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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여행이 가장 행복했던 이유  하나는 맥주입니다.


와인벨트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라면 맥주 벨트는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체코지요위도에 따라 좋은 보리냐 포도냐가 다르니까요. 전 지금까지 맥주벨트 5개국 벨기에만 가봤습니다. 따라서 이번 여행에서는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벨기에 맥주를 다양하게 맛볼 작정을 하고 갔습니다.

 

German Beer

잠깐, 독일을 제쳐놓고 바로 벨기에가 최고라고?

 

독일맥주는 순수령이라는 양날의 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중세에 맥주가 대중화되자 재료에 싼걸 섞는다든지 음식갖고 장난치는 사람이 나오게 마련이었겠지요. 신성로마제국의 바바로사 황제는 맥아, , 정제한 이외에 다른 불순물을 넣으면 위법이라 선언했습니다. 당시 술을 만든 맥주 장인이 가죽바지를 입고 자기가 만든 맥주를 부은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날 의자가 붙냐 안붙냐에 따라 그자리에서 목을 쳤다는 이야기가 있을만큼 강력히 시행했지요. 추후 바이스비어(Weissbier) 유명해진 바바리아 지방의 밀맥주는 사실 맥주 순수령을 위반한겁니다. 하지만 독일의 장인들은 순수령의 강한 전통위에 맥주기술을 발달시켰습니다. 빵으로치면 밀가루, , 소금만 갖고 최고의 빵을 만들어야하는 이치입니다. 따라서 독일맥주는 재료 자체를 다루는 기술은 최고이며 근원적 맛을 내는데 탁월하지만 레시피는 매우 경직되어 있습니다.


뮌헨 맥주의 제왕, Augustiner


 

Belgian Beer

반면 벨기에 맥주는 자유분방합니다. 레시피로 과일향을 내는게 아니라 실제 과일을 조금 넣기도 하지요. 한때 우리나라에서 유명했다가 맛이 가버린 Hoegaarden 비롯해 Leffe, Duvel 맛봤을때 신비감이란.. 제법에 있어서 장인적 엄격함은 지키되, 요리를 하듯 다양한 실험으로 찬란한 조합들을 만들어 냅니다.

 

벨기에 맥주의 백미, 수도원 맥주

속칭 수도원 맥주는 벨기에 맥주중에서도 꽃이지요. 중세를 거치면서 수도원은 수도사를 포용하고 종교적 역할만 한게 아니라, 맥주나 치즈 같은 생산을 담당했습니다. 1차적으로는 수도사의 호구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본적 경제활동이었지만, 대형 수도원은 영리사업으로 접근했고, 시간이 여유로운 수도사들의 좋은 취미와 탐구생활이기도 했습니다연원이 그렇다보니 수도원 맥주는 제법의 진솔함과 뛰어난 연구력이 바탕이 되어 최고급 벨기에 맥주를 탄생시켰습니다.  


Trappist beer

한편 수도원 맥주가 유명세를 타니 너도 나도 수도원 레시피를 가지고 만들어 품질관리 이슈가 대두됩니다. 그래서 순수한 수도원의 원칙을 지키고 수도원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맥주를 "트라피스트 맥주" 합니다. 현재 트라피스트 맥주는 10곳입니다. 실은, 이번 여행 전까지도 제 굳게 믿고 있던 숫자는 8개였습니다. 벨기에 6(Achel, Orval, Chimay, Rochefort, Westmalle, Westvleteren), 네덜란드 1 (La Trappe), 그리고 오스트리아 (Stift Engelszell). 근데 돌아와서 찾아보니 최근에 2개의 수도원 양조장이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Orval, Chimay, Rochefort, Westmalle, La Trappe 맛봤네요.

 

네덜란드 유일의 트라피스트 맥주 la Trappe


Duvel, Chimay 가격이 후덜덜


성배를 닮은 Orval 특유의 잔


맥주 종류에 비해 날짜가 부족해, 한병사서 맛만 본 아이들



Abbey beer

반면, 직접 수도원에서 만들지 않고, 수도원의 레시피를 인수하거나 라이센스를 받아 대형공장에서 만드는 수도원식 맥주를 "애비 맥주" 합니다. 레페가 대표적이지요. 솔직히 제가 아주 이뻐하던 레페지만, 벨기에 본토에 있는 동안만큼은  짝퉁쯤으로 여겼습니다.

