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해당하는 글 4건

음식의 제국

Culture/Review 2015.06.27 09:30

Evan Fraser

꽤 방대한 책

그냥 음식의 역사를 다룬 정도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 보다 내공이 깊다. 인류 역사에서 음식의 의미를 짚어낸다. 음식이 동기가 되어 나라를 이루고 확장하고 멸망하는, 음식 스스로가 제국이란 관점에서 인류사를 재정리했다.
 
(Title) Empires of Food: Feast, famine, and rise and fall of civilizations

Food for survival
좀 사는 나라라면 음식 비용은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다. 음식값이 두배가 된다해도 불편하고 짜증나지만, 큰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는 다르다. 음식값이 50%만 올라도 굶어죽는 사람이 생기고, 시간 지나면 폭동이 생긴다. 이게 바로 음식이 갖는 의미이자 정치학적 포인트이다.


Food for growth
인류가 수렵을 통해 생존하다 정주하여 농경하며 잉여 생산물이 나오게 된다. 이는 인류학적인 터닝 포인트다. 덕분에 문화, 제도, 국가가 생겼다. 그리고 탐욕도 생긴다. 더 많은 음식, 더 많은 자원을 향해 서로 침범하고 다투게 된다.


Food empire
최초의 음식 제국은 로마에서 찾을 수 있다. 수도 로마에서 스스로 식량을 자급자족하지 못하고 식민지에서 가져와야 제국이 돌아가는 시스템. 태평성대에는 효율적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제국자체가 붕괴되는 취약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이는 '강대국의 경제학'에서도 짚고 있는 요소다.


Still the empire
지금 사회도 그렇다. 잘 생산할 수 있는 것을 각자 생산해 열심히 각지로 나른다. 경제적 효익은 생기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분배는 공정보다는 경제성이 결정한다. 여기는 음식으로 호사하는 동안 저기는 굶는 사람이 생긴다.


End of empire?
더 어려운 일은 로마와 마찬가지로 급속한 음식제국이 붕괴되는 취약성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게 병균에서 올지, 화석연료값에서 올지, 환경과 기후에서 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식품의 이동거리인 푸드마일이 길어지는 상황은 지구화한 음식제국의 단면이다.


내몸에 내음식
이 대목에서 신토불이는 다시 음미할 가치다. 동네에서 자란 음식을 그 동네에서 소비하는 것. 다소 비효율적일지는 몰라도 음식 공급망의 안정성은 매우 높아지게 된다. 모든 음식을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주된 음식은 가능하고, 또 그래야 한다. 국수적 가치가 아닌, 상생의 이념이다.


질소
음식의 이동을 물질적으로 보면 질소의 이동이기도 하다. 땅의 비옥성은 질소에서 나오고 이 질소는 식물과 동물을 통해 이동한다. 이에 따라 음식, 인구, 국가, 권력의 이동이 항상 따랐다. 맬더스의 비관적 예측대로 인구의 성장은 식량의 성장을 앞섰다. 지구가 먹일 수 있는 인구는 30억이 최대다. 하지만, 화학비료가 나오면서 추가의 30억을 먹여살리게 되었다. 그리 보면 화학비료는 인류의 평화를 유지하게 만든 숨은 공신이다. 같은 제법으로 폭탄을 만들었다는 점이 아이러니컬하긴 하지만.


Inuit Points 
배불리 읽었다. 별점 넷이다. 음식을 문화로 보는 내겐, 시야를 넓히며 음식의 이면에 대해 새삼 배운 시간이었다. 예컨대, 로마인이 사랑한 올리브오일은, 100ml로 1000칼로리를 공급하고, 필수지방산과 비타민 A, E를 포함한다. 로마 서민은 하루 필요열량의 1/3을 여기서 섭취했고, 나머지는 액젓과 빵이다. 소박한 식사지만 하루 삶에 충분하고 팽창하는 제국을 지탱하는 기초자산이었다.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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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n Hubbard

(Title) Balance: The economics of great powers from ancient Rome to modern America


로마는 왜 망했나?
역사 좀 관심 있는 사람에겐 진부할 테제다. 하지만, 100명의 역사학자가 있으면 100가지 이론이 있다. 실상, 로마가 언제부터 망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합의도 쉽지 않다. 왜냐면 쇠락 원인의 진단이 다르면 망조가 드는 시점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강대국은 맷집이 세서 오랜 시간에 걸쳐 망한다는 특징도 한 몫한다.


