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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터 람스 (Dieter Rams) 아시나요? 
저는 이번에 알았는데, 독일 Braun 사의 디자인 정체성을 세운 디자이너이자, 애플의 디자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그를 만나러, 아이들과 대림미술관을 찾았습니다. 가기 전에 딸아이는 영어번역 숙제 겸, 위키피디아의 페이지를 찾아 공부를 했지요. 

람스의 디자인 10계명을 보면 그와 그가 미친 영향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즉, 제품의 속성을 과장하지 않으면서 미학적으로 아름답고, 사용이 쉬우며 직관적이고, 군더더기를 빼서 최대한 간결하게 만들어 오래 써도 물리지 않으며 두고두고 친근한 디자인을 조목조목 강조합니다. 애플의 제품을 대입해 보면 딱 이해가 갑니다.
아이들은 처음에 이런 복잡한 철학을 어떻게 다 구현하냐며 못미더워 했지만, 전시장을 돌면서 10계명에 해당하는 디자인 요소를 하나하나 찾아다니고 나니 이해가 많이 깊어졌습니다. 진정한 산업디자인의 정수를 맛 본 시간이었지요.
감성과 직관, 사용성과 UX가 강조되는 시대입니다. 무려 한 세대를 지나도 촌스럽지 않으며 오히려 고유의 품위를 지닌 산업디자인들을 두루두루 보는 재미는 아이들 뿐 아니라 제게도 인상 깊은 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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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찜해둔 전시회였는데 사전 공부가 필요하네요. 전 도슨트 설명 들으며 편하게 보려 했는데 공부 좀 하고 가야겠어요. ^^
    • 눈콩님, 오랜만이에요.
      저야 회사에서도 디자인이 관건이라 관심이 조금 더 많은 것이지만, 좋은 디자인은 쉬운 디자인이고, 복잡한 설명 없이도 와닿지 않을까 싶어요. ^^
  2. 와우~~
    좋은 시간 보내셨군요.
    요즘 브랜드 공부와 함께 디자인을 좀 고민하고 있습니당.
    저도 조렇게 새대를 지나도 편안한 무엇을 그리고 싶네요.^^]]

    건강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
    수리수리 마수리~~~ 주문 넣어드립니당, ( 오랜만에 주문 넣네요..ㅋㅋ)
  3. 디터 램스라는 이름 처음 듣는듯합니다.
    디자인 10계명을 읽는데 말씀하신데로 애플이 떠오르네요^^
    "애플은 새로운걸 절대 만들지 않는다. 다만 만들어져 있는 걸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뿐이다"라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만드네요..
    요즘 부쩍 잡스없는 애플은 앙꼬없는 붕어뿡같습니다.
    잡스의 직관을 뛰어넘을 사람은 현재까지 없는듯...
    울아들을 그리 키워보고싶다능...(희망사항)

    InuiT님 설명절 잘 보내시고, 새해에는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 네. 애플과 디터람스는 뗴기 어려운 관계일지도 모르겠어요.
      잡스 옹이 곧 하늘로 갈듯 한데 그 이후의 애플이 무척 궁금해집니다.
  4. 디자인 10계명 중에 2번이 좋군요. 아무래도 저는 실용적인 디자인이 좋습니다!
    이번 설 연휴가 긴데 어떻게 보내시나요? ㅎㅎ 왠지 가족여행을 가실거 같기도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너무도 실용적인 엘윙님! 엔지니어의 특성인가요. ^^

