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에 해당하는 글 4건


TRIZ. 

어디서 들어본 듯도 하고 생경하기도 한 이름이다.
언젠가 이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또 하나의 키치(kitch)적이며 마케팅용의 조어 정도로 여겼었다.

그러다 '세상 모든 CEO가 묻고 싶은 질문들'에서 TRIZ를 유용한 생각의 도구로 추천하기에 만만치 않은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서 몇 권의 후보 중 처음 읽은 책이 바로 김효준의 책이다.

TRIZ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하자. 
TRIZ는 러시아의 천재 겐리히 알츠슐러(Genrich Altschuller)가 만든 창의적 발상 기법이다.
알츠슐러는 14세에 특허를 등록하고 해군 특허파트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공학적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 과정에서 그가 깨달은 부분은 특허, 발명, 그리고 창의력을 발현하는데 있어 모종의 방법론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그를 천재라 생각했다.
스스로 똑똑해서 발명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사고 방식'에 무언가 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점이 경탄할만하다.
더 놀라운 부분은 해군에 보관된 전세계 20만건의 특허를 죄다 읽고 분류하면서 문제 해결의 방법론을 찾았다.
(이러한 끈기 역시 내가 생각하는 천재의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그가 찾은 답은, 창의적 문제해결에 공식이 있었다는 점이다.
즉, 문제의 근원을 모순으로 정의하고 그 모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창의가 나온다는 방법론이다.
이  부분만 들으면 그게 무슨 대단한 발견일까 싶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모순은 두가지 모순이 있다.
첫째, 물리적 모순(physical contradiction)이다. 어떤 사물이 동시에 복수의 모순적 속성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예컨대, 자전거 체인은 축과 함께 회전할만큼 유연해야 하지만, 힘을 받을 만큼 충분히 강해야 한다. 즉 유연하면서 강해야 하는 물리적 모순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우리가 알듯 쇠사슬을 엮어 강하되 매우 부드럽게 휘어지는 방식으로 해결을 했다.

둘째, 기술적 모순(technical contradiction)이다. 이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성능이 좋아지면 다른 속성이 나빠지는 모순을 뜻한다. 예컨대 자동차 엔진은 출력이 좋으면 연비가 나빠지는 특성을 갖는다. 이 경우 가변 실린더 구조를 채용해 필요한 만큼의 기통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해결 가능하다.

여기까지만 해도 방법론 상으로는 꽤 쓸만한 관점을 제시했지만, 알츠슐러씨는 멈추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40가지 해결책'으로 발상을 돕는다. 

거칠게 말하면, 문제의 모순을 정확히 규정하고 이 40가지 해결책을 꾸준히 머릿속에서 굴리면 획기적인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으니 대단하다.

슬프고 재미난 일화가 있다.
알츠슐러는 이러한 방법론을 찾아내고 조국에 이 사실을 알린다.
'소비에트 연방의 창의적 사고능력 향상을 위한 조언'이란 제목으로 편지를 썼고, 오히려 당국은 체제 불만자로 낙인 찍어 그를 감옥에 가둔다.
더 재미난건, 그 감옥이 지식인의 수용소인였다는 점이다. 옥중생활을 통해 수많은 석학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이론을 더 공고히 한다. 만사 새옹지마다.
결국, 투옥된지  5년 후 스탈린이 죽고 그는 사면되어 나와 TRIZ 방법론을 세상에 전파한다.
들리기로는 소련이 TRIZ를 국가 기밀로 간직했다하고, 개방 이후 서방 대기업이 거액의 돈으로 TRIZ 전문가를 데려가 혁신을 주도했다고 한다.
공공연한 이야기지만 삼성에서도 비밀리에 TRIZ를 통해 많은 혁신과 발명을 이뤘다고도 전해진다.

