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_Tech/Review'에 해당하는 글 51건

김용진

호흡이란 무엇인가?

책은 첫머리에 묻는다. 숨쉬는거지 뭐.. 난 생각했다. 아니었다. 호흡은 산소를 들이마셔 체내에 축적된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래서 동물은 호흡을 한다. 반대로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빛의 에너지를 축적한다. 이렇게 햇빛, 물, 산소에 기대 지구의 생명체들은 서로 에너지를 주고 받으며 경쟁하고 유전하며 번창하거나 절멸한다.


깜짝 놀랐다
호흡의 비밀을 알아낸 나는 아이들과 대화시간에 호흡이 뭔지 아냐 물었다. 고3인 딸은 냉큼 대답한다. 에너지 생성이요. 뭐지? 나만 몰랐나. 아내에게 확인해보니 아내도 이제야 알았다고 한다.


급속성장 생물학
이유는 그랬다. 내가 생물을 배운 30년 전과 지금 교과체계는 많이 다르다. 그간 눈부신 발전을 이룬 생물학의 결과를 충분히 수용하여 가르치고 있다. 사실 생물학에 뭐 새로운게 있을까 싶었다. 화석이나 인체, 동식물을 연구하는 오래된 학문이라 새로 더 발견할게 있을까 했다. 반대다.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생물학은 해가 다르게 더 많은걸 알아내고 있는 중이다.


뇌과학
뇌과학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정리해본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를 쓸 때만해도 뇌과학이 처음 뜰 때였고 나는 흥분했었다. 경험적으로 느꼈던 부분의 과학적 이유를 알게 되었고, 과학이 그렇듯 그 기제를 이용하면 효과적 반응이 가능하므로. 그 뇌과학도 큰 틀에서의 생물학, 좁게는 분자생물학과 신경학, 유전학, 비교생물학 등 첨단 분야의 토대에서 핀 꽃이었다.


재교육
과학이 진리라 생각하지만 회고적으로 불변일 뿐이다. 과학이 아직 새롭게 발견할 부분은 많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엘레건트 유니버스' 등 내가 천착했던 물리학 뿐만 아니라, 생물학 분야도 이렇게 발전한줄 솔직히 몰랐다. 반성한다. 그리고 과학 좋아하는 사람은 최신 연구결과에 꽤 업데이트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이 책은 좋은 길잡이다. 생물학의 발전과 종합적인 관점을 읽기 좋다.


Inuit Points 
가장 사랑스러운 점은 저자의 관점이다. 생명의 신비에는 한없이 따뜻하고 경외감과 열정을 보인다. 하지만 비과학적인 태도에는 명료하게 선을 긋는다. 과학자의 순수한 자존심이 페이지 곳곳에 묻어 있다. Fact보다 저자의 철학을 강하게 드러내는 마지막 챕터는 압권이다. 종교, 음모론, 미신처럼 비과학적 태도를 단호히 거부하며,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인류의 새로운 진화를 꿈꾸는 저자의 태도는 낭만적이다. 읽는 내내 즐거웠고 다 읽고 나니 아쉽다. 별점 다섯이다. 요즘 운이 좋은가 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Sci_Tech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물학 이야기  (0) 2015.07.12
마음의 작동법  (2) 2015.06.21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0) 2013.11.03
우주 다큐  (4) 2013.10.20
잠수함, 그 하고 싶은 이야기들  (0) 2013.10.06
제노사이드  (4) 2013.10.03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inuit.co.kr/trackback/2321 관련글 쓰기
secret

Edward Deci

왜 그랬을까?

얼마전 천재소녀 사건으로 잠시 떠들썩했는데, 다들 왜 그랬을까 쯧쯧 반응이 많았다. 마침 그 아버지가 내 고등, 대학교 동창인지라, 어떤 성품의 사람인지 아는 나로선 더 놀라운 일이었다.


마음의 길, 심리
심리학적으로는 우리는 각자 같게 다르다. 모두 상황과 관계속에서 개별적 선택을 하므로 그 결과는 모두 다르다. 하지만 선택과 결정의 기저에는 같은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인간을 집요하게 구성하는 DNA는 진화를 거치며 바탕을 이루기 때문이다.


High Pressure
자아관여 (ego involvement)란 말이 있다. 자기의 존재가치를 특정 결과와 결부시키는 현상이다. 결과는 내면의 동기 훼손, 압박감, 긴장감과 불안을 유발한다. 동창 정욱이의 딸은 아마도 이 자아관여가 컸을테다. 그리고 자기만의 세상을 구성하여 그 속에서 안온함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그 증상을 리플리 증후군이라 부르든 말든.


(Title) Why we do what we do


자율성
첨엔 뻔한 내용이라 생각했다. 스키너의 행동주의는 편린일뿐. 호손 실험 이후 마음작동법의 몰랐던 부분을 많이 밝혀낸게 최근 심리학의 조류다. 따라서, 자율성의 중요성을 조명하는 이야기는 이미 진부하다. 그런 면에서 이미 결말 아는 드라마를 본다 싶었다. 아니었다.
이건 유명세가 덜하긴해도 원전(原典) 급이다. 사실 책 나온지 20년 됐다. 내가 몰랐을 뿐.


Why we do what we do
책은, 통제자율성이란 두 축으로 심리적 상황을 범주화한다. 그리고 마음을 움직이고 나아가 행동과 결과를 내는 유일한 요소는 자율성이라 결론낸다. 학자의 고요함은 유지하되, 어떤 경우에서도 자율성에 대한 숭상을 잊지 않는게 책의 어조다. 서릿발같은 고집이 좋다.


통제를 극하는 자율성
통제는 권위를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통제는 대상의 소외를 야기한다. 그 소외는 순종 또는 저항으로 귀결된다. 반면 자율성은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다. 일견 비효율적이나 결과적으로는 효과적이다. 왜냐면 성공한 자율성은 진정성에 닿기 때문이다. 또한 행동을 부르고, 타인과 자율적 관계를 촉진하는 승수효과가 발생한다. 