      질문은.. 빙고입니다. 설 끝나고 가족과 스키여행 예정하고 있어요. 엘윙님은 부모님들 인사로 바쁘실지도..
secret
제 대학시절은 완전 아날로그였지요. 선생님이 분필로 판서하시고, 학생은 노트에 필기합니다. 다행히 XT (8086)나 AT (80286) 등 성능이 개량중인 PC가 있어서 과제는 컴퓨터로 제출했습니다. 보석글은 일찍 갖다 버렸고, 아래 한글이면 행복했지요. 숙제 끝날즈음, 9핀 라인 프린터가 찍찍거리면 퀭한 눈으로 담배 한대 꼬나 물고 다소 느긋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프리젠테이션이란 말조차 낯선 채 학부를 졸업했습니다. 대학원에 가서야 갑자기 프리젠테이션을 집중 교육 받았지요. 제 사수인 선배는 랩에서 내려오는 비기를 자상하게도 전수해 줬습니다. 빈 종이에 스토리보드 만드는 법, TEX으로 수식 적는법, 그래프를 출력하고 복사해서 오려 붙이는 법 (copy & paste를 직접 손으로 해보신 분?), TP 뜨는 법, OHP 쓰는 법 등 말입니다. 당시는 그래프 인쇄 자체도 skill set이 필요하고 복사기도 한번은 배워야 쓰던 시절이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OHP를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프로그래머가 천공카드 전해듣기만 했듯 말입니다. 나름 OHP를 이용하는 기교들이 있었습니다. TP 갈아끼우는 테크닉, 볼펜으로 라인을 포인팅하여 강조하는 법, 종이로 문단 아래를 가리기, TP 두개를 겹쳐 비교와 애니메이션을 하는 등.

그리고는, 회사에 들어가자 마자 신입사원 시절부터 많은 프리젠테이션을 도맡아 했습니다. 임원 보고, 영어 발표, 학술 발표, 강의 등등.

MS사에서 파워포인트가 나오고 얼마나 편해졌는지. OHP에서 사용하던 모든 기능이 더 잘 구현되어 있어서, TP 만드는 수작업보다 발표에만 집중해도 되니 참 좋았습니다.

막 배운 프리젠테이션을 좀 더 체계화한 계기는 단연 비즈니스 스쿨이지요. 전문적인 강좌를 통해 제가 알던 지식과 팁들이 하나의 구조로 설명 가능해졌습니다. 물론, 이 때도 포인터를 쥐고 살았습니다. 팀 발표를 주로 맡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Garr Reynolds

(원제) Presentation Zen: Simple ideas on presentation design and delivery


최소한 프리젠테이션은 이골이 난 저입니다. 그리고 세상엔 MS 파워포인트가 있습니다. 아무나 그 소프트웨어에 글 적어 놓고, 프리젠테이션 한다고 나서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 열광하는 이가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프리젠테이션의 핵심을 잘 정리한 책입니다. 대부분 공감하고, 배울 점이 많습니다. 프리젠테이션에 대해 입문서로도 추천할만 합니다.

다만, 모두가 좋다하면 무비판적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Good to great에도 일부러 딴지를 놓은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저는 이 책의 주의사항만 말하고자 합니다.

1. 프리젠테이션 젠의 원칙을 이해한 후 잊어라.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만, 보고서를 방불케 하는 발표 자료 (slidecument)가 유행하듯, 젠 스타일도 또 하나의 일시적 유행(fad)이 될까 우려스럽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다니다 보면 겉멋만 든 zen 스타일의 발표자료가 심심찮게 보이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제발 부탁인데, 이 책 무조건 따라하지 마십시오. 초식 좋아하다가 주화입마에 빠집니다. 책에서 말하는 감성적인 접근, 핵심을 때려주는 촌철살인은 어마어마한 내공이 받쳐줘야 가능한 일입니다. 프리젠테이션의 禪師나 가능한 일입니다.
어설피 그림 몇장에 메시지 몇줄로 때우려다가는 정말로 큰 코 다칩니다. 전해줄 스토리가 없고, 책 한권을 한 문단으로 요약할 능력이 안되는 이가, 자료만 zen 스타일로 만들었다고 안 되던 발표가 잘 될리 없습니다. 글의 양이 비슷해도, 의미는 '지나가다'님 댓글과 하이쿠간 간격과도 같습니다.

2. zen 스타일이 부적절한 프리젠테이션은 수두룩하다.
이 말 오해 없기 바랍니다. 선수는 어떤 장비로도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저 역시 어떤 프리젠테이션도 zen 스타일로 할 수 있습니다. 미분방정식을 사용한 금융공학을 젠 스타일로 설명하라해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게 효율이 있느냐의 이슈입니다. 디테일한 부분을 논의한다든지, 과정과 협의가 중요한 부분에서 젠 스타일로 어설피 접근하면 사실 호도 내지는 일방적 주장에서 그치고 말 뿐입니다.