책 이야기보다도 TRIZ 일반론이 길었지만, 김효준의 책은 깔끔하다.
개념 정리도 간결하고, 논점과 주장도 명확하다.
40가지 솔루션을 다 설명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저자 입장에서는 사전적으로 다 열거한 전작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더 마음에 들었던 점은, TRIZ를 실무로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부분이다.
책 읽으면서 대뜸 들었던 생각, '프레임웍은 좋은데 너무 사후적이지 않나?'라는 부분이다.
신기하게도 책 말미에 그는 직접 답한다.
방법론 자체가 특허 조사를 통해 나왔고, 특히 TRIZ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방법론으로 사후적 설명을 통해 현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그는 TRIZ를 사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RIZ 생각법을 체화하면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말은 매우 일리 있다.

나는 충분히 공감했고, 좋은 관점을 얻어 기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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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트리즈 맛본사람 2013.06.12 22:33 신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트리즈 관련서적 꼭 한번 사서 정독하고싶네요.
secret

행복의 지도

Culture/Review 2010.01.02 22:00
제목에서 한 몫 챙기고 가는 책이 있는가 하면, 제목에서 밑천 털고 가는 책이 있지요. 이 책이 그러합니다. 작년부터 갖고 있던 책이지만, 그 밋밋한 제목 탓에 시덥지 않은 행복론이라 생각했습니다. 거들떠도 안 봤지요. 먼저 읽은 아내의 평이 좋아서 읽어 보리라 다짐만 한게 또 반년입니다. 작년 말 출장길에, 주간지 집듯 가벼운 마음으로 가져간 책인데, 왜 이제야 읽었는지 아쉽기만 합니다.

Eric Weiner

(Title) The geography of bliss

Theory of happiness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인 마음의 상태입니다. 하지만, 상업의 목적에 충실히 굴복한 학문은 이미 행복학을 하나의 아카데미즘으로 수용했지요.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 시리즈나 긍정심리학의 핵 길버트 씨의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도 그러합니다.

물론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의 마음은 실제로 존재하고, 누군가가 행복해지는건 도덕적으로 긍정할만한 개선이므로 인류 후생 차원에서 행복학의 의미를 부정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리뷰(몰입의 즐거움,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서 지적했던 거북함들처럼, 행복 연구 자체를 위해 행복을 미시적 수준으로 끌어내려 도출한 결과를 다시 거시적 인과의 총합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는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그 이름을 행복이라 부르든 학문적 포장지에 싸서 주관적 복지(subjective well-being)라 부르든 말입니다.


Happiness Reporter
그런 면에서 에릭 씨의 시도는 차라리 박수칠만 합니다. 특파원으로서 오랜 기간 나쁜 소식 전해서 연명했던 자신의 부채의식을 상환하자는건 명분이라 쳐도, 지구상 행복한 나라, 안 행복한 나라를 직접 방문하고 저자거리로 뛰어 들어 사람속에서 부대끼면서 행복의 본질을 캐보는 책의 컨셉은 장하고 의미 있습니다.


Geography of happiness
아래의 리스트는 책에 나오는 저자가 방문한 나라들입니다. 한줄 요약은 저자의 글을 제 나름으로 간추린 내용이고, 괄호 안은 제 느낌입니다.
네덜란드: 자유와 관용이 행복요소. (하지만 불구속이 행복의 등가일까?)

스위스: 엄격한 규칙하에 정돈된 삶. 그 기반위에 정립된 신뢰가 행복요소. (더할 나위 없는 행복보다는 광범위한 만족. 국민 평균이 좋을 나라)

부탄: 효율과 경제성장을 외면한 은둔속의 고요. 국왕은 국민행복지수(GNH)를 통치잣대로 삼음. 자연과의 교감과 공동체적 관계, 신뢰가 행복요소. (통치술의 책략도 보이지만, 행복의 기본요소에 가까운듯)

카타르: 벼락같이 생긴 졸부의 돈이 유일한 행복요소. (역사 없는 돈은 공허하고, 관계가 불안정한 돈은 각자를 고립화시키는듯)

