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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a book!
톰 선생의 '미래를 경영하라'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몇 장 넘기지도 못했지만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이 책 대단합니다. 정가 35,000원이라는 중량감있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크기도 보통 경영서적의 판형이 아니고 대학 교재 정도의 크기입니다. 좀 세게 나가지요.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파격적인 편집입니다.


컬러풀한 화보를 많이 사용했고, 책 내용과 그래픽이 혼재되어 있으며, 텍스트 이외의 하이퍼 정보가 라인이나 마크 등 비주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reading과 watching의 퓨전입니다.

아직 간도 제대로 못 본 책의 편집 이야기를 꺼내든 이유는, 바로 이 책이 제가 상상하는 뉴 미디어1) 시대의 컨텐츠가 소지할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Becoming Digital
뉴 미디어의 근간인 디지털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요.
우선 일부 제품과 서비스가 디지털화 되면 무게와 마찰이 없는 비트(bit)로 변환됩니다. 그 이후는 막대한 파급력이지요. 뛰어난 압축성과 효율로 저장, 전달이 극소의 비용으로 순식간에 이뤄집니다. 거리와 시간이 소멸하는겁니다. 이 상태에서 비트화된 컨텐츠는 필연적으로 대량 소비를 전제하게 됩니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가치사슬마저 압축하고 들어가는 상황에서 아톰(atom)으로 대변되는 실물 제품이 디지털 컨텐츠에 경쟁력을 갖기는 어려워진 셈이지요. 음반, 비디오 테입, DVD, 도서 등이 디지털 컨텐츠와의 경쟁에서 노른자위를 내주도록 예정된 제품의 사례일것입니다. 그 뒤를 기다리는 제품들이 신문, 지상파방송, 작년과 똑같은 학교 강의 등의 범주입니다.

그렇다면, 실물 제품은 곧 사라질까요? 당연히 아니지요. 디지털의 last mile은 항상 아톰의 중재를 받아야 사용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온라인 쇼핑이 발전해도 택배는 필요하듯 말이지요. 디지털 컨텐츠의 소비 역시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소비자 접점은 두가지로 분류 가능합니다. 멀티미디어 통합 인터페이스와 컨텐츠 전용 인터페이스입니다.

멀티미디어 통합 인터페이스는 현재의 PC에서 IPTV, PMP, UMPC에서 Wearable Computer와 멀티플렉스를 망라하는 복합형 디바이스를 의미합니다. 한 제품을 통해 영상, 음향, 텍스트의 조합으로 다양한 컨텐츠를 소비하게 됩니다. 이 세그먼트는 컨텐츠의 대량 소비와 초저가가 키워드인 시장입니다.

반면, 컨텐츠 전용 인터페이스는 기존의 제품과 유사한 형상이지만 독특한 가치를 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텍스트는 책에, 영화는 DVD에, 음악은 CD에 담기더라도  디지털 컨텐츠의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을 상쇄할 다른 가치를 제공하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이 세그먼트는 소비자 가치 및 몰입이 중히 여겨지는 시장입니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전용 인터페이스인 책을 왜 굳이 살까요. 저같은 경우 내용이 탁월하여 곁에 두고 싶은 경우는 이렇습니다. 가끔 참조해야 하는데 그 내용이 외울만한 성질이 아니므로 손 가까이 있어야 효율적인 경우, 그리고 펜으로 줄도 긋고 메모와 낙서도 하는 소비 과정 자체의 즐거움 때문에 돈을 주고 책을 삽니다. 단지, 내용을 전달 받기 위해서라면 1메가 바이트 정도의 정보를 PC나 PDA로 받는 것으로 족합니다. 아직 e-Book으로 볼만한 책이 없다는 것은 지금의 현상일 뿐입니다. 많은 사람이 소비하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제품이 나오게 마련이니까요.


