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해당하는 글 2건

Harry Dent

(Title) Great crash ahead


이유는 모르겠다. 연말이라서인지, 공포를 자극하는 주제의식 때문인지, 마케팅 적으로 잘 밀어서인지 아무튼 요즘 많은 매체에서 커버하고 있는 책이다. 비관적인 내용은 항상 구뇌에 바로 속삭이는 속성이 있는지라, 나 역시 혹시라도 건질 것이 있을까 구매를 했고 단숨에 읽어 버린 책이다.

400페이지 정도 부피감이 있지만, 그 핵심 메시지는 놀랍도록 단순하다.

-2013년을 지나면서 미국 경제를 필두로 세계는 디플레이션에 들어간다.
-그 이유는, 베이비부머 들이 소비의 정점을 지나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들이 46세를 지나면서 지금껏 누적된 거대한 부채조정과 소비 축소, 저축 확대를 도모하므로 디플레이션은 필수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 시대의 사고방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진행되고, 매우 혹독한 경제 상황이 도래한다
-이런 디플레이션은 경제 순환의 말기, 즉 겨울에 해당하며 겨울이 지나면 다시 장기 호황의 봄-여름이 진행될 것이다.

일단, 책의 내용은 상당히 긍정할만 하고,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반드시 그러하다기 보다는, 이런 주요 동인이 있다는 점으로 이해하면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에 그것 만으로도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난 저자의 메시지를 교훈으로 받아들이지만, 교조적으로 들이지는 못하겠다.

첫째, 미래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인구동태학적 변화동인(change driver)은 분명 도도한 흐름이고 여기에서 이끌어낸 결론은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에 위치한 한계에 갇혀, 미국 베이비부머의 영향력을 과대 평가하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2세대(에코 부머)는 물론, 미국 외 국가의 인구동태학은 결과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확실히 미국의 영향력은 지대하며, 베이비부머는 에코부머보다 또렷한 덩어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 논리 전개의 취약지구는 지나친 단순화에 있다.

이점은 둘째 결함으로 이어진다. 단순하면 명료하지만, 무시하는 동인들이 초래하는 임의성 역시 무시한다는 단점이 있다. 쉽게 말해, 과거의 일본 단카이 세대, 현재의 미국 베이비부머라는 두 가지 팩트에 근거해 앞으로의 미래를 단정적으로 묘사한다. 

셋째, 어쩌면 이 책은 이 지점에서 일반적 미래학과 결별한다. 미래학에서는 다양한 변화동인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타당한 복수의 미래(futures)를 예상한다. 이는 예측의 확률을 높이는 안전장치 같아 보이지만, 실상의 함의는 변화하는 미래를 추적하는 실마리를 제공함에 있다. 하지만, 덴트 씨는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베이비부머가 활력이 떨어지니 이젠 디플레이션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넷째는 문제가 심하다. 덴트씨가 이러한 단순화에 스스로 신이 나 오버를 함에 있다. 즉, 변화동인을 추적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법은 철저히 펀더멘털을 중시하는 분석법이다. 그러나, 책 말미로 갈수록 저자는 과거 몇백년의 주기를 분석해 80년 주기설로 경제의 사계절을 설명하는 기술적 분석법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는 두가지 분석법을 잘 버무렸다기 보다는 양복에 갓 쓴 꼴이다. 산업과 기술이 발달하면 경제적 토대가 변하기 때문에, 과거의 주기는 의미가 변질된다. 최소한 순환 사이클을 보일지라도 그 주기는 점점 짧아질 확률이 높다. 전 지구적 규모의 생산-소비는 쏠림현상을 초래해 급격한 변화를 잉태하고 미래학에서는 경련(spasm)에 가까운 불규칙성을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례로 저자의 논거 중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의 민간 부문 부채를 보면, 2007년 42조달러에서 2012년 40조 달러로 줄었다.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공론화된 문제에 개입하는 인간 행동의 교란효과를 무시한 결과다. 물론 민간부채의 압력은 아직도 크고 저자는 단순히 폭발시점이 이연된 상황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내가 지금껏 경험한 바로는 분석이 틀릴 정도로 꽤 오랜 이연도 가능하다. 그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다소 비판적인 점들을 열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매력적이다. 단순한 얼개로 하나의 나쁜 시나리오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 부분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만약 디플레이션이 온다면 분명 지금의 사고습성으로는 쫓아가기 어려울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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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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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로깅 재개를 환영합니다. ^^
secret
주식으로 큰 돈 버신 분 있습니까?
없진 않겠지만, 했다 하면 대개가 잃는 게임이 주식일겁니다. 그 이유는 명쾌합니다. 인간의 뇌구조가 투자에 적합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이런 내용은 테리 번햄 씨가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에서 제대로 밝힌 바 있습니다.