로마가 망하든 말든
그게 지금 우리에게 무슨 영향이 있을까. 사실 많다. 이유는 미국이 언제 망하느냐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지금 미국은 망하고 있는건가? 미국이 망하려면 어떤 조건에 기반하나?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다시 강대국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실천적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역사에서 배울 수 있다.


센 놈이 쓰러지려면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쇠락에는 필연적인 전쟁의 패배나 결정적 실수가 연관된다. 하지만 그건 last straw일 뿐이다. 결국은 기초체력이다. 이미 속으로 망한 국가가 잽 맞고 쓰러지는거지, 팔팔한 나라가 카운터펀치로 한방에 떨어지는 일은 없다.


그럼 기초체력이란
이 부분이 이 책의 백미다. 글렌 허버드는 모든 피상적 결과의 심연에는 경제력의 와해가 있음을 논증한다. 그리고 강대국의 지위까지 올랐다가 경제력이 빠지는 이유는 시스템의 균형이 깨지는데서 찾는다. 시스템은 제도, 법률, 운영이다. 이 부분 100퍼센트 공감한다.


강해지는 길
강대국은 세가지 성장의 축을 딛고 일어난다.
  • 스미스 식 성장:   교역과 규모
  • 솔로 식 성장:      투자와 인프라
  • 슘페터 식 성장:   혁신 
앞서 말한 경제력을 뼈만 추리면, GDP, 기술적 진전, 성장률이다. 즉 세가지 성장의 축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나라는 어느 순간 더져지고 멈추다 떨어진다.


부자로 수렴
책의 경제모델 중 하나는 수렴이다. 즉, 어떤 저개발 국가라도 성장을 시작하면 두자리 성장률로 급팽창이 가능하다. 다만 이 시작을 언제 하는가(혹은 시작할수나 있느냐)는 나라마다 내부사정이다. 수렴 모델이 상정하듯, 성장이 지속하면 최대강대국의 상한에 갇힌다. 유럽이 그랬고, 일본이 그랬고, 중국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 만에 하나 이 한계를 넘으면 패권이 바뀐다. 이 지점에 미국의 고민과 의심이 있다.


최강국이란 천장
현재 스코어 성장의 한계는 미국의 80%다. 세계 어느 강대국도 100년간 이를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지 못했다. 미국은 자기혁신을 통해, 또 견제를 활용해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해왔고, 당분간 대안은 없어 보인다. 비즈니스 스쿨에서 솔로 모델 배울 때, 미국경제 성장률의 의미에 대해 짚어볼 기회가 있었다. 최대 규모의 경제가 아직도 평균적으로 2% 대의 성장을 한다는건 경이다. 끊임없이 혁신이 수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최근 눈에 보이는 성과중 한 부류가 매일 접하는 구글, 페이스북, 우버다.



한국은 어디에
한국은 유일하게 90년대 말까지 성장을 지속한 나라다. 지금은 성장이 멈췄다. 이유는 제도와 혁신이 우리 규모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최근 두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다른 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누가 정권을 잡든, 이 규모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건 매우 어렵다. 그래서 똑똑하고 비전 있는 리더가 있어야 그나마 확률이 있다. 아니면 좌우를 막론하고 국민은 계속 살기 어렵고, 정치에 보내는 냉소와 희화화만 무한반복할 뿐이다. '2030 대담한 미래'에서 말했듯, 우리나라는 지금 절벽으로 가고 있다.


누가 방울을 달까
지금 우리 상황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같다. 답은 아는데 실행이 어렵다. 큰 규모의 민주체제는 어디나 다 어렵다. 강대국이 망한 이유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로마는 군대의 비위를 맞추려 과다한 복지를 제공하고 통화를 증발하다 망했다. 정화가 대양을 제패하던 중국은 분파적 경쟁으로 교역을 닫고 스스로 쭈그러들었다. 스페인은 신세계의 은이 무한 유입되었지만 투자하지 않고 소비하여 인플레만 유발시키다 변방국이 되었다. 오스만은 예니체리의 대리인(agent) 비용과 지대(rent)추구로 유럽의 병자 신세가 되었다. 일본, 영국, EU 더 말해 무엇하리. 


중 제머리 깎끼
우리나라의 해법을 찾으려면 없으리. 예컨대 단임제 방식으로 장기적 성장을 고민하는 대통령이 뽑히기를 바라는건 로또를 맞기와 유사한 확률이다. 그렇다고 중임제로 간다고 해도, 중국같은 정치 엘리트를 키우는 시스템은 없다. 정치라는 직업은 RoI(투자대비 회수)가 매우 불투명해서 top talent가 고이지 않는다. 어찌어찌 정치 엘리트의 후보군을 확충해도 국민의 의사를 민주적 절차로 표현하여 당장 손에 떨어지는 무언가를 만드는게 어렵다. 


