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에 해당하는 글 3건

Nick Sousanis

가치와 가격

어떤 커스텀 공예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려 창작자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컨셉은 좋았지만 포트폴리오를 보니 솜씨는 별로였. 그래도 맞춤이라 진행을 하고자 했는데, 가격이 깜짝 놀랄만했다. 그런데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데 드는 시간과 "기대적" 임률을 이야기하며 결코 비싼 것이 아니라 강변했다. 창작자의 노고는 분명 존중받아야 하지만 세상엔 대체품이 많다. 그래서 가격과 가치는 같이 가기도 따로 가기도 하는거다.


(Title) Unflattening


기대가 컸다

최초이자 아마 유일할, 만화 형식의 논문. 수학 전공자가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화제의 ..

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기대가 너무 컸다

카피 라인에 기댄 내 기대는 너무도 컸나 보다. 텍스트를 넘어 비주얼로 생각의 지평을 넓히든, 고정관념을 깨든, 통섭적 지식을 새끈하게 프리젠테이션 하든 어떤 지적 자극이나 충격을 기대했던 마음은 하나도 채워지지 않았다. 단지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게다.

 

그래픽 논문의 강점

물론, 일반적인 책의 맥락과는 다르다. 텍스트의 시녀인 삽화로서의 그래픽이 아닌 글과 그림이 상호작용하는 효과는 현란하고 자기보완적이다.

 

이렇게 생긴 목차를 봤을 열광했고,


이런 비선형적 레이아웃은 압권이다.


후각과 시간이 중첩되는 공감각적 표현을 글로 하자면 얼마나 힘들까.

몇몇 장면은 눈을 사로잡고, 상상을 자극했다. 글로만 이루기엔 쉽지 않은 사고의 지평을 보여줄 있는 성능 확실했.

 

만화와 인문학의 샌드위치

그런데 어중간하다. 글쟁이가 넘쳐나고 크리에이티브가 서로 잡아먹을듯 경쟁하는 시대다. 그래픽 노블이니 이런 수식어는 사양하고도 자체로 힘이 넘쳐나고 지혜를 흩뿌리는 만화 작품이 많다. 텍스트만로도 신나게 상상을 자극하는 글들이 많다. 페르페티 사례일 뿐이고.

 

의미

이쯤되면 이런 컨텐츠의 존재적 의미는 작품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찾아야 할테다. 용기다. 말많고 탈많은 아카데미아에서 이런 파격을 시도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와 용도가 있다. 마치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가치는 선구성에 있듯.

 

단조로움??

사실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번역이다. Flatness 차원적으로 막혀있는 사고를 비유한 개념이다. 그래서 제목도 unflattening이다. 이걸 '단조로움'으로 번역했다. 어이가 없어 턱이 빠질뻔 했다.

어이없어 하는지 잠깐만 짚자. 책의 착안 포인트는 애니메이션 플랫랜드다. (유튜브에 찾으면 여럿 나온다) 2차원 세상에선 어떻게 설명해도 3차원을 이해 못한다. 마찬가지로 3차원 세상에선 4차원을 이해 못한다. 단순한 진리를 애니메이션으로 그리고 비주얼로 훌륭히 표현했다. 플랫랜드에 기대어 수재니스는 주장한다. 차원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창의를 발휘한다고. 동의한다. 근데 그게 단조로움이라고? '단조로움'을 벗어나면 창의적이라고? 진짜로?

 

Inuit Points ★★★

다시 처음의 커스텀 공예품 이야기를 돌이켜 보자. Flatness 극복하면 창조가 보인다는 말을 전하려 저만큼 지면을 펜으로 긁어대야 했을까. 이렇게 한땀한땀 만든 작품이니 당연히 대단하다 생각한다면, '그건 over-do'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다.