이용재

(부제) 시장과 투자에 관한 불편한 진실


같은 주제의 책이 우리나라 저자의 손으로 씌어 졌습니다. 사실, 흠잡기 힘들정도로 잘 쓴 책이, '비열한 시장..'입니다. 왜 구태여 또 썼을까 궁금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만든 전설적 기획자 김중현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 책이 서양식 정찬이라면, 이 책은 얼큰한 찌개라고 보면 됩니다.
바로 이 한 문단이 이 책의 정체성입니다. 정보의 책이 아니라 컨셉의 책입니다. 그 컨셉의 핵심은 얼큰함입니다. 테리 번햄에게 결여된 한국적 소재들이 얼큰한 맛을 냅니다.
  • 국내 연구팀의 결과에 의하면 HTS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오프라인 투자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졌다. 구뇌의 탐욕과 공포 시스템 때문이다.
  • 또한, 저렴한 수수료와 숨은 거래비용의 핵심은 틱 또는 매수매도 호가 차이다.
  • 펀드매니저의 애환, 그리고 증권사 영업담당과의 부적절한 관계
  • 개인거래용 ELW는 백발백중 지는 게임이다. put은 없고 call만 있어, 헤지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투기로 상승 베팅이 맞는 경우에도 비싼 프리미엄으로 수익률이 안 나온다.
이런 식입니다. 우리 시장의 이면을 간간히 밝혀주는 이야기들이 흥미롭습니다.

제가 제일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탐욕과 공포에서 벗어난 고수의 인터뷰입니다. 이 부분만 따로 떼어 포스팅 한 바 있지요.

반면, 메시지 측면은 산만합니다. 전문가의 편향성(bias) - 일반인의 편향성 - 편향성을 벗어난 사람들이라는 세 파트 구성은 좋습니다. 하지만 책 한권 내내 편향성만 산발적으로 이야기 하고 결국 어떻게 할지는 독자의 몫으로 온전히 남기는 점은 아쉽습니다. 읽고 나면 드는 생각이, '그래서? (so what?)'이니까요.

일부 사례지만, 적립식 펀드 관련한 논지는 오버하기까지 합니다. 매수 비용 평균화 (dollar cost averaging)가 갖는 함정을 잘 지적하다가, 거치식 펀드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하지만 거치식과 적립식은 자금 운용 스킴이 달라 투자자에게 다른 효용이 있습니다. 정기예금은 거치식, 적금에는 적립식이 지출 패턴이 상응하는 구조니까요.

결론적으로, 책을 읽다 이런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하늘은 왜 공명을 낳으시고 또 주유를 낳았을까.
이미 테리 씨 견해에 익숙하다면 추가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설약은 개인투자자들이 구뇌의 탐욕과 공포 시스템을 못 들어봤다면 필독을 추천합니다. 단, 책을 읽고 반드시 자신의 투자 원칙을 새로 정리한다는 굳은 결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길은 스스로 마련해야 합니다. 책은 딱 꼬집어 가르쳐주지는 않습니다. 이거 하지마라, 저거 하지 마라는 금지문의 나열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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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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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자친구가 10배로 불린 돈을 다시 다 잃어버린 후로 주식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잘된거겠죠 -_-?
    주식에 대해서 좀 아는 것도 좋아보이는데, 여유가 생기면 시험삼아 소액투자라도 해보렵니다.
    • 좋은 공부했네요. ^^
      주식은 적절히 활용하면 좋습니다.
      과하면 돈 이상을 잃지요.
      너무 멀리하면 속도가 좀 더딘데, 그에 대한 반응은 부부가 함께 생각해볼 일이에요. ^^
  2. 유익하고 즐거운 포스팅입니다. 즐거웠습니다.

