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테일 정치학'에 해당하는 글 3건

2020 부의 전쟁

Biz/Review 2011.01.11 22:08
연말연시 미래보기 3종세트 중 둘째 책을 마쳤습니다. 
연말연시란게 연속된 시간에 금 그어 구분한 인위적인 매듭입니다만, 그럼에도 잠시 멈춰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기에 좋은 시간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전 이 맘 때면 항상 이런 미래시제의 이야기들을 읽습니다.

첫째 책인 '2011 대예측'이 올해인 2011년에 대한 이야기라면, '2020 부의 전쟁'은 시야의 지평이 넓습니다. 최소 10년에서 30년을 두고 이야기하지요. 방금 시작 한 '이코노미스트' 책은 글로벌한 생동감이 뛰어납니다.

최윤식, 배동철

He's back
이미 전작인 '2030 부의 미래지도'를 통해 내공을 여실히 보인 최윤식 씨입니다. 당시 우리나라 미래학 책이 이렇게 알뜰히 잘 만들어졌을까하는 놀라움이 다소 엉성한 짜임새를 커버했지요. 이번 책은 더 큰 놀라움입니다. 불과 1년만에 유사한 주제를 효과적이고도 집요하게 파고들어 일가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뒤에도 밝히겠지만 오히려 디테일에의 지나친 천착과 알찬 구성에의 집착이 되려 주제의 선명성을 떨어뜨릴 지경입니다.

Inevitable surprise
책의 구성은 세부분입니다. 첫째는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시나리오에 대한 설명이고, 둘째는 아시아에서의 글로벌 경쟁 양상, 셋째는 미래에 대비하는 자세와 전략입니다. 이 중 백미는 단연 첫째 부분입니다. '이미 시작된 20년후'와 마찬가지로, 트렌드, 정책과 계획, 변화동인, 사회심리를 종합한 시나리오상 가장 가능성 높은 미래는 이미 우리나라가 일본과 마찬가지로 잃어버린 10년 시나리오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겁니다.

Lost decade for Korea
이 지점을 크리스마스 연휴 때 읽었는데, 하도 생동감넘치고 또 그럼직하여 기분이 급 우울해지는 탓에 책을 덮고 연초에 다시 읽었을 정도입니다. 간단히만 우리나라가 잃어버린 10년에 빠지는 시나리오를 볼까요?
우선, 선진국의 기술적 돌파와 중국을 위시한 후발국의 가격경쟁사이에 끼어 넛크래커 상황에 빠져 신성장 동력을 잃어버린게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종신고용이 붕괴되고 이미 중산층은 몰락해서 워킹 푸어(working poor) 상태로 확산되고 있지요. 
인구학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의 양대 덫에 빠져 내수의 활력을 완전히 잃게 됩니다. 젊은 인구가 노인 인구를 부양할 능력은 없고, 돈 없이 수명만 늘어난 노인 세대는 구매력 없이 사회의 부담으로만 작용할테지요. 

거기에 부동산 버블이 아직도 자라나고 있습니다. 인천 송도를 필두로 지방의 의미없는 전시행정도시들과 지자체의 무모한 사업들은 다시 지방경제와 나라 전체의 부동산 경제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압력요소로 작용합니다. 

여기에, 미국과 반미국간 환율전쟁, 자원전쟁의 여파는 약소한 주변국인 우리나라에 추가적 부담으로만 역할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회색빛 미래를 수정구슬에서 본듯해서 매우 슬펐습니다.

Half is enough
이 책의 진가는 1부와 2부 일부 내용에 다 있습니다. 상당히 꼼꼼하고 정세한 관찰과 논리적 추론으로 펼쳐 보이는 다양한 미래를 이해하는 자체로 세상 보는 눈이 툭 터집니다. 오히려 그 뒤는 과잉 친절에 가깝습니다. 미래학 자체에 대한 설명, 시나리오 플래닝의 발전과정, 그리고 음울한 미래를 커버하기 위한 밝은 미래 시나리오와 전략들을 적었습니다만 전반부의 긴장도에 비해서는 매우 지리하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아마, 중간까지만 읽고 덮어도 전혀 돈 아깝다 생각들지 않을 듯 합니다. 