비관적이다
무작정 정치탓을 하는게 아니라, 경제력과 혁신은 제도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의 개선이 시급하다. 하지만 누가 이 문제를 풀까. 정치인이 스스로를 혁신하는건 역사적으로 사례가 드물다. 그렇다고 영국 권리장전 때처럼 납세거부라도 할 수 있나. 뻔히 보이는 절벽을 향해 달리는 기차에 탄 마음이다.


Inuit Point ★
글 끝에 우리나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책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미나게도 이 책 역시 오로지 관심은 저자의 모국 미국이다. 미국이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채찍이다. 전교1등이 밤까지 새겠단다.
난 이 책에 별 다섯을 줬다. 책이 소개한 역사적 사례들은 분량관계로 짧게 넘어갔지만 분량의 대부분이며 매우 재미나다. 경제학자답게 문체는 담백하지만, 매우 지적이다. 유일한 흠이 있다면 쳐다보고 싶지도 않은 건조한 제목 정도.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 읽어라. 세계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 이번 기회에 배워라. 읽다보면 조선 말기 같은 우리나라 현실도 덤으로 느껴질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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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인적으로는 한 명의 잘난 정치인보다는 전체적인 경제시스템의 구조가 어떠하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시스템은 사람을 만들기도 하죠. 빈곤국가들 보면 왜 빈곤국가인지 답 나오지 않습니까...
    • 네. 책과 제 글의 핵심도 그겁니다. 체제를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제대로된 리더십을 갖추는 부분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
secret

오스만 제국

Culture/Review 2013.10.13 10:00

진원숙

역사에 관심이 많은가?

관심이 많든 적든, 유럽 주요국 위주로 역사를 파악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지상의 큰 구멍이 있게 마련이다.

동로마제국 이후, 그 지리 상에 생긴 일이다. 
나 또한 그러하다.

그 구멍을 이해하는데 있어 주요한 고리는 바로 지금 터키의 전신, 오스만 제국이다.
 
서로마와 동로마가 갈라진 이후, 로마제국의 주력은 동로마로 이전하여 몇세기간 번영을 이어간다.
찬란한 문화의 핵심은 콘스탄티누스의 이름을 딴 콘스탄티노플.
십자군 원정과도 연관이 있지만, 유럽 세계를 이슬람으로부터 지켜주는 보루이기도 했다.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여 이스탄불로 이름을 바꾼 이후로 지중해 동부와 동부유럽의 역사는 오스만 제국의 행보에 좌우된다.

여러 문헌에 잘 나와 있는 역사를 굳이 여기서 다시 되풀이해서 적을 필요는 없다.
다만, 오스만 제국의 역사에서 곰곰히 생각해볼 부분만 정리한다.

오스만 투르크
한때 소아시의 맹주 역할을 했던 셀주크 투르크는 십자군과의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후, 몽골과의 경쟁에서 패퇴하여 흩어지게 된다.
이때 강성한 소부족이 오스만 1세가 이끌던 오스만 투르크다.
이들은 가자(ghaza)라는 투르크족 특유의 문화를 이용해 흩어진 투르크 전사를 규합했다. 가자는 약탈 원정대지만, 투르크족의 생업이자 생활이다. 더 중요한 점은 종교적 의무와 연계되어 매우 뿌리깊은 연대를 제공한다.

예니체리(Yeniceri)
예니체리는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필수 요소다. 
예니체리는 신군대라는 뜻이지만, 비투르크-비무슬림의 왕실 근위대다. 주로 정복지역의 기독교도 자제를 어려서부터 엘리트 전사로 교육시킨 정예다. 

오스만 제국 초기에는 바야지드 1세와 같이 인근 투르크 족을 병합하는 공격군 역할도 맡았다. 무슬림 전사는 같은 무슬림을 침략하기 꺼려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예니체리를 이용한 무슬림 정복은 초반에는 성공을 거두지만, 비무슬림을 이용한 침공을 조장한 것이므로 소아시아의 전체 무슬림들이 등을 돌려 제국이 위기에 빠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중에는 예니체리가 정치에 깊숙히 간여하여, 황제를 폐하고, 자신들이 황제를 선정하는 등 그 폐단이 매우 컸고, 오스만 몰락의 한가지 단초를 제공한다.

