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에 해당하는 글 4건

통계의 미학

Biz/Review 2011.12.13 22:00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 고등학교 다닐 때는 '수학의 정석'이라는 책이, 교과서를 넘는 표준적 지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한데, 대부분 학생의 정석책은 첫머리인 집합과 명제만 거뭇하게 손때를 타고, 미적분 쪽으로 가면 뽀얀 모습을 간직했지요. 그리고, 맨 마지막의 확률과 통계. 여기는 잘못 건드리면 손 벨 정도인 친구들이 태반이었습니다.

물론 기초부터 쌓여야 하는 학문의 특성 상 끝까지 완독하기 어려운 탓도 있지만, 아무리 독한 마음으로 덤벼들어도 좀체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이 통계와 확률인 탓도 크지요.

최제호

통계에 대해 사례 위주로 쉽게 풀어쓴 책이라해서, 가볍게 머리나 식히려 집어 들었습니다. 결론만 말하면, 꼼꼼히 공들여 작성한 품은 충분히 인정하는데, 그리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네요. 

통계를 전공했고, 통계를 현장에서 응용한 전문인으로서 저자의 식견은 학문적으로 적확합니다. 또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통계의 개념을 설명하려는 노력은 가상합니다.

다만, 교양 과학 서적이라는 상품으로 보면 매력이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학문적 기술은 교과서에 준하게 정론적입니다. 어투가 부드러운 점을 빼면 교과서와 차별을 느끼기 힘듭니다. 그러다보니 저처럼 통계와 확률을 충분히 숙지한 사람에겐 매우 따분합니다. 애초, 원했던 부분은 다양하고 재미난 사례였는데, 사례 자체도 신선하거나 인식의 전환적인 울림이 없습니다. 제가 가장 실망한 부분이 여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책 한권으로 적어내다 보면 저자의 내공으로 보아 몇가지 강렬한 토픽이 있음직도 한데, 그저 국내외 쉬운 사례 뿐입니다. 즉 사례에서 우러나는 상품성보다 교과서 내용의 설명적 역할에 그치고 마는 점이 아쉽습니다.

물론, 저자의 지향점을 제가 순수히 혼자 곡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통계책이 난무하는 형편을 고려하면 제 기대가 그리 답답한 바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위험(risk)를 변동성(volatility)이 아닌 위태로움(danger)로 이해하는(페이지 266) 저자의 아카데믹 넘치는 세상인식에서 이미 책의 밋밋함은 예고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리스크의 변동성 개념이 통계에서 나왔는데 말이지요.

정리하면, 데이터의 수집과 가공, 평균과 분산의 분명한 관찰, 비교에 따른 인과관계의 형성, 그리고 확률을 통한 의사결정에 이르는 통계의 개념을 찬찬히 다시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겐 쓸만한 교재입니다. 다만, 그런 공부의 목적이라도 꼭 이 책이어야 하는 이유는 찾지 못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Biz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1승9패 유니클로처럼  (4) 2012.01.09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직장인을 위한 안내서  (6) 2012.01.06
통계의 미학  (2) 2011.12.13
모든 것의 가격  (2) 2011.11.29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  (4) 2011.11.04
많아지면 달라진다  (4) 2011.11.02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2개가 달렸습니다.
  1. 첫번째 문단에 등장하는 그 친구들중 한명 입니다.
    통계에 대한 공부를 쉬이 시작 할 만한 혹은,
    추천하시거나 권하시는 책이 있으신지요?
    • 글쎄요. 제가 통계 전공이 아니라 접해본 책이 많지 않습니다.
      교과서류로 공부했습니다.
      어떤 쪽에 관심있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
secret

리스크는 무엇인가

Biz 2009.09.07 21:30
경주에서 올라오며 읽던 책에서, 의아한 구절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만 보면 '확실할수록 리스크가 작다'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중략) 불확실성의 크기가 리스크의 크기를 결정하지 않으며, 리스크의 크기 역시 불확실성의 크기를 규정짓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불확실성과 리스크는 그 자체로 전혀 상관이 없다.
-'시나리오 플래닝' 중
이 글 읽으면서 고개 끄덕일 분도 많고, 책에 나온 설득적인 기대값 테이블까지 보면 더 그런가보다 느끼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꼭 그럴까요.


