비관적 예측대로 인구의 성장은 식량의 성장을 앞섰다. 지구가 먹일 수 있는 인구는 30억이 최대다. 하지만, 화학비료가 나오면서 추가의 30억을 먹여살리게 되었다. 그리 보면 화학비료는 인류의 평화를 유지하게 만든 숨은 공신이다. 같은 제법으로 폭탄을 만들었다는 점이 아이러니컬하긴 하지만.


Inuit Points 
배불리 읽었다. 별점 넷이다. 음식을 문화로 보는 내겐, 시야를 넓히며 음식의 이면에 대해 새삼 배운 시간이었다. 예컨대, 로마인이 사랑한 올리브오일은, 100ml로 1000칼로리를 공급하고, 필수지방산과 비타민 A, E를 포함한다. 로마 서민은 하루 필요열량의 1/3을 여기서 섭취했고, 나머지는 액젓과 빵이다. 소박한 식사지만 하루 삶에 충분하고 팽창하는 제국을 지탱하는 기초자산이었다.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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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n Hubbard

(Title) Balance: The economics of great powers from ancient Rome to modern America


로마는 왜 망했나?
역사 좀 관심 있는 사람에겐 진부할 테제다. 하지만, 100명의 역사학자가 있으면 100가지 이론이 있다. 실상, 로마가 언제부터 망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합의도 쉽지 않다. 왜냐면 쇠락 원인의 진단이 다르면 망조가 드는 시점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강대국은 맷집이 세서 오랜 시간에 걸쳐 망한다는 특징도 한 몫한다.


로마가 망하든 말든
그게 지금 우리에게 무슨 영향이 있을까. 사실 많다. 이유는 미국이 언제 망하느냐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지금 미국은 망하고 있는건가? 미국이 망하려면 어떤 조건에 기반하나?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다시 강대국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실천적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역사에서 배울 수 있다.


센 놈이 쓰러지려면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쇠락에는 필연적인 전쟁의 패배나 결정적 실수가 연관된다. 하지만 그건 last straw일 뿐이다. 결국은 기초체력이다. 이미 속으로 망한 국가가 잽 맞고 쓰러지는거지, 팔팔한 나라가 카운터펀치로 한방에 떨어지는 일은 없다.


그럼 기초체력이란
이 부분이 이 책의 백미다. 글렌 허버드는 모든 피상적 결과의 심연에는 경제력의 와해가 있음을 논증한다. 그리고 강대국의 지위까지 올랐다가 경제력이 빠지는 이유는 시스템의 균형이 깨지는데서 찾는다. 시스템은 제도, 법률, 운영이다. 이 부분 100퍼센트 공감한다.


강해지는 길
강대국은 세가지 성장의 축을 딛고 일어난다.
  • 스미스 식 성장:   교역과 규모
  • 솔로 식 성장:      투자와 인프라
  • 슘페터 식 성장:   혁신 
앞서 말한 경제력을 뼈만 추리면, GDP, 기술적 진전, 성장률이다. 즉 세가지 성장의 축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나라는 어느 순간 더져지고 멈추다 떨어진다.


부자로 수렴
책의 경제모델 중 하나는 수렴이다. 즉, 어떤 저개발 국가라도 성장을 시작하면 두자리 성장률로 급팽창이 가능하다. 다만 이 시작을 언제 하는가(혹은 시작할수나 있느냐)는 나라마다 내부사정이다. 수렴 모델이 상정하듯, 성장이 지속하면 최대강대국의 상한에 갇힌다. 유럽이 그랬고, 일본이 그랬고, 중국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 만에 하나 이 한계를 넘으면 패권이 바뀐다. 이 지점에 미국의 고민과 의심이 있다.


최강국이란 천장
현재 스코어 성장의 한계는 미국의 80%다. 세계 어느 강대국도 100년간 이를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지 못했다. 미국은 자기혁신을 통해, 또 견제를 활용해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해왔고, 당분간 대안은 없어 보인다. 비즈니스 스쿨에서 솔로 모델 배울 때, 미국경제 성장률의 의미에 대해 짚어볼 기회가 있었다. 최대 규모의 경제가 아직도 평균적으로 2% 대의 성장을 한다는건 경이다. 끊임없이 혁신이 수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최근 눈에 보이는 성과중 한 부류가 매일 접하는 구글, 페이스북, 우버다.



한국은 어디에
한국은 유일하게 90년대 말까지 성장을 지속한 나라다. 지금은 성장이 멈췄다. 이유는 제도와 혁신이 우리 규모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최근 두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다른 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누가 정권을 잡든, 이 규모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건 매우 어렵다. 그래서 똑똑하고 비전 있는 리더가 있어야 그나마 확률이 있다. 아니면 좌우를 막론하고 국민은 계속 살기 어렵고, 정치에 보내는 냉소와 희화화만 무한반복할 뿐이다. '2030 대담한 미래'에서 말했듯, 우리나라는 지금 절벽으로 가고 있다.


누가 방울을 달까
지금 우리 상황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같다. 답은 아는데 실행이 어렵다. 큰 규모의 민주체제는 어디나 다 어렵다. 강대국이 망한 이유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로마는 군대의 비위를 맞추려 과다한 복지를 제공하고 통화를 증발하다 망했다. 정화가 대양을 제패하던 중국은 분파적 경쟁으로 교역을 닫고 스스로 쭈그러들었다. 스페인은 신세계의 은이 무한 유입되었지만 투자하지 않고 소비하여 인플레만 유발시키다 변방국이 되었다. 오스만은 예니체리의 대리인(agent) 비용과 지대(rent)추구로 유럽의 병자 신세가 되었다. 일본, 영국, EU 더 말해 무엇하리. 