책 한권을 읽으며 정말 많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생각이 펼쳐지는 밀도있는 독서였습니다. 연초에 읽으면 특히 그 느낌이 더 강렬하지요.

Do we have hope in politics?
책을 읽으면서, 아니 책장을 덮고서도 계속 머리에 맴도는 상념과 마음속에 묵직한 응어리가 느껴집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쇠락하는 한국의 미래가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많은 사람이 이해하며 걱정하더라도 해결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조율하고 정책을 만들어 하나씩 구제방안을 실행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왜냐면 고생은 고생대로하고 인기는 못 얻으며 결실은 내 다음다음다음 대통령 때나 보게 될 일이라, 어느 정치인도 쉽게 나설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금만 해도 보듯 말입니다. 

아무리봐도 똑똑하고 열심히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인데, 왜 정치만은 저주받듯 후진적인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고 있을까요. 기술은 40년 동안 200년 기술을 따라잡았는데 정치는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고 오히려 뒤로 물러난 느낌만 받을까요. 정말로 롱테일 정치학을 고려해볼 때가 된것 같습니다. 선거라는 간헐 이벤트로 정해지는 정치가 아닌 일상적 정치 시스템을 만들면 해법이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봅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Biz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2) 2011.03.06
위험한 경영학  (8) 2011.02.07
2020 부의 전쟁  (10) 2011.01.11
불황을 넘어서  (4) 2010.12.26
소유의 역습, 그리드락  (2) 2010.08.13
구글드  (30) 2010.04.20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10개가 달렸습니다.
  1. 우리의 미래가 그리 좋게 묘사된것 같지는 않군요^^ 뭐 예상했던 내용이라 그리 신경쓰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미래학연구에 의해 나오는 가설들을 심도깊게 연구하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작업, 그러한 사회구조에 맞는 시스템을 찾아나서고자 하는 노력이 사회전반적으로 일어나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느낌입니다.
    • 사실, 미래학의 용도가 그렇습니다.
      설령 나쁜 소식이라도 미리 알고 대비하면 일어나지 않는다는 희망의 학문이기도 하지요.
  2. inuit님 추천에 두권 다 냅다 질러버렸습니다.
    기대하며, 찬찬히 둘러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3. 생활속의 정치 정말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실현되려면 일반인들이 가지고있는 정치라는 단어 자체에의 혐오감을 어떻게 극복할것인지가 관건이 되지 않을까 생각 해 봅니다
    • 네 공감입니다. 정치에 대한 혐오가 방관을 낳고 다시 방관은 혐오를 동반하니 그 악순환을 끊어야곘지요.
  4. 최근 선생님의 블로그를 즐겨찾기 해놓고 ㅋㅋ 자주 들락거리고 있는 학생입니다.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올해의 책 중 요아이를 읽었어요..
    아 읽는데 ㅠㅠ 얼마나 마음이 암울해지는지..
    우리나라 미래가 참걱정되더라구요,, 왠지모를 애국심과 정의감에 불타올랐답니다.

    경제에 대해서 이렇다할 학식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방대한? 요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대충 이해가 가더라구요~ 고맙습니당~^^
    이 책을 기반으로 이번 방학때 경제 관련책 몇개를 더 읽어 보려고 합니다. 몇개의 자기계발서에서 말하길 한 분야에 20권이상 정도의 책을 읽으면 그 분야에 대해 얼추 아마추어적 전문가가 될수있다고 하던데.. 올해 경제/경영분야에서 제가 그랬으면 좋겠네요^^

    혹 추천해주실 책있으면 정말 고맙겟습니당.


    2012년 새해복 많이 받으시구 항상 좋은 날만 가득하길 바랄게요^^ 화이팅!
    • 맞아요. 이 책 보다보면 큰 틀에서의 애국심이 생기지요. 답답하지만 안보이는 미래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데 그나마 그를 풀수 있는 정치 쪽은 답이 안보이고..