 

여기서 반전. 상업성의 집요함은 대중적 입맛에 소구하는 방법을 아는듯 합니다. 가장 인기좋은 레페 블론드는 물론이고, 좀더 진하고 강한 맛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레페 로얄 다양한 라인업이 있는데, 이게 맛있습니다. 특히, 병발효를 해야하는 트라피스트 맥주의 특성 , 애비 맥주를 드래프트로 먹으면 맛은 단연 최고였습니다.


그냥 레페도 맛있는데 로열은 그냥.. ㅠㅜ

 



Draft

벨기에 맥주 종류가 브랜드만 500개고 양조장이 내는 계절별, 제조 방식별 가짓수를 곱하면 수천종입니다. 따라서 매일 한가지 다른걸 마셔도 1년에 모든 맥주를 맛보기 힘든 곳이지요. 하지만 이번에도 새삼 느낀건, '맥주는 역시 양조장 근처가 최고' 것입니다. 안트베르펜, 헨트, 브뤼헤, 리에주, 알스트 브뤼셀 이외의 여러 도시를 갔는데 로컬 비어 드래프트를 달라고 하면 그게 필스너 계열이건, 에일 계열이건 상관없이 맛이 좋았습니다.

심지어 암스테르담에서 하이네켄을 생맥주로 맛봤는데 맛은 제가 알던 하이네켄이 아니었습니다. 하이네켄 공장에서 먹는 맛은 윗길이었구요.


하이네켄도 공장에서 마시면 최고급 맥주 안부러운


브뤼헤 특산인데 이름이 좀... Zot


 

Lambic

마지막으로 브뤼셀 인근에서만 마실 있는 람빅을 설명하고 마치겠습니다. 람빅은 제법이 영국의 에일, 또는 우리나라 막걸리와 같습니다. 자연에 떠다니는 효모를 이용해 상면발효합니다람빅이 에일과 구분가는 묵은 효모를 이용해 세번의 여름을 거치는 장기 발효를 한다는 점입니다처음 마시면 시큼한 느낌에 과일향이 진해 이게 맥주야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람빅에 과일맛을 더한 Kriek 체리주스와 같습니다. 먹다가 사고나는 유형이지요. 벨기에의 유명 요리인 홍합찜과 아주 어울리는 맛입니다. 브뤼셀에 도착한 날 처음 마시고 뒤로 못찾다가 결국 첫날 갔던 곳에 다시 가서 한번 맛보고야 브뤼셀을 떠났습니다.


벨기에 가는 한국 여인들, 특히 조심


홍합의 새로운 경지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단번에 맥주를 사랑하게 만드는 벨기에 맥주. 다양한 매력에 흠뻑 빠졌고 풍성했던 여행이었습니다. 벨기에 맥주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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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맥주 먹고 싶다...
    그래도 제겐 독일에서 마셨던 바이스비어가 최고!
  2. 벨기에 맥주도 상당히 맛있나보군요..
  3. 술 좋아 하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닷..
  4. 어찌 요즘 활동이 주춤하시네요.
    수년간 이곳을 들락날락 하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소식에 목 말라 합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구요.
secret
마지막 공식 일정은 함부르크입니다. 세상에 내가 함부르크를 가볼 줄이야.
햄버거(hamburger)의 어원이 된 함부르크는 인구 백사십만명의 독일 2대 도시입니다.

하지만, 함부르크는 독일이라는 키워드로 읽으면 어렵습니다. 도시의 모토인 세계로의 관문(Tor zur welt; gateway to the world) 또는 시대를 풍미한 한사 동맹(Hanseatic league)의 맹주로서, 북유럽을 포괄하는 정서로 읽어야 하지요.