중 제머리 깎끼
우리나라의 해법을 찾으려면 없으리. 예컨대 단임제 방식으로 장기적 성장을 고민하는 대통령이 뽑히기를 바라는건 로또를 맞기와 유사한 확률이다. 그렇다고 중임제로 간다고 해도, 중국같은 정치 엘리트를 키우는 시스템은 없다. 정치라는 직업은 RoI(투자대비 회수)가 매우 불투명해서 top talent가 고이지 않는다. 어찌어찌 정치 엘리트의 후보군을 확충해도 국민의 의사를 민주적 절차로 표현하여 당장 손에 떨어지는 무언가를 만드는게 어렵다. 


비관적이다
무작정 정치탓을 하는게 아니라, 경제력과 혁신은 제도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의 개선이 시급하다. 하지만 누가 이 문제를 풀까. 정치인이 스스로를 혁신하는건 역사적으로 사례가 드물다. 그렇다고 영국 권리장전 때처럼 납세거부라도 할 수 있나. 뻔히 보이는 절벽을 향해 달리는 기차에 탄 마음이다.


Inuit Point ★
글 끝에 우리나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책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미나게도 이 책 역시 오로지 관심은 저자의 모국 미국이다. 미국이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채찍이다. 전교1등이 밤까지 새겠단다.
난 이 책에 별 다섯을 줬다. 책이 소개한 역사적 사례들은 분량관계로 짧게 넘어갔지만 분량의 대부분이며 매우 재미나다. 경제학자답게 문체는 담백하지만, 매우 지적이다. 유일한 흠이 있다면 쳐다보고 싶지도 않은 건조한 제목 정도.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 읽어라. 세계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 이번 기회에 배워라. 읽다보면 조선 말기 같은 우리나라 현실도 덤으로 느껴질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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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인적으로는 한 명의 잘난 정치인보다는 전체적인 경제시스템의 구조가 어떠하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시스템은 사람을 만들기도 하죠. 빈곤국가들 보면 왜 빈곤국가인지 답 나오지 않습니까...
    • 네. 책과 제 글의 핵심도 그겁니다. 체제를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제대로된 리더십을 갖추는 부분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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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복

저자 정수복

사회학자이자 파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책은 파리에 관한 가장 풍성한 내용을 적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읽기 시작하자 장소(lieu)와 비장소(non-lieu)를 이야기하고, 니코틴 처럼 파리에 중독되게하는 요소를 "parisine"으로 이야기할 때만해도 잘 골랐다고 환호했다.


그냥 그렇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는게 뻑뻑했다. 지나치게 사변적이다. 어떤 개념을 여러 방면으로 곱씹어 다양한 의미 부여를 하는 부분은 좋다. 아니 난 환영한다. 그러나 책은 그냥 중년의 넋두리 같다. 감정과잉에 내부침잠으로 점철되어 있다.


Lieu의 함정
장소(lieu)는 정체성과 정서가 있는 곳이고, 비장소(non-lieu)는 단지 기능만 있는 곳이다. 이 책은 장소를 뼈대로 삼는다. 그래서 정서적 몰입은 필수 요소다. 그러나 개인의 사변 및 인상을 곁들이면서도 경쾌하고 또한 묵직한 글쓰기는 얼마든 가능하다. 잘 적힌 여행기들은 다 그렇지 않은가. 


출신탓일게다
사회학자로서 익숙함을 벗어나, 인문학적 글쓰기를 시도하는 자세는 높이 평가할 만 하다. 그러면, 아예 먹물과 힘을 빼고 가든지, 아예 서현처럼 전공자의 치밀함을 견지하면서 인문적 터치를 하든지 선택을 했어야 하는데 엉거주춤하다. 그나마 김석철의 소년감성 충만한 칭얼거림을 면한 게 다행이랄까.


크게 네부분
글의 첫 뭉치는 파리하면 흔히 방문하는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몽마르트 등을 이야기한다.
둘째 뭉치는 여행자들이 기피하는 장소다. 슬럼, 묘지, 감옥 등이다. 그 이후는 임팩트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저자가 좋아하는 파리의 뒤안길과 산책 코스 등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흔히 알려진 장소보다 현지에 솥뚜껑 걸고 살며 좋았던 장소에 대한 글을 높이 평가한다. 여행 가이드북이 아닌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서와 정보가 빼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독자와의 공감을 포기하고 저멀리 혼자 달아나기 바쁘다. 그러다보니, 글 끈 따라 저자 쫓아가기가 버겁다.


지도 펴고 읽은 책
쉴새없이 늘어 놓는 파리 골목 이름이 어지러워, 아예 지도에 표시해가며 저자의 마음을 느끼려 애썼다. 그러다보니, 재미난 경험을 하긴 했다. 대개 해외 도시에 대한 글을 보다보면 환상이 모락모락 자란다. 막상 가보면 여행이 아닌 '짧은 생활'이 되면서 환상과 실제간의 괴리를 느끼게 마련이고. 하지만, 이 책의 설명을 추상하며 골목골목을 돌다 보니 파리 여행이 아닌 파리 산책을 한 듯 현지 사람의 정서를 경험했다. Lieu의 위력이랄까.