Risk is not danger
사실 저 위의 내용은 책의 본령과는 상관없는 곁다리 설명입니다. 하지만 본 김에 평소의 생각을 써 봅니다. 전략과 재무하는 사람들은 리스크를 늘 갖고 놀기 때문에, 리스크에 대해 나름의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후배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Risk is not danger.
흔히 리스크를 위험도라고 이야기하는데, 한발 더 나아가서 손해까지 시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리스크는 위해(danger)가 아닙니다. 최소한 재무에서는 엄격한 정의가 있습니다. 그러면, 리스크는 뭘까요?


Risk is volatility
리스크는 변동성(volatility)입니다. 수식으로도 표현 가능하지요.
Risk = ρ
수학적으로는 표준편차입니다. 한편, 예상하는 결과를 재무에서는 E, 기대값으로 표시합니다. 다시 말해, 리스크는 기대값에서 발생가능한 산포의 범위를 말합니다.


What risk is
그래서 리스크의 속성이 나옵니다. 첫째, 리스크는 기대값에서의 이격, 즉 불확실성을 뜻합니다. 리스크가 작다는건 예상했던 기대치에 근사한 결과가 대부분 나온다는 뜻입니다. 리스크가 크다는건 기대값에서 많이 벗어난 값이 나올 경우가 많다는 뜻이지요.
둘째, 리스크는 양방향성을 갖는다는겁니다. 흔히 리스크를 위험(danger)로 치환하여 통용하는 이유는 부정적 변동성만이 주목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방향이든 기대값에서 벗어나는건 리스크로 간주합니다. 예컨대, 기대 주문보다 못미쳐도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만, 초과해도 문제가 생기지요.
셋째로, 리스크의 크기는 기대수익과 견주게 됩니다. 리스크가 작은 프로젝트는 결과의 기대값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으므로 확실성이 있고 그 쓸모를 인정 받지요. 재무적으로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작고, 이자율도 작게 됩니다. 반대로 리스크가 크면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자본비용을 높게 잡아줍니다. 부정적 리스크의 기대값을 상쇄할만한 매력이 있어야하니까요. 그래서 유명한 고위험 고수익 (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말이 생긴거지요.


Risk in my life
별 고민 없이 리스크란 말 자주 씁니다만, 리스크의 본질을 이해하면 적절히 활용도 가능합니다. 우선, 불확실성은 항상 양방향으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새옹지마가 그 극단적 사례입니다. 기대값의 상회, 하회를 다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내게 옵션(option)이 있다면, 즉 어느 경우에는 프로젝트 결과를 포기해도 된다면 리스크는 클수록 좋습니다. 왜냐면 하방 리스크는 포기하므로 제로값이고, 상방만 취하므로 변동성이 크면 떡고물이 커지지요. 이 간단한 로직이 옵션 프라이싱의 기본 아이디어입니다.
셋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리스크는 괴물이 아니란 점을 알았습니다. 그저 변동성일 뿐입니다. 따라서 두가지로 대처가능합니다. 내가 변동성을 통제할 수 있다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아니라면, 리스크를 가늠한 후, 감수하면 됩니다.

미래를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은 계산된 리스크(calculated risk)를 감수하는겁니다.
계산 없이는 무모하고, 감수 없이는 제자리 퇴보니까요.
신고