실제로 궁궐을 능가하는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지닌 시청사입니다. 하지만, 북해에서 내륙으로 근 100km를 들어온 내륙의 항도 함부르크는, 온라인 게임에서 많이 나오는  길드라는 개념의 진원지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기능하지만 지배하지 않는 함부르크만의 독특한 시청사의 자태를 뽑아내게 되지요.

사실, 전 함부르크에서 개인적인 대실패를 겪었습니다. 독일이고, 두번째로 큰 도시라 기대가 컸지요. 특히 직전 일정이 척박한 런던인지라 독일의 푸근한 맥주 한잔으로 여행의 고달픔을 달래보려 했습니다.

왠걸. 모든 도시의 중심가인 구시가를 찾아 가보았지만, 독일하면 떠오르는 맥주집(bräuhaus)이 없습니다. 이리저리 걸어봐도 그림자도 안 보입니다. 답답해서, 지나가는 지극히 도회풍의 쉬크한 중년여인에게 물어봤습니다.

"여기.. 근방에 맥주집은 없나요?"
"음.. 그런건 여기 없습니다. 술마시고 떠들고 노는건 남부 독일이나 가야 있지요.."

이건 완전 내 마음 제2의 고향 뮌헨을 깡촌 취급하는 놀라운 선언입니다. 하지만, 그 도도함이 잘 어울리는게 또 함부르크입니다. 다음날 비즈니스 미팅 후, 식사 자리에서 현지인에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었습니다. 그 큰 구시가 통틀어 딱 하나 브로이하우스가 있고 그것도 찾기 힘든 위치에 있다고 합니다.

브람스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비틀즈가 음악을 성숙시켜 데뷔했던 도시 함부르크입니다. 독일 아닌 유럽의 항구로 기능하는 그 용도와 크기는 인정하지만, 관광면에 있어서는 낙제점이었습니다. 

세상에, 한자 동맹과 길드의 수많은 스토리와 항구도시의 한많은 사연은 다 어디에 두었습니까. 요즘 들어서야 관광산업의 유망함에 눈뜨고 도시가 용왕매진한다고 하지만, 그 방향은 '가진 것을 버리고, 없는 것을 사는' 형국입니다. 큰 돈 들여 호수를 짓고 그 주위에 막대한 돈으로 인공환경을 조성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함부르크에 바라는게 뭡니까. 한자 동맹 시절의 많은 이야기를 자아낸 산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비틀즈의 흔적을 찾고, 하다 못해 원조 햄버거도 맛보고 싶은거 아닙니까. 현지 택시 기사가 비틀즈를 모를 정도라면 말 다했지요.

함부르크는 뮌헨이나 베를린, 취리히 등에서 배울 바가 참 많아 보입니다. 마치 서울처럼, 가진게 참 많지만 제대로 못 보여주고 엄한데 돈 쓰는 도시가 유럽에도 또 있다는걸 깨달은 씁쓸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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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돼..

이기중

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보는 순간, 전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다음에 쓰고 싶었던 책이 바로 맥주에 관한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지만, 단연 맥주 애호가를 자처하는 저입니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맥주는 솔직히 곁가지 중에서도 방계 쯤 됩니다. 라거 계열이지만, 거품이 가볍고, 홉의 맛을 잦혀서 맥주 본연의 맛을 즐기기에 많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맥주는 와인보다 열위의 카테고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천 달러 넘는 와인은 많아도 맥주는 그렇지 않지요. 게다가 와인은 빈티지니 떼루와니 갖은 스토리로 스스로를 신비화하지만 맥주는 꽤 많은 사람들이 그냥 거품있는 술 정도만 압니다. 사실 그 맛의 넓은 스펙트럼과 다양한 깊이는 와인과 비교가 안되는데 말입니다. 원료로만 따져도 보리와 밀이라는 큰 두 축이 있어, 맥주는 그 맛의 다양성이 풍성합니다.

책은 매우 폭 넓은 맥주의 범주를 차근히 좇아가면서 정리를 했습니다. 가장 재미난 컨셉은 50일간 맥주 여행을 따라 내용을 적은 것이지요. 맥주 벨트라 불리우는 북부 유럽 6개국 (아일랜드,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체코)의 유명 도시에서 맛 볼 맥주를 적어놓고 하나하나 퀘스트를 수행하듯 시음하고 그 정취를 적었습니다.