수고는 인정
다소 냉소적 평을 했지만, 저자가 발품 팔고, 공들여 쓴 책이라 배운 점도 많다.
에펠탑의 위대함을 '쓸모 없음의 쓸모 있음'으로 파악하는 통찰이랄지, 몽파르나스 묘지에서 느꼈던 '슬픈 화사함'의 공감, 그리고, 일반 여행 책이라면 여간해서 듣기 힘든 파리 코뮌의 흔적을 찾아 다니는 이야기는 매우 인상 깊고, 읽는 동안 신났다. 바라건대 다음 책에서는 'compact'함의 미덕을 갖추면 좋을 듯 하다.


파리에 몇번 가봤는지 모르겠다
주로 출장 길에 잠시 둘러 봐서, 내겐 점처럼 흩어져 있는 파리 지리다. 정수복 저자를 따라 파리를, 관광객이 없는 일상의 길 따라 걸어다닌 느낌이다. 그것만으로도 내겐 충분하다. 책 읽는 시간은 좀 아깝되, 책 값은 아깝지 않았다. 가족 여행때 파리 꼬뮌의 골목을 걷는게 목표였는데 시간이 없어 못간게 아쉽다.


마지막 단상 하나
시간 날 때마다 곳곳을 다녀도 또 다닐 데가 많은 파리다. 그 사실 자체로 매력이다. 그렇다면, 서울은 어떨까?
곳곳에 장소(lieu)가 있고, 스토리가 있고, 역사와 그 흔적이 있는가? 혹시 관광객이 돈 쓰도록 기능만 작동하는 비장소로 빼곡한건 아닐까?


Inuit Points 
별 셋을 주었다. 읽기가 즐겁지 않고 수십페이지 읽어 몇 줄 건지는 수율이 섭했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책은 저자의 감상을 과감히 덜고 반짝이는 독특함만 추려내면 꽤 수작이다. 처음 파리 여행 가는 사람은 이 책 읽지 마라. 파리한번 다녀온 사람은 읽어라. 아련한 정서가 쓸만할 것이다. 어쩌면 다시 또 파리행 비행기를 뒤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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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는 있는가?
너무 당연한 질문이다. 산타라는 개념은 있지만, 실체는 없다. 하지만, 5세 집단에 묻는다면? 4세는? 아마 실체적 존재에도 많은 확신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럼 언제 인식의 전환이 생기는가? '알게 되는' 그 시점이겠다. 산타가 누구란걸 알았다고 존재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팩트는 아는 상태에서 그 약속체계를 즐기면 되는 일이다.

Pascal Boniface

(Title) 50 idées reçues sur l'état du monde


우리 마음속 산타는 없는가?
산타는 쉽다고? 21세기 교양인으로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혹시 미디어의 선전과 주변 어른의 맞장구로 아직도 모종의 산타를 믿는 성인은 아닐까. 


테스트
매번 테러를 저지르는 무슬림은 악인가? 테러리스트는 일종의 레지스탕스로 볼 일은 아닌가? 911 테러는 미국의 자작극이지 않을까? 불량국가는 악의 축인가? 테러를 잡기 위해서는 선의의 폭력은 사용해도 괜찮지 않은가? 민중을 괴롭히는 국가가 있다면 내정간섭을 하는게 진보적인가 냅두는게 진보적인가?
이 모든 질문에 쉽게, 합리적 답변을 할 수 없다면 우리 마음에 모종의 산타를 믿고 있다는 뜻이다.


재미없는 국제 뉴스
어디 화산터지고 지진나고 총기 사건 나는 일 이외에, 우리는 국제 정세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첫째는 냉정히 따져 남의 일이다. 인명에 관한 이야기나 여행 이야기가 아니면 당장 내눈앞, 우리 주위 일이 아니라 관심 갖기 어렵다. 둘째 어렵다. 이게 크다. 바다 건너 시차 지나 전달되는 뉴스란건, 맥락(context)하에 의미가 살아나는 사건들이다. 단편 기사 읽어 단박에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러다보니 국제 뉴스는 재미없다. 재미가 없으니 국제 정세는 어둡게 마련이다.


미망, the illusion
그렇다고 국제 정세를 아예 외면하고 살긴 어렵다. 바다건너 날갯짓이 진짜로 폭풍이 되니말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두가지 함정에 빠진다. 첫째, 전문가의 말을 그냥 믿는다. 둘째, 세상을 단순화한다. 특히 전문가는 이런 단순한 모형을 '자기 구미에 맞게' 그럴듯 단순화하는데 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일반적 교양인도 세상을 수정구슬처럼 투명히 보는 눈을 갖기 매우 어렵다. 연예 뉴스보고 스포츠기사 보고 국내 소식 조금 훑다 남겨낸 시간에 파편같은 정보로 세상을 구성하게 마련이다. 그 왜곡된 세상은 미망이고 동굴의 우상일 확률이 높다.


작은 미국, 대한민국
우리나라만 그럴까. 세상 구석구석 다녀본 사견으로는 여러나라가 다 그렇다. 미국은 알다시피 세상이 두개다. 미국과 비미국. 또는 우리편과 나머지. 남미는 스페인어권 소식에는 민감하되, 영어권이나 아시아는 무지하다. 아시아도 마찬가지. 미국 소식만 훤하다. 유럽은 그나마 좀 낫지만, 프랑스, 독일, 영국 정도가 세계 소식에 관심이 많고 다른 EU는 유럽내로 관심이 좁혀 든다. 우리 교역규모가 10위권이다. 미국과만 교통하는게 아닌데, 미국 소식에만 민감하고 세상을 보는 렌즈도 미국산이다.