3. 이 책은 관행적 프리젠테이션 스타일을 안 써도 된다는 면죄부가 아니다.
다만 다른 방법으로 생각해볼 옵션을 주는겁니다. 목마를 때 물이 무난하지만, 10시간 수술 마친 환자와 2시간 축구하고 나온 선수의 갈증 푸는 방법이 다르면 더 효율적인 이치와 같습니다. 효과는 결국 동일합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서재에서 사색하고, 산사에서 선을 닦듯, 때와 장소의 맥락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물론 공부의 깊이를 더하는건 똑같습니다.
그런면에서 책의 주장은 '프리젠테이션 스타일로서의 zen'입니다.

4. HD Presenta禪
이 책을 격하게 단순화하면 HD presentation입니다. 젠 스타일하면 퍼뜩 짚이는 그 부분이 그렇습니다. 순전히 기술적으로는, 관성적 평균보다 정보 취득-가공-처리-검색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그만큼 해상도를 올려보자는 의미입니다. 비주얼의 장점을 극대화하자는 뜻입니다. 감성이 온전히 대화에 집중하도록 여유를 주자는 방식입니다.

5. 프리젠테이션의 원칙은 늘 그대로이다.
그 외의 모든 사항은 전통적인 프리젠테이션의 황금률입니다. 핵심 메시지에 집중하고, 청중과 교감하는 발표말입니다.

이 책을 보고 내내 끄덕끄덕 공감했다면, Garr의 뛰어난 프리젠테이션에 설득되었을 뿐입니다. 사실, 그도 TED의 위대한 연설가들 비디오를 지하철 출근길에 ipod으로 보며 공부하는 영원한 수련자의 입장일 뿐입니다. 저는 연말 전사 프리젠테이션에 zen 방식을 사용해 봤습니다. 당시의 분위기에 적절히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다른 프리젠테이션은 다른 방식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결국, 그가 정제해서 전달한 교훈을 삶 속에 어찌 들여 놓을지는 독자이자 프리젠터인 당신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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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으로 필요한 지적입니다. 프리젠테이션의 원칙은 늘 변함없지요. 어설픈 젠 스타일 추구가 오히려 속 빈 강정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어요. 무작정 따라하기는 금물.
    • 네. zen 스타일 자체가 문제겠습니까만, 겉만 따라하는 조류는 경계할 일이겠습니다.
      LUV님 댓글 고맙습니다. ^^
  2. 갠적으로 무조건 심플 단순한 디자인을 선호해여...
    저도 대학3학년때가정 리포트 손으로 써 냈다는...
    복학하고4학년때 워드사용한다는 사실에 얼마나 떨렸었는지...

    항상 유익한 글 감사드려요 ^^
    • 금드리댁님, 워드 처음 사용할 때 그 야릇한 심정이 이해갑니다. ^^지금이야 익숙한 일이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은 낯설고 경이로운 세상이었지요.
  3. 잊고 있던 보석글 이야기가 나올줄이야.. 그리고 보니 프리젠테이션도 뭔가 왕도가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원래라면 전 프리젠테이션을 아주 잘해야 하는 위치이지만 그런것들이 안되서 곤란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결국 혼자서 생각한것이 진실을 정직하게 적어라입니다. 기교는 그 후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뭐, 이렇게 생각은 하지만 정작 많이 어설프죠.
    어떤것이 좋은 프리젠테이션인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글을 읽다보면 한가지는 확실히 느껴집니다.
    쉽지 않게 긴 시간 차근차근 공들여 배우고 노력한 프리젠테이션의 길이라는 것을요.
    • 동안의 mode 소녀님께서 보석글 어찌 아시는지. ^^

      진실.. 가장 중요한 덕목이자 재료입니다.
      그리고, 그 진실을 예쁘고 먹기 좋게 담는 기술도 필요합니다.
      재료도 좋고 레시피도 좋아야 좋은 음식이죠.
      mode님은 현재 어떤 프리젠테이션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부분의 개선을 원하시는지 그런거요..
  4. 맞습니다.
    제 레포트도 손으로 손목 아프게 쓰다
    찍찍 소리내는 프린트에서 잉킂젯이 나와 어찌나 신기하고 깔끔하던지요..ㅎㅎ