Provide Something They Would Chase After
제가 공식, 비공식적으로 만나는 기존 컨텐츠 산업 관계자들께 제언했던 부분은 항상 이 부분입니다.
소장 가치를 갖도록 하라.
아주 쉽고 진부한 말 같지만, 막상 이에 호응할만치 리마커블한 제품은 별로 없습니다. 그만큼 어렵지만 향유할만한 시장이지요.

책만 해도, 중국의 책공장에서 조선족 여공들이 직접 타자를 쳐서 저가로 순식간에 디지털화 해 내는 세상입니다. 저 같이 지향(紙香)을 자체를 즐기는
돈 안되는 취미를 가진 부류가 아닌 한, 종이책에 얼마를 지불하리라고 생각하나요? 책의 내용을 손닿는 디바이스에서 편하게 그리고 싸게 소비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니 말입니다. 지금도 누가 복사기만 있으면 3000원짜리 문고본 만드는건 일도 아닌 상황이란거죠.
최소한 서두에 소개한 톰 아저씨의 새 책은 확실히 비싸지만 확실히 예쁩니다. 갖고 싶습니다. 그 책에서 텍스트만 뽑아내면 책의 정보를 많이 잃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어차피 저 책에 관심 갖는 사람은 지불용의가 높은 비즈니스 맨입니다. 기업 고객이 많을지도 모르지요. 호화 양장으로 도배하고 만원 더 청구하면 안 내겠습니까. 바로 이런 생각이지요. 소장가치를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라.

음악을 볼까요. 구매도 불편하고 좋아하는 음악은 딱 한 곡인데 한장의 CD를 통째로 사라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것도 그 비싼 매장 유지비, CD 운반비, 보관비가 다 포함된 가
격을 지불하고 말입니다. MP3의 승리는 태생적으로 예견된 일이고 단지 산업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과연 MP3는 음반시장을 고사시키는 주범인가?) 음악은 공짜로 뿌려 인지도를 획득하고, 돈은 콘서트를 통해 직접 체험을 제공하여 받는 부분도 한가지 모델이 되리라 봅니다. 물론 그 공연은 뮤지컬에 버금가는 크로스 오버면 더 좋겠지요. 아니면 블로거 가수인 와니님처럼 소통의 채널을 열어 놓고 손에 잡힐 듯한 가수, 함께 만들어가는 가수라는 새로운 소장가치를 제공하는 모델도 가능하겠습니다.

DVD만 해도, 그 구입의 용이성, 보관의 간편함, 소비의 편의성에서 WiMAX+PMP+TV 조합을 이길 턱이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대로 감독의 커멘터리나 영화 촬영장면 기타 에피소드가 포함되는 경우 팬들은 꼭 그 제품을 갖고 싶어합니다. 30년전 제품이 아직 팔리는 스타워즈를 보면 알겠지요. 저 같은 경우 Band of Brothers라는 영화를 무척 재미나게 보았는데, 영화를 다 보았음에도 DVD 밀리터리 팩을 보고 지름신이 들락달락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방송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는 광고라는 스폰서 모델을 통해 소비자의 주머니를 직접 접촉하지 않아 이러한 기술 발전의 반탄력에 노출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광고라는 모델 역시 소비자의 관심에 엮인 관계로, 뉴 미디어로의 전이는 존립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을 말한 바 있습니다. 그 방향은 올드 미디어가 취약한 부분이 집중 부각될 것입니다. 바로 역방향 소통 능력 (uplink capability)이지요. 나와 내 이웃이 만드는 동영상이나 블로깅, 통칭하여 UGC와 같은 참여와 맞춤 서비스입니다. 늘 하늘에서 내려오던 방송과 신문에 내가, 또는 내가 동질감을 느끼는 그가 들어가 있는겁니다. 완전히 소유한 느낌이지요.

급기야 올드 미디어 산업은 대 퇴각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산업의 맹주였던 헐리웃 영화사가 올해들어 시험적으로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를 조심스레 적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똑같은 컨텐츠를 가지고 재래 기술과 등가의 소비구조를 강제하기에는 시장 효율성과의 갭이 너무 커져 버린겁니다.