      책은 제 블로그 중 비즈니스책만 모은 카테고리(http://inuit.co.kr/category/Biz/Review)가 있습니다. 한번 둘러보시고 구미에 맞는 부분을 찾아 읽으세요. 궁금한 부분 있으면 댓글로 언제든지 물어보시고요. ^^
secret

주총 데이 단상

Biz 2009.03.20 22:42
#1
오늘이 '주총 데이'입니다. 상장된 806개사 중 339사가 오늘 몰렸다고 합니다. 

주주총회를 여러 회사가 같은 날에 열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소위 '주총꾼'이라고 불리우는 불청객이 분산되지요. 주총꾼은 가급적 많은 총회에 참석하고 싶고, 회사는 가급적 훼방을 받고 싶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어느 회사가 언제 할지 미리 알기 어렵습니다. 모두가 언제가 될지 모르는 '주총 데이'에 하고 싶기 때문이지요. 부의 기원에 나오는 전형적인 엘 파롤(El Farol) 바 문제 입니다.

하지만 완전한 엘 파롤 바 문제는 아닙니다. 학습에 의해 상장사들은 대개 금요일을 선호하고, 시기는 3월 중순이기 십상이니까요. 맞출 확률이 좀 있지요. 저희 회사도, 하고 보니 '주총 데이'였습니다.


#2
더 재미난건, 결국 주총꾼이 한명도 안 왔다는 점이지요. 자본 시장법 변경에 따른 정관 변경 수준의 안건이니 뭐 왈가왈부할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주총꾼의 공급이 딸린다는 그 '주총 데이' 아닙니까.
그래도, 매번 잊지 않고 찾아주시던 노년의 신사분이 이번에 안 보이니 잘 계시나 궁금하네요. ^^;


#3
이슈도 없고 주총꾼도 안 찾아 주는 회의입니다. 단상에 임원들만 덩그라니 앉아 있으려니 참 썰렁합니다. 주요 대주주들은 100% 위임을 했으니 점점이 빈 공간에서 주총이 진행됩니다. 의장님 혼자 말씀하시고 의사봉 두드리는 머쓱한 총회입니다. 어찌보면, 요즘 시대에 주총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4
예컨대 사이버 주총은 안될까 생각합니다. 큰 채팅방에서 진행되는 방식이라도 재미있겠습니다. 그러면 내가 지분 가진 모든 회사의 주총에 동시 참석도 가능할듯 합니다. 물론, 수만명이 한 줄씩만 써도 챗창이 정신없이 흐르겠지요. 지분에 따라 폰트 크기를 달리 해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구요. -_-;;
아프리카 방송 같은 방식도 재미있겠습니다. 의장은 방송으로 하고, 의견은 옆에 챗창으로. 그리고, 찬성하면 별을 막 던지는. ^^;

장난같은 생각이지만, 전에 말했던 롱테일 정치학과 같은 맥락입니다.
기술 발전으로 의견을 직접적으로 표명할 기회가 많은데, 물리의 세계에 박제된 룰과 관행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무튼, 이제야 작년 한해가 마감된 기분입니다.
신고

'Biz'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개상담] 어느 IT 컨설턴트의 꿈, CIO  (30) 2009.03.30
A Cold Call  (40) 2009.03.24
주총 데이 단상  (17) 2009.03.20
사고 다발 지역을 지나면서  (12) 2009.02.26
꿈을 향한 첫 발  (146) 2009.02.22
Rational Gut  (18) 2009.02.13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트랙백이 하나이고 , 댓글  17개가 달렸습니다.
  1. 와.. 주총 데이에 참석하는 임원 분들 중에 전형적인 '엘 파롤 바' 문제를 연상하시는 분은 아마 inuit님 뿐일 겁니다. 넘 멋지세요.