아이슬란드: 단일민족의 가족적 상호의존성, 바이킹의 순수성을 전승한 언어에 대한 자부심, 공동체적 공유의식과 실패에 대한 전폭적 관용 (추위가 오히려 행복의 기폭제가 된 경우)

몰도바: 역사적 정체성 모호, 러시아와 관계에 기인한 국가적 자부심 몰락, 주위 국가에 대한 질투, 족벌주의와 부패, 가난, 징크스로 만연한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무력감, 무례, 배려심 부족, 이기주의, 신뢰와 우정을 폄하, 비열과 속임수를 보상하는 문화, 친절이 들어설 공간이 없는 각박함이 불행요소. (많아 보이지만 서로 엮인 현상이고 악순환을 끊어야 모두가 개선되는 종류의 문제)

태국: 욕구와 충동을 인정하는 개방성, 공동체를 위한 미소, 번잡한 생각에 빠지지 않는 문화, 재미(사눅)가 우선시 되는 문화, 공동체를 의식한 냉정한 가슴(자이옌)과 고맥락(high context)적 배려가 행복요소. (하지만 그 표면적 행복속에 억눌린 감정은 불씨 같다. 폭력과 살인률, 가끔가다의 쿠데타를 보면. 그래도 마이펜라이[신경 끄자]는 배우고 싶은 주문)

영국: 투덜거림으로 스트레스를 해소. (행복한 삶보다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는 나라)

인도: 모순을 인정하는 태도, 좋은 것만 취하는 선별적 포용성, 이에 따라 즐기게 되는 예측 불가능성이 행복요소 (option 적 접근방법이 있다면 risk 있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
이 중, 붉은색으로 표시한 나라는 좀 다른 경우입니다. 카타르는 돈이 행복의 요소라 가정한다면 (문화나 인프라없이) 순수하게 돈만 많은 나라가 행복할지 알아보려 가본 경우입니다. 몰도바는 객관적 지표에 비해 스스로 평가하는 행복이 최악이라 그 이유를 보러 간 것입니다. 영국은 행복의 시계열적 변화를 보러 갔습니다.


What is happiness?
책은 행복의 다양한 요소 뿐 아니라 행복하지 않은 이유도 꼼꼼히 따집니다.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보니 입체적입니다. 동양과 서양, 빈부 등 특정 요소의 가능한 대척점들을 이래저래 살핍니다. 그래서 어줍잖은 행복학자들보다 더 설득적입니다.

물론 에릭 씨는 행복의 요소가 이거다라고 단칼로 잘라 말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걸 원치 않습니다. 하지만 책 한권을 읽으며 세상을 함께 주유하다보면 어떤게 행복인지 뭉실하게 잡힙니다. 예컨대 세계에서 가장 춥지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축에 드는 아이슬랜드를 보면 종교도 필수요소가 아닙니다. 착한 무신론자들이 확장적 가족개념으로 살아도 행복이 매우 높습니다. 또, 스위스의 공리적 만족은 평균은 높고 표준편차는 작은 행복분포도를 보이면서, 넘치는 기쁨과 행복은 매우 어렵단 사실도 알게 됩니다.

