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에 해당하는 글 2건

이상수

(부제) 제왕학의 고전에서 배우는 리더의 조건

한비자는 여러 모로 마키아벨리를 많이 닮았습니다. 품었던 꿈에 비해, 억울할 정도로 후세에 남은 오명이 크다는 점, 음험한 술수의 모사꾼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정갈히 궁구하는 학자라는 점이나, 평생 권력을 바랐지만 끝내 갖지 못했다는 부분까지 말입니다.

한비자는 특히 동양에서 논란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법가의 태두로서 지방의 왕에서 대륙의 황제로 나아가는 길은 시스템 화에 있다고 주창하여 진시황을 도와 실제 통일을 이룹니다. 하지만, 통일 중국의 통치이념으로서는 법가가 아닌 유가의 가르침이 채택됨에 따라 토사구팽의 신세가 되지요. 그래서 마치 난세의 법가, 치세의 유가라는 이분법적 포지셔닝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저자는 다른 맥락으로 한비자를 읽습니다. 즉, 친구의 시기로 제 몸은 구하지 못했지만, 한비자의 가르침은 비전되어 제왕학으로 자리잡았다는 포인트입니다.

즉, 충성을 강조하는 유가는 신하의 윤리이고, 충성과 무관하게 결과로서의 통솔을 강조하는 법가는 제왕의 규범이라는 논리입니다. 이를 내법외유(內法外儒)라 합니다. 겉으로는 유가를 부르짖지만 속은 옹골찬 법가라는 뜻입니다. 이 부분은 놀랄리만치 마키아벨리의 논리와 닮았습니다. 

마키아벨리나 한비자는 사람의 착취나 모사 따위에는 애당초 흥미가 없습니다. 그들의 관심은 난세를 평정하여 평화를 강제할 수 있는 권력과 결과로서의 안정일 뿐입니다. 그를 위해 강한 수단을 사용해도 좋다는 구조론이지 성악적 인간형은 결코 아니란 뜻입니다.

이런 지향성은 한비자의 이형거형(以刑去刑)으로 나타납니다. 강한 형벌이 있으면 스스로 죄를 짓지 않아 형벌을 사용할 일을 없도록 만든다는 뜻입니다. 어찌보면 순환논리이지만, 닿지 못할 이상적 도덕에 인간을 팽개쳐두는 유가나 아예 눈돌려버리는 도가와는 다른 실용성과 현실성만큼은 인정해줄만 합니다. 특히, 자신의 학문에 대한 정의가 신선합니다. 
'매우 뛰어난 황제는 그 스스로도 나라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군주가 나라를 더 잘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의미가 크지 않겠는가?'

한비자를 중심으로, 그에게 영향을 미쳤던 스승 순자와 노자를 비롯해 다양한 고대 중국의 이야기가 많아 지루하지 않게 잘 읽히는 책입니다.

그러나, 통치술을 배우자면 시대적 이격이, 리더십을 배우자면 시스템적 괴리가 돋아 보일 것입니다. 다시말해 책 읽고 당장 배워 써먹을 지혜는 별로 없습니다. 다만, 고전을 현실로 새겨 곱씹어 되새기는 과정에서 배울 부분은 많겠지요. 특히, 실패한 구조주의자가 아니라 실용적 시스템 사고를 했던 한비자란 점을 염두에 둔다면 그 배움의 효과는 책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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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니베스트 2011.06.28 09:12 신고
    '한비자'를 '한비야'로 읽고 context를 계속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는.
    한 글자의 오류가 전체 문맥을 어지럽히는구욤.
    @.@
  2. 안녕하세요 2011.09.20 09:07 신고
    한비는 2천년 전 사람이고 니콜로마키아벨리는 4백년 전 사람인데 한비가 마키아벨리를 닮다니요?ㅋㅋ
  3. 안녕하세요님은 전 시대 사람이 어찌 후 시대 사람을 닮을 수 있느냐 라고 말씀하시는 것일테지만, 글쓴이분이 말씀하신, 당대 철학가들이 주장한 사상과 그 철학은 시대를 아울러 논박되는 것이기에 시대와 상관없이 닮았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습니다.
  4. 리뷰 쓸 자격이 안계신분...댓글들을 보니 실망이오..
  5. 한비자법가 2012.12.31 23:11 신고
    내용중에 한비자가 진시황을 도와 통일 중국을 이루고, 이후엔 통치사상으로 유가가 사용해 토사구팽 되었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내용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분서갱유 사건이 대표적인 진시황제의 사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살벌한 법으로 통치했던 진시황은 비판적인 유가를 싫어했습니다. 이 때 재상으로 있던 이사도 순자의 문하였고 생전에 자신이 유가라고 하였지만 사후에 법가로 분류될 만큼 법가로서의 활동이 두드러졌던 인물입니다.
    • 통일과정은 법가가 이뤘으되 전국시대를 지난 통일중국의 이념으로 법가가 자리잡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secret