    게다가 사이버 주총의 챗창, 지분 비례형 폰트 크기, 아프리카 방송까지.. 상상만으로도 웃음을 짓게 되네요. 디지털화된 현실과 아날로그적 관행 간의 간극에서 지적 유머를 끌어내시는 inuit님의 감각을 배우고 싶습니다. ^^
    • 음..
      이리저리 딴 생각 할만큼 주총이 느슨했다는 증거아닐까요. ^^;;;;
      buckshot님 포스트가 은연중에 암시를 줬을듯 합니다.
      글 쓰면서 벼락같이 벅샷님 생각이 났으니까요. ^^
  2. ^^ 그래도 자기 자본을 투자한 주주들인데, 회사에서 참석을 못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는것이 조금 아쉬워 보이네요..

    올해 주총에서는 배당금으로 주가 손실을 매꿔주던지, 아니면 주가를 높여주던지 하고 외치고 싶었답니다. ^^;;
    • 주총꾼들이 보통 1주를 갖고 있습니다. 10주도 잘 안삽니다.

      원론적으로는 단 한주를 가져도 회사의 주인입니다만,
      보유하는 목적이 회의 참석해서 금품 등을 갈취할 목적인지라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것도 사실입니다.
  3. 주총을 채팅창에서 이모티콘 써가면서 하면 재밌겠네요.
    주총꾼 : 장난하는거야!???!! ;(
    의장 : ^^;;;;
  4. 주총데이가 그럼 함의가 있었군요. 온라인으로 하는 주주총회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내요.
  5. 주총에 좀 참여를 해보고 싶은데
    회사원은 참가하는 게 쉽지 않겠더군요.

    게다가 요즘은 기념품도 잘 안준다고 써있더라는...

    한번 이누잇님 회사 주식을 한주 사볼까요? ㅎㅎ
    • 저도 저희 회사 주총 말고는 가본 적이 없어요. ^^
      우리 회사는 (싼거라도) 기념품 드립니다.
      어제는 그대로 남았다죠. ^^;;;;
  6. 먼저,,
    참으로 오랜만에 댓글창에 토댁을 올립니다. 그죠?
    제가 요즘 딴 두 분님의 블러그에 꽂혀서 말입니다....ㅋㅋ

    전 주총은 아니고 (아시죠?^^) 전국 농업마이스터대학입학식에 다녀왔답니다.
    선서도 잘 하고 왔구요,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S라인을 못 만들어 가서 너무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려 격하시키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살짝되는 것 말고는...

    티비서 보던 분들 구경하느라 너무 재미있었어요..ㅋㅋ
    진짜 똑같네~~~이러면서...

    그러나, 대표로써(어찌 대표가 되었는지 알수 없지만) 선서를 하고 나니
    그 책임이 더 해져 머리도 몸도 무거워지더라구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토댁이는 오늘도 저 혼자 inuit님 꺼라고 찜해 놓은 토마토에게 인사하고 왔네요.^^ 싓!! 다른 토마토들 들으면 삐져요..ㅎㅎ

    좋은 주말 되세요~~
    • 아. 입학 축하드립니다. 따로 찾아가서 인사드리겠습니다. ^^

      다른 것보다, 제게 판매할 토마토가 잘 자란다는 말에 눈이 꽂혀 입이 벙글벙글입니다.
      맛나게 키워서 꼭 팔아주세요. 부탁입니다. ^^
  7. 엊그제 이번 주총에는 기념품이 없음을 알려준다는 고지??가 와서 씁쓸하게 웃었는데 ㅋㅋㅋ 이 글을 보게 되는구만요 ^^ 잘 지내시져??
    • 하하..
      아무래도 요즘 경기가 안좋아서 많은 기업들이 주총을 두려워했겠지요. ^^

      금드리댁님, 새로운 한주 잘 지내세요. ^^
  8. 저희는 주주가 몇명 안되서 구글 사이트로 주총을 합니다..^^
secret
난세
요즘 시국이 점입가경입니다. 만만하면 정치 탓하는 경향도 있긴 하지만, 경제, 사회, 문화까지 각 분야의 발목을 잡는 정치입니다. 곱게 보기 힘들지요. 특히,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 대통령만 물러나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누가 해도 그 이 보단 낫다 이런 감상적인 언급말고, 좋은 대안이 있나요? 혹시 새 사람은 같은 문제를 되풀이할 소지는 없을까요?