칭찬은 독
그럼 어떻게 자율성을 조직이나 여러분 관계 속에 들일 것인가. 흔히 알려진대로 칭찬을 잘 활용하면 될 것인가? 저자는 강하게 부정한다. 칭찬이 조건적으로 보이면 역효과가 난다는 우리의 경험적 관찰을 지지한다. 자율성을 숨쉬게 하는 칭찬만이 중요하다. 결국, 진정성이 뒷받침된 '존중'이 자율성에 기반한 공감을 이룬다. 이는 조직 뿐 아니라, 육아도 마찬가지다.


Negative feedback
그럼 부정적 피드백은 하지 말아야하는가. 아니다. 이 또한 자율성 기반의 행동 촉진에 중요 요소다. 단지 부정적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 중요하다. 핵심은 이거다.
"먼저 질문하라. 그리고, 행동과 인격은 분리하여 이야기하라."
이와 관련해서는 얼마전 다큐멘터리의 외국 아빠 모습이 강렬하다.


실천과제
자율성 좋은건 알겠다. 당장 어떻게 써먹을까. 책이 이야기한건 많지만, 가장 핵심적인 자율성 실천 방안을 소개한다.
일을 할 때나, 살을 빼거나 건강 치료를 할 때 구체적 방법은 스스로 택하게 하라. 단, 스스로 자율성의 한계를 정하게 하라. 자율성은 무책임이나 방종을 뜻하는게 아니다. 그리고 자율성의 결과가 좋게 나왔을 때 함부로 보상하지 마라


삶의 지혜
내가 이 책에 매료된 부분이 이 지점이다. 처음에는 인사와 경영 관련한 관심에서 읽었고, 많은 배움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이상이 있었다. 인간 모델에 대해, 충분이 아는 부분임에도 간과하기 쉬운 부분을 다시 환기시키고 매우 세밀하게 구석구석 조명한다. 변화관리는 물론, 육아가 그렇고, 애정관계, 남녀심리 차이, 심지어 다이어트에도 적용되는 인간의 본질이다.


Inuit Point ★
그런 면에서 책 제목인 '마음의 작동법'은 허세나 과장이 아니다. 나나 여러분 마음의 작동 매뉴얼이기 때문이다. 별 다섯을 줬다. 경영자 뿐 아니라, 서른 넘은 성인 남녀에게 강추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Sci_Tech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물학 이야기  (0) 2015.07.12
마음의 작동법  (2) 2015.06.21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0) 2013.11.03
우주 다큐  (4) 2013.10.20
잠수함, 그 하고 싶은 이야기들  (0) 2013.10.06
제노사이드  (4) 2013.10.03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2개가 달렸습니다.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inuit.co.kr/trackback/2314 관련글 쓰기
  1. 어려울것 같지만 관심이 가는 내용같네요 시간내서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secret
SF계의 최고봉이면서, 찔금찔금 작품을 발표해 읽고 싶어도 읽을 것이 없다는 점으로 유명한 테드창이다.
심지어 그의 작품 수보다 수상갯수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첫 작품부터 상을 휩쓸었고, 과작에 중복수상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테드창의 대부분 작품세계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으면 알게 된다.
이미 작고한 젤라즈니에 비하면 찔금이라도 책을 내주는 테드 창이 고맙다.

Ted Chiang

(Title) Lifecycle of sofware object


테드 창의 신작이다.
매우 전문용어스러워, 저자 이름이 아니면 손이 안가는 제목이기도 하다.

책 한권으로 처리하기 민망하게 짧은 소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이미 설명했듯 책이 나왔다는 점으로도 고마우니 넘어가도 된다.

상황은 시간과 공간 축에서 멀지 않은, 상대적으로 친근한 환경이다.
즉, 몇 백년 후의 불특정 시대도 아니고, 다른 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아니다.
한때 유행했던 '세컨드 라이프'를 떠올리게 하는 가상공간의 인공지능체가 주된 소재다.

소프트웨어적으로 진화가 가능한 인공지능(AI) 개체들은 각자가 정해진 알고리듬 내에서 진화를 한다.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친구로 역할하도록 되어, 큰 재주도 없다.
난독증세가 있지만 글도 어느정도 읽고, 주변을 이해하고 인간과 감성적인 교류가 특징이다.
가상공간에서 주로 거주하는 소프트웨어이지만, 개체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다.
소프트웨어 상태로 다운로드되면 로봇 형태의 하드웨어를 통해 물리적인 교류도 가능하다.
하지만, IT업계가 다 그렇듯 디지털생명체(디지언트)를 개발한 회사가 망하고, 그들의 주거공간인 가상 세계 플랫폼 업체도 망하게 된다. 결국, 소수 부족으로 전락한 디지언트들의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철학적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내용이다.

항상 그렇듯, 잘 빼낸 SF의 장점은 기이한 세팅에서 오히려 극명하게 인간과 사회의 철학적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소설의 기본 전제에 동의하고 익숙해지면, 바로 실존의 문제에 대한 저자의 의문에 답을 생각해볼 수 밖에 없다.

성장을 하면서 스스로 운명을 책임지는 성체가 되는데, 그 개체의 판단과 책임은 어떤 전제로 허용될 것인가?
경험인가? 나이인가? 
책처럼 디지언트의 오너인 인간이 성체(책에서는 디지언트의 법인화)가 되는 시점을 결정할 수 있다면 시간은 구속조건이 아니다.
경험은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데, 육아상황의 부모적 애착을 갖는 상태에서 쉽게 경험을 허용하게 되는가?
소프트웨어 개체의 자유의지는 어디까지인가?
알고리듬이 불완전해서 성마른 판단을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의 거울인 소설속 상황을 보며 크게 배운 점이 있다.
결국 감정이다.
어려운 의사결정은 수치가 아니다.
정량화할 수 있는 결정은 최대화의 법칙을 따르면 되니까.
하지만, 일장일단이 있는 결정은 결국 감정을 따른다.
그게 정의든, 욕망이든, 자기성장적 투자든 감정으로 방향을 세운다.
감정이 있는 소프트웨어 객체라면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간도 모든 사람이 합리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그래도 우리는 결정을 하고 움직인다. 