무작정 마셔대는게 아니라 인류학 전공자답게 미리 맥주의 지도를 가설로 머리에 넣고 직접 체험을 통해 실제 지도를 완성합니다.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지만, 맥주의 한국적 등가는 막걸리입니다. 와인은 과실주고 맥주나 막걸리는 곡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막걸리를 'Korean rice wine'이라고 부르는건 어폐가 있지요. 그 곡물도 밀을 넣느냐, 보리를 넣느냐에 따라 맛의 출발점이 다릅니다. 그리고 싹튼 보리 (malt, 맥아)와 홉(hop)의 혼합으로 달콤한 부드러움과 상쾌한 쌉쌀함이 밸런스를 갖추게 됩니다.

지역적으로는 에일이 강한 영국+아일랜드, 필즈너 계열의 라거가 강한 독일과 체코, 그리고 밀맥주를 포함한 모든 맥주가 맛있는 맥주의 아티스트 벨기에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라하는 악마의 맥주 두블(Duvel)을 포함해 레페(Leffe), 후가르든(Hoegaarden) 등이 다 벨기에 출신이지요. 물론 마시는 빵 기네스나, 눈물나게 맛좋은 뮌헨 밀맥주 아우구스티너까지 책에 망라되어 있습니다.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미리 말하자면, 책은 내내 먹음직스럽지는 않고 오히려 백과사전처럼 퍽퍽합니다. 나중엔 뒷심이 달리는지 김빠진 맥주마냥 지루하게 나열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맥주의 세계를 제대로 다룬, 정교하고 상세한 지도를 얻었다는 것으로도 무척 기쁩니다. 저는 굳이 책을 안 써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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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등. 그런데 저 책도 일단 마셔봐야 실감이 날 듯 해요;;;^^
  2. 흠.. 유럽 쇼핑 견문록이라던가.. ㅡ.ㅡ;;;
  3. 맥주가 입으로 마셔봐야 아는 음식이라서 책으로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언정 실감은 덜하겠네요 히히;;
    • 띠용님도 맥주 맛을 좀 아시는군요. ^^
      모르는 맛을 실감나게 해주기보다는 맛들 사이의 위치를 자리잡아주는 책입니다. ^^
  4. 음주는 목 하면서 음주자리는 쪼아라하는 토댁입니당.
    넘들은 제가 아주 잘 마시는 줄 안다능..ㅋ
    근데 맥주는 한 모금에 얼굴 빨갛고 소주는 두 잔에 뻘겋게 되지요..우쨰 정신은 말짱한데 얼굴색이 바뀌는쥐~~~

    울 inuit님~~~
    오늘도 즐거운 날 되셔야되욤!!'
    요즘 이 토댁이 게을러 온라인주문을 팍팍 넣어드리지 않았더니 down되셨군요..^^
    오늘부터 또 팍팍 넣어드릴테니 UP UP 하세욤~~~아자!!
  5. 와~ 좋은 책이군요. 저도 맥주를 꽤 좋아하거든요.
    부어라 마셔라 하는 한국의 호프집 맥주 말고,
    뭐...이름은 잘 모르지만 맛난 다양한 맥주가 좋아요.
    일본 맥주 소개하는 책은 없나요? 지금 일본에 있어서..ㅎ
    • 네. 저도 들이 마시는것 보다 맛난 맥주 음미하는게 좋습니다.
      일본은 딱 아사히 기린 삿뽀로 아닌가요. ^^;;
      책은 잘 모르겠습니다.
  6. 저도 맥주에 대한 블로그를 하고 싶었는데,, 이 책도 선물로 받았고, 살찐돼지의 사진관 님의 블로그를 보고 접었습니다. ^^ 링크 붙입니다(세계 맥주 시음 / 소개에 대한 블로그) http://fatpig.tistory.com/185
  7. 어쩌다 한번 얻어먹은 벨기에 맥주는 정말 맛있다는 이미지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이 책도 구입을 해야겠군요. 감사합니다.
    • 네. 제게 위 여섯 나라 맥주중 딱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전 주저없이 벨기에 맥주 고릅니다. ^^
  8. 그렇죠. 맛의 풍성함으로 따지면 맥주가 와인보다 월등하죠. 미국에도 벨기에 후예들이 만든 괜찮은 동네맥주 꽤 있습니다.
    • 저도 미국에서 수제 맥주에 가까운 브루어리 맥주를 마셔봤는데 참 좋았습니다.
      특히 미국은 와인보다 맥주랑 친한경향도 있고.. ^^
  9. 저도 '유럽 맥주 견문록' 읽으면서 유럽여행 지름신과 접신했습니다. ^^;
    맥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10. 암만 마셔도 술맛은 모르겠어요..
    -_ㅜ 와인이나 맥주나..맛있다는 분들이 부럽습니다.
  11. 맨처음에 쓰신 책은 무엇인가요 ㅎㅎ
  12. 하늘아래 새로운 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게 이미 만들어져있고 내가 만들려고 했던 것보다 훨씬 나은 상황을 종종 겪고 있네요.