확실한건, 돈이 행복에 꽤 중요한 요소지만 카타르처럼 돈만 많다고 행복하지 않고, 부탄마냥 돈이 없다고 꼭 불행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주변국, 주변인의 인정을 끊임없이 갈구하며 돈으로 세운 신기루의 나라보다, 세상과 정보를 차단하고 자기만의 기준으로 행복을 지켜나가려는 부탄의 시스템이 합리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은, 사회네트워크와 공동체적 관계신뢰의 문화가 행복에 중요한 요소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누가 달랑 관계와 신뢰라는, 두 개 키워드 들고 나타났다면 진부한 결론이고 식상하다고 핀잔 받을만 하겠지만, 여러 나라의 이면을 보고 나면, 충분은 아니라도 필요조건이란 점을 인정하게 됩니다.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Fascinating writing style
에릭 씨 글투도 마음에 듭니다. 무척 감성적인 에세이나 여행기로 살집을 잡았지만, 군데군데 학문적 결과를 뼈대처럼 박아 넣었습니다. 그래서 부드럽지만 단단합니다. 매우 예리한 기자의 감각과 여행가의 위트가 살아 있습니다. 빌 브라이슨의 유머에 필적한다고 평가를 받았는데, 제 보기에 브라이슨 씨의 질낮은 떠벌임에 비유하긴 아깝다고 봅니다.

실험실의 표본에서 추출한 박제된 행복이 아니라, 세상 돌면서 주워 모은 행복의 이야기들, 그 이야기를 듣다보면 저절로 행복한 기분이 들겁니다. 의외로 우리나라에 행복의 요소가 많이 있음을 깨닫게 되니까요.

이 책 새해 첫 리뷰로 소개하려 꼭꼭 참았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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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책 좋아요!!
    주위에도 몇 번 추천해보았지만, 가볍지 않은 두깨와 빡빡한 글씨.. 때문에 부담된다는 사람도 있었고..
    여행책 아니냐는 사람도 있었고 ㅜㅜ
    • 해피씨커님은 닉네임 답게 이미 읽고 잘 음미하셨군요. ^^
      이 저자도 결국 happy seeker였던거죠..
  2. 어멋..새해에 좋은 책으로 즐거움을 주시네요..
    저 블러그 하면서 많은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것이 참 좋아요!
    무슨 책을 읽어야할 지 모를때 짜짠~~하고 추천하시는 책이 불빛이 됩니당.

    복 받으실겨~~~~^^
  3. 보통의 책 '불안'이 오버랩되네요.
    행복과 불안. 왠지 두책이 시리즈 같이 느껴집니다. ^^
    '불안'도 참 좋았는데, 행복도 기대됩니다. 조만간 꼭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좋은책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4. 헉...역시 형이상학을 추구하시는 신사분이세요.
    전 새해 벽두부터 below-the-belt 이야기 올렸는데.. ;)

    행복과 행운이 넘쳐나는 한 해를 만드시길..
    • 이궁..
      아거님처럼 글을 잘 쓰지 못하는지라, 주제의식이라도 선명하게 가져가려던 참이었습니다. ㅠ.ㅜ

      아거님, 항상 별처럼 영롱한 글 감탄합니다.
      글도 글이지만, 올해 개인적으로도 좋은 일 많이 생기시기 바랍니다. ^^
  5. 앜 저도 이책 읽어봐야겠습니다.
    작가가 우리나라에 와봤으면 뭐라고 썼을까요.
  6. 더러운 세상 2014.04.17 17:59 신고
    구미선진국들은 낙관적이라는 답변율이 굉장히 낮고 비관적이라는 답변율이 높은나라인건 그만큼 불평불만하며 사는것은 당연하게 여기기때문에 가능한일일겁니다! 저는 사실 의미있는삶도 좋지만 구미선진국에서는 이미 없어진 가족유대감과 마을공동체간의 유대감이 강한나라에서 몇달간 체류해보고싶더군요?
secret


수금지화목토천해 명.

지구와 직선거리 15억 km. 태양과 지구간 거리의 10배.
빛의 속도로 84분. 우주선으로는 행성 중력을 이용한 추진력(sling-shot)을 받기 위해 32억km 거리를 7년 걸려 도착 가능한 별.
그리고 원시 지구와 가장 비슷한 대기조건을 가졌으리라 추측되는 위성인 Titan을 데리고 있는 그 별.
대기와 표면의 경계 구분이 모호하게 가스로 이루어진 저밀도 행성.
태양계 형제별 중 유일하게 테를 두른 행성.

