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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자

Biz/Review 2009.09.25 22:00
Warring states, 戰國시대는 그 무쌍한 변화와 극적인 전개가 흥미로울뿐더러, 다양한 사상과 철학의 온실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합종의 소진과 연횡의 장의는 상상의 스케일과 피치(pitch)의 요사로움이, 세계 역사 어디에 내 놓아도 톱 클래스입니다. 하나 있기도 힘든 사나이가 둘이나 동시대에 존재했고, 게다가 그 둘은 동문이었습니다.

한편. 당대 최고의 재사(才士) 손빈. 동문이랍시고 위나라에서 성공한 절친 방연을 찾아갔다가 계략에 걸려 얼굴에 먹글씨를 새기고 관절이 제거되어 앉은뱅이가 됩니다. 방연은 손빈이 있는 한 위나라의 대업을 못 이룬다 생각했던거지요. 여차저차 제나라에서 첩보작전으로 손빈을 빼와 군사로 앉힙니다. 손빈의 복수전. 방연이 쳐들어오자 솥단지 수를 줄여가며 유인. 나무에 적습니다. "방연 여기에 죽다." 한 밤에 무슨 글씨인가 불을 밝혀 본 방연. 불빛이 조준점이 되어 빗발같은 화살을 맞습니다. 손빈의 예언은 이뤄졌습니다.

그 소진과 장의, 그리고 손빈과 방연의 스승이 같습니다. 귀곡에 살았다하여 귀곡자라고만 불리운 어느 은자의 전략서, 귀곡자입니다.
 
(부제) 귀신같은 고수의 승리비결

박찬철 공원국


귀곡자는 일을 도모하는 방법을 적은 책입니다.
영문 키워드와 핵심주장을 제 나름대로 적습니다.
  • 패합(Go/No go decision): 시작할진대 주도하라. 투합하지 않으면 아예 접어라.
  • 반응(Team building): 경청과 떠보기로 일을 도모하는 주변 사람의 마음을 읽어라.
  • 내건 (Trust building): 공동운명체로 묶어라. 내건이 안되었다면 여기서 그만 두라.
  • 저희 (Risk control): 틈이 생길 여지를 미리 막아라. 틈이 생겼다면 활용하라. 틈을 못막겠다면 물러서라. 그러기 위해 미리 관찰하고 계획하라.
  • 오합 (Analysis): 세심히 형세를 살펴라. 세력을 불려 천시를 잡아라. 거스름을 피한 후, 주도하라.
  • 췌마 (Scout): 상대 힘의 크기와 방향을 가늠하라. 욕망과 두려움을 부추겨 본심을 드러내게 하라.
  • 비겸 (Flatter): 결정권자의 능력과 진심을 파악하라. 칭찬하라. 상대를 높여 제압하고 설득하라.
  • 권 (Persuasion): 상대말에서 힘을 얻어 더하라. 상대의 특성에 맞춰 설득하라.
  • 모 (Plotting): 각자 생김에 따라 모든 사람을 십분 활용하라. 주장하지 말고 형세를 설명하여 스스로 납득하도록 하라. 일의 완성 전까지는 기밀을 유지하라. 사람을 통해 실행을 완성하라.
  • 결 (Resolution): 철학과 세계관이 요구된다. 나와 결정권자의 실질적 이익을 목적하라. 우리 실력과 객관적 정황에 맞는 결단을 내려라. 이익 뿐 아니라 명분과 책임을 더해 결단하라.
사실 귀곡자 자체보다, 중국고사에 정통한 두 저자가 진미입니다. 이 책이 아름다운 모든 이유는 저자의 해석과 변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왠만한 책은 원전을 섣불리 해석하는걸 경계하고 혐오합니다만, 귀곡자 한 줌의 글을 다양하고 유관한 고사와 사례를 통해 오늘에 배울 점을 정리한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전체 테마를 프로젝트 관리 방법(project management methodology)로 포장했습니다. 막힘 없고 쓸모 있습니다.

귀곡자 자체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도 평가가 엇갈립니다. 앞에 보듯, 권(權)과 모(謨)의 술수가 바로 귀곡자의 가르침이지요. 일반적 도덕을 가볍게 여긴탓에 유가에 의해 군자의 책이 아니라 치부되었습니다. 하지만, 왕들은 귀곡자 가르침을 이래저래 실천했지요.

제가 보는 관점은 복잡한 철학적 논쟁 필요 없이, 매우 실용적인 주장이라고 봅니다. 시대적으로 공자 이전이므로 유교적 도덕관념이 없던 시절에 대해 후일의 잣대를 대는건 무리입니다. 게다가 당시는 전국시대,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또렷이 목표에만 집중하는 단순함이 귀곡자 전략의 뼈대겠지요. 뼈를 감싸는 살은 사회심리입니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사람의 마음을 읽고, 얻고 다지는 방법에 많은 공을 들이고, 대단한 통찰을 보입니다. 중국의 인간심리 모델은 그렇게 2,500년전에 고도로 완성된 것입니다.

물론, 귀곡자가 진짜 누군지, 어디까지가 당대의 진본인지조차 모호한게 사실입니다. 또한 귀곡자가 손무의 병법서를 지니고 가르쳤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런 논란은 서지학의 과제로 넘긴다면, 귀곡자의 글들이 주는 집중력과 메시지에 마음을 열고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일을 도모하고 싶으십니까. 여러분과 함께 일할 사람에 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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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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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을 도모함에는 좋고, 실행하기에는 무리수가 많고, 외면하기에는 합당한 말이라 어렵다 느껴집니다. 귀곡자의 이치를 아는 사람은 제법 있을건데 생각보다 행하는 사람이 적지 않나 싶습니다. 뭐, 그 첫번째 예가 접니다만... ^^:;;;;;; 책은 한번 읽어보고 싶습니다만.. 예전에 읽어보겠다 말했던 것도 채 읽지 못하여.. ㅠㅠ 최근엔 그저 부끄러울...따름.. *^^* 그보다 함께 일할 사람에 답이 있다고 답을 내신 식견이 부럽습니다.
    • "일을 도모함에는 좋고, 실행하기에는 무리수가 많고, 외면하기에는 합당한 말"

      곰곰 곱씹을만한 커멘트입니다. 모드님이 썩 좋아할만한 주제는 아닌듯하지만, 한번 서점에서 스윽 들쳐보셔도 좋을듯.
  2. 마지막 말이 맺히네요..
    근래 팀원중에 한명이 회사를 떠난다고 합니다.
    회사 사정상 매력적인 제시를 할 수도 없고,
    믿고 남아 달라고 사정하기도 그렇구요 ..

    결국 사람이 전부인데..
    이래저래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
    • 맞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갑니다. 많이 아쉽죠.. 그럴때.

      책 재미있습니다.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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