군주론

Biz/Review 2007.08.25 11:27
전 도가(道家)와 마키아벨리즘(marchiavellism)을 동전의 양면으로 봅니다. 본질은 사람의 도리와 왕도, 그 원리와 기법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그 포지션은 많이 다릅니다. 도가가 선으로 덧씌워진 당의정이라면, 마키아벨리즘은 악으로 곧잘 치환되는 알코올이니까요. 중요한 점은 결국 군주의 위치에 어떻게 다가가는가, 획득한 왕권을 어떻게 유지하는가의 문제이지요. 특히 이러한 부분은 일반적인 수요가 있는 학문이 아니므로 개인이 체계화할 유인이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집대성을 했습니다. 왜일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Niccolò Machiavelli

(원제) Il Principe (The Prince)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중세 피렌체(Fiorenza) 공화국의 서기관이었습니다. 정치적으로 매우 복잡한 시기에 모국 피렌체를 위하여 외국을 전전하며 외교활동을 벌입니다. 루이 12세(Louis XII)의 프랑스 궁정, 교황 알렉산데르 6세(Pope Alexander VI)의 아들이자 발렌티노 공작인 체사레 보르자(Cesare Borgia), 그리고 계략으로 체사르 보르자를 파멸시킨 교황 율리우스 2세(Pope Julius II)와 메디치(Medici) 가문의 몰락과 부활 등 격변의 현장을 지키며 경험과 통찰을 기르게 되었지요.

말년에 마키아벨리는 외국에서 절치부심하던 메디치 가문이 복귀한 후 재야로 쫓겨납니다. 관직에 임용을 바라며 로렌초 데 메디치(Lorenzo de Medici)에게 바로 이 책 '군주론'을 지어 바칩니다. 구술이나 추천장에 의한 채용과정에 획기적인 전환을 도입했다고나 할까요.

결과는 흥미롭게 또는 김빠지게 맺어졌습니다. 로렌초가 군주론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마키아벨리는 실업자 신세를 면하지 못합니다. 무려 7년이 지난 1520년에서야 비정규직을 얻습니다. 메디치 가문은 고작 그의 '문장력'을 인정해 피렌체 역사 저술을 맡겼다지요.

전해지는 이름에 비해서는 그리 재미없는 책, 군주론. 제가 보는 관점은 이렇습니다.
첫째, 문헌적으로는 매우 가치있는 정치학 논문이란 점입니다. 마키아벨리는 동시대로는 프랑스와 스페인 및 그 사이에 끼인 이탈리아 소국들과 교황청의 권력관계를 체험하고, 통시적으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史實에 정통하였습니다. 종횡의 사례를 논리 기반위에서 범주화하여 일반론을 끌어내는 학문적 접근법을 사용했습니다. 精緻하지 않을지언정, 엄밀한 형식을 유지합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로렌초라면 마키아벨리 씨를 등용했을지 확신이 없습니다. 책의 내용이 중요한게 아니라, 18년을 망명한 메디치 입장에서 테크닉과 학식이 뛰어난 신하에 대한 열망은 그리 크지 않으리란 생각입니다. 오히려 그 간의 세월로 미뤄 짐작할, 충성도가 관건이겠지요. 특히 마씨처럼 충직하게 축출정권에 봉사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메디치 가문 자체는 군주론과 음모론, 권력학에 대해 더 이상 갈증이 없을만치 통달한 고수급이었으니 말입니다. 군대도 없이 돈과 권력 관계로 유럽을 좌지우지했던 그 메디치 가문 아닙니까.

마지막으로, 소위 말하는 마키아벨리즘의 어두운 측면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흔히 마키아벨리즘이 치사하고 더러운 패도정치로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그렇게 간단히 매도할 일이 아닙니다. 마키아벨리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성공과 실패 사례 위에서 뽑아낸 결론이고, 복합적 고려가 안배된 논증이므로 윤리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이야기 하면 안된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군주는 너그러울 필요가 없다는 이면에는 낭비를 배격해서 실리측면에서 군주의 위엄을 지킬 필요성이 있습니다. 국고가 비어 백성의 증오를 사는게 군주의 가장 큰 실패이기 때문이지요. 실용성과 결과 중심의 원칙하에서 돈으로 너그러울 필요는 없겠습니다.
마찬가지로 군주는 약속을 반드시 지킬 필요가 없다는 뜻도 새겨들어야 합니다. 상황에 맞게 유연할 필요성과 명분 사이에서 실용적인 판단을 하는게 군주의 길이 맞습니다. 학자나 유생의 논리로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군주는 나라의 존망이라는 risk를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자신의 윤리로, 교과서의 도덕으로 결론의 시시비비를 단정하지 않는게 옳은 방법입니다. 맥락을 이해하고 취사선택 하는 편이 현명하지요.