'Biz'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점 순례기  (24) 2009.10.13
전략이 미래를 보는 관점들  (10) 2009.09.14
리스크는 무엇인가  (18) 2009.09.07
꿈의 관리  (46) 2009.08.30
초보 스피커의 모습을 보며  (69) 2009.06.17
반환점을 돌며  (36) 2009.05.29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18개가 달렸습니다.
  1. 리스크는 위험이나 손해가 아니라 변동성이다. 변동성을 통제할 수 있다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맞는 말씀입니다. 무척 마음에 와닿는데요.
  2. 리스크를 변동성으로, 표준편차로 설명을 해주시니, 더 확~ 와닿네요. (나름 공돌이의 피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도...) 계산된 리스크를 잘 관리하는 것이 관리의 핵심으로 받아들여도 좋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3. 비밀댓글입니다
    • 맞습니다.
      그 부분간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게 이유가 있어서지요.
      제 설명대로 이해하시면 자연스러울겁니다.
      이 부분 관련해서는, 계속 이야기 나누시지요.
  4. 리스크를 불확실성에 따른 History, Monte Carlo 등
    접근이 아닌 변동성으로 쉽게 설명을 해주셔서..
    반갑네요...
  5. 환상적인 타이밍의 포스팅입니다^ㅡ^b
    왜냐구요?? 바로 앞 주말에 현지 공단신설하는곳 땅보러 갔다왔거든요.
    여자친구랑 risk에 대해서 논의를 많이했었는데 ^ㅡ^ㅋ
    특히 risk는 danger가 아니며, risk=p 변동성, 기대값의 표준편차.. 와닿습니다.

    이 글을 보기전이지만, 일단 푼돈이나마 사놓기로결론지었구요,
    오늘 이 글을 보고나니, 그 결정이 계산된 리스크를 감수하기로 했다는 내 자신의 다짐이었나봅니다. under my control만 되면 좋겠네요^ㅡ^

    완전히 한방먹은 기분입니다^ㅡ^
    즐거운 하루되세요^ㅡ^!!!
    • 여자친구분과 땅보러 다니신다니.. 그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군요.
      모쪼록 좋은 투자 되시고 리스크를 감수한 보람 있기를 바랍니다. ^^
  6. 직업 특성상 risk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risk에 대한 멋진 글을 보고 글을 남깁니다. 마지막 문단은 정말 멋진걸요. 즐건 하루 되세요.
    • 네. 이국에서 이색적인 일을 하시는군요.
      하는 일에서 의미있는 결실 맺으시기 바랍니다.
  7. 미래를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은 계산된 리스크를 감수하는것이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일단 리스크를 계산해야 겠습니다.
  8. 짧고 굵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이군요. 역시 내공은 그냥 쌓이는 것이 아닌가봅니다.
    • 간결한 설명으로 느껴졌다면 저도 기쁩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마하님까지 m으로 시작되는 닉이 연속 셋이네요. ^^)
  9. Risk is opportunity.
secret
'탐욕과 공포의 게임'이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인간이 투자에 실패하는 이유를 다룬 내용입니다. 구뇌에 내장된 탐욕과 공포 시스템이 그 원인이지요. 책의 말미에 탐욕과 공포에서 벗어나 부동심을 수양한 고수 투자가들의 인터뷰가 있습니다. 그 중 인상적인 부분이 있어 먼저 정리해 봅니다

시스템 트레이더 (메리츠증권 이경환 본부장)
  • 매수는 시스템으로 해도 청산은 직감을 이용하고픈 유혹이 있었다. 작은 계좌로 실험한 결과 참담히 실패했다.
  • 팀원간 시스템 트레이딩 프로그램의 알고리듬을 공유하지 않는다. 어떤 시스템이 우월하다고 알려지면 쏠림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가치 투자자 (팍스넷 김철상 이사, 쥬라기)
  • 10% 현금 비중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 시한부 상품은 거래하지 않는다. 예컨대 만기가 있는 선물, 옵션이다. 또한, 자금의 시한이 있는 신용, 미수 투자도 시한부 상품과 똑같다.
  • 가치투자는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것이고, 단타는 회전율을 높이는 소매상이다.
  • 공짜 정보는 있을리 없다. 정보를 가려서 읽어라.