특정 사안에 대한 견해나 인적 특성의 결함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다양한 지적을 해주신 바, 저는 선거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를 짚고 싶습니다.

나는 그를 찍지 않았다
이 말이 면죄부가 될까요? 반대로, '너가 그를 찍었기 때문에 이 꼴이야.' 라고 귀책할 수 있나요. 17대 대선의 경우, 당시 이명박 후보는 48.7%의 득표율로 26.2% 득표의 정동영 후보를 531만표, 더블스코어로 이겼습니다. 하지만, 당시 투표율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62.9%로 역대 최저였습니다.

너도, 나도 그를 찍지 않았다
다시 말해, 고작 총 유권자의 30.6%의 지지도를 받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과연 이게 옳을까요. 셋 중 둘은 찬성하지 않은 후보입니다. 투표를 거부한 37%와 자포자기로 아무에게나 던진 플러스 알파의 표가 의미하는 바는 그냥 무시하는게 옳은가요. 침묵의 거부를 익명의 모호함으로 치환해 외면하는게 능사인가요?

재신임을 물어달라
차라리, 이런 시스템은 어떤가요? 전체 선거권자의 과반수를 넘지 못하는 득표율을 기록한 당선자는 대통령으로 선출은 하되, 1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찬반에 대한 투표를 해서 재신임을 묻는 방식말입니다.

롱테일 정치학
전에 롱테일 정치학이 란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투표와 정치행위의 효율성으로 세운 대리인이 다수의 의견에 반하는 결정을 한다면, 대의 정치는 만기종료입니다. 정보기술시대에 맞는 새로운 대의 시스템 또는 직접 민주주의의 부활까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논지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유효 투표 중 최다 득표자가 선출되는 시스템은 경운기타고 선거하러 가서 투표함 수거에 시간 한참 걸리던 과거의 유물일 뿐입니다.

작은 우위, 큰 권위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은, 미묘한 차이에 몰아주는 큰 권위에 있습니다. 나비효과 투표입니다. 후보간 차별요소도 작은, 그 나물에 그 밥 후보 중에서 이슈에 표류하다 랜덤처럼 뽑히는 사람이 행사하기에는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큽니다. 그렇기에, 잘못된 선택이 가져오는 손실이 두려워서 제한된 합리성과 보수성으로 투표를 한 결과는 다시 비합리로 귀결되기 십상입니다.

재신임의 장점

이렇게 보면 총득표 미달자의 재신임 방안은 장점이 명확합니다.
첫째, 결정의 번복 기회가 있어 참신하거나 다소 새로운 후보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둘째, 온갖 사탕발림 공약을 남발하고는 당선되자마자 안면몰수하거나, 사적 권력의 공고화에 신경쓰는 등 대리인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재신임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국민 눈치를 봐야 합니다.

물론 장점이 있다면,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베타 오류
통계학에 베타 오류가 있습니다. 아닌걸 맞다고 보는 경우입니다. 선거에서 문제가 큰 게 베타오류입니다. 알파오류, 또는 되어야 할 후보가 떨어지는 상황은, 아쉽지만 당장 큰 손실로 직결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베타오류는 다릅니다.
어떤 부적절한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다수 국민을 최면시켜 압도적 과반수를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면 재신임 자체가 무용합니다. 이 경우 그렇게 우매해진 국민의 책임도 일부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재신임 기준을 올리거나 재신임을 정례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중임제를 규정하고 있지요.)

눈부신 기술
잦은 선거로 드는 비용을 문제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비용은 점점 작아집니다. 디지털 정보기술과 보안 기술을 이용한다면 빠르고 용이한 투표가 가능합니다. 어차피 묻는건 찬/반이고 투표의 대상인 통치결과는 실시간으로 알려지고 있으므로, 선거기간을 짧게 가져가면 매우 작은 비용으로 가능합니다.