솔직히 책은 나랑 맞는다. 그래서 최소한 지인에겐 추천 하겠다. 필요가 있든, 만화의 의미적 확장에 관심이 있다면 만하다. 하지만 한달에 한권 읽기 버거운 삶이라면 굳이 읽어야 할까 싶다. 차라리 살 돈을 웹툰에 유료 결제하라. 그게 당신 삶에 긍정적 return으로 되갚아질지도 모를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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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이들에게 강의한 내용입니다.
주말에 가족 행사가 있을 때를 빼고 8강에 거쳐 이제 겨우 도입부를 마쳤습니다.  

아이가 주식 투자를 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바로 안돼!라고도 하지 않고, 그래!라고도 하지 않은 이유는, 주식에 대해 도외시할 필요도 없지만 환상을 가지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하려고 긴 시간을 소요했네요.
즉, 투자와 투기를 혼돈하면 안된다는 점, 투자의 전제는 리스크에 대한 감내범위라는 점을 어렴풋이라도 깨달았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격(price)과 가치(value)의 차이를 배웠고, 기업가치의 본질과 형성과정을 공부했습니다. 다소 따분한 수요-공급의 원리와 시장경제의 본질을 토론했습니다.

이제 겨우 도입부가 끝났으니, 이제는 간단한 재무제표와 기업분석의 초보적인 지표들을 배워볼 예정입니다. 이 모든걸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정통파 가치투자학파의 기본 사상만 음미를 해도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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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멋진강의네요 전 스물일곱인데 저도듣고싶네요하하 ㅡ 멋진 아버지와 아들입니다~
  2. 멋져요!! ^^ 일찍부터 주식 투자를 고려하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고, 주식/채권/부동산/Commodity 등 자산 시장에서의 주식의 위치/특성을 간략히 알려주는 것도 시각을 넓히는데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당. 저도 듣고 싶네요.^^
    이래저래 재미있는 일들/변화도 많았는데 블로그에 업데이트도 않고, 사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러고 있네요.ㅎㅎ 안부만 살짜쿵 남깁니다~~
    • 응. 다 알기 힘들더라도, 맛이라도 좀 보면 보는 눈이 생기겠지 하고 있네.. ^^

      그나저나 어찌 지내는지 궁금하이..
  3. 개념이 명확해서 좋네요 ^^ (오랜만에 선플입니다)
    아이한테 뿐 아니라 누구한테든
    가르쳐 주려고 하는 순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곤 하는데
    저도 사칙연산 같은 건 확실히 이해하고 있지만
    저런 개념은 가르쳐 줄 자신이 없거든요.
    투자란... 숨은 가치가 실제 가치로 바뀔 확률을
    투자하는 사람이 감당하는 것이군요.
    투기는... 정보만 믿고 예상이 빗나갈 확률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 거군요.
    그렇다면 부동산을 대출 끼고 거래하는 건 ... 투기가 맞겠군요. 하하
  4. 선물 건드리다가 재산 반토막 났었던 대학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몸으로 체험한 것이 가치투자 아니면, 소형주의 틱떼기 등
    단타치기는 직업있는 사람들이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었지요 ^^;;;
    (전재산 30만원 중 15만원이 수업듣고 오니 날라갔던 ㅜㅜ;;;; )
    어릴때 그 개념을 미리 배울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것도 없을듯 합니다. ^^;
    • 와우 선물...
      아이들에게 선물 개념을 가르칠 때, 도박과 헷지에 대해 이야기 했었습니다. ㅋ
secret
폭풍같은 출장이 시작되기 직전의 주말, 비가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자전거를 탔습니다. 다녀오니 자전거가 온통 흙투성이로 엉망이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자전거가 더러워지면, 아들이 닦아줍니다. 저는 고마움으로 약간의 용돈을 줍니다. 이번에는 자전거가 형편없이 구석구석 흙투성이라 품이 보통 들 일이 아니었지요.

저는 제안을 했습니다. 
"아들아, 정말 수고했고 고맙다. 네가 한 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서 아빠에게 청구해 보렴. 합리적이라면 네 청구에 따르도록 하마."

-_-?

한참을 고민하던 아들, 답을 합니다.
"3천원 받을래요. 이유는.. 아빠를 사랑하니까요."