프랑스산 렌즈
이 책은, 불란서산이라 믿고 택했다. 아다시피 프랑스는 미소 냉전시절부터 독립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려 애를 많이 쓴 나라다. 중립이 아닌 독립이다. 이유야, 패권 다툼에서 멀어지니 미국편 소련편을 제외한 나머지 제3세계의 맹주로 포지션을 가져가려는 의도와 결과였다. 특히 최근 몇십년은 중동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다. 물론 최근 미편향이 심해지면서 Charlie Hebdo와 같은 테러의 핵심표적으로 전락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름 유용하다. 소련과 미국에 편향되지 않은 시각은 세상보는 관점을 풍부하게 해 준다. 

Inuit Points ★
별점을 세개 준다. 기대가 컸던 탓이다. 새로운 각도를 배우고자 했는데, 대개 아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심드렁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국제 정세를 보는 힘의 구도를 알고 싶다면 쓸만한 입문서다. 확실한건 미국의 시각을 벗어나 세상보는 방법만 익혀도 외국 뉴스 읽을 때 지루하진 않다는 점이다. 
주의사항 하나. 반미적 시각을 고취하고자 읽는다면 실망이다. 미국에 대한 시각은 철저히 중립적이다. 반미도 친미도 아닌 직미다. 앞으로도 중국에 밀리지 않는 절대파워 미국을 인정하면서, 미국이란 대국의 욕망을 조목조목 정리하는 톤이다. 책이 가볍다. 여행갈 때나 출장갈 때 읽으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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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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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SS를 통한 오랜 독자입니다. ^^;
    오래만에 글 무척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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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 지인은 아는 이야기지만, 난 TV를 안 본다.
집에는 통상적 개념의 TV조차 없다.
다만, PC나, 태블릿을 통해 스마트TV로 TV 컨텐츠를 소비한다.
TV의 개념이 모호한 시대 맞다.

그리고 주로 보는 컨텐츠는 거의 100% 스포츠다.
축구가 그렇고, 주요 야구나 세계대회 이벤트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EPL을 보다 잠시 다른 채널을 검색했는데 우연히 더지니어스를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재미나서 끝까지 다 봤다.

1회 방송분인 '먹이사슬' 게임의 룰은 일반 시청자 대상이라 할 수 없을만큼 복잡하다.
게임 전개를 상세히 적는건 이 포스트의 목적과 맞지 않으니 아래에 접어 놓고.

내용 소개


우승이 눈에 보일만큼 강한 캐릭터였던 사자의 전략적 실수를 굳이 짚어 보자면, 먹이를 놓고 경쟁하는 상위 포식자와 동맹을 맺어 자신의 입지를 좁힌점이다.
이는 순수하게 수학적 논리인데 급박히 전개되는 상황 상 간과하기 쉬웠다. 
게다가 사자는 승리를 지나치게 확신했다.

이 간단한 모형의 먹이사슬 모형은 인간의 게임을 몹시 닮았다는 점에서 인상 깊더라.
즉, 게임의 목적과 미션 이외에도, 사람의 마음이라는 변수가 인생게임에는 큰 요소라는 점.
'최후통첩게임'에서 이론적으로 방증했듯, 인간은 항상 합리적 선택을 하지 않는다.
감정이 개입되고, 정의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한다는 점을 간과하면 게임은 돌발상황으로 치닫는다.

둘째, 큰 게임의 목적을 잊으면 안 된다.
자신의 합리적 선택을 버리고, 동맹의 의리를 택한 쥐는 큰 게임에 충실했다.
즉, 이 게임의 진짜 목적은 특정게임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매 회 살아남는 것이다.
따라서, 탈락자의 선정과 데스매치에서의 승기를 잡는데는 동맹의 조력이 절실하다.
배신하지 않는 모습, 겸손한 모습,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핵심이다.
쥐 캐릭터인 임윤선 변호사는 그 점에서 노회하고 영리했다.

이렇게 보면 이 게임은 인생의 정수를 몇십분으로 잘 압축했다.
어떤 사람은 자기 목적에 따라 주어진 구조를 배신하고, 어떤 이는 주어진 구조를 고수하는 인간의 예측불가성이 고스란히 보인다.
그리고 일회성 승부와 장기성 관계의 함수 관계, 동양적 겸손과 사회적 관계의 축적이 주는 무형의 강력한 이득이 모두 드러났다.

그런면에서 첫회는 제작진의 입이 벌어질만했다.
풍성한 스토리가 복잡한 진행방식의 부담감을 장점으로 바꿨다.
현재까지는, 내게 EPL 축구보다 더지니어스가 더 재미있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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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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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 비밀댓글입니다
    • 이런.. 그랬군요.
      반갑습니다.
      TV는 안 보기에 리뷰도 거의 처음인듯 싶은데, 그만큼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흥미진진한 다음 스토리를 기대하겠습니다. ^^
  3. 저도 텔레비전을 잘 안보는 터라 이누이트님께서 재미있다 하시니 호기심이 생깁니다. ^^
  4. 시즌 1도 추천드립니다.
    하루만에 4개 에피소드를 보게 만드는 중독성이 ^^
secret
돌이켜 보면, 예컨대 1994년 쯤까지 올라가보면, 당시 사진 찍는 풍경은 지금과 몹시 다르다.