    좋은 주말 보내고 계시죠?
    전 어제밤 친구네가 놀러와서 이제사 헤어지고 블러그소풍다닙니다.
    재밌는 1박 2일!! 이었답니다..^^
  5. 이 책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말이죠..
    서점가서도 몇번 들었다 놓았다 했는데...
    또하나의 유행을 쫓아가는게 아닌가 싶어 아직 사진 않고 있었네요..
    뒷북치는게 저의 특기이기도 하구요 ㅋ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좀더 큰눈으로 볼 수 있게됬습니다 :)
    • 제가 말한 부분을 염두에 두시고 보면 휘리릭 읽을만 합니다.
      저도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
  6. 늘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할 때마다 프리젠테이션 젠의 기법을 조금이라도 가미해볼까 생각하지만, 사실 때와 장소, 대상에 따라서 달라지는 게 프리젠테이션이라 뜻대로 되질 않더라구요.

    그래도, 취미로 하고 있는 동호회 내에서 재미삼아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효과만점의 방식이더라구요. 프리젠테이션은 아무튼 공부를 많이해야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 맞습니다.
      상황따라 적절히 가려 쓸 내공이 중요하겠지요.
      젠 스타일이 아니라 사무라이 스타일, 쿵푸 스타일까지도요. ^^
  7. 프리젠테이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오랜만에 보는 OHP란 단어는 반갑네요. 예전 생각납니다. 히힛.
    • 예전에 OHP 좀 쓰셨나봐요.. ^^
    • 학창시절에 필기할 때 만나고 싶지 않아도 만날 수 밖에 없었지요. 크크. 자리가 ohp 옆이면 ohp필름을 바꿔줘야 했고 그걸 사용하시는 선생님 수업이면 달려가서 기계를 가져와야 했고 조절해서 준비해 놓고. 크크크. 그런 시절도 있었네요. 뭔가, 딴 세상이야기 같네요. 시간이, 시간이 어찌나 빨리 흐르는지요. ^^ / 이래 봤자 이십 대 후반이지만요. 하하. 무슨 40대처럼 말하고 있네요. -_-;ㅋㅋ
    • 학창시절 반장이셨나봐요.
      아니면 OHP담당.. ^^;
      암튼, 뭔가 권력의 핵심부 냄새가 물씬 납니다. ^^;;
  8. 역시 주객전도가 되면 안되겠죠.
    말씀하신대로 메세지를 이렇게 뽑아낼 수 있는 정도의 실력과 완벽에 가까운 스토리텔링, 이러한 단순한 메세지가 필요한 환경이 뒷받침 되어야 하겠지요. 트랙백합니다. : )
  9. 저는 아직 이 책을 접하지 못했습니다만,
    경영서적 등등을 읽으면 새로운 아이디어, 접근방법을 소개하는 책들이 많더군요.
    이런 것을 읽으면서도 '도대체 이런게 실제로 통할까?'라는 의심이 들다가도 베스트셀러에 등록된 책일경우에는 '바로 이게 대세다, 이 방법은 만병통치약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모든 현상의 해결책으로 그 책에서 배웠던 방식을 적용하고 했습니다. 물론 성공할 때도 있었지만 현실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inuit님이 글에서 지적하신 부분이 바로 제가 경험했던 케이스였네요.
    반드시 정도(正道)가 어떤 것일까 라는 고민이 전제되어야 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동감입니다.
      정도가 무엇일까, 본질이 무엇일까, 핵심에 집중해야 합니다.
      나머지는 다 잔기술입니다.
      기본이 충실하면 응용력도 커지지요.
      덕분에 저도 다시 기본을 되새겨 보게 되어 고맙습니다. ^^
secret
조선소를 짓고 싶습니다. 돈을 빌려 주십시오.
  돈을 빌려주는건 문제가 아닌데, 어떻게 한국같은 나라에서 배 만들기가 가능하겠습니까. 어렵습니다.
아닙니다. 저희는 할 수 있습니다.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다른 데서 알아보시지요.
(주머니에서 오백원 지폐를 꺼내며) 여기를 봐주십시오. 한국은 이미 세계 최초로 철갑선을 만든 나라입니다. 조선술에 있어서는 어디에도 지지 않습니다. 왜 저희가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많이 알려진대로, 정주영 회장이 현대조선소를 짓기 위해 돈을 빌리러 영국에 갔던 일화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느끼시나요?
저는 스토리텔링의 위력을 봅니다. 윤색이나 각색이 있을지언정, 의외로 기발한 감성적 언어가 논리를 이기기 십상이라는 정황론 말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까요.
스토리텔링으로 순식간에 메이저 플레이어가 된 기업이라면 어디를 꼽겠습니까? 전 CNN을 떠올립니다. 늘 있던
전쟁소식이지만, 현장에서 생생히 중계를 하여 그 감성을 공유합니다. 결과는 전혀 다른 깊이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지요. TV를 안보는 저는 이 부분을 절실히 느낍니다. 통상적으로 제가 접하는 매체는 신문과 웹이지요. 어디서 사고가 났다하면 몇 명 사망에 몇 명 부상이라는 정제된 요약만이 전달됩니다. 하지만 TV를 켜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말라 비틀어진 혈흔과 우그러진 철제 프레임, 오열하는 가족, 그 옆에 천진하게 뛰노는 아이 등, 명백한 영상이 아픔과 슬픔에 관한 제 개인적 경험과 기억에 겹쳐지며 깊이가 전혀 다른 느낌과 메시지를 받습니다.