소설은 테드창의 전작에 비하면 많이 밋밋한 감이 있다.
부러 내용 모르고 읽다보니, 하드웨어로 다운로드된 소프트웨어 개체가 물리공간에서 어떤 독특한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했으나, 소설은 가상세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성인이 되며 성적인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소프트웨어 간 교배를 통한 반전이라도 기대했으나, 소설은 주어진 세계관 내에서 집요하게 철학적 주제에만 천착한다.

읽는 재미로 보면 밋밋하지만, 억지로 드라마틱해지지 않는게 주제의식을 더 잘 드러내는 절제된 선택이었다.
우리 현실도 생각은 드라마틱할 수 있지만, 실제는 삶의 범주를 넘지 못하는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비현실적인 세팅에서 현실적 전개를 하는 잘 씌여진 SF의 모범을 보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Sci_Tech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물학 이야기  (0) 2015.07.12
마음의 작동법  (2) 2015.06.21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0) 2013.11.03
우주 다큐  (4) 2013.10.20
잠수함, 그 하고 싶은 이야기들  (0) 2013.10.06
제노사이드  (4) 2013.10.03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inuit.co.kr/trackback/2294 관련글 쓰기
secret

우주 다큐

Sci_Tech/Review 2013.10.20 10:00
오랫만에 매력적인 과학책을 읽었다.

우주비행사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미국 기준으로 보면, 공군 조종사 중 정예를 선발해 우주로 보낸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국민 대상으로 소동을 벌인 후 엘리트 두명이 선발된 바 있다.
여기에, 영화 '아폴로 13' 같은 내용을 더해 추측하건대, 우주 비행은 '무중력 상태에서 생사의 위험을 걸고 복잡한 조작과 임무를 수행하는 심신의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의 모험'으로 보인다.

Mary Roach

하지만 우주 비행의 실체는 상상과 상당히 다르다.

책은 우주비행의 진면목을 꽤나 자세히, 하지만 복잡한 내용을 해학적으로 조근조근 설명하고 있다.

우선, 무중력은 상당히 문제가 심각한게 맞다.
지상에서의 상식은 전면 폐기해야 한다.
우선 하체로 체액이 몰리지 않으니, 상체는 부풀고 하체는 가늘어진다.
뼈는 중력에 눌리지 않으니 급격히 약해지는 골소실이 생긴다.
더 나아가,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이석이 무중력 상태가 되어, 균형감각이 새롭게 편제된다. 멀미는 필수다.
배변도 어렵다. 힘을 주어도 중력으로 떨어져 나가지 않으니 말이다. 
심지어, 과열이 되어도 퓨즈가 작동하지 않는다. 녹아도 흘러내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중력  이외의 부분은 얼핏 드는 생각과는 좀 다르다.

우선 조종술을 볼까.
물론 수동 조종이나 긴급상황 대처에는 비행사의 조종이 필요할 수 있지만, 대개 우주선은 자동으로 조종된다. 
실제로, 사람 이전에는 유인원이나 개가 다녀왔고, 조종사들은 이 부분을 싫어한다. 
개나소나 조종석에 앉을 수 있다는 점을.

그러면, 왜 공군 조종사 같은 프로파일이 필요한가.
조종 그 자체보다 심신의 능력과 자기 절제, 명령에 대한 복종 등이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러하지만, 요즘에는 심리적, 신체적 특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비행 인원을 선발한다. 꼭 파일럿일 필요는 없다.

자기절제와 명령 복종이라는 부분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하다.
이코노미석으로 10시간 비행만해도 고달픈데, 한 좌석에 며칠 동안 밀폐된 상태로 지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동료들끼리도 마찰이 생기고, 관제센터와도 감정이 상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관제센터에서는 조종사의 모든 생활, 사생활까지도 모니터링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신이 먹는 음식은 물론이고 배변까지도 세심히 신경을 쓴다.

배변이야기가 나오니 말인데, 우주 비행은 악취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소변은 콘돔 형태의 장치로 받아내는데 실수하면 우주복에 오줌이 찬다.
대변은 더 심하다. 초기에는 비닐로 받아내고 중력이 없으니 손으로 끊어내는 형태였다.
이제는 바람으로 빼내는 변기를 사용하는데, 조금만 조준이 잘못되면 막히고 사용이 불가하다.
대단한 선발조건을 갖춘 우주비행사는 우주공간에서 낑낑 거리고 막힌 변기를 뚫어야 한다.
실패하면 밀폐된 공간의 모든 조종사가 60년대 방식의 비닐봉지를 죄다 사용해야 한다.
실제로, 이 배변이 너무 귀찮거나 거북스러워서 짧은 임무의 경우, 아예 변비로 지내기를 선호하기도 한다.
사실, 중력이 없어 의지만 없으면 변의도 느끼기 힘들다.

배변은 물론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짦은 우주비행이라면야 어찌어찌 참고 버티는게 한가지 방법이지만 비행이 길어지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몇개월의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정거장도 있지만, 유인 화성탐사는 2년여의 비행이다. 신체와 심리에 큰 타격이 되는 일정이다. 변을 2년간 참을 수도 없다. 그래서, 면밀히 체크하며 인간의 능력과 이를 돕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우주비행을 중력이 없는 잠수함 상황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매우 다르다는걸 깨달았다.
고립은 공통이되, 잠수함이 우주비행보다 나은 점이 확실히 있다.
유사시 물밖으로 신속히 나와 인간세상과 재접속이 가능하고,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누군가가 모니터링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재미난 점은, 서너군데에 우리나라 이소연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소연의 함장이었던 휘트먼의 이야기기에 딸려 나온건데, 지구 진입시에 큰 사고가 날 뻔했었다고 한다.
카자흐스탄에 불시착해서 농부가 살려준 이야기 등은 꽤 흥미로왔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 이소연 착륙시의 위험천만한 일에 대한 보도가 있었던가? 난 기억에 없다.