일단 카메라는 집집마다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사진은 특별한 행사 때 기념으로 그리고 여행가서 몇 장 찍는 것이었다.
길떠났다고 기분 좋아 셔터를 막 누르다보면, 이내 필름이 떨어지고 근처에 필름 파는 곳을 급히 찾아야 했다. 
그렇게 찍은 필름은 동네 현상소에 맡기고 삼일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사진관 아저씨는, 사람 수대로 뽑을지, 영 망친 사진은 아예 인화하지 말지 등의 옵션을 묻곤 했다.

이렇게 사진 찍는 건이 희귀하다보니, 구매도, 유지하기도 비싼 카메라를 굳이 집집마다 가질 필요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친한 집끼리 카메라를 빌려 쓰는게 그리 드문 풍경이 아니었다.

요점은, 당시 전문가 아닌 일반인 세상에서의 사진은 예술보다 기록으로의 가치가 더 컸다. 

아마 2000년대 초반 정도부터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고, 난 딱 2000년에 내 첫째 디카를 샀다.
현상 걱정 돈걱정 없이 마구 셔터를 눌러도 되는 그 마법 같은 경제성.
상대적으로 작은 부피라 휴대가 간편해, 더 많은 상황을 찍을 수 있는 편의성.
그렇게 디카는 라이프 로깅의 기초를 마련했다. 
더이상 카메라는 귀한 물건이 아닌 범용재가 되었다. ('내 여섯번째 디카')

그리고.
1990년대 중반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개인 휴대전화.
이쪽도 추억 되새기다보면 끝이 없으니 건너 뛰고..
제조사간, 통화 자체로는 경쟁이 뻔하니 하드웨어 경쟁이 시작되었고
그 성능의 한 축으로 카메라가 자리매김하면서, 이제 폰 카메라의 성능이 디지털 카메라에 못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이젠 라이프로깅은 대상 맥락을 특별한 이벤트에서 일상으로 확장했다.

스가와라 이치고

사진 잘 찍고 싶어 여러 책을 읽었다.

그 덕에, 그냥 흉하지 않게는 찍는 편인데, 요즘은 갈수록 내 사진이 영 마음에 안 든다.
폰 카메라는 그 성능이 갈수록 좋아져 언제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풍족한 환경인데, 내 사진은 답보 상태다.

그래서 이 책을 집었다.

결론은 간단하다.
책은 별로다.
작자의 열성이나 진심 다 좋은데, 뭔가 배우고자 하는 내 목적에는 미흡하다.
원래 기본을 강조하는 책은 도덕책처럼 밋밋함을 잘 이해한다.
아니 그 과정에서 생기는 밋밋함에는 오히려 적극 동의한다.

솔직히 말하겠다.
책에 담긴 스가와라씨의 사진이 전혀 와닿지가 않은 탓이 제일 클지 모르겠다.
뭐 쨍한 느낌으로 모든 챕터의 예시 사진들이 블링블링까지 바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 권을 통틀어 단 한장도 내 마음을 못 움직인 것은 스가와라씨 탓인지, 인쇄 품질 탓인지 아님 내 까탈스러운 눈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준거가 되는 '프레임안에서'는 정말 예시 사진 자체가 가르침이고 비전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옆집 사진관 아저씨의 넋두리 느낌이 짙었던 책이다.
다시 말해, 배울 점은 많지 않아도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정서적 교감도 있었다.

그리고 딱 하나는 배웠다.
언젠가부터 폰카 셔터 누를 때 구도 잡은 후, 손 흔들리기 전에 잽싸게 셔터 누르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 점이 영혼 없는 사진의 주범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타이밍을 여유있게 가져가더라도, 파인더 또는 액정의 화면을 들여다 보며 진짜 찍고 싶은 그 순간에 셔터를 누르는게 비법이기도 하다.
포토그래퍼의 그 미묘한 심상은 바로 사진에 투영됨을 수많은 경험으로 느꼈던 바인데, 지금은 그냥 기술적으로, 높아진 화소수의 화력으로 접근한게 죄다.

그 달라진 버릇을 깨닫고는 다시 사진에 온기가 돈다.
사실 그 깨우침 하나만으로 책 값은 뽑았다. 

세상 만인이 포토그래퍼인 시대.
사진 잘 찍는 방법은 조금 신경 써 익혀둘 라이프 스킬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은 결코 그 공부의 텍스트는 아니다.
다른 좋은 책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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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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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술적 가르침이 있는 책이라기 보다는 기본 자세를 다룬 책인가 봅니다.
    한 친구가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면서 오가는 일상과 풍경을 아이폰 카메라에 담는 친구입니다. 똑같은 카메라를 사용하는데도 관심을 갖고 낭만의 눈으로 바라보니 사진이 일취월장 하더군요. 사진은 렌즈를 통해 본 그 사람의 시각인가 봅니다.
  2. 세상에 남자가 배우지 말아야 할 취미에 점점 깊게 다가가시는군요 ^^;;
    전 대학교때 사진동아리여서, 여러가지 기본이라던가 많이 배웠지만, 찍을때는 그냥 대충대충 ^^;;;;;;;
  3. 이누이트님 어디 가셨는지요?? 오랫동안 소식이 없으시네...
  4. 저에게 사진이라는 건 아이의 일상을 담는 게 전부인 것 같아요 요즘. 아! 지마켓 후기올릴 때의 사진도 있네요!ㅋㅋㅋ 저도 사진 참 잘 찍고 싶은데요, 저는 술도 즐겨하지 않는데 어째서 수전증이 그리도 심한지!ㅋㅋㅋ
  5. 다시 글이 올라와서 반가운 마음에 후다닥 읽었습니다. 그런데 뒷북이었어요 -_ㅜ 다시 잠수를 타신듯합니다.
  6. Inuit님께서 많이 바쁘신가봐요. 혹시나 하고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잠수에서 올라오실 날만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
  7. "진짜 찍고 싶은 그 순간에 셔터를 누르는 것" - 정말 중요하지요. 저는 가족들 사진을 찍을 때 뷰파인더로 보며 계속 기다립니다. 표정이 자연스러워질 때를 기다리는 거지요. 처음에는 어색해 해도 그러다 보면 표정이 좀 풀어지거든요 ^^
  8. 안녕하세요. 몇 년만에 티스토리에 접속했다가 한때 자주 들르던 inuit님의 블로그가 생각나서 들렀습니다. 작년 이후로는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으시나보네요. 비록 온라인상이지만 통찰력 있는 글과 인간미가 느껴지는 댓글로 미루어 짐작컨대 지와 덕을 모두 갖춘 분이라 생각하며..^^ 님의 블로그를 조용히 눈팅한 기억이 나네요.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9. 잠수 타던 토댁이 잠시 수면 호흡 중 들렀는데 우째...
    건강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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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 제국