Digital is the Shadow of the Analog
결국 아날로그 제품의 존재 가치는 소장 가치에 비례합니다. 그리고 그 소장가치는 디자인이 되었든 체험이 되었든 감성과 binding하는 부분이 필요합니다. 경제학적 가치는 개인화 (personalization)에서 나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앞서 말한 디지털 시대의 총아, 정보 기술의 도움으로 가능하게 됩니다. 아날로그 제품은 이 부분을 잘 성찰하면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예를 들어, 드러커 선생의 책을 사는데 마케터와 전략가, 학생이나 CEO 등 사는 사람의 프로파일에 맞춰 챕터의 구성이나 사례를 달리 한다면 어떨까요.
위찬 교수님의 블루오션이 대박이 났었는데, 이 책을 사는 사람이 미리 보낸 개인적 소회를 구매자 서평으로 페이지를 구성해, 저자 서문, 역자 평과 함께 엮어 책으로 만들면 그 책의 가치는 얼마가 올라갈까요.
DVD를 주문하면, 음성과 영상합성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영화의 주인공이 구매자에게 'This is for you, Jack.' 하며 생생하게 인사를 하는 동영상 클립이 첫 머리에 들어간다면 어떨까요.
아이디어는 무궁하겠지요.

롱테일의 군침도는 도톰한 그래프만 쳐다볼 일이 아닙니다. 아톰과 비트는 상보관계입니다. 물과 기름처럼 반목하지만은 않습니다. 그 둘이 그림자처럼 어울릴 때 세상은 더욱 편해집니다. 어떤 이는 돈도 벌게 되지요. 그러려면, 어떤 가치를 미디어 소비자가 원할지, 무엇을 소장하게 도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기술은 항상 필요한만큼 충분히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디지털은 아날로그의 그림자입니다. 해를 가리는 그늘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Appendix
1. 미디어 산업은 두가지의 하위분류를 갖습니다. 저널리즘과 엔터테인먼트.
저번 글의 뉴 미디어는 저널리즘 우위의 개념이었습니다. 오늘은 엔터테인먼트 위주입니다.
2. 글이 길어 부담스럽다는 단골 블로거들의 피드백과 정확히 반대로, 글만 썼다 하면 장타입니다. 주중에 바빠 글을 못쓰다보니 주말에 한을 푸나 봅니다. ㅠ.ㅜ

3. 전에 인도 시리즈도 그랬고, 이번 두바이 글타래도 그렇고 한 시리즈가 길면 제 스스로가 지겹고 따분해져서 그러니 이해해 주세요. 두바이는 아직도 최소 두 편은 더 남았거든요. -_-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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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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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유학 와서 느낀 점 중에 하나가 우리가 디테일에 좀 약하다는 사실입니다.
    숲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무 하나하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것도 중요할 듯.
    결국 성공한 상품이나 서비스는 어찌보면 기본적이다 못해 참 사소한 것들이더라구요.
    • 맞는 말씀입니다. 기본을 잊기가 가장 쉬운듯 해요.
      저부터도 디테일에 약하지 않으려 늘 다짐하곤 합니다.
  2.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항상 잘 읽고 있어요~
  3. 블로그용 article 치고는 좀 길다 싶지만 워낙 딱딱 떨어지는 내용이라 읽는 재미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리고 10년전 제가 SI하던 시절에는 맨날 사용하면서도 가슴에 딱 와닿지 않던 Value Proposition이란 용어가 참 쉽게 풀어져 있군요.
    주말 오후에 정말 잘 읽었습니다.
    • 너무 길다. 너무 길다... ㅠ.ㅜ

      맞습니다. 사실 블로그의 포스팅치고는 너무 길지요. 두회정도 분량으로 나누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제가 한 주제를 두개 글로 나누는걸 매우 싫어해서 그냥 뒀습니다. 그나마 다슬아빠님은 재미나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4. 훌륭한글 잘 읽었습니다. 이런 글은 웬지 소장하고픈 욕심이 생기는군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소장가치가 있는 글이라니 기쁩니다..만 kikiki님, 제게 돈을 지불하셨던가요? ^^;;