    전 곡주보단 과실주를 좋아해서 에일보단 사이다(Cider)쪽이 더 좋던데요. :)
  13. inuit님 팬입니다..ㅎㅎ
    맥주에 대한 inuit님의 고견 또한 궁금한 데 책을 안쓰신다면 다음 주제가 궁금하네요..^^
    • 고맙습니다. ^^
      다음 책은 이리저리 생각만 굴리고 있어요.
      어느날 계시처럼 토픽이 떠오를거라 믿으면서요. -_-;;

      종종 찾아와 이야기 나누셨으면 합니다. ^^
secret

대국굴기

Biz/Review 2008.03.30 23:45
역사가 순수한 과거의 총합이 아니라는 점은 잘 아실겝니다.
역사는 지난 일을 보는 사고의 틀이며, 그래서 현재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를 점치는 길잡이가 되기도 합니다. 역사가 관통하는 현재와 미래는 다르지 않고 한 궤입니다. 그래서 역사는 정치적일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왕지아펑 외

大國崛起. 대국의 굴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역사상의 강대국들이 우뚝 선 과정을 뜻합니다.

스스로 대국이기를 표방하지만, 역사에 남을 진정한 세계의 대국이 되고자 하는 중국의 열망이 집약된 책입니다. 원본은 영상물인데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중국 CCTV에서 방영 후 열띤 반응을 얻었다고 전해지고, 우리나라에서도 EBS, 한경 CEO 강좌 등에서 다룬 바 있지요.

선정된 강국들은 실제로 쟁쟁합니다.
그리고 저자들이, 아니 중국이 주목하는 대목은 철저히 실용적입니다. 강성했던 역사의 스냅샷에 집중하고 해부합니다. 따라서 대국의 리스트가 중요한게 아니라, 확대경을 들이대는 시기도 눈여겨 봐야합니다.
대항해 시대의 포르투갈/에스파냐, 17세기 네덜란드, 산업혁명과 식민제국의 영국, 대혁명 이후 프랑스, 3제국의 독일, 메이지 유신시대의 일본, 혁명 이후의 러시아, 그리고 지금의 미국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역사책이지만 철저히 정치적입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역사를 해석합니다. 그러나, 가소로운 자기만족이나 견강부회, 아전인수는 없습니다. 꼼꼼히 사료를 놓고 고민한 결과를 적었습니다. 각 나라의 흥성에서 철저히 배우고자 합니다. 기존의 시각이나 서구적 잣대는 무시하고, 중화적 관점으로 마주합니다. 뻐기지 않으나 오연하고, 인정하나 비판합니다.

제가 행간에서 읽는 중국의 관점입니다.

포르투갈에스파냐가 그 작은 몸집으로 세계를 제패한 시기에 중국의 정화도 아프리카까지 도달했습니다. 기술이나 규모에서 중국이 앞섰지만 유럽이 이주였으면 중국은 소풍이었습니다. 중국의 진한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소국 네덜란드는 엄청난 벤처정신으로 잠깐이지만 경제 대국을 이뤘었습니다.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으나, 주식회사, 증권거래, 은행 등 자본주의 시스템의 장점을 곰곰히 뜯어봅니다. 창의성의 발현에 높은 점수를 줍니다.