Culture/Review 2013.10.13 10:00

진원숙

역사에 관심이 많은가?

관심이 많든 적든, 유럽 주요국 위주로 역사를 파악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지상의 큰 구멍이 있게 마련이다.

동로마제국 이후, 그 지리 상에 생긴 일이다. 
나 또한 그러하다.

그 구멍을 이해하는데 있어 주요한 고리는 바로 지금 터키의 전신, 오스만 제국이다.
 
서로마와 동로마가 갈라진 이후, 로마제국의 주력은 동로마로 이전하여 몇세기간 번영을 이어간다.
찬란한 문화의 핵심은 콘스탄티누스의 이름을 딴 콘스탄티노플.
십자군 원정과도 연관이 있지만, 유럽 세계를 이슬람으로부터 지켜주는 보루이기도 했다.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여 이스탄불로 이름을 바꾼 이후로 지중해 동부와 동부유럽의 역사는 오스만 제국의 행보에 좌우된다.

여러 문헌에 잘 나와 있는 역사를 굳이 여기서 다시 되풀이해서 적을 필요는 없다.
다만, 오스만 제국의 역사에서 곰곰히 생각해볼 부분만 정리한다.

오스만 투르크
한때 소아시의 맹주 역할을 했던 셀주크 투르크는 십자군과의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후, 몽골과의 경쟁에서 패퇴하여 흩어지게 된다.
이때 강성한 소부족이 오스만 1세가 이끌던 오스만 투르크다.
이들은 가자(ghaza)라는 투르크족 특유의 문화를 이용해 흩어진 투르크 전사를 규합했다. 가자는 약탈 원정대지만, 투르크족의 생업이자 생활이다. 더 중요한 점은 종교적 의무와 연계되어 매우 뿌리깊은 연대를 제공한다.

예니체리(Yeniceri)
예니체리는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필수 요소다. 
예니체리는 신군대라는 뜻이지만, 비투르크-비무슬림의 왕실 근위대다. 주로 정복지역의 기독교도 자제를 어려서부터 엘리트 전사로 교육시킨 정예다. 

오스만 제국 초기에는 바야지드 1세와 같이 인근 투르크 족을 병합하는 공격군 역할도 맡았다. 무슬림 전사는 같은 무슬림을 침략하기 꺼려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예니체리를 이용한 무슬림 정복은 초반에는 성공을 거두지만, 비무슬림을 이용한 침공을 조장한 것이므로 소아시아의 전체 무슬림들이 등을 돌려 제국이 위기에 빠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중에는 예니체리가 정치에 깊숙히 간여하여, 황제를 폐하고, 자신들이 황제를 선정하는 등 그 폐단이 매우 컸고, 오스만 몰락의 한가지 단초를 제공한다.

왕위의 배타적 상속
투르크 특유의 전통은, 장자상속과 같은 규칙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술탄이 늙으면 아들들은 피비린내 나는 계승 경쟁을 벌인다. 왜냐면, 왕위 계승에 탈락한 왕자는 바로 죽임을 당하기 때문이다. 형제간 다툼을 막기위한 이 제도는, 제국 초기에는 안정을 보이지만 갈수록 재임 말기에 극심한 혼란을 일으켜 제국의 힘을 약하게 했다. 

재미난건 제국 중반 즈음, 제도를 바꾼 바 있다. 왕위에서 탈락한 왕자들의 사형을 완화하여 유폐로 변경을 했다. 오히려 그 이후에 계승은 극심한 혼란이 되었다. 오스만 제국의 17회 술탄 폐위 사건 중 14회가 이 이후에 일어났다. 투르크 족의 배타적 계승은 나름대로의 지혜였을지도 모른다.

문화의 종말
찬란하던 오스만 제국은 17~18세기에 문화적 고갈을 맞는다. 공직자 중에도 문맹이 많고, 재판관은 무식했다. 유럽의 언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없고, 세상 돌아가는 일은 외국인을 고용해 파악하도록 의존했다. 결국, 문화, 정치, 군사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유럽에 모든 면에서 열위에 놓이게 되고, 제국주의 시대에 오스만 제국은 모든 전선에서 패퇴하게 된다.