      즐거운 주말 지내세요. 맛난 것도 많이 드시고.
  5. 저는 아직 아날로그가 남아있어 그런지
    글만큼은 손에 잡히는게 훨씬 좋아요
    물론 모르는게 많아 찾아봐야하는게 많은 글들은 인터넷으로 보는게 편하지만말이죠
    저는 아마 저만의 서재를 만들고 싶단 꿈은 계속될듯
    앞으로 로망중 하나에 서점 운영도=)
    • 그래요. 저도 글은 책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좀더 향상된 가치라면 기꺼이 살 생각도 있습니다. astraea님 서점 운영하면 거기서 책을 사도록 하지요. 멤버십 카드 발급해 주세요. ^^
    • 여러 형태로 구상중이에요
      시대 변화에 맞는쪽으로다가
      물론 실천에 옮기려면 한참 남았지만

      오픈하면 꼭 모시겠습니다=)
    • 저도 할인 좀 -_-;
      중국 온 사이에 yes24가 일반회원으로 강등되었더군요 ㅠ_ㅜ
    • astraea// 기대하겠습니다. ^^

      이승환// 얼마나 할인을 받을지 궁금해 하기전에, 얼마나 매출을 올려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
secret
들어가면서
뉴 미디어에 관한 생각을 포스팅으로 정리해볼까 생각한게 벌써 몇 주째입니다.
썩 좋아하는 주제가 아니니 제 스스로가 흥이 안나 마냥 귀찮았습니다. 10월 내내 너무 바빠서 정신적인 여유도 없었지요. 게다가, 사용하려는 자료가 올초 업무상 산출물이라 공개하면 안될 부분을 빼고 나면 매우 밋밋해서 더욱 따분한 생각만 들었습니다.

선뜻 손이 안가서 내버려두던 중, 영화 '라디오스타'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 억지로 잊고 말려던 뉴 미디어란 주제와 매우 부합합니다. 최소한 제 스스로 재미는 생겼습니다. 오늘도 한번 달려 봅니다. -_-

Disclaimer 이 포스트는 '라디오스타'라는 영화의 리뷰가 아닙니다. 영화의 내러티브를 차용할 뿐입니다. 따라서, 본의 아니게 영화의 내용을 들쭉날쭉 미리 드러낼지도 모릅니다. 또는 영화의 맥락에 대한 설명없이 허리를 끊어 내어 비유를 할겁니다. 그러니, 영화를 안 보신 분은 더 이상 읽기를 멈춰주시면 고맙겠습니다.(돌아가기)


최곤은 왜 몰락했는가?
영화에도 안나온 몰락의 이유라니 뭔 소린가 하시겠습니다.
미디어를 먼저 보겠습니다. 정보통신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니 사람들의 미디어 소비는 다양화 되었습니다.
결과는 뉴 미디어와 올드 미디어의 대격돌 양상이지요.


신문의 사례를 볼까요? 메이저 3대 신문의 신문산업 내 지위는 공고했지만, 전체 신문의 열독률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전략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쭈그러지는 시장에서의 지배적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겁니다. 정작 급한 일은 누가 1,2,3등이냐가 아니라 산업간의 충돌 이후 헤게모니의 향방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올드 앤 뉴 미디어 간 헤게모니 싸움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바로 광고 수입입니다.


전통적으로 유력 미디어인 TV와 신문의 영향력 감소는 수익의 감소로 직결되게 되었습니다. 2005년 국내 총광고비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음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광고 시장은 제로섬이었습니다. 올드 미디어의 파이를 뉴 미디어가 가져간거지요. 미국은 더 비참합니다. 전체 광고시장이 2005년 4%로 소폭 늘었음에도 전국 TV, 전국 신문은 오히려 파이가 줄어들었으니 말입니다.