영국은 산업의 발전 단계에 큰 관심을 보입니다.
정치안정 -> 면직물 산업 진흥 ->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적기 -> 실에 비해 느린 방직과정이라는 병목 해결을 위한 방직기 -> 기계산업을 위한 제철 산업 -> 제철을 위한 에너지 산업 -> 전 산업의 공장화 -> 잉여재화를 위한 자유무역 추진 -> 회사, 은행, 국제 금융의 발달 -> 운송을 위한 철도 -> 식민지 경영
이런 발전과정은 뒤에 나오는 나라들에서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는 모습을 봅니다.

프랑스에 보내는 시선은 묘합니다. 귀족정권에서 민중혁명으로 대 반전을 겪은 나라입니다. 그리고 알제리의 분리에 반대해 질곡을 겪기도 했지요. 중국의 상황과 닮아 있습니다. 최소한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반대편이라는 동지의식도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비판조의 러시아나 일본에 비해 나을 것도 없는데 꽤나 따뜻합니다. 최소한 존중합니다.

독일 편은 참 재미있습니다. 수백개로 갈라진 나라가 열강사이의 틈바구니에서 통합하는 과정을 반복재현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Bismark의 소독일 통합론과 Hitler의 대독일 통합론이 그것입니다. 차이는 오스트리아입니다. 독일어권으로 묶느냐 민족으로 묶느냐입니다. 영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던 역사를 어떤 책보다 흥미진진하게 다룹니다. 소수민족 정책을 비롯해 중국의 현안이 녹아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은 매우 냉랭하게 다룹니다. 뭐 이쁜 짓한게 없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그 전까지 하나라도 쥐어짜서 배우려는 유럽에 비해 논조가 사뭇 다릅니다. 물론 잘한점은 철저히 발라냅니다만, '그래도 그렇게 해서는 안되지'라며 가르치려 듭니다. 사무라이 문화가 낳은 군국주의와 가소롭게 세계 제패니 대동아 공영을 논한 확장주의가 문제라는 투입니다. 제법 수긍가는 논리라서 읽는 저는 웃음이 슬몃 나왔지요. 무수히 많은 나라의 침략사를 이야기하지만, 중국의 침탈은 아주 아프고 참담하게 묘사하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덩달아 한국도 기막힌 피해자로 매겨주긴 하지만요.

러시아도 재미있습니다. 일본을 얄미운 우등생 보듯 했다면, 러시아는 로또 맞은 졸부 취급합니다. 아예 이렇게 못박습니다.
"갈수록 더 눈부신 발전, 갈수록 더 참담해지는 실패" 또는 "대국 콤플렉스"
매우 신랄하지요. 꼭 공산주의의 맹주를 가리자는 의도가 크진 않은듯 합니다. 미국 이외에 패권을 다툴 유일한 국가이자, 국경을 맞댄 껄끄러운 이웃이라고 보는게 정확할겁니다. 단순화하여 말하면 러시아는 아직도 '농노형 경제'라고 깔보고 있지요. 어쩌다 보니 잘된 '덜컥 대국'이라 치부합니다.

마지막 미국입니다.
굴기의 시기가 가장 현대이기도 하지만, 중국이 유일하게 의식하는 경쟁자라서 마지막입니다.
다른나라는 과거에서 배우고자 하는 의도라면, 미국은 벤치마킹의 의미가 큽니다. 현재진행형이기도 하고, 미국과의 경쟁전략은 따로 다뤄질 부분이기에 또렷한 교훈은 두루뭉수레한 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정적 국가체제나 건강한 내정, 이민자 포용정책과 실용주의 등 현재의 성공요인을 객관적으로 꼽고 있습니다.

각 챕터의 저술은 나라별 중국인 전문가들의 안목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연합체가 아니라 정치적 조율이 이뤄진 작품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주제이기도 하고요.