바로 토성입니다.

그 엄청난 거리로 인해 아직까지 잘 알려진 바가 없는 이 별에 대해 탐사를 하려면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제: The titans of saturn


'위대한 패러독스 경영'은 토성과 그 위성인 타이탄 착륙 탐사를 위해 만들어진 카시니-호이겐스 (Cassini-Huygens) 프로젝트를 기록한 책입니다. 지금껏 우주 탐사 프로젝트가 적잖이 있었는데, 카시니-호이겐스라고해서 특별히 다를까요.

저자의 말을 빌면, 카시니-호이겐스는 특별히 다르고 의미있게 성공적인 프로젝트입니다. 내용을 알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33억달러의 비용. 19개국 250의 과학자 및 5000의 공학자가 참여. 프로젝트 준비기간 14년. 일단 외형만 봐도 입이 딱 벌어집니다.
조선이 국가단위 프로젝트라면, 항공은 국제 프로젝트가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우주는 지구적 프로젝트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첨예한 미국의 NASA와 유럽의 ESA가 합작하여 하나의 목표를 찾는 것은 오월동주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기술적으로 어려우면서도 가장 통제하기 힘들며, 목표가 모호하며 지지가 휘발적이라 오래 지속가능하지 않은 프로젝트가 바로 우주 탐사 프로젝트입니다. 카시니-호이겐스는 어떻게 토성 탐사를 기획하고 개발하고 발사하여 성공적인 데이터 수집까지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을까요. 기술과 관리 모든 측면에서 말이지요.

책에서는 '패러독스 경영'을 꼽습니다. 저자들은 프로젝트 내부와 외부에서 다양한 패러독스 상황을 찾아내고 이러한 모순상태를 극복하는 고차원적 관리라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우주 프로젝트는 그 자체로 모순을 갖고 있습니다. 우주 진입은 탈출속도를 만족하는 발사체를 확보함에서 시작합니다. 이 발사체는 바로 장거리 미사일 기술입니다. 일전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고 우주 실험인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던 그 맥락이지요. 따라서, 각 국가는 우주탐사라는 국가적 낭만과 국민적 열정의 총합으로 포장을 하지만, 얻고자하는 기술은 대량살상과 전략 타격의 군사기술임이 내재적 모순입니다.
카시니-호이겐스만 해도, 막대한 자금을 고작 토성 탐사에 쓰냐고 타박받던 제안이었습니다. 그런데 1986년 덜컥 챌린저호 폭발사건이 발생합니다. 백악관과 미국 대통령은 우주기술에 대한 굴하지 않는 의지 표명을 위해 전격적으로 카시니-호이겐스 프로젝트를 지지하여 세상에 빛을 봅니다.

일단 프로젝트가 시작되어도 갈 길은 멀고 힘듭니다.
카시니-호이겐스는 국제적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비영리에 내로라하는 전문가 집단의 느슨한 연합입니다. 통솔과 진척 그 자체가 큰 일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신뢰와 감시의 모순상황입니다. 한 팀으로서의 신뢰와 무결한 성과를 위한 비판적 감시가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다국적 연합군이면서 전문성이 모두 다른 팀원들이 갖는 다양성과 일체감간의 상충은 어떤가요. 탐사선을 토성까지 무사히 보내는 공학자들과 도착후 데이터를 받는 과학자간의 trade-off는 또 얼마나 어려울까요. (우주항공 프로젝트에서 1 파운드의 payload 추가는 수십배의 bus 시스템 부하를 가져옵니다.)

결국 카시니-호이겐스 프로젝트에서는, 비영리 전문가 연합 프로젝트의 고질적 문제를 구성요소 그 자체의 내재적 속성으로 해결했습니다.
먼저 우수한 인적 자원의 자질과 능력을 팀웍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리고 영리가 개입되지 않는 속성상 고차원적이고 순수한 비전과 목표를 세워 내적 동기로 승화시켰습니다. 실제로 생기는 전문가의 충돌은 문제 추적보다 해결중심적 문화를 정착하여 생산적 에너지로 변환하였습니다.