논리와 이성이 지배하는 기업 내에서도, 기업과 기업이 소통하는 부분에서도 스토리텔링은 매우 중요합니다. 기업의 경영이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고,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설득 방법 중 하나가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예전에 언급했듯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게 부족한 부분이라는 생각이들어서 더욱 그렇지요. 요즘 그 분야에 대한 책을 읽다보니 여러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사실, 현대 경영의 틀을 잡은 쪽은 서양임에도 불구하고 서양이 동양, 특히 동북아를 절대로 못따라오는 부분이 두 분야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나는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스토리텔링입니다.

전략이야 19세기 와서도 나폴레옹이 손자병법에 매혹되서 탐독했던 바처럼, 그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풍부함에서 워낙 열위인 서양의 전략과, 삼국지를 읽고 자란 사람들의 전략을 같은 선상에서 논하기는 불공정한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서양 전략은 경영학적 프레임웍을 잘 정리하여 양산에 성공한 공이 클 뿐이라고까지 잘라 말해도 큰 지장은 없습니다. 개별 기업의 전략은 우리나라나 일본 기업이 종종 더 풍부하고 세밀하며 기발한 부분이 있습니다.

스토리텔링 또한 그러합니다. 중국, 일본이나 우리나라 역시, 프로페셔널한 스토리텔링이 매우 발달해 있지요.
예컨대, 왕의 잘못을아뢸 때 바로 직언을 하기는 껄끄럽기 때문에 지난 왕들의 실수나 선행을 넌지시 빗대지요. 왕은 그 뜻을 새겨 듣고 깨우칩니다. 동양의 고사(
故事)라는 스토리텔링은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어마어마한 위력을 갖습니다. 이런 문화가 체질화 되다보니 상대의 말을 깊이깊이 새겨듣고 또 곱씹어 봐야 하는 불편도 있지만, high context 문화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고 봐야합니다.

기업으로 국한시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에 다녀보신 분은 절실히 느끼겠지만, 임원들의 어투는 매우 독특한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개 대리는 토요일의 동료 결혼식에도 매번 빠지고, 개인 시간을 참 잘 활용하는듯 해. 우리 땐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말야.. 허허.."
그 말을 곁에서 듣고있는, 같이 결혼식 빼먹었던 부장, 차장은 등에 땀이 흘러 내립니다.
'출.석.체.크.다.'
분명히 임원은 주말에 동료 결혼식에 꼭 참석하고 회사를 위해 좀 더 시간을 쓰라는 말을 단 한마디도 한 적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스스로 알아서 commit을 합니다.