결국 올드 미디어의 사업구조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저널리즘을 통해 언론이라는 권력을 생성하고, 구독자와 광고를 유치하여 사업기반을 공고히 합니다. 사업 기반을 현금으로 전환하고 잉여자본은 저널리즘을 개선하는 투자 재원이 됩니다. 이런 선순환이 80년대까지의 사업모델이었습니다. 뉴 미디어 시대에서는 올드 미디어의 위상이 추락함에 따라 사업 기반의 전이가 이뤄집니다. 그에 따라 수익은 새어나가고 서서히 악순환에 들며 나락으로 선회하는 모델이 됩니다.

스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창력과 카리스마로 팬덤을 형성하고 음반 판매와 CF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다음 작업을 할 여력이 생기면 선순환이지요. 최곤처럼 자기 세계에 빠져 마약을 하고, 폭력을 휘둘러 감방에 심심찮게 드나들며, 대중의 인기와 카리스마를 잃으면 수익기반의 붕괴와 함께 밤무대를 전전하는 부나방 신세가 되는 겁니다.


영월의 DJ 2.0
최곤은 왜 영월에서 재기에 성공했을까요.


이번에도 미디어를 먼저 보겠습니다. 올드 미디어의 기본공식은 Push형 소비구조였습니다. 분배 과정은 채널형 소비입니다. 기본 철학은 "You decide, we consume."이지요.
하지만 뉴 미디어 시대에서는 Pull 방식의 미디어 소비를 합니다. 분배과정은 네트워크 형태입니다. 기본 철학은, "We decide what is news."입니다. 이 과정에서는 뉴스의 수명조차도 미디어 소비자가 결정합니다. 뉴스의 가치도 종전과 다르게 판단합니다. 특히 블로고스피어가 개입하면서 이러한 뉴스 미디어의 소비 패턴은 불확실성과 다양성이 폭증하게 되었습니다. 뉴스의 후기, 독자가 발굴한 뉴스 자체가 새로운 뉴스가 되는 세상입니다.
저는 황우석 교수 사건이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올드 미디어는 아직 agenda setting 능력이 있다, 하지만 뉴 미디어의 고객 지향성과 적극적 미디어 프로슈머는 새로이 등장하여 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화려하게 고한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황우석교수 사건을 drive한 측은 올드 미디어였지만, 사진 합성 이후로 실질적인 뉴스 소비 양상을 주도한 측은 뉴 미디어와 네티즌이었습니다.)

라디오스타를 볼까요. 영화속 임백천은 과거의 방식대로 DJing을 했겠지요. 음악도 사연도 이 정도면 좋을 거라고 알아서 틀었을겁니다. 듣는 사람은 피부에 와닿지 않고 재미가 없습니다. 차라리 인터넷을 보겠지요. 소비자가 외면하니 광고도 떨어져 나갑니다. 방송국에서는 DJ를 자르는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할테지요.

최곤이 처음에 그토록 무시했던 영월이지만, 영월 주민들은 전형적인 뉴 미디어 소비패턴을 보입니다. 내가 참여하고, 나의 스토리와 컨텐츠(UGC)가 우선 순위를 갖는거지요. UGC의 성격상 컨텐츠는 또다른 연결형 컨텐츠를 낳습니다. 다방 김양의 외상값 갚으라는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공지였지만, 돈을 갚은 철물점, 세탁소 주인은 또 다른 후속 컨텐츠의 주인공이 되지요.
최곤의 KSF(Key Success Factor)는 두가지였습니다.
첫째, 영월 바닥의 소식이 오가는 플랫폼을 제공했다는 점.
둘째, 가식없이 막나가는 문화를 통해 컨텐츠 생성과 소비를 조장했다는 점입니다.