총평이다.
매우 독특한 소재이고, 발로 뛰어 흥미로운 이야기를 빼곡히 담았다.
전문적 내용을 설명하면서도 재치와 유머가 끊이지를 않는다.
과학 이야기를 이 정도 쓸 수 있는 내공은 정말 높이 평가한다.
그정도 규모가 되는 영어권의 도서 시장이 다시 부럽기도 하고.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Sci_Tech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의 작동법  (2) 2015.06.21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0) 2013.11.03
우주 다큐  (4) 2013.10.20
잠수함, 그 하고 싶은 이야기들  (0) 2013.10.06
제노사이드  (4) 2013.10.03
이것은 수학입니까  (2) 2013.06.29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4개가 달렸습니다.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inuit.co.kr/trackback/2292 관련글 쓰기
  1. 배변이란 상당히 중요하고 심각한 기본문제인데 까맣게 생각 못하고 있었네요.
    도서 시장의 규모와 수준은 한글과 영어권, 비교가 안되겠지요?
    • 네. 책에서 짚어주지 않으면 생각 못할 부분이 많더군요.
      요즘 그래비티 영화도 인기지만, 우주비행사 노릇이 쉽지 않은건 확실합니다. ^^
  2. 이소연씨가 귀환 시 위험했던 내용은 언론에서도 보도했었습니다.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08/04/21/0303000000AKR20080421207500080.HTML
    • 그렇네요. 기사가 꽤 자세합니다.
      책 보니, 궤도 진입할 때 아주 위험했더라구요..
secret
자서전은 사리다.

전문 작가가 아닌 사람이라면, 평생 모은 글감을 단 한번 활활 태워 영롱하게 추려낸 내용이 자서전이다. 이 책 읽으며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모든 사람이 사리가 나오지는 않듯, 구도하듯 치열히 산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수고의 증표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해군, 1번 잠수함의 함장, 안병구.
그가 전해주는 잠수함 이야기는, 생소한 분야의 이야기라서도 매력적이지만, 우직한 군인의 선굵은 독백이 감동적이다.

안병구

잠수함에 창문이 없다는 점을 아는가?


난 잠수함 영화를 매우 좋아하고, 왠만한건 다 봤다.
잠수함은 심해에 잠항하여 작전을 한다.
그 말은 햇볕이 안 닿는 어둠의 세계이며, 전파도 못 미치는 고립의 세상이란 뜻이다. 조금의 실수만 생겨도 고압으로 찌그려져 죽을 수 있는 캔 속의 몇몇 사내들이 거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잠수함 상황은 독특하다. 외롭게 의사결정하고 불확실성과 괴롭게 싸우는 과정이다. 잠수함 영화의 매력도 여기에 기인한다. 인간 사회 및 조직의 강렬한 표본이다.

처음에 잠수함 관련 공부를 하는 임무로 시작하여, 잠수함 획득 사업의 타당성 및 방향성 조사 임무, 그 후 1호 잠수함의 인수팀을 이끌고, 그 잠수함의 함장이 되고 승진하여 잠수전단장까지의 이력을 쌓는 저자의 역사는 우리나라 해군의 잠수함 역사와 정확히 맥을 같이 한다.

말은 쉽게 한줄로 요약했지만, 단계 단계마다의 고민과 갈등, 정치적 역학관계 속을 담담히 지나온 저자다. 그의 강직하고 담백한 독백이 전혀 군과 무관한 내게도 많은 울림을 주었다. 그의 말이 100% 사실이라면, 우리는 이런 군인을 지닌 행운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잠수함의 전술능력은 강한 편이다.
사실 그런 잠수 기동에 대한 내용도 기대했지만, 군사적 기밀 사항탓인지 운용전술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하지만, 그 외의 내용으로도 충분히 읽는 동안 즐거웠다. 통일 이후를 생각하면 대양해군이 허황된 개념이 아니다. 그리고 그 구상의 물밑에는 잠수함이 있다.

이런 참인간, 참군인이 계속 이어지고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Sci_Tech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0) 2013.11.03
우주 다큐  (4) 2013.10.20
잠수함, 그 하고 싶은 이야기들  (0) 2013.10.06
제노사이드  (4) 2013.10.03
이것은 수학입니까  (2) 2013.06.29
사회적 원자  (2) 2013.04.06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inuit.co.kr/trackback/2285 관련글 쓰기
secret

제노사이드

Sci_Tech/Review 2013.10.03 10:00

다카노 가즈아키

한번 시작하면, 책장 덮을 때까지 회사 가기 싫어 회사 잘릴 각오하고 보라는 다소 호들갑스러운 서평을 보고 고른 책이다.

여름 휴가 때 읽으려다가 바빠서 지나치고, 추석 연휴 때 읽었다.

책 많이 읽는 나지만, 시간에 늘 쫒기기 때문에 소설은 거의 못 읽는다. 그래서 소설 읽는 시간이란, 내게 사치와 과소비이고 다르게 보면 내가 나에게 주는 휴식과 보상이다. 그리고, 그렇게 재미난 책이라면 중간에 흐름이 끊겨 방해 받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결론은?

뭐 책장 덮기 전에 회사 못 갈 정도의 진득한 흡인력은 아니다.
연휴에 읽으면서 중간에 가족과 외출도 하고, 외식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했지만 책에 미련 남아 책상을 못 떠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대수준을 낮춘다면, 층분히 매력적이고 재미난 책임은 사실이다.

내용은, 인류에 단절적 진화가 일어났고, 그 초인류를 둘러싼 이야기다.
하고픈 이야기는 많지만,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나름 소심한 반전과 탄탄한 스토리라인이 있어, 책 읽는 재미가 반감될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외형적 미덕만 몇가지 언급하자.