서두에 예를 든 70년대 정회장이나, 80년대 정치인이나, 90년대 회사 선배 모두가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던 기법이 스토리텔링인데, 요즘엔 직설화법과 논리가 만연해서인지 예전처럼 흔히 보긴 쉽지 않은 느낌입니다.
웬만해서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살지 않는 요즘 아이들이 자라나면 더욱 스토리텔링이 빈약해 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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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건 저도 확실히 느껴요.. 학생들을 많이 접하다 보면 너무 직설적인 면이 많다는걸 느낍니다. 이런 면을 부각시키는 것이현재 교육의 대세인것같기도 합니다. 발표할때 당당하게 말하고 주제를 잘 말하는것 같이.....(만.. 저만의 생각일지도... 끙.. ;;;).그렇지만 오히려 저같이 소심-_-한 사람이 돌려말하기를 잘 하니......이런 면을 개발해봐야겠습니다 후후..
    • 네 실제로도 그렇군요. 일장일단이 있겠네요. 확실히 예전보다 주장의 명확성은 나아진 느낌입니다.
      돌려 말하면서 핵심의사를 전달하는 능력은 고급 스킬입니다. 재주가 있다면 갈고 닦아 보세요. 전 돌려 말하기 2랭 정도.. -_-
  2. 우리 조상들이 스토리텔링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참 의미있는 지적이신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전반적으로 문화가 바뀐 것은 사실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서구 문화를 많이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부족한 면을 메꿔주기 위함이라는 사실도 느낍니다. 우리는 스토리텔링에 강한 대신 논리적인 구성이나 객관적인 시각에 조금 약한 편이구요. 퓨전이라는 것이 결국 그렇게 섞여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고 볼때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 낼지.. 기대가 되기도 하구요. 어쨌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네, 서구식, 특히 미국식 커뮤니케이션이 논리나 객관화를 향상시키는 점에 동의합니다. 교왕과정(矯枉過正)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단번에 경도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정도지요. 말씀처럼 퓨전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3. 참 좋은 지적인 것 같습니다.
    평소 잘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블로깅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 네 저도 블로고스피어를 한바퀴 돌고 나면 진짜 세상을 한바퀴 돈 듯한 관점의 다양성을 봅니다. 즐거운 경험이지요.

      그런데, 너른호수님 블로그가 바뀐건가요.
    • 아,. 그게,. 변명을 하자면(?) 저도 이 대화명으로 오랫동안(10여년정도) 사용해 왔었거든요~

      물론 잘 활동을 하지 않는 편(?)이었죠~

      근데, 대화명이 겹치는 다른 너른호수님이 유명하시더군요. 그래서 이참에 바꿀까도 생각했는데 정이 든 대화명을 바꾸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아직은,. 계속 사용을,. 흠흠,. -.-
    • 먼저 제가 사려깊지 못한 질문을 했다면 죄송합니다. 다른 분과 착각을 했군요. 제 생각에 종종 이런 상황을 맞으실 듯 합니다.
      저는 아이콘을 기억해 놓았으니 앞으로 실수하지 않을겁니다.. (라고 하지만 기억력이 점점 가물가물해지는.. -_-;;;)
  4. 글 잘 읽었습니다.
    사람의 '말' 이라는 것은 참 신기 한 것 같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모든것이 뒤바뀔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말'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대화할때 스토리텔링을 자주 사용하게되는데
    요즘에는 대학교를 가도, 그런 멋은 안 보이더라고요..
    • 네, 말로 천냥빚 갚는다는 말이 결코 수사학이 아닌 점은 살면서 많이 느낍니다. 그리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 '스토리텔링'을 잘 사용하는 것도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저도 좋은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어서 몇마디 적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까 올블타고 네구님 블로그 들어갔다 왔는데 다시 만나니 더욱 반갑습니다. 하하)
    • 와~ 기억하시는군요! ^^ㅋ
      반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음- 스토리 텔링,
      역시 책을 많이 읽고 사람들을 많이 접해봐야
      제 스스로도 많이 늘겠죠?
    • 기본적인 부분이야 잘 아실테고, 목적을 갖고 연습해보시길 권하고 싶네요. 예를 들어 복잡한 요청시 논리적으로 해야하는 이유를 대기보다 유사한 스토리를 먼저 생각해본다든지요.
  5. 좋은글이네요~ 같은 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정말 달라지는것 같습니다 ^^
    • 그쵸. 기분 안나쁘게 전달하는 방법도 있고, 반대로 두려움을 느끼도록 하는 방법도 있고..
  6. 상사분들이랑 저희또래 입사동기들이랑 말하는 방식이 다른것 같다고 막연히 느끼고 있었는데, inuit님께서 꼭 찝어주시는군요. 크킄. 무조건 직설적인 것이 좋은 건 아닌거 같습니다. 윗사람들하고 의사소통할때, 거래처 사람들이랑 만날때 등등..돌려서 말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요. ㅜ_ㅠ
    • 아, 엘윙님도 그런 느낌을 받았군요. 단지 돌리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목적을 이루는게 중요하다는 사실만 잊지 않으면 돼요. ^^
  7. 아 나이들어감에 따라 성격이 급해지면서 애들 화법으로 가는거군요. 저는... ㅠ.ㅠ