영월에서 전국을 쏘다
라디오스타에서는 스토리 전개상 최곤이 서울로 가지 않고 영월에서 전국 방송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만일 최곤이 서울로 갔다면 오히려 정착이 힘들었으리라 예측합니다. 영월에서의 성공요인은 산간 지역 특유의 넉넉한 인심에 의존한 막나가는 방송 스타일과 동네 사람들의 참여에 의한 UGC인데 서울로 갑자기 옮기면 두가지 모두를 버리고 새로 구축해야 하니 말입니다.

게다가 최곤의 방송이 전국에서 인기를 얻은 이유는 영월의 질박한 상황과 가식없는 방송 그 자체입니다. 갑자기 세련된 컨텐츠로 물갈이가 되면 몹시 당황스럽겠지요. 요즘 세상에 기술은 충분히 발달하여 거리는 사라졌고 시간도 소멸되고 있으므로, 비용은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영월의 연속성을 이어 서서히 옮기는 방식이 더 맞을 겁니다.

미디어를 볼까요.

모 신문사의 가치사슬을 분석했던 자료입니다. 가입자당 12,000원을 받는다치면 기사 생성에 드는 비용이 1,500원 인쇄비가 10,000원선, 영업 및 배송에 7,000원이 소요됩니다. 이중 광고로 7,500원을 커버하고 구독료를 받으면 인당 월 500원 남기기가 힘겨운 구조입니다. 지식산업의 대표 주자로 불리워도 손색없는 신문사지만 전형적인 굴뚝산업의 특성을 보이지요. 변동비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뉴 미디어 시대에 맞설 답은 방향이 보입니다. 인쇄 및 배포 비용을 최소화하고 지식 컨텐츠의 레버리지를 최대화 해야 합니다. 저널리즘의 소비를 진작할 여러 방식을 조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영화속 상황으로 말하면, 괜히 서울로 옮기지 말고 영월 컨텐츠를 이용해 전국으로 그냥 쏴버리는게 득이 된다는 겁니다. 차츰 부산과 광주 소식을 더해나가면서 말입니다.


Brand is King
설마 최곤이 이런 계산을 염두에 두고 방송을 했겠습니까. 어찌보면 우연히 재기에 성공한 기연체 영화라고 폄훼를 받아 마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최곤이 아니었으면 성공하기 힘들었을 단 하나의 중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브랜드입니다.
뜬금없는 자체 방송에 Rock'n'Roll을 틀어대는 엽기적 방송이, 그나마 정착되기 전의 불안정성을 극복했던 이유는 최곤이 그래도 왕년의 스타였기 때문이지요. 브랜드 효과는 고객 접점의 순간 강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유지에는 다른 요소가 많이 개입되구요.

뉴 미디어의 핵심요소도 브랜드입니다.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 극도로 미미하므로 브랜드는 시작부터 끝까지 중요한 맥을 갖습니다. 검색을 하려면 어딜 가십니까? 동영상 검색이라면? 지식 검색은? 사진과 음악은? 여행 관련한 정보라면? 각각 머리에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지요? 높은 최초 상기율을 가진 기업이 선두권 업체일겁니다. 그리고 대개 돈을 벌고 있거나 곧 벌겠지요.


New Media killed Old Media Stars
재미난 드라마와 스토리를 이렇게 낱낱이 해부해서 구조를 까는 일처럼 매력 없는 짓도 없지요. 게다가 이해 못할 jargon과 slang이 난무하는 끔찍한 포스팅이었습니다. 다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재미없는 이야기를 전달해 보자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이해해 주시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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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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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이상한지는 몰라도 재미있는 매력적인 포스팅이네용^^. 항상 느끼는 거지만 inuit님이 리뷰를 했거나 비즈니스적으로 접목시켜서 풀어놓은 포스트를 보다보면 꼭 포스팅속 소재를 직접 접하거나 보고 싶어지더라는 것^^.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라디오스타 영화를 꼭 보고...이 포스트도 다시 한번 또 봐야 겠네요. 좋은 포스트 감사합니다.^^.
    • 재미있게 읽어주시니 고맙지요. 제가 봐도 이번건 좀 하드코어라서. -_-