마 씨의 견해에 제 나름의 변론을 더했습니다만, 저는 '군주론'의 결론을 머릿속에 담지는 않습니다. 방법론은 훌륭하나 인간에 대한 통찰에서 연역된 결론이 아니라, 몇개의 사례에서 귀납된 결론인지라 함의가 빈약한 것이 첫째 이유입니다.
둘째는, 신하의 도리를 다룬 유가 사상이나, 왕도를 말한 도가 사상, 시스템의 법가 사상 등 의존할 텍스트가
동양고전에 훨씬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그토록 힘들여 논증하고 설득하는 군주와 백성의 역학관계를 우리는 '민심'이란 한 단어로 어릴 때부터 배워왔단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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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렇게 리뷰해주시니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교과서에서만 본 마씨의 군주론 ^^
    • 군주론에 스테레오타입을 갖고 있지 않다면, 굳이 보실 필요는 없을지도 몰라요. ^^
  2. 군에 있을때 재미있게 읽었었던 기억이 나네요.
    • 군에서 보면 색다르게 읽히겠네요. 특히 자국군 vs 용병과 권력에 대한 내용 등 말입니다.
  3. 전 마씨의 책은 안읽었고 마씨를 주인공 삼은 시오노 나나미의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를 봤습니다. 그 책을 보고 나니 군주론의 저자에 대해 막연하게 가졌던 냉혈한의 이미지가 싹 사라지더군요. 대신 그저그런 공무원에다 정치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으며 희곡도 쓰고 가끔 바람도 피웠다는, 평범한 아저씨의 이미지만 남아서 '군주론'을 읽어보겠다는 생각이 더더욱 달아났다지요. 차라리 냉혈한이었더라면 더 멋졌을 텐데 말이죠. ㅎㅎㅎ
    • 그렇군요. '학자적 소양과 바람기를 겸비한 정치 지향의 아저씨 공무원'이었군요. ^^
      마씨의 직설적이고 윤리중립적 논증에 서구가 놀랐던 파장이, 군주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4.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것 같아서 마씨는 좋아하지 않지만.
    목적에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찾을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 있는것 같아요.. 가끔 그 수단이 정말 마음에 안들지만 말입니다.. ㅠ.ㅠ
    • 꼭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목적을 달성하라는' 교리는 아닌듯 합니다. 부차적 가치에 에둘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군주가 실패한다는 개념입니다.
      전반적으로 개인적 호오는 있을지언정 윤리적 시시비비를 논할 텍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
  5. 저는 오히려 후임병들을 다스리는 법에서 많이 공감을 했었어요.

    후임병을 생각해주고 챙겨줄 필요는 없지만 생각해주고 챙겨주는 척 할 필요는 있다라는 생각을 했죠 ㅋㅎㅎ. 하지만 모두 좋은 녀석들이라서 그런 생각을 적용해볼 후임병은 정작 없었다는 사실 ^^a
  6. 최근 고전에 대한 새로운 느낌으로 "삼국지"를 읽고 있는데... inuit님의 리뷰를 읽으면 자꾸만 책을 사놓고 싶어진단 말이죠. 으흠~

    마키아벨리가 기술한 군주의 리더심이 무엇인지를 한번 들여다 보고 싶어집니다.
  7. 군주의 리스크는 너무나 크고 무거운 것이네요.
    대통령 선거가 다가올 즈음에 이 부분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군주는 아니지만 국가의 수장에 오르실 분들은 그 리스크를 짊어질 마음가짐이, 준비가 되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 군주 근처에 있는 사람도 비슷한 리스크를 기본으로 깔고 살지요.
      개인적 리스크를 거기에 얹어서. ^^
  8. 크크크 마씨.. 요즘 인생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욤 ㅇ-ㅇ?
  9. <군주론>은 지금도 가끔 심심하면 보는 책입니다. ( ''); <로마사논고>도 형식은 유사하지만 좀 더 심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본심에 더 가까운 것 같고, 둘 사이의 차이도 생각해 보면 좋은 것 같고요.
    • 네. 군주론은 좀 더 망라했기도 하고, 중세의 좀더 가다듬어진 학문적 프레임웍을 이용했기 때문이기도 한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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