우주항공을 전공한 바 있고, 국제적 항공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해 본 제 경험으로 비춰보아도, 카시니-호이겐스 프로젝트는 매우 걸출한 성과임에 분명합니다. 인류의 지혜와 인간 성숙도의 완결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판적으로 보자면 책의 주장처럼 인류의 breakthrough로까지 보기는 힘들고 outlier sample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만일 이것이 체계적 학습이라면 미국과 유럽의 시스템은 다른 국가가 따라가기 힘든 진일보가 될테니까요. 그러나, 아직 체계적으로 습득했다는 확증은 잡기 힘듭니다.


총평하면, 책 자체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매우 지루하고 하품나는 수준입니다. 유럽스럽게 과도한 진지함입니다.
더우기 이 책에서 컨셉으로 주장하는 '패러독스 경영'은 경영이나 조직 관리를 개선할 수 있는, 실천적이고 명확한 개념이 아닙니다. 프로젝트의 현상을 후행적으로 설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직접 배울 점이 없습니다. 물론 사례 자체는 귀감으로 삼을 만하지만 현실에 써먹기 힘든 실험실 상황입니다. 그런 이유로 원제 자체도 패러독스 경영을 전면으로 내세우지는 않았던게지요. 패러독스 경영은 국내 출간의 모티브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소중한 이유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기 때문입니다.
아직 인류 스스로 구원할 지혜까지는 조금 모자랄지 모릅니다. 그러나 카시니-호이겐스에서 거둔 성공처럼 의미있는 몇 개의 상황이 축적됨에 따라, 인류의 지혜와 역량이 충분함을 증명하고 그 기록을 생생해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빠른 시일내에 의미있는 돌파가 이뤄질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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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nuit 님이 소개하시면 재미없는 책도 재미있어 보이는군요... ^^;;
    우주항공 전공하였어요?
    • 흑흑.. 오래 걸려 쓴 리뷰인데 다들 전공에 관심이.. ㅠ.ㅜ
      벌써 20년전일이네요. ^^
  2. 헉..공학도 출신이셨어요??;
    책보다 그게 더 놀라운걸요;;
    우주항공이시라니...ㄷㄷㄷ;
    국제적 항공 프로젝 참여시라니;;
    울나라에 그런 회사가......a
    • 3년 고정독자인 astraea님은 알 줄 알았는데.. ^^;
      석사까지 공학했어요. 항공회사에도 다녔고..
      항공 프로젝트는 흔히 다국적으로 합니다. 그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근무했었던게지요.

      우리나라 항공기술, 꽤 좋습니다. ^^
    • 가끔 군사 게시판에서 보면
      항공기 제작에 대해선 쩜쩜쩜..인거 같던데
      전체적으로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가바요?
      모,,비행기 만드는 나라가 워낙 없긴하죠-0-;;

      석사까지 공학하셨구나
      공학도이신건 놀라운게 아닌데
      우주항공이란게 놀라웠어요~_~
      지금 하고 계신 분야랑 조금 거리가 있는거 같아서;
      본질로 보면 통하는게 당연히 많겠지만요a
    • 초음속기와 헬리콥터를 설계개발 가능한 나라는 극히 드뭅니다. ^^

      우주항공이 원래 첨단산업이라 유관 분야가 많습니다. 저만해도 동역학, 구조역학, 공기역학, 전자공학, 전산학 등을 버무려서 하는 학문과 업무를 했었지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프로젝트 개념이 가장 앞선 분야가 항공 그리고 우주 입니다.
    • 아아..그렇죠
      최첨단 매우 방대한 산업이죠
      항공, 우주...