      라디오스타는 기회되면 꼭 보세요. 전 타짜보다도 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2. 아.. 저도 봤던 영화인데 이런식으로 해석해 주시니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보이네요.. 내공에 경의를 표합니다.. ^^
  3. 저도 <라디오 스타>에서 '영월에서의 성공'을 인터넷의 구조를 차용했기 때문이라고 느꼈습니다. (http://easysun.egloos.com/2659838) 같은 것을 발견하다니 너무 반갑습니다.
    또한 제가 원래 'Old Media' 출신이어서 그 발전 방향으로서의 New Medai, 그 이후 구조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더 깊은 얘기를 나눠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4. 비밀댓글입니다
  5. 글이 너무 좋아서 트랙백 걸었습다.
    하시는 일이 갑자기 궁금해지는... 미디어 관련 일에 종사하시는 분인듯 싶내요.
    좀 더 둘러보고 북마크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포괄적으로 보면 다 미디어니까 그렇다고 봐도 되겠지만, 상상하시는 모습과는 다를 듯 합니다. 프로필에도 잠깐 소개는 되어 있습니다.
  6. 언제나 이런 통속적인 소재로 깊이있는 지식을 전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ㅠ_ㅠ

    기회가 된다면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의 차이를 확실히 공부해야겠습니다.
  7. 화일을 구해서라도 영화를 봐야겠습니다. 한참동안 한국영화를 통 못 봤네요.
    • 아직 상영중이지만 곧 DVD 같은게 나오겠지요. 한국 영화 중 자꾸 이야기 나오는 작품이 있으면 참 궁금하고 보고 싶겠어요.
      본의 아니게 염장을 질렀다면 죄송합니다. -_-
  8. 좋은 정보 잘 읽고 갑니다.
    블로그 멋지네요.. 부럽기만합니다.
  9. 올드미디어에겐 천기누설과도 같은 멋진 분석이십니다. 하지만 알고도 복지부동일 그들이 가여울뿐.
    • 올드 미디어 진영에서 전혀 모르는 내용은 아닙니다. 다만,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현상이 지속될 듯 해서 걱정입니다.
  10. 빙고! 저는 라디오스타를 보지 않았지만, 내용이 너무 감동적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챙겨두고 꼭꼭 씹어 제 머리와 가슴 속 영양분으로 저장해놓겠습니다.
    • 아이고.. 그만님. 잘 아시는 분께서 이리 과찬을 하시면 민망합니다. (그나저나, 돌아가기 버튼을 안 누르셨나봅니다. 반칙! ^^)
  11. 잘 읽었습니다. '올드 미디어'종사자로서, 동료들에게 많이 읽혀주고 싶네요...갑자기 방문객이 확~늘거든, 제 짓입니다.^^
  12. 최근 드물게 보는 훌륭한 분석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 역시 올드미디어 밥을 먹는 사람으로 상당 부분 공감도 되고 뒷머리가 뜨근해집니다. 앞으로 자주 방문하겠습니다.
  13. 라디오스타를 굉장히 인상깊게 봤는데..
    이런 식의 분석도..
    굉장히 흥미롭네요..
    잘 읽고 갑니다 ^^
    • 지각이십니다. 이제 보셨어요? ^^

      라디오스타 정말 좋지요? 전 '비와 당신'만 계속 듣기도 했었답니다.
  14. 이글 읽으려구 어제 영화보구 왔습니다. 덕분에 안보고 놓칠뻔 했던 영화... 잘 봤네여~ 전 옛날에 슈퍼맨 리턴즈 보구서 슈퍼맨 2.0이라 칭한적이 있는데... ^^;; 기존 미국판 히어로영화 배경과는 다른 웹2.0의 성격을 많이 보여줬었거덩여... 하여튼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좀 있다가 라디오스타 담당프로듀서 블로그와 접점 시켜드리죠~ ^^;; 그 분의 블로그는 http://blog.chosun.com/blog.screen?blogId=3981 입니다.
    • 지나가다님, 감동입니다. 말씀만일지라도 감격입니다. 이글 안보시고 참은후에 영화보셨다니. ㅠ.ㅜ

      그리고 소개해주신 분은 어떤 분인지 궁금하군요. 프로듀서는 감독과 다른 건지.. 아무튼 제가 시간내서 잘 관찰할게요.