#1
책은 꽤 공들여 쓴 흔적이 넘쳐난다.
처음에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산발적으로 흐르고 윤곽이 잡히지 않은 상태라 좀 지루하고 진도가 더디다.
하지만, 인트로 세팅이 끝나고 인물의 캐릭터가 잡힌 이후에는 물흐르듯 빨리 읽힌다.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진 단서가 치밀하게 맞아 들어간다. 공들인 티가 나는 부분이다.

#2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작가의 강한 혐오는 많은 공감이 간다.
오히려 그래서 너무 무난한 느낌도 있다.

#3
한국에 대해서는 철저한 자기비평이 돋보인다.
즉, 과거 일본이 한국을 제노사이드했던 부분을 주인공의 시각을 빌려, 비판한다.
그 보상인지 한국인 조연이 꽤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하고.

#4
번역은 매끄럽다.
내가 읽은 중, 매우 잘된 번역서 중 하나다.
문장이 껄끄럽게 튀지도 않고, 글 읽는 속도를 잡아두듯 모호하지도 않으며, 마치 처음부터 한국어로 적은듯 자연스럽다.
안 보이지만 대단한 내공이다.
잘은 몰라도, 이 같은 장르에 익숙하거나, 일본어 공부가 깊거나, 작가랑 친하거나 이 들 몇의 조합일듯 하다. (솔직히 난 모른다)

SF라고 볼지, 추리소설로 볼지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흥미진진하고 과학적 양념이 진하게 밴, 잘 짜여진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보기 바란다.
진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은 읽으면서 깊은 사색을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강추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Sci_Tech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주 다큐  (4) 2013.10.20
잠수함, 그 하고 싶은 이야기들  (0) 2013.10.06
제노사이드  (4) 2013.10.03
이것은 수학입니까  (2) 2013.06.29
사회적 원자  (2) 2013.04.06
중세, 하늘을 디자인 하다  (0) 2013.03.10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4개가 달렸습니다.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inuit.co.kr/trackback/2290 관련글 쓰기
  1. 책비평이 너무 맛깔지네요.
    요즘 스마트폰 덕분에 책을 거의 못 읽고 있는데
    팟캐스트 제껴 놓고 읽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바로 지를까 합니다. ^^
  2. 처음으로 이누이트님보다 먼저 읽은 책이 있네요..ㅎㅎㅎ
    저도 재밌게 보고 이 작가의 다른책도 찾아봤는데 구성과 스토리 전개가 너무 비슷해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네요..ㅎㅎ
    그래도 굉장히 퍼즐조각 맞춰나가며 줄줄 읽혀나가게 하는 실력이 발군인듯요
secret
업보다.
책장 덮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


흔히 인문학을 알아야 경영이든 사업이든 더 잘할 수 있다고 한다.
십분 긍정한다.

마찬가지로 과학도 그렇다.
당장 응용가능한 기술보다, 근원적인 이야기를 하는 기초과학은 인문학에 상응하는 힘이 있다.
과학 자체가 사고의 틀이고, 경험을 이론으로 변환하는 지난한 시행착오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 * *

블로그 분류에도 반영되어 있듯, 난 과학 책도 무척 좋아라한다.
그런 면에서 끊임없이 과학 책 좋은 것 없나 난 기웃거린다.

David Berlinski

(Title) One, two, three: The beauty and symmetry of absolutely elementary mathematics

 

* * *

우리나라 도서시장은 좁다.
한국어 사용자가 많지 않은데, 시장은 퇴화하고 있다.

하필이면 IT 종주국이라 전자기기가 좋고 싼데다가, 지상파는 황금컨텐츠를 무료로 뿌린다.
책 안읽어도 소일할 거리는 많다.

게다가 사재기로 베스트셀러를 양산해 대니, 혹 가다 책 읽을 마음이 들어도 그 제한된 기회를 어찌 잘 활용할지도 막막하다.

* * *

과학의 근원은 수학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과학은 수학이란 언어 위에 이뤄져 있다.
그래서 수학은 그 자체로 순수과학이지만, 과학을 이해하기 위한 메타지식적 성격도 있다.
"이것은 수학입니까?"
당돌한 질문을 던지는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 * *

책 시장이 이럴진대, 번역시장은 수준이 떨어져도 한참이다.
그냥 영문 (다른 언어는 그나마 낫다) 글줄 깨나 읽으면 너도나도 번역이다.

꼭 번역 훈련을 제대로 받아야만 번역이 된다는 주장이 아니다.
예컨대 주제가 마음에 들어 열과 성을 다한 번역은 아마추어든 데뷔작이든 번역이 쓸만하다.

그런데, 어줍잖은 다작 번역가들은 생계와 품질을 종종 맞바꾸곤 한다.

* * *

이 책 번역가의 상황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 번역이 개판이란건 내가 확실히 알겠다.
책의 컨셉이나 저자의 식견 자체는 나무랄데가 없다.

* * *

우리가 쉽게 인정하고 들지만 엄밀히 따지면 막막한 몇가지 사실이 있다.
0의 진정한 의미.
음수의 의미다.

* * *

저자는 일반인이 쉽게 넘어가는 수학의 내밀한 비밀을 공공의 장소에 내어 놓는다.
그 의미를 함께 생각하고 수학적으로 정리를 해준다.
그런데 그 이야기 풀어나가는게 제법 향기있다.

인문적 소양과 수학사적 바탕위에 블랙유머와 위트를 버무려 스토리텔링을 한다.
그런데 그 내용이 이 책의 한국어로는 잘 전달이 안된다.
사변적이지만 딱딱해 내용의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저자의 말솜씨를 역자의 글솜씨가 못따라가는 형국이다.

그러다보니 내용은 답답할뿐더러 주절주절 헛소리 같이 쓰여있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음수나, 끝없는 근심을 유발하는 분수같은 신선한 착상이,
이 책의 번역을 좇다보면 정신병자가 혼잣말 지껄이는 느낌이다.