장기적 어젠다
재신임만 바라보다 자칫 포퓰리즘에 빠질 수 있습니다. 통치행위는 리더십이기도 합니다. 너무 국민 눈치만 보다보면 소신있게 장기적이고 거국적인 어젠다를 다루기 힘듭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 어젠다는 어차피 국민의 신뢰에 바탕해야 합니다. 진심과 열정이 있다면 재신임을 받을테고, 재신임 후에 또는 그 전부터 추진하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독선적이고 오만한 판단만이 '국민은 이해 못하지만 역사가 나를 평가한다면..' 식의 아집에 쌓인 말을 쉽게 내겠지요.

이것 말고 다른 방안도 많겠습니다. 그 무엇이 되었건, 어쨌든, 우리가 그런 세상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신고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트랙백  3 , 댓글  30개가 달렸습니다.
  1.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권리, 마지막 권리를 헌신짝 여기듯 하는 서민들의 각성이 필요한 때 입니다.

    그런데 과연....그들에게 학습효과가 있을까요?
    • 전 서민을 우매하다고 안봅니다.
      맹자 선생 말을 믿고 있습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기도 한다."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
  2. 재신임이 필요하지만
    과연 어느 정치인이 그걸 받아들일지-_-;
  3. 제가 있는 일본은 손꼽히는 정치 후진국이지만 유일하게 부러운 부분은 언제라도 총리를 물러나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도 4년이나 남았는데... 참 갑갑 합니다.
  4. 우선 점점 떨어져가는 투표수를 좀 올려야 겠는데요...
    낮은 투표율은 이 정부가 바라는 것이기도 하니 정책적으로 홍보할리도 만무하고... 참 난리입니다.
    정말 뾰족한 방법을 찾아야 겠는데요
    • 투표율 자체가 실로 참담한 숫자입니다.
      흔쾌히 투표할만한 후보들의 확보가 선결과제 아닐까 싶어요.
  5.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투표하는데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시대도 아니고, '사소한' 문제는 있을지언정 재신임을 묻는다는 것은 많은 장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포퓰리즘'을 타파할 수 있는 대안만 제도적으로 마련된다면 말이죠. 또 하나의 대안(?)으로 치면 중임제도 방법이 될 것도 같구요. 미국처럼 4+4가 아니라 3+5 라던지...3년은 처음 대통령이 된 사람에게는 재신임을 묻는 시험기간이 될테고, 잘 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면 5년 동안 안정적인 국정 집권을 할 수 있게 하는거죠. 뭐...제도의 보완은 고민이 많을 수록 좋지만...

    아주 개인적으로는
    1+3+5를 이상적이라고 보는데-_-;;
    1년간 인수위와 대통령, 정부 각료들을 검증하여 찬/반으로 재신임을 묻고(정부의 도덕성과 실무진의 자질을 최소한으로 검증) 재신임을 통과하면 추가 3년, 즉 4년간의 집권을 보장하고, 그 이후에 중임으로 5년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면 장기적인 플랜도 세울 수 있고, 평가 및 검증, 보완도 손쉬울 것 같습니다.

    물론...위의 전제조건은 '바로 선 언론'이라서 좌절이긴 하지만요-_-;;
    • 저도 1+3+5 식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잘하면 계속 몰아주고, 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고..
  6. 재신임은 정말 필요합니다.

    오너쉽이 있는 회사도 임시주총을 통해 대표이사, 이사도 바꾸는 판입니다.

    국민이 뽑고 재신임을 못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회사의 임시주총에 해당하는 정치 시스템을 만드는 일, 정말 필요합니다. ^^
    • 국민이 주인되지 못하는 정치라서 그런가봐요.
      그렇게 비교해보니 정말 회사만도 못하네요. -_-
  7. 용산사건을 보면서 30년은 다시 후퇴한것 같습니다. 아픈 현실입니다. 오늘 포스팅 내용에 공감가면서도 현실적인 여러 문제들이 쉽지 않을듯 하네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임기를 4년으로 하고 대통령 재임 중반에 국회의원 선거를 하도록해서 견제하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앞으로 4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답이 잘 안나오지요.
      원론적으로 다시 생각해보자는 취지입니다.
      언제까지 '현실'에 맞춰 살순 없으니까요. ^^
  8. 참으로 답답하던 차에 '재신임' 이 제도화 될 수 있다면...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쬐금 숨통이 트이는 듯 합니다.