옵션 트레이더 (부국증권 빈진욱 부장)
  • 오만한 자에게 복수하고 싶으면, 선물/옵션을 가르쳐 주면 된다.
  • 기계가 도입되면서 차익거래는 기회가 없어졌다. 요즘 트레이더는 '통계적 차익거래'를 한다.
  • 옵션 수익의 원천은 fat tail이다. 꼬리가 두툼해질 때 (anomaly가 생길 때) 변동성이 늘어난 것이고 가격이 부풀어진다. 이때 매도하고 그 포지션을 보호한다.
  • 이 과정은 기계적이다. 뉴스조차 안 본다.
  • 변동성이 가장 심한 시각은 오후 2시다.
신고

'Biz'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을 향한 첫 발  (146) 2009.02.22
Rational Gut  (18) 2009.02.13
부동심 투자가의 어록  (14) 2009.02.10
선거결과를 내게 다시 물어 달라  (30) 2009.02.06
[책 소개] 시나리오 플래닝  (19) 2009.01.19
진심으로 전하는 프리젠테이션  (20) 2008.12.30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14개가 달렸습니다.
  1. 오만한 자에게 복수하고 싶으면, 선물/옵션을 가르쳐 주면된다. ㅋㅋ
    이거.. 와 닿는데요~ 흠.. 그런데 선물/옵션을 가르쳐 주려면 제가 먼저
    공부를 해야 한다는 리스크가... ㅡ.ㅡ;;;
    • 흠.. 꼭 배워서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런게 있다고 알려주는 것으로도 충분할 때도 있지요. ^^;;
  2. "통계적" 차익거래... ㅎㄷㄷ 하네요.
  3.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부동심'이 오타일 거라 생각했는데 오타가 아니네요.
    그런데 '구뇌에 내장된 ~'에서 '구뇌'는 오타 인지 아닌지 알송달송하네요..

    오만한 자에게 복수하고 싶으면, 선물/옵션을 가르쳐 주면 된다.
    선물과 옵션의 위험성을 잘 말하고 있네요.
    • 구뇌 맞습니다. ^^
      제 옛글 보시면 같은 맥락의 이야기들이 좀 있습니다.
      (http://inuit.co.kr/search/%EA%B5%AC%EB%87%8C)
      아직은 다 안 읽으셨군요.
      아직 더 방문해주실듯 해서 다행입니다. ^^;;
  4. 실로..오랜만에..댓글 남기네요.. 잘 지내시죠?
    한번 뵙고 싶은 몇 안되는 블로거(제가..낯을 많이 가려서 ^^;)중에 한분인데 ㅎ

    위에 적힌 글들 중에서...
    쏠림현상에 대한 부분은..여러가지 분야에 유의미한 내용 같습니다.

    어떤 분야던지..된다 싶으면..쏠리고.쏠리게 되면.. 유의미함을
    상실하게 되니까요.. 블로그도 마찬가지가 되어 가는듯...
    • 이스트라님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지요.

      말씀처럼, 인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게 생존가능성을 높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진화론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지만요.
      하지만 리더의 위치에서 단기적 실적과 장기적 역량 구축 사이의 명쾌한 선언이 그리 쉬운일이 아니지요. ^^
  5. 오만한 자에게 복수하고 싶으면 선물/옵션을 가르쳐라!

    정말 명언이군요!

    선물 건드렸다가 낭패보고 주식에서 완전히 손뗀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정말 공감가는 말입니다.

    나중에 취업하면 월급의 일부를 적금붓듯이 제가 취직한 회사 주식을
    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때의 선물 낭패 경험이 큰 교훈이 되었지요

    정말 1000000번 공감하는 말입니다. 오만한 자에게 복수..


    ............................................................ 흑흑.....
    • 허걱.. Jjun님 선물까지 다녀왔습니까. ^^;
      최고의 투자는 스스로의 몸값을 올리는겁니다.
      투자는 자기개발하고 남는 여력만큼만 하면 딱 좋습니다. ^^
    • 취직한 회사의 주식을 사시기 보다는,
      경쟁업종, 경쟁업체의 주식을 사셔야...