다 아는 역사인데 관점하나만 바꿔도 새롭게 읽힌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저는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우리나라를 돌아보게 되더군요. 우리는 우리의 사관으로 세계를, 과거를 보는 노력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합니다. 물론 중국은 동북공정처럼 중앙 집중형 사학이 융성할 토양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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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트랙백  2 , 댓글  16개가 달렸습니다.
  1. 멋진 서평 잘 읽고 갑니다. 다른 책보다도 먼저보고 싶어지네요. 좋은 한주 되세요!
  2. '대국(일명선진국)이 일어선다'라는 뜻인가요?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3. 개인적으로는 서점에서 한 권 쭉 읽어봤는데요, 저 역시 이 책이 대중역사서 치고 약간 수준이 있는 편입니다만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조율이 이루어졌다는 평에 동감합니다. 어떻게 보면, 중국 지배층이 방송·출판 등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일종의 미션을 부여하고자 하는 욕망이 엿보인달까요. "우리는 이러이러하게 대국이 되어야 하니 국민들은 다른 소리 하지 말고 열심히 따르라." 이런 류의 주장 말입니다.

    한 때 경제발전을 빙자해서 민주주의를 억눌렀던 역사를 지닌 한국 사람이라서 그런 점이 더 부각되어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류의 책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때 어떤 비극이 닥칠지 걱정됩니다. 이번 티베트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요.
    • 맞습니다.
      이데올로기적인 부분이 저변에 깔려있는데, 학술적으로 패키징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저처럼 고약하게 뜯어보지 않으면, 그냥 신선하다 넘기게 적어 놓았지요.

      하지만, 내심은 티벳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점.
  4. 정치적 시각이 깃든 역사책이자 벤치마킹 저서이군요. 상당히 재밌을 것 같습니다. 리뷰의 내용만 보더라도 중국이란 나라가 굉장히 무서워집니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을 잘 실천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정말 백전백승하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역사소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찜해두고 읽고 싶은 책이네요. 언제나 많은걸 배워갑니다. 좋은 책 소개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 미리 선입견을 드릴까 걱정스럽긴 합니다.
      제가 나름대로 읽은 대국굴기라서요.
      Hexa님은 제 포스팅 스타일을 잘 아시니 큰 걱정은 없습니다만. ^^
  5. 저는 독일편만 읽었는데요. 다른 편을 읽어 보아야 겠습니다.
    이런 중국책 읽으면 왠지 기분이 묘해집니다. 같은반 친구가 정리해 놓은 요약 노트에 눈을 뗄수 없는 그것처럼요. 경쟁자인가 봅니다. 중국은...특히 제목이 대국굴기라니...
    좋은포스팅 읽고 트랙백남기고 갑니다. ^^
  6. 저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봤는데 -_-... 좋은 시각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해보니 2000년대 초반 중국이 외교 정책을 '평화굴기'로 정했다가 전투적이라고 욕 먹고 (굴기가 rising으로 번역되더라고요) 평화발전으로 바꾼 적 있는데 이 시리즈 제목부터 무지 노골적이군요...;
  7.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역사라는게 보면 볼수록 재미 있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인데도, 정확하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도 힘들고, 그렇기에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요. '과거에서 배운다'는 단편적인 교훈 이상의 느낌을 역사는 주는 것 같습니다.
    • 정말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들과 역사 토론을 많이 합니다.
      fact 자체도 비판적으로 봐야하지만, 그 해석을 도와주는 부분은 매우 중요하니까요.
      주입하지 않되, 중심을 잡도록 돕는 역할을 해주려 합니다.
  8. 그 예전, 중국사람들은 역사를 아는 사람을 관리로 뽑았습니다. (자기들 역사였지만서도..)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총합이 아니라 거대한 수레바퀴속에서 현세와 미래까지 이어지는 연속형이라 봅니다.

    재밌어 보이는 책이군요. 그런데 중국고대사만 잘 정리해도 배울게 많을텐데 말이죠 ㅎㅎ
    • 과감하게 말하면, 중국 역사 연구로는 아시아 지역을 넘어설 수 없다고 보는게 아닐까 싶어요.
      세계를 제패했던, 또는 이름을 떨쳤던 이유들을 찾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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