터키 공화국
투르크 족의 강한 전투력과, 소아시아 및 인근을 병합한 문화적 규모로 중세를 풍미했던 오스만 제국. 결국 낙후된 시스템과 정치적 불안요소로 근대에 들어 급격한 몰락을 한다. 발칸과 동유럽의 드넓은 영토를 다 잃고, 지금의 터키 지역만 남아 터키 공화국이 되었다.

유럽의 치열한 각축전에서 한 축의 역할을 했던 오스만 제국. 

지금은 후줄근한 변방 나라처럼 보이는 터키로 영역이 위축되었지만, 그 역사를 이해하는 부분은 유럽의 동력학을 이해하는데 필수다. 마치 작금에는 애매한 위치에 모호한 정체성처럼 여겨지지만, 중세를 풍미했던 오스트리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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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터키는 참 매력적인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리적 문화적으로 동서양의 교차점에 해당하다보니 많은 것들이 서로 교집합을 이루지요. 전에 비잔틴 이전에 있었던 팔미라제국의 마지막 황제 제노비아에 관한 이야기를 참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자세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미인에 다재다능하고 능력있는 여성으로 남아있습니다.
    • 맞습니다.
      정말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는 곳이고, 역사도 깊어 매력적인 곳이지요. 짧게 들렀었는데, 또 가고 싶습니다. ^^
secret

이슬람 문화

Culture/Review 2013.09.29 10:00
테러집단에 미개하고 공격적인 문명.

이희수

우리나라를 포함한 서구에서, 이슬람처럼 그 많은 환상과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개념체계가 있을까.


나 역시 그런 시각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부지런히 읽고 공부하고 있다.

첫번째 오해
기독교와 이슬람은 매우 상극인 종교인가.
아는 사람도 많지만, 모르는 사람도 꽤 많은 부분이다.
이슬람과 기독교는 한 뿌리다.
수녀님의 복장과 무슬림 여성의 복장이 유사한만큼이나, 이슬람과 기독교는 차이보다 공통점이 더 많은 종교다.
이름만 보아도, 이브라힘(아브라함), 무사(모세), 이사(예수), 이스마엘(이스마엘), 야꾸브(야곱), 누르(노아), 아뎀(아담), 마리얌(마리아), 슐레이만(솔로몬), 다우드(다비드) 등 수많은 무슬림 이름이 유대의 이름들을 그대로 이어 쓴다.

다만 이슬람은 무함마드를 아담-이브라함-모세-예수에 이은 마지막 예언자로 보는 부분에서 두 종교는 갈라진다.
또한, 이슬람의 시각에서 보면, 하느님의 계시가 오역, 변질되는 부분이 많아 무함마드 이후로 강한 원칙을 고수하여 순수한 고대종교의 정신을 더 잘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어쩌면 이런 결벽적 원리주의가 이슬람의 정체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두번째 오해.
'한손엔 칼을, 한손엔 꾸란을'에서 보듯 매우 공격적인 종교 아닌가.
이 말은 근대에서 이슬람에게 덧씌운 망령같이 추잡한 이미지이다. 
꾸란에는 '종교는 어떤 강요도 있어서 안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되려, 무슬림에게 면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정복자 무슬림들은 현지 인원이 개종하는 것을 오히려 싫어했다.
다만, 경제적 동기로 자발적 개종을 막기 힘들어 demarketing을 했음에도 정복지의 개종자가 많이 늘었다는게 책의 견해다.
(개종에 대한 중립적이되 유럽식의 분석은 '고대세계의 만남' 리뷰를 참조)

셋째 오해.
무슬림은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미개한 인간들이다.
이 부분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즉, 이슬람 종교의 특징이 아니라, 사막 부족의 특성이다.
이 부분은 '공간의 힘'에서도 힘주어 이야기하는 부분 중 하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유대교와 기독교도 사막 부족의 토대 위에 생긴 종교다.
그래서, 유일신에 타종교 배타적이고 가부장적 카리스마가 근간이다.
반면, 각박하지 않고 먹을 것이 풍부한 열대나 온대, 열대 종교는 다신교가 근간이다.
어쨌든,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터키에서는 여성이 수상까지 갔고 이 나라들은 사막적 정서가 없는 지역들이다.

이슬람의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생소한 부분도 많지만 매우 흥미롭다.

중매 및 형사취수
이 부분은 우리나라와도 유사하다. 무슬림은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 아닌, 가족과 가족의 결합으로 본다. 따라서, 재산권 및 혈연공동체간의 연대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바로 수계혼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 형사취수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라마단
가난한 자나 부유한 자가 동일 조건을 공유하게 해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한다. 라마단 이후 엄청난 사회기부가 이뤄지는데, 세금을 통하지 않고 부가 재분배가 되는 유효한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부수적 효과도 있다. 장기 단식을 통한 체중감소 및 잔병 치유의 효과로 인적 자본의 정비효과도 얻는게 라마단이다.