      헷지!
  6. 거참. 알고 있는 것과 행하는 것 차이에서 늘 방황하고 있네요..
    부동심.. 머리론 이해하지만.. 몸이 말을 안 들으니.. 적잖이 당황 스럽습니다.

    한종목을 4년째 가지고 있는데.. 3배갔다가 마이너스 50%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ㅋㅋㅋ
    종목 선택, 부동심의 조화 어느것 하나 쉬운게 없습니다..
    • 머리로 이해하는걸로는 부족하지요.
      저도 냉정해지려 많이 애씁니다.
      크게 날린적은 없지만, 저도 타이밍 놓친적 많습니다. ^^
secret
사용자 삽입 이미지

Peter Schwartz

원제: Inevitable Surprise


사다 놓은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아 오래 묵혔던 책입니다. 요즘 바빠 마음이 각박했던 탓에 먼 미래 이야기는 미루고픈 마음이 있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이 책은 시나리오 플래닝의 대가인 슈워츠 선생이 바라보는 미래상을 적은 책입니다. 시나리오 기법이 근저에 깔렸으되 기법 자체에 대한 장황한 설명 없이 결과 예측만 간결하게 정리해 놓았습니다. 2003년 책이지만 워낙 멀지감치 내다본 터라 많이 어색하거나 어긋나지 않습니다.
저는 결론으로서의 예측보다, 과정으로서의 방법에 관심이 많은 터라 조금 살을 발라 보겠습니다.

미래 예측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개념은 영어 원제에 잘 나와 있습니다. Inevitable Surprise, 피하지 못할 경악 쯤 되겠지요. 

Inevitable
우선 피할 수 없다는 "inevitable"은 거대한 추동력을 의미합니다.
인구나 정치경제 등 거시적 지표에 의해 치열하게 추론하면 '결국 이 일은 벌어지고 말겠구나.' 라는 결론에 당도하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 듣는 이는 대개 부정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설마 그런 일이 생길라구..'
만일, 근거 없이 부정하고 싶어하는 반응이라면 이미 그 추동력은 발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반대 상황의 효익을 향유하고 있으며 박탈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불가피한 추동력의 이해야말로 위기관리와 기회추구의 호기입니다.


따라서, 전략가라면 거시지표를 관찰하고, 큰 흐름을 모니터하며 미래 상황을 끊임없이 시뮬레이션 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들 인상 찌푸리며 그런일이 어떻게 생기겠느냐고 거부하는 부분을 집중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Surprise
다음 단어는 놀랄 일을 의미하는 "surprise"이지요. 그 일이 생길 것은 알지만 정확히 언제, 어떤 속도로 벌어질 일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대답해주기 어렵습니다. 막연한 불확실성입니다.
이 때 대개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맞서 방어적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이 반응은 과도하게 체념하여 언제 생길지도 모를 일로 억압받아 꼼짝않고 상황 변화만 기다리는 경우입니다. 다시 말해 눈앞의 작은 이익만 추구하며 위험이 감당할만한 수준으로 평온해질 때까지 복지부동하는 상태지요.
이 또한 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전략가는 이 부분에 대해 철저하게 계산된 위험 (calcuated risk)을 택해야 합니다. 911 테러나 쓰나미 같이 경악할 일(surprise)은 실현은 예상되나 시기를 예측하기 힘든 사례입니다. 이 경우라면 시나리오 형식의 대응이 합리적이겠지요. 단기적, 중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의 대안을 마련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위험 노출도 (risk exposure) 관리가 핵심입니다.



이미 시작된 20년 후
이처럼 변하지 않는 추동력과 변동성이라는 성분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은 슈워츠 선생의 '미래를 읽는 기술 (The art of long view)'에서도 한번 소개한 바 있었습니다. 이해를 도우려 이번에는 원제목으로 책의 핵심을 설명 드렸습니다. 원제목도 멋지지만, 번역제목도 우아합니다.