사실 전 제대로 설명만 하면 만원이라도 줄 용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진한 답에 마음이 뜨거워졌지요.

이후에, 서비스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에 대해 다양한 예시를 가지고 설명을 해줬습니다.
우선, 원가기반의 가치산정법은 들어간 소모품의 가격과 인건비의 가치를 기반으로 적정한 마진을 붙이는 것인데, 이 경우 초등학생 아들은 인건비의 공정시장가격이 낮게 책정될 수 밖에 없으니 불리한 방법입니다.
둘째, 역사적 가치기준법이 있는데, 이는 실제 일어난 거래를 기본으로 조정을 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저번에 훨씬 멀쩡한 자전거를 닦았을 때 용돈으로 3천원을 받았습니다. 이 경우, 그 보다 일의 규모가 컸으니 적정한 기준으로 두배나 세배를 청구하는 방식입니다.
셋째는 시장가치 환산법입니다. 자전거를 집에 와서 닦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경우, 예컨대 수동세차의 경우를 비교하여 적당히 가감하면 됩니다.
넷째는 사용자 가치법입니다. 제가 직접 자전거를 닦을 경우의 제 시간가치와 기회비용을 환산하는 것이지요. 제가 최소 30분 작업하는 시간은 객관적으로 계산가능하니 그 보다 약간 적게 청구하면 합리적인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합니다.

별 것 아닌 가벼운 일이지만, 프리랜서의 밥줄이 서비스 가치 산정이지요. 특히, 원가기반의 방식보다는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에서 역산하는 사고의 전환에서 의외의 수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들에게도 그 점을 가르쳐주고 싶었습니다.

아빠를 사랑해서, 저번과 동일한 가격에 서비스하겠다는 그 착한 마음에 그냥 못 이기는척 3천원을 주고 말았지만, 아빠와 아들이 서로 배운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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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훌륭한 교육법이십니다. 아드님께 다음 번엔 네번째 방법을 택하라고 귀뜸하고 싶군요. ㅎㅎ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매기거나 인정하는 데에 서투른 것 같아요. 스타벅스 커피나 전자제품들 원가 계산하고 값이 너무 비싸다는 논란이 일곤 하는데 서비스나 문화, 연구같은 무형의 가치 인정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라 생각합니다. 가끔은 그런 분들께 당신 월급 중 원가는 얼맙니까라고 묻고 싶어질 때도 있지요. :)
    • 마지막 이야기가 참 재미나면서 의미심장하네요.
      내 노동의 원가는 밥값이 아니겠지요.. ^^
  2.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와의 대화에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듯합니다^^ 저는 울녀석이 저걸 이해할까?하는 망설임...으로 말을 못할듯
    서비스의 값어치는 주고받는 사람과의 합의가 우선일 것이며, 그이면에는 서비스하는 사람의 판단기준 + 양심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받는 사람입장에서는 그 높은(?) 값어치가 항상 불만이겠죠?
    그러나 InuiT님은 양심(아빠를 사랑하는)있는 아들을 두셔서 좋으시겠습니다^^
    • 저도 종종 아니 꽤 자주 이 말을 이해할까 우려를 합니다.
      하지만, 제가 미리 아이의 한계를 상정하여 그을 필요 없고, 다 못알아 들어도, 감만 잡아도 공부라 생각하고 열심히 설명해줍니다. 그러면 꽤 알아듣습니다.

      우연과 필연님도 저 못잖게 아이와 좋은 관계 맺고 지내실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3. 앗... s군 말에 잠깐 울컥했네요.. 멋져요!!! ^^
  4. 또래보다 생각이 깊어서 은근 기대를 하는 것 같은데
    아이는 아이답게 커야 하는데 ... 좀 더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요즘 이렇게 댓글에 블로깅 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5. 아드님이 Inuit님을 무척 사랑하는게 느껴집니다.
    아빠이기에 사랑도 하지만 존경까지 할 듯 합니다.
    • 네. 제 아들과는 사랑 이상의 정신적 유대가 있긴 합니다.
      따지고보면 다른 부자들도 같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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