      특히 말씀하신대로 프로젝트
      기본이 매머드급이니~_~;

      역시 많은 경험을 하신,, 존경을*_*
    • 하지만, 프로젝트 기본 단위가 5년이라는거.. -_-;;
  3. 참 경영이라는 것이 느슨한 신뢰와 치밀한 시스템간의 딜레마이기도 한데요, 우주 프로젝트에 비유를 하니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경영전략내 경영지원의 업무를 하다보면, 이정도는 시스템화하지 않고 그냥 구성원들한테 맡겨두면 좋을텐데..하면서도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포함시키기도 하거든요. 물론 구성원들의 반발은 말 할 필요 없겠죠;;
    이누잇님 말씀대로 그냥 이념상으로만 남겨둔채 일단은 시스템 중심으로 업무를 꾸려나가야겠습니다 =_=;
    • 말씀하신 부분은 쉽지 않은 딜레마지요.
      조직상황에 맞는 구성비를 결정하는 문제라고 간단히 치부할 수 있겠지만, 관점따라 시점따라 달라지고 정답도 없으니까요.
  4. 지금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도 패러독스 경영이 필요한거 같습니다. inuit님이 보시기엔 어때요? 흑..
  5. '유럽스럽게 과도한 진지함'이라는 표현에 반해 버렸습니다, 언젠가 꼭 써먹어야지...;
  6. ㅋㅋ 저 역시도 포스트 읽고 나니 이누잇님 전공에 더 큰 관심이 가는군요 ^^..~
    그나저나 전에 남겨주신 댓글타고 주로 들어오는데 주소가 예전거라서 자꾸 엉뚱한곳으로 ㅜㅜ
    결국 조직내에서도 구성원이 다양화 되면서 패러독스 상황이 보다 빈번히 발생하는듯 합니다.
    사업부서간의 이해관계라던가 하는 것들말이죠. 특히나 제가 일하는 웹쪽 시장은 더욱더 그러한듯..
    관리자나 사업부서장들에게도 이러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능력들이 점점더 요구되고 있는듯것 같네요.
    • 동감입니다. 디지털 비즈니스도 그렇고 요즘 환경이 패러독스 상황이 많습니다. 그만큼 유연해질 필요가 있고,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열어갑니다.
      딱 여기까지가 이책의 교훈이기도 하지요. ^^
  7. 그 힘들다는 공학도 출신으로 임원이 되시다니, 이누잇님 정말 보통분이 아니시군요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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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모순

Fun 2006.09.06 21:57

얼마전 받은 이메일입니다.
메일 주소를 확인해 달라고 메일을 보낸다는 것은 참 획기적인 발상입니다.
저 카드사에서 원하는 집단인 주소가 틀린사람은, 그 이유로 인해 메시지를 받기가 힘들겠지요.
또는, 저 메일을 받는 사람에게는 자동 스팸이 되는 재미있는 시스템입니다.

예전에도 종종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금번 비피해로 집전화에 이상이 생긴 분은 100번으로 전화주시면 고쳐드리겠습니다. -70년대 전화국
* 자, 출석 다 부르긴 그렇고.. 결석한 사람 손들어, 빨랑! -선생님

에.. 더 있었던 것 같은데..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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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8개가 달렸습니다.
  1. 하핫 모순되는 일이 참 많네요;;
    • 그렇지요. 흐흐흐
      그런데 지금 외국에 계신거죠? 홍길동 같아요. 동에번쩍 서에번쩍.
  2. -_-;정말 어쩌라는 건지. 크크크.
  3. "낙서 금지"라는 낙서라든가, "한글을 가르쳐 드립니다"라는 한글 광고판, "두손 들고 무릎꿇고 서 있어!"라는 벌칙, 그리고 인터넷으로만 구할 수 있는 랜카드 드라이버...(좌절이죠)
  4. 덧붙이면, 취직하지 않으면 경력을 못 만들고, 경력이 없으면 취직할 수 없다는 미국 속담이 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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