미래학 책에서 흔히 드는 사례가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추동력에 대한 부분입니다.
아주 큰 강이 있습니다. 통상 나일이나 갠지즈를 듭니다. 상류에 유량에 현격한 변화가 생기면 하류에 영향을 미치는건 당연합니다. 그것을 피하기는 힘들지요. 만일 누가 상류의 상황을 안다면 몇 달 후 이 곳 상황을 예언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추동력이지요.
예컨대, 나일의 신관은 앞서 오는 물의 유속과 색을 보고 홍수나 가뭄을 예언했다고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inevitable surprise는 이미 시작된 20년 후라고 의역이 가능하지요. 20년이라고 시기를 못박은 부분에 부정확성은 있지만, 허위와 가공이 버무려진 제목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그 정도는 상징성을 위한 애교로 봐야겠지요.


몇 가지 재미난 예상
책의 예상은 수긍할만하면서 재미있습니다. 이미 타 매체에서 많이 언급된 내용도 있고 책 읽을 분의 재미를 위해서 자세한 언급은 안하겠습니다. 다만 맛뵈기 몇가지만 소개하지요.
*인간의 평균 수명 연장 추세 + 노년 활력 증가 + 은퇴 후 직업 불안... = 노인 전과자의 증가
*중국의 1자녀 제도 -> 2020년경 신부 1000만명 부족 -> 해외 신부 수입 = 문화 및 인종 mix와 그 후폭풍
*무슬림 인구의 유럽 유입 -> 무슬림 여성의 다산 선호 = EU내 Muslim Society 정착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지혜가 필요하므로 많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예측에 따라 실행하는 일은 용기까지 필요하여 더욱 어렵습니다.
따라서 그만한 반대급부는 존재합니다. 결국 중요한 부분은, 의식적인 유연성입니다. 고개를 높이 빼 전방을 주시하고, 본 것의 의미를 생각하며 사는 버릇을 들이는 자체가 장기적 경쟁력의 한 축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신고

'Biz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웹 2.0 경제학  (12) 2007.07.08
전략, 마케팅을 말하다  (8) 2007.07.07
이미 시작된 20년 후  (12) 2007.07.01
롱테일 경제학  (12) 2007.06.30
첫 문장에 반하게 하라  (10) 2007.06.24
머니볼  (32) 2007.06.17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12개가 달렸습니다.
  1. 항상 흥미있는 책 추천 감사합니다.
    이 책도 읽어보아야겠군요 ^^
  2. 문득 워렌버핏이 언급한
    "지구온난화 -> 자연재해증가 -> 보험관련산업의 이익감소"가 떠오르네요..

    버핏도 슈워츠 선생의 책을 읽은걸까요??
    적어도 한분야의 "대가"라면 그정도의 예측은 다 하는 걸까요..? ㅋㅋ
    • 지구온난화에서 빠지지 않는건 언제나 보험 이야기입니다;;;;
      얼마전에 페이퍼 쓰면서 여러 통계 자료를 접하기도 했구요
    • ysddong// 버핏도 미래학의 기본인 인구통계등에 관심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추동력을 알아내는 기본 단계지요.
    • astraea//
      지구온난화는 좀 더 지켜봐야할 추동력 같습니다.
  3. 노인전과자 증가..가 재미있네요
    역시 저는 짧고 굵게 사는 쪽으로-_-
    • 세가지 추동력이 너무 확실한 경향이 있어서 역시 시간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 세가지 조합으로 노인전과자를 생각한 저자의 생각이 참 기발합니다. -_-;;;
  4. 재밌겠어요. 저도 지금 밀린 책 다 읽으면 읽어야겠네요.
    중국의 해외 신부 수입이라니.. 그렇게 되면 저희 나라도 한 몫 하지 않을까요.. 걱정되네;;;
  5. inuit님의 서평(?) 을보면 다 재밌을거 같은데..요책도 역시 +_+재밌어 보입니닷!
    그런데 ㄱ- 마인드 해킹은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어요. 어쩜 좋으까염 흑흑.
    • 마인드 해킹은 짧막짧막한 글들이라 진도가 잘나가지 않나요? 설마 다 외워가며 읽는중? ^^;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