얇지만 임팩트가 있는 책이다. 핵심은 이거다.
유대족과 아랍족은 언어마저 같은 셈계 언어를 쓰는 셈족의 분파다.
다만, 근대 유대족이 땅을 비집고 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중세 이후 기독교인과의 부의 쟁탈전을 통해, 증오의 감정으로 유럽에서 씌운 단단한 오명이 무슬림을 감싸고 있을 뿐이다. 문명의 충돌 따윈 없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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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슬람문화, 이슬람 사람들에 대해 친구들끼리 이야기하거나 보도되는 것들을 보면 '과연 같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 맞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었는데, 말씀하신 그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군요. 물론 종파나 개인차도 있긴 하겠지만요.
  2. 서구국가는 가족문화(명절이나 중요한날에나 봄.)를 그리중시하지않고 우리나라와 일본은 1인가구비율이 높아져서 가족과 같이살아도 대화가 안되는 무언가족으로 살고있으니...!
secret
가까운듯 하면서 먼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사는 예전에 관심 있어 두어 권 읽었는데, 인물도 지명도 낯설어 큰 흐름 밖에 기억에 안 남는 상태였다. 

카와이 아츠시

이번에 마음먹고 공부하듯 읽었는데, 마음에 들었다.


읽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점
  • 일본의 아이콘인 사무라이는 언제 나타나 어떻게 발전했는가?
  • 텐노는 어떻게 포지셔닝했고, 어떻게 명맥을 이어 만세일가를 이어 왔는가?
  • 쇼군은 어떻게 생겨나서 주도권을 쥐게 되었는가?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읽었다.

먼저 텐노는, 호족의 연합정부인 야마토 정권에서 탄생했다.
모노베 씨와 소가 씨의 대결구도에서, 한반도 유착세력인 소가 씨가 승리하고 그 세력이 번창하다 쇼도쿠 태자가 집권하여 텐무 텐노로 등극.
이후, 텐노가 정치적 유연성을 발휘하기 위해 스스로 상황으로 물러나고 텐노를 앞잡이로 만든데서 허수아비 텐노의 전통이 성립한다.
즉, 텐노는 상징으로 두고 실권을 놓고 다투는 독특한 일본 정치의 특징이 이미 헤이안 시대부터 나타났다. 
다시말해 텐노의 상징성을 해할 필요 없이, 실권만 떼어 다툴 수 있는 중세 일본 정치풍토로 인해, 세도가들은 실질적 권력에만 치중하게 된다.
따라서 잠깐의 남북조 시대를 빼고는 항상 텐노가 이어지는 만세일가의 전통이 확립되었다.
텐노가 힘이 없어 오히려 명맥이 유지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하다.

둘째, 사무라이는 말 그대로 용병 무사(부시) 집단이었다.
헤이안 시대에 치열하게 경쟁했던 후지와라와 그 외 견제 가문들간의 싸움에 용병이 개입되며 무사세력이 중요성을 띄게 된다.
무사세력은 바로 그 유명한 미나모토 가문과 타이라 가문이다.
이 둘은 겐페이 대전에서 미나모토 씨의 승리로 권력이 넘어가고, 사무라이가 정치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셋째, 쇼군은 미나모토 씨에서 비롯되었다.
타이라 가문을 제압한 미나모토 가는 도쿄 근처에 가마쿠라 막부를 설립했다.
이후 아시카가씨가 집권하면서, 주인은 바뀌었지만 똑같은 무사집단인 무로마치 막부가 세워지고 정치의 중심은 다시 교토로 온다.
그러나, 봉건제의 강화로 지방에 독자적 세력을 구축하면서 일본은 전국시대로 접어든다.

힘이 우선인 전국시대에 일본을 절반 가량 통합한 사람이 오다 노부나가이다.
오다가 혼노지의 난으로 사망한 진공 정국에서, 전면에 부상한 인물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다.
히데요시는 오사카를 기반으로 전국을 통일하지만, 사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도쿠가와의 쇼군 시대가 열린다.

도쿠가와의 에도 막부는 메이지 유신 때까지 관동 기반의 무사 세력이 일본을 통치하는 토대가 되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에 텐노 중심의 친정을 하고 이후 개국의 길로 가면서 지금의 일본이 되었다.

이렇게 정리하니 일본 역사의 큰 흐름이 보인다.
뒤죽박죽 정리가 안되던 내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가케무샤니 신선조의 역사적 배경이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일반적인 일본 사람들 만나면 참 선하고 깍듯한데, 권력집단은 몹쓸 사람들이 많은 점이 의아했는데, 이해가 간다.
어차피 일본 정치사는 민중이라는 '자원'을 놓고 힘자랑한 귀족가문의 권모술수와 힘의 대결이었을 뿐이다.
유교적 전통이나 국가관이 미약하고, 사농공상의 엄한 규율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몸조심하고 심신의 평화를 지키며 잘 지내는게 미덕일테다.
심지어 세키가와라 대전이나 겐페이 대전 같은 역사적 분수령 때 평민들은 벤토를 싸들고 싸움구경을 했다는 이야기도 그렇게 보면 이해가 된다.
더 멀리 나가면, 아나키즘까지 가는 리버럴한 생각도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의 분리된 심상이 반영된 탓일지도 모르겠다.
임진왜란 때 장수만 꺾으면 으레 승리로 간주하는 왜장들이, 여기저기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의병을 보고 경악했다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역사가 새긴 DNA가 다른 부분이 있다.

책 이야기로 마무리하자면, 이 책의 장점은 많다.
제목처럼 하룻밤에 읽을만치 가볍지는 않지만, 편년체처럼 지루하게 적지 않아 내용을 쫒기 좋다.
또한, 도표와 지도를 최대한 많이 실어, 일본 지리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해가 쉽다.
그리고, 컬럼 형식으로 단편을 이어 놓은 형식이라 쉬엄쉬엄 읽기도 좋고 지루하지 않은 뒷이야기도 가벼운 양념처럼 많다.

일본사를 개괄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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