왕위의 배타적 상속
투르크 특유의 전통은, 장자상속과 같은 규칙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술탄이 늙으면 아들들은 피비린내 나는 계승 경쟁을 벌인다. 왜냐면, 왕위 계승에 탈락한 왕자는 바로 죽임을 당하기 때문이다. 형제간 다툼을 막기위한 이 제도는, 제국 초기에는 안정을 보이지만 갈수록 재임 말기에 극심한 혼란을 일으켜 제국의 힘을 약하게 했다. 

재미난건 제국 중반 즈음, 제도를 바꾼 바 있다. 왕위에서 탈락한 왕자들의 사형을 완화하여 유폐로 변경을 했다. 오히려 그 이후에 계승은 극심한 혼란이 되었다. 오스만 제국의 17회 술탄 폐위 사건 중 14회가 이 이후에 일어났다. 투르크 족의 배타적 계승은 나름대로의 지혜였을지도 모른다.

문화의 종말
찬란하던 오스만 제국은 17~18세기에 문화적 고갈을 맞는다. 공직자 중에도 문맹이 많고, 재판관은 무식했다. 유럽의 언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없고, 세상 돌아가는 일은 외국인을 고용해 파악하도록 의존했다. 결국, 문화, 정치, 군사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유럽에 모든 면에서 열위에 놓이게 되고, 제국주의 시대에 오스만 제국은 모든 전선에서 패퇴하게 된다.


터키 공화국
투르크 족의 강한 전투력과, 소아시아 및 인근을 병합한 문화적 규모로 중세를 풍미했던 오스만 제국. 결국 낙후된 시스템과 정치적 불안요소로 근대에 들어 급격한 몰락을 한다. 발칸과 동유럽의 드넓은 영토를 다 잃고, 지금의 터키 지역만 남아 터키 공화국이 되었다.

유럽의 치열한 각축전에서 한 축의 역할을 했던 오스만 제국. 

지금은 후줄근한 변방 나라처럼 보이는 터키로 영역이 위축되었지만, 그 역사를 이해하는 부분은 유럽의 동력학을 이해하는데 필수다. 마치 작금에는 애매한 위치에 모호한 정체성처럼 여겨지지만, 중세를 풍미했던 오스트리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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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터키는 참 매력적인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리적 문화적으로 동서양의 교차점에 해당하다보니 많은 것들이 서로 교집합을 이루지요. 전에 비잔틴 이전에 있었던 팔미라제국의 마지막 황제 제노비아에 관한 이야기를 참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자세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미인에 다재다능하고 능력있는 여성으로 남아있습니다.
    • 맞습니다.
      정말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는 곳이고, 역사도 깊어 매력적인 곳이지요. 짧게 들렀었는데, 또 가고 싶습니다. ^^
secret
마드리드에서 수 많은 재미가 있었지만, 단 한 가지 기억만 남기라면 주저없이 고를 여정이 톨레도(Toledo) 관광입니다. 물론 톨레도는 마드리드 이외에서도 접근이 가능하지만, 빠른 기차로 30분 거리라서 마드리드가 접근성이 가장 좋습니다. 
톨레도는 우리로 치면 경주에 해당하는 도시입니다. 스페인의 이전 수도입니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 쌓인 천연의 요새인 탓에 그 군사적 가치가 컸고, 로마시대부터 유명세를 떨쳤던 톨레도입니다. 
로마가 공략할 때 하도 항복을 하지 않아, 인내가 대단하다 하여 톨레툼(Toletum)이라 부른데서 알 수 있듯, 그 지정학적 의미와 스페인 특유의 저항기질이 잘 나타난 도시지요. 
서고트의 이베리아 정복 이후, 톨레도는 서고트 왕국의 수도로 출발했습니다. 그 이후, 이슬람의 이베리아 진출 후 이슬람 지배하에 들어가지요. 이슬람 정권은 지식전문가로 유대인을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톨레도를 읽는 키워드는 다문화입니다. 카스티야 왕조의 기독교, 유대인, 이슬람의 혼합 문화이니까요.
톨레도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마드리드 천도 이후의 모습 그대로, 아직도 고스란히 보존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낙안읍성이나 해미읍성 보면, 작은 촌락하나 그대로 보존하기도 힘든데 말입니다.

톨레도에 가려면 마드리드의 중앙역에 해당하는 아토차(Atocha)역에서 출발합니다. 당일 표 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사전 예매가 필수입니다.
스페인 국철인 renfe 중 톨레도행 Avant를 타면 70km를 30분에 주파합니다. 열차는 쾌적하고 빠릅니다.