      그리고, 지나가다님.
      전에 왔었던 지나가다님인가요? '지나가다' 란 닉이 하도 많아서. -_-;;;;;
  15. ㅋ 아뇨... 전 어떤 다른 블로그글 보구서 얼떨껼에 여기 들어왔구여... 넘 읽구 싶었는데... '들어가면서' 부분만 읽구서... (사실 '최곤은 왜 몰락했는가?'라는 문구까지 눈길이 갔음. TT) 바로 영화예매하구서 담날 보구 와서 이글 읽었죠~ ^^;; 저가 영화광에다가 좀 결벽증이 있어서 예고편도 절대 안보거덩여... 왕 '까칠'한 성격인거 같음... ^^;; 그냥 영화끝나구서 자막을 보니 프로듀서에 '정승혜'님이라고 돼있길래... 알아보니 영화계에서 좀 영향력이 있는 분이더군여... 어떻게 보면 서로 접점이 안생길수도 있는 두분이지만 그냥 중간에 저가 다리 역할 해본겁니다. 하여튼 앞으로 가끔 들리지요~ ㅋ 그럼 좋은 글 앞으로도 부탁해요~ ^^ (PD와 감독 차이 난 잘 모름. --;;)
  16. 저도 지나가다 2006.11.09 13:46 신고
    지나가다님...안녕하세요
    반가운 마음에 글을 남깁니다
    너무 좋은 글을 볼수있게 되어 좋았구요 지나가다님의 댓글도 좋네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정말 지나가다가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지나가다님...그사이 고쳐주셨네요^^
    • 헉... 죄송합니다. 바로 수정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엉터리 말을 나한테 해주다니... --;; 다시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17. 저도 지나가다 2006.11.09 13:48 신고
    에고고 실시간입니다^^
    정말 친절하신 지나가다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제가 그녀와 잘 아는 사이거든요
    깜짝 놀랐었는데 다시 들어와보고 감사드립니다^^
    • 넘 죄송스럽네여... (친절한게 아니라 당연한거죠. ^^;;) 그쪽 계통에 있는 분께 얘기를 들어서 정말 의심없이 받아들였던거였거등요... 어떤 악의적인건 전혀 없었구여~ 그분껜 넘 죄송스럽네여... 하여튼 죄송합니다. TT
    • 지나가다님과 저도 지나가다님.

      두분 너무 정겹게 지내십니다. 저만 빼놓고... ㅠ.ㅜ
      두분 블로깅 하시면 주소 가르쳐주세요. 매너가 짱이신 분들이라 찾아뵙고 인사라도 하고 싶네요. 하하
  18. 재미있습니다.
    영화도 나름 재미있게 보았고... 포스팅글도 재미있게 읽고 느꼈습니다.
    가끔 놀러 올께요~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19. 하아... 이누잇님. 말 문 턱 막히도록 참 멋진 포스팅입니다.

    영화를 보시면서,
    미뤄두고 있던 골치아픈 주제를 어쩌면 적절히 풀어쓸 수 있을 법한 딱 맞는 골격이라고,
    막힌 가슴 뻥 뚫리셨을 순간의 가벼운 흥분과 통쾌함이 지금의 저에게도 짜릿하게 느껴지네요.

    쇠락하는 올드 미디어... 그렇대도 상대적으로 아마추어리즘을 극복하기 어려운 자생 미디어들이 과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하며 시니컬하게 바라봤던 저에게, 블로그가 충분 넘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고개 끄덕이게 만든 첫 블로그- Inuit Blogged!! 열혈 독자들이 줄 잇는 거, 당연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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