    비꼬는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더군요. 조심하고 완성도 있는 화법이 중요한듯 해요.
    • 비꼬는 듯 하지 않는게 핵심이겠죠.

      그런데, 제가 너무 협소하고 구체적인 예를 드는 바람에 원래 쓰고자 했던 이야기와 좀 다른 쪽으로 많이 진행이 되는 기분입니다. ^^
  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그런 상사를 만나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 의미를 잘 잡아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눈치가 너무 없어서..
    • 기본적으로 듣는 사람이 못알아 듣게 너무 모호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한거죠. 좋은 스토리텔러나 커뮤니케이터는 아닌겁니다.

      뭐 위의 공리를 이용해서 일부러 전략적으로 못알아듣는 척을 해도 좋겠네요. ^^;
  9. 난 프레임웍으로 양산에 성공한 공이 참 크다고 느껴져. 영웅은 있되 시스템은 없잖어..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지?
    • 영웅에 의존하는 '영웅 시스템'으로 해결을.. -_-

      쁘렌 말처럼, 퀄리티있는 전략을 많은 기업이 쉽게 가지도록 한다는 점에서 프레임웍은 매우 중요하다고 공감. 한편, 같은 프레임웍에서 나오는 생각이나 전략의 차원이 같은 디멘젼에 머문다면 프레임웍의 폐해라는 생각도 들고.

      영웅은 있는데 시스템은 없는 한계는 어려운 문제다. 동서고금의 난제라고나 할까. 둘중 하나겠지. 영웅을 계속 대물림 하는 방법을 체계화 하든지, 영웅의 성공 요인을 조직에 체화하든지..

      인사가 늦었네. 잘 지냈지?
  10. 비밀댓글입니다
    • 흑흑.. 미안타. 오늘 내내 바빴다. 특히 점심시간 이후부터 밤까지 연속 미팅에 식사접대까지.. 좀 전에야 들어왔거든.
      다음주초가 나도 편할듯해. 주말엔 출장이 있을지 몰라.
  11. 제 블로그에 글 남겨 주셨더라구요..^^; 어떻게 아셨는지 신기..
    이 글을 보고 웹기획을 하는 제가 하고 있던 생각이 헛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이 되게 되었습니다. 막연했던 생각을 좀더 구체화 시키는 시작점이 된것 같아요...보고 민트향기를 맡은듯한 청량감이 왔었습니다~ ㅋㅋ

    점심 잘 드셨는지요...늘 좋은글 감사히 잘 보겠습니다..
    (__ )
    • 아.. 리퍼러에 프카님 블로그가 있어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막연했던 점을 구체화 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일처럼 즐거운 일이 없는데, 어떤점이 도움이 되었는지 몰라도 다행이고 반갑네요.
      민트는 참 좋아하는 향이라 과찬이지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는일 잘 되세요.. ^^
  12. 저... 태클은 아니구요... 저거 500원 맞나요?
    장군님은 100원이고, 거북선은 5원 아니었어요?
    • 예전엔 500원이 지폐였답니다. ^^;
      물론 장군님과 거북선이 한 페이지에 나오구요.
      hidc님은 젊은 분인가봐요.
  13. 맞는 말씀입니다. 저만해도 그런 경향이 농후하니까요. 주입 식 교육에 핵가족화가 큰 영향을 끼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문화라는 것이 전부 미국식이니까요
    쫌 약한 문명권인 미쿡식...ㅋ
    • 교육이 매우 획일화 되었지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도 문제시 하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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