    이 정권은 출범 100일도 못되어 각계각층의, 그야말로 백성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만들었으니... 앞으로 4년이 아니라
    그 후유증을 어떻게 우리가 감당할지, 막힌 터널 속으로 들어간 열차도
    이보다 더 암담하지는 않겠어요.
    • 말씀처럼 백성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슬기롭게 헤쳐갈, 우리 나라의 저력을 믿습니다.
  9. 저는 재신임이라는 새로운 제도보다는, 대통령 임기를 국회의원 임기와 같은 4년으로 개헌하고, 대통령 뽑고 2년후에 국회의원 뽑고, 2년후에 다시 대통령 뽑는 제도가 재신임을 묻기에 적당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 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보단, 시대적 상황에 맞는 원론적 재검토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 아 그러셨군요 저의 글 읽기가 좀 짧았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시대적 상황에 맞는 원론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합니다.
    • 아뇨. 제 글쓰기가 명확치 않았겠지요. ^^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기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0. 재신임이 필요하지만
    과연 어느 정치인이 그걸 받아들일지-_-;(2)

    정치인이 자기 목에 칼 들이대는 일에 찬성할까요...쩝...

    그런 정치인을 못 키워낸 풍토에 문제가 없다고는 못 하겠지만...
    • 국민이 강하게 바라면 결국 이뤄져야하지 않겠습니까.
      꼭 안된다고는 생각 안합니다.
      최선의 방법이냐의 이슈는 생각해볼 문제지만. ^^
  11. 재신임이라... 이게 된다면 정말 좋겠군요.
  12. 이제야 제대로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되어 뒤늦게 이 포스팅 보고 있어요. ^^
    좀 다른 이야기인데요.
    선거 때마다 느끼는 건데,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도대체 알 수 없다는 거예요. ;;
    병을 치료하자면 기존 병력을 알아야 하는데, 우리는 후보자의 political history(?)를 몰라서 더 분위기나 순간적인 판단에 휩싸이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나중에 폭로기사로 이어질 때가 많지만요. ^^
    그래서 미국이나 다른 나라처럼 각각의 voting record를 확인할 수 있으면 해요. 예전에 몰라서 물어봤던 단어인데, 한 국회의원이 각 법안에 대해서 어떤 표를 던졌는지, 찬성표인지 반대표인지 아님 기권인지 그 기록을 공표해서 국민들이 확인할 수 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 :)
    • 활성화되지 않았지요.
      우리나라는 정당의 지향과 소속의원의 투표가 거의 100% 일치하니까요.
      하지만, 눈콩님 말씀듣고 생각해보니 정말 이력이 잘 정리안된다 싶습니다.
      후보자가 보여주고 싶은 summary말고, 유권자가 알아야할 정치적 이력말입니다.
      갈수록 로또스러워지려나요.. -_-
  13. 아는 형님과 당선되야할 사람과 낙선되어야 할 사람 한표씩 던지자라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형님과 말을 섞었습니다.
    재신임.. 어느때보다 지금 가장 필요할 듯한데 말이지요..큼
    • 낙선될 사람이 당선될 사람과 겹치면 재미있겠네요.
      극단적인 호오가 모이는 사람이 있잖습니까. ^^

      아무튼, 정치시스템이 바뀔 시점은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룰지가 우리의 과제 아닐까 싶습니다.
  14. 재신임은 결국 또한번의 선거를 더하게 되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낳지 않을까요? 재신임이 통치자를 끌어내릴수도 있다면, 재신임을 둘러싼 선거전(?)이 일어날 것이고, 그러면 결국 선거-재신임-선거, 선거를 3번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물론 현대통령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재신임준비가 되어있지만요.
    • 중임과 비슷하지만, 가/부만을 판단한다는 점에서는 조금 더 간단하지요. 선거 자체의 비용을 줄이면 국민에게 의사를 자주 묻는게 나쁘지는 않겠지요. 의견 고맙습니다.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