톨레도 관광은 소코도베르(Zocodover) 광장에서 시작하는게 무난합니다. 기차역에서 택시로 5유로 정도, 10분도 소요되지 않으며, 대중 교통이 많습니다.

제가 가장 톨레도에서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골목입니다. 건물과 건물사이, 막힌듯 트이고, 끊일듯 이어지며 굽이굽이 펼쳐진 골목은 정말 동화같이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이 도시 전체를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이유가, 건물만 지정하면 무용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 여백인 골목이 더 중요한 의미공간이니 말입니다.

다시 보면, 고도시 답게 석조건물로 빽빽히 들어선 톨레도의 위엄이 재개발을 어렵게 해서 고스란히 보존이 된 탓도 있습니다. 물론 지금 살기에는 좀 불편한 구석도 있습니다. 작은 경차조차 집 앞에 들어가지 못하니 말입니다. 실제로 군데군데 비어있고 새로 입주를 포기한 집도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만큼은 이대로 두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아내는, 톨레도가 너무 아름다워서 관광객보라고 꾸며 놓은듯 하다고 찬사를 보낼정도였습니다.
스페인에서 꼭 마셔볼 술이라면 저는 와인, 상그리아(Sangria), 셰리주(Xeres) 그리고 카탈루냐의 카바(Cava)를 꼽습니다. 특히 레드 와인에 레몬이나 오렌지로 풍미를 더한 상그리아는, 이렇게 오래 걸은 여행객에게 원기와 활력을 회복시키는데 딱입니다.

정갈한 옛도시이자, 관광객이 줄을 잇는 도시답게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습니다.
대항해시대 해본 분은 잘 알겠지만, 톨레도 특산은 검입니다. 예전에 명성을 날렸더랬지요.

톨레도의 중심을 잡아주는 대성당 카테드랄과 정부청사가 있는 마요르 광장에서, 여행 전부터 상상하던 멋진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냥 벤치에 앉아 아름다운 성당을 찬찬히 살펴보고, 하릴없이 햇살 받고, 광장 지나다니는 사람들 눈맞추고 웃음 주고 받고, 짧지만 시간 구애 받지 않는 인상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유럽 온 기분이 물씬 났습니다. 

나머지 시간 동안은 유대인 지구의 옛 시나고그와 엘 그레코 집을 들러봤습니다. 톨레도는 엘 그레코의 도시이기도 하지요. 그가 400년전에 그린 톨레도 전경이 지금 사진과 똑 같다는 점으로도 유명합니다.

먹는 것으로 따지면, 톨레도의 특산은 마사 빵(Mazapan)입니다.
이슬람에서 유래된 아랍풍 과자입니다. 아몬드 가루와 달걀 노른자로 만듭니다. 하도 유명해서 톨레도 어딜 가나 팝니다. 수녀님들이 직접 구운 빵을 샀는데, 솔직히 너무 달아서 제 입맛에는 강했습니다. 진한 커피와 먹으면 잘 어울릴 듯 합니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예매한 마드리드 상행선을 타야할 시간입니다. 하지만 톨레도가 너무 정겹고 좋아서, 차마 발이 안 떨어집니다. 좀 더 자유로운 상황이라면 그냥 톨레도에서 숙박잡고 하루 머물면서 밤의 톨레도를 물리도록 즐기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래도 인생은 초콜릿 박스 같은 것. 내일 또 어떤 재미난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데 여기 주저 앉아 있기만 할 수는 없지요. 다시 기운을 내어 마드리드로 떠납니다.

이제 점점 스페인에 우리 가족은 슬슬 동화되어 갑니다. 내일의 여정이 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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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톨레도! 보석같은 곳이죠. 메추리 요리가 유명하다고 해서 먹었는데 너무 적은 양에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골목을 누비다가 길을 잃어서 돌아가는 버스편을 놓칠뻔 한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 아.. 저도 메추라기 요리를 먹어보려 했는데, 기회가 없었네요. (사실 원어 이름을 잘 못 외워서.. ㅋㅋ)
      그리고 골목에서 정줄 놓으면 차 놓치기 딱이겠더군요 정말. 저희도 복귀할 때는 대로로 왔습니다.
  2. 건물의 생김새가 마음에 드는데요.
    아드님의 점프 솜씨가 좋습니다.
  3. 우와 정말 멋지군요... 디지털 소책자로 만들어도 충분할 내용들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많이 컸네요. 12월에 한번 망년회 하시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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