    저는 봉급생활자에게는 월급만큼 더 좋은 수입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짭짤한 수익원이지요.

    그리고... 저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주식 투자를 한다면 위탁투자가 아닌 중소기업의 주식증권을 사서 금고에 한 3년간 넣어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날릴 생각을 하고 하는 것이죠. 제 머리와 정보력으로는 도저히 공개시장에서 수익을 낼 자신이 없거든요. 그러니 종이 주식을 사서 금고에 넣어두는 수 밖에요. ㅋㅋㅋ. 근데 돈이 없어서리...

    잘 지내시죠? ^^;;;;

    P.S.) 정유사와 기보에 다니는 제 선배님들이 있는데요. 그분들은 비교적 고급 정보를 가지고도 수익을 못내더라고요. 그러면서 한결같이 하는 말이 '주식투자 하지 마라'였습니다. 그 분들이 그러니... 나같은 바보가 어찌 수익을 낼 엄두를 내겠습니까?
    • 실물주식을 금고에 넣는건 거의 워렌 버핏 선생의 철학인걸요. ^^
      각자가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부를 축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제 하는 일로 돈버는게 제일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선 책읽는게 투자지요. ^^

      언더독님 오랫만입니다.
      잘 지내고 계시겠지요.
  3. 그래도 ,, 그런생각은 하는것이 ㅎㅎ
    로또되면 딱 3분의 1만 떼어서
    원없이 데이트레이닝해보고 싶다는 ㅎㅎㅎㅎ

    주말 잘 보내삼 !!!
    • 하하하하
      그게 목적이면 모의투자하시지요. ^^;
      전 로또 되어도 데이트레이딩은 안할듯 해요. 원래 싫어하거든요. 하하하
  4. 주식 하면 할 수록 쉽고도 어려운 듯합니다.
    아직까진 큰돈 날리진 않았으니.. 다행인건가요? ㅋ
    한 4년 하고 있는데.. 조금씩 배워가며 천천히 합니다..
    10년에 한 두번 매매하는게 목표입니다만..
    쉽지는 않네요..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를 읽었으니.. 패스해도 되겠군요 :)
    • 네. 큰돈 안날렸다면 진짜 고수죠. ^^
      게다가 10년에 한두번이라면 완전 버핏 계열이신가봅니다.
      장이 어려운데 성투하세요. ^^
  5. '인간의 뇌구조가 투자에 적합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제가 전에 읽은 책이 생각이나 트랙백 걸고 갑니다.

    '읽어야 이긴다'는 책을 읽다가 이 블로그를 알게 되었는데,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란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
    • 마침, 오늘 '읽어야 이긴다' 리뷰를 올렸는데, 그 책을 통해 오셨다니 반갑습니다. ^^
      책 좋아하시는듯 한데, 종종 뵙길 희망합니다.
  6. 제가 아는 주식 고수 두 분은 탐욕과 공포로 돈을 버시더군요.

    한 분은 다른 사람의 탐욕을 이용해서 돈을 버시고
    다른 한분은 사람들의 공포를 먹어치우며 수익을 내십니다.

    디테일한 얘기야 흔하디 흔한 주식 얘기기는 하지만요...
    결국 기업의 적정가치, 전망 같은 건 시장에서는 의미없는 표상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단기적인 머니게임을 전제로 한다면요 ^^)

    슬슬 레쥬메를 준비하며 잠을 못이루는 입장에서는
    골치아픈 취업 따위는 때려치우고 어떻게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건 왜일까요 ^^;
    • 네. 돈버는 사람은 대중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하게 마련이지요.

      이제 졸업이신가요? 한 해 남은것 아닌가요..
  7. 탐욕과 공포를 조장하는 예측전문가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뻘 트랙백'을 걸어놓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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