* * *

내 자신의 지적 호기심은 물론이었다.
게다가 아이들이 수학의 매력을 맛보게 하려던 의도로 산 책이다.

그러나 난 이 책을 조용히 책장에도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웠다.
혹시 아이들이 잘못 보고 수학을 오해할까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Sci_Tech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수함, 그 하고 싶은 이야기들  (0) 2013.10.06
제노사이드  (4) 2013.10.03
이것은 수학입니까  (2) 2013.06.29
사회적 원자  (2) 2013.04.06
중세, 하늘을 디자인 하다  (0) 2013.03.10
Quiet  (2) 2013.01.05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2개가 달렸습니다.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inuit.co.kr/trackback/2259 관련글 쓰기
  1. 번역은 참 안타까운 분야에요. 쉬워보이는데, 제대로 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쉬워보인다고 댓가는 별로 쳐주질 않고, 그러다 보니 대충대충 날림이 난무하고...
    • 네. 들이는 노력은 엄청난데 티도 잘 안나고 보상도 적고.. 그저 일부의 열정이나 호기심, 희소한 재능에 의지해야 하는 답답한 비즈니스죠..
secret

인간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가 있을까?
그런데, 왜 어려울까?
가장 큰 이유는 본성과 자유의지의 임의적 조합 때문일 것이다.

Mark Buchanan

(Title) Social atom


종교, 철학 그리고 사회과학의 역사는, 어찌보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무수한 시도의 기록이다.
20세기까지는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합리적 존재(rational being)이 인간상을 규정해 왔다.
모든 사람은 개인의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가정이다.
예컨대, 합리적 인간상에서는 자선 역시 자기충족적 보상이 전제된 이기적 행동으로 본다.
또한, 범주를 확대하면 공동체를 위한 이타적 자기희생 역시, 종의 보존을 위한 유전자의 이기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근년 들어 그 가정은 폐기 또는 전폭적 수정을 거치게 된다.
이미 1970년대에 사이먼이 주창한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에서 온전한 틀은 제시하지 못할지라도, 최소한 합리적 인간상이 맞지 않음을 고백한 분기점이다.

그리고 요즘 주류화된 구뇌 이론.
내가 쓴 책도 그렇지만, 비합리적이며 감정적 의사결정을 하는 즉자적 인간상이 더해져야 보다 포괄적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이 현재 합의를 이루는 인간 인식의 틀이다.

아직도 인간 자체조차 이해의 폭을 넓고 깊게하려 노력하는데, 인간의 집합인 사회를 어찌 예측할까. 바로 이 점에서 이 책은 매우 명확하고 간결한 프레임웍을 제시한다.

바로 사회물리학이다.

즉 원자 자체의 특성을 엄밀하고 완전하게 기술할 필요 없이, 간단한 자체 특성과 상호작용의 규칙만 규정하면 집합적 특성을 나타낼 수 있듯, 사회 동역학 역시 그런 접근법으로 해석하능 하다는 가설이다. 물리학에서 아직도 약력, 강력에 K입자니 현재도 많은 연구가 진행중임에도 이미 20세기 초반에 원자폭탄이니 초전도체에 그래핀이니 수많은 물리적 업적을 낼 수 있었던 바탕은 원자 자체를 규명하지 않아도 체계의 특징을 예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간 자체에 대해서 궁극의 이해를 하지 않더라도 간단한 메커니즘만 알면 사회적 거동을 해석할 수 있다.

책에서 들고 있는 몇가지 사례는 매우 적절하며 의미있다.
인종차별이 인종간 분리 거주를 만드는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하면 몇가지 합리적 규칙으로만도 인종간 거주분리가 이뤄진다. 내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많은 것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정책 또는 선호도만 있다면 인종차별적 규칙은 필요 없다.
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위가 왜 폭동으로 번지는지, 시장은 왜 블랙스완에 가까운 요동을 치는지도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즉 심리학이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고민할 때, 물리학은 입자의 집합적 거동을 망원경으로 관찰가능한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요즘 유행하는 키워드를 모두 잘 담았다. 사회학과 과학의 통섭, 경제와 인문의 컨버전스, 빅데이터의 통계적 처리를 통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 

하지만 책의 한계는 아직 이 부분에 머문다. 즉 규칙에 대한 체계적 방법론이 없기에 사후적 설명에 머문다. 즉, 모델의 작동을 증명하는데 치중할 뿐 의미를 미리 뽑아내긴 힘든 상태다. 많이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모델이 완성된 후 파라미터 조절로 사후적 설명은 어떻게든 하지만, 앞으로 나올 부분에는 허당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론이다.
이 책은 매우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마디로 요약가능한 통찰이다.
"인간 사회는 물리학적 프레임으로 해석가능하다."

반면 책의 수준은 두가지 점에서 매우 떨어진다.
첫째, 책의 논의가 2007년 수준에 머문다. 그 이후로도 구뇌에 대한 심층적 연구결과가 많은데 지금 시점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에 혼자 경탄하는 뒷북 모양새다.

이거야 시차라 치더라도 둘째 혐의는 가볍지 않다. 번역이 엉망이다. 저자는 경제학이나 시장경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 하에 글을 쓴게 확실하다. 하지만, 번역자는 공학이나 과학 이외에는 문외한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인 번역 술어조차 나름대로 번역했음은 물론이고, 단어만 뒤틀린게 아니라 뜻마저 뒤틀어 번역을 하고 있다. 즉 번역자 스스로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공학적 설명이 정확하냐면 그도 글쎄다. feedback을 되먹임으로 쓰더라도 자연스럽고 멋진 우리 말로 쓰는 사람이 있고 직역느낌이 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책이 그렇다. 결과적으로 읽는 내내 매우 피곤하다. 누더기 번역을 기워내어 원문을 상상하며 읽어야 하니까.

결론적으로 나는 이 책에 별점을 세개 주었다. 
책 자체가 별 넷, 번역이 마이너스 한개.
이 주제에 심대한 관심이 있지 않는한, 추천하지 않는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Sci_Tech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노사이드  (4) 2013.10.03
이것은 수학입니까  (2) 2013.06.29
사회적 원자  (2) 2013.04.06
중세, 하늘을 디자인 하다  (0) 2013.03.10
Quiet  (2) 2013.01.05
배드 사이언스  (4) 2012.05.10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2개가 달렸습니다.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inuit.co.kr/trackback/2245 관련글 쓰기
  1. 통계역학 자체가 물리학 분야 중 가장 정형화된(?) 방법론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지라-한 교수님께선 가장 인문학에 가깝다고 표현하셨죠-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체계가 없는지도 모르겠네요.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
    • 재미나군요.
      가장 인문학에 가깝다..
      결국 인문학과 물리학이 서로 힌트를 얻어 더 진전하면 제일 좋겠지요. ^^
secret

용기를 줄 때 흔히 사용하는 스토리.
"예전 중세 사람들은 저 바다의 끝은 절벽과 같은 낭떠러지가 있다고 믿었으나, 콜룸부스는 그 말에 의문을 품고 바다를 건너 신대륙을 발견했다."

그럼 이 말은 어떤가?
"지레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는 말했다. 
나에게 충분히 긴 장대와 지지점만 다오. 지구도 들어올릴 수 있을테니."

그리스 시절의 아르키메데스는 분명히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의 모습을 염두에 두고 말을 한 것 같은데, 과연 그 후대인 중세 사람들은 정말로 지리에 무지렁했을까?


E. Edson & E. Savage-Smith

옛 지도에 담긴 중세인의 우주관

(Title) Medieval views of the cosmos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아니오다. 

이미 그리스 시절에 지구의 모습이 구형일 것이라는 과학적 추론이 있었다. 북쪽에서 보이는 별자리와 남쪽에서 보이는 별자리가 다른 것에서 착안하여 지구가 둥글 것을 예견한 철학자가 있었다. 더 나아가, 구형 지구를 가정하여 위도 길이를 산정하여 지구의 둘레를 측정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 그리스의 과학자들이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중세까지 평면 지구 가설을 모두가 믿고 있었다고 믿을까? 

책은 그 답을 워싱턴 어빙이라는 소설가가 콜럼버스의 삶을 미화한 허구를 쓴 이후,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믿음을 퍼뜨린 결과로 생각하고 있다. 

신화와 신학이 지배해온 중세에, 교육이 충분치 않은 그 시절에 일반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구형 지구를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확실한 무리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고대 그리스 이래로 구형 지구를 바탕으로 수많은 지도가 그려지고, 셀 수 없는 탐험이 이뤄져 왔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사실은, 암흑시대에 조차도 천문과 지리가 신의 권위에 질식되어 압살당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이슬람 문화의 공이 크다. 이슬람 학자들은 그리스의 원전을 온전히 받아 들여 자기의 언어로 번역하여 그 학문적 위업을 계승하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슬람의 율법과 정책이 이 부분의 스폰서였다. 우선, 메카를 향한 참배를 하기 위해서는 Qiblah라는 메카 위치를 알아야 한다. 즉 어느 위도-경도에 있어도 메카의 방향을 알아내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무슬림 학자들은 정교한 위치 측정 시스템을 발전시켰고 이의 핵심은 바로 천문이다. 

또한, 무슬림의 정복사업과 제국 내 관할을 위해서는 지리 탐구와 정확한 지도제작이 필수였다. 따라서 다양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받아들여 중세의 지도를 발전시켜 갔다. 

그렇다면 보물지도 같은 우스꽝스러운 고지도는 무엇인가. 사실, 기독교 문화의 지도 역시 정확한 지리적 정보를 기반하고 있다. 다만, 에덴 동산이 표시되고 지옥의 위치가 포함된 지도가 신화적 색채를 지닐 뿐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탐험이나 교역처럼 실용이 아니라, 지식과 세계관의 표현이라는 종교적 목적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슬람 지도의 경우 간간히 추상적인 모양을 띄는데, 이는 지리적 정보의 부정확이 아니라, GIS의 개념화로 봐야 한다. 지하철 노선도의 역간 간격이 똑같고 순환선이 직사각형에 가깝다고 지리적 정보의 불완전성을 논하는 사람이 있는가? 

아쉽다면, 그리스에서 발전시킨 찬란한 과학적 관행이 로마와 기독교를 지나며 화석화된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세상 모든 현상에는 물질적 이유가 있고, 세계는 영원불멸한다." 
하지만 이런 불멸적 세계관과 유물론적 자연관은 기독교의 심한 거부감을 자아내어, 그리스적 과학이 풍성히 발전시키기 어려웠던 단초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이슬람의 실용적 접근법이 아리스토텔레스적 사고방식을 입양하여 잘 양육했기에 그 바탕으로 동-서양의 교류와 대항해시대가 꽃피운 것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발전이 식민시대와 제국주의의 소용돌이를 촉진하였을 수도 있지만, 다변수 세상에서 단선적 귀책은 의미 없는 일이다. 

책은 논문에 가깝게 건조하여 재미는 솔직히 없다. 하지만, 책장 넘기기가 아깝도록 신기한 고지도의 그림이 풍부한 점과, 안개마냥 모호한 중세 이전의 천문,지리에 대한 깨우침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좀 더 온전하려면 중국과 동양의 천문-지리를 포괄했으면 좋았겠다. 저자들 학문의 일천함인지, 기획단계의 오리엔탈리즘적 협소함인지 난 잘 모르겠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Sci_Tech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것은 수학입니까  (2) 2013.06.29
사회적 원자  (2) 2013.04.06
중세, 하늘을 디자인 하다  (0) 2013.03.10
Quiet  (2) 2013.01.05
배드 사이언스  (4) 2012.05.10
오늘의 과학  (0) 2012.02.18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inuit.co.kr/trackback/2237 관련글 쓰기
secret

Quiet

Sci_Tech/Review 2013.01.05 10:00

여러 책 읽다 보면 읽고난 후의 쓰임새가 각각 다르게 마련이다. 
집짓는 일에 비유하자면, 어떤 책은 정원을 풍성하게 가꾸는 역할을 하고, 어떤 책은 인테리어를 아름답게 해주고, 어떤 책은 그냥 있으나 마나이거나 그 자체로 쓰레기이기도 하다. 
그 중 어떤 책들은 골격을 만든다. 구멍난 벽을 메우거나, 지금의 벽을 튼튼하게 하기도 한다. 또는 한 층을 올리는 기둥과 들보가 되기도 한다.

근년 들어 기둥에 해당하는 책들은 내 책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를 저술할 때 분석의 틀로 사용했던 구뇌(old brain) 관련한 내용이었다. 이성으로 직조된 고도로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 실상 마음 속 깊은 곳을 장악하고 있는 원시적 뇌의 탐욕과 공포라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통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년이 더 지나 그에 상응하는 쓸만한 기둥을 만났다.

Susan Cain


'콰이어트(Quiet)'는 막연히 기질 같기도 하고 후천적 성향처럼도 느껴지는 외향성-내향성에 대해 명료한 해답을 준다. 성향 자체는 지니고 태어나는 선천성이고, 그 활용에는 후천적 유연성이 있다는게 핵심이다.


구뇌로 대변되는 공포반응에 비해서는 외연이 무척 작다고도 볼 수 있는 외향성-내향성 프레임이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는 지금껏 지니고 있던 인간 체계에 대한 의문에 대한 온전한 해답을 주었기에 만족도가 높다.

예컨대 나를 보면, 외향성과 내향성이 공존하고 있다. 사교적이고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을 잘 해낼 뿐더러 좋아하기도 한다. 그러나, 또 혼자 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고, 그 시간에 의미있는 연구물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 막연한 가설은 외향성-내향성은 환경에의 적응도(fitness to environment) 정도로 생각했다.

수잔 케인은 똑부러지게 답한다. 
내향성-외향성은 이미 신생아 시절부터 각자에게 정해진 유전적 성향이라고. 실제로 저자 자체가 전형적 내향성 인물로 스스로에 대한 연구, 유사한 동료들에 대한 침잠을 거듭하다가 책의 주제를 구상하고 무려 7년에 걸친 방대한 인터뷰와 문헌 조사를 통해 의미있는 연구물을 내 놓게 되었다.

일단, 케인의 훌륭한 연구물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는 흔히 말하는 외향성-내향성에 덧씌워진 사회적 함의부터 벗겨야 한다. 사실 저자가 이 주제를 연구하게 만든 원인이기도 한 그 지점은 미국사회의 (또는 고도 산업사회의) 지나친 외향성 편애다. 외향성은 좋은 것, 배워야 하는 것, 반면에 내향성은 극복해야할 어두움으로 틀지어 지는데서 수많은 비극이 생긴다. 하지만 미국 자체에도 이런 틀매김이 20세기 초반의 대량 마케팅 시대와 더불어 생겼을 뿐이다.

내향성-외향성에 대해, 중립적이자 과학적 기술(description)은 자극에의 민감성이다. 내향성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은 자극에 민감하여 일정 자극 수준으로 입력을 제한하려는 성향이 있다. 반면 외향성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외부자극에 둔감하여 더 많은 자극을 찾아나선다. 그래서 외향성 주도적인 사람은 행동 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 성향은 앞서 말했듯 유전적으로 각인되어 있다. 대개 1/3에서 반이 내향성 주도형이다.

중요한 점은, 내향-외향으로 틀짓기를 하면 이해가 안가는 인간의 본성이, 자극에의 수용성으로 보면 명료하게 이해가 된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나의 새로운 기둥이 되었다. 

자극에의 수용성은 기질이지만, 스스로 통제하고 훈련하고 준비함에 따라 처리할 수 있는 자극의 용량이 달라지는 점이 중요하다. 왜냐면, 쉽게 말해 내향성 인간은 탁월한 사고형(great thinker)이고 외향성 인간은 기막힌 실행자(excellent executer)이므로 각각의 쓰임새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질에 맞춰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프레임은 HR, 리더십에서 필수적인 인간이해 요소다.

반 고흐, 엘리너 루스벨트, 앨 고어, 워런 버핏, 간디, 로자 파크스를 비롯해, 역사를 움직인 수많은 발명과 창의는 저자극 선호형 인간들에게서 나왔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다. 여러분 주위에도 조용히 세상을 바꾸고 조직을 한단계씩 업그레이드하는 혁신을 도안하는 그 사람들은 저자극 선호형이다. 
그리고 그 계획의 구현은 자극 추구형, 흔히 말하는 외향성 인간들이 구현해 간다. 세상은 그렇게 음양의 조화처럼 신기하게 굴러간다.

이 책을 알고 있는 당신이 갖게 될 밝은 눈 하나는, 겉보기 말투나 행동으로 thinker와 doer를 구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젠 그 속을 들여다 보는 자가 새로운 인간탐구 마스터가 되는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Sci_Tech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회적 원자  (2) 2013.04.06
중세, 하늘을 디자인 하다  (0) 2013.03.10
Quiet  (2) 2013.01.05
배드 사이언스  (4) 2012.05.10
오늘의 과학  (0) 2012.02.18
회복 탄력성  (4) 2011.07.12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2개가 달렸습니다.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inuit.co.kr/trackback/2220 관련글 쓰기
  1. 저자극 선호형이 정확이 어떤 타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상태로 제 스스로 훈련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찾아서 읽어볼 리스트에 올려놨습니다 ^^
    • 꼭 읽어보세요. 내적인 힘을 강화하여 외적인 에너지로 변환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쉐아르님도 저자극 선호형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색적이고 창조하는 삶.. ^^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