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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해외투자기업인 코데코가 들어간 나라, 1년 방문객 31만명에, 진출한 한국 기업 1200개, 현지에 창출한 고용 인원 60만명, 최근 20년간 교역량 10위권에 항상 들어 있던 그 나라.. 바로 인도네시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인도네시아는 피상적인 몇개 키워드와 손쉬운 관광지 정도로 자리매김한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신혼여행 및 휴양지로 각광받는 발리가 인도네시아와 별개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적어도 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개념적으로 정확히 가르지 못했다. 출장 다녀오기 전까지는. 

임진숙

NGO로 현지에서 몇년을 살았던 저자의 다양한 이야기는, 무채색으로 내 인식 속 동남아에 쳐박혀 있던 인도네시아에 개성과 생동감을 불어 넣었다.

 
가장 크게 배운건, 표현의 스타일이 40년 전 한국과 같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는 문화학에서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고맥락 사회(high context society)다. 즉, 표현되어 지는 부분 이외의 맥락을 두루 살펴야 온전한 커뮤니케이션이 된다. 

그리고 그 목적 함수는 조화로운 사회화다. 남들과의 조화, 기분 상하지 않기 위한 배려, 결과로 남앞에서 망신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습성 등이다. 그 이유로, 어떤 면에서 인도네시아를 보면 매우 순박하고 온순하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믿기 힘들고 불성실한 모습이 겹쳐지게 된다. 사실, 서구화의 진전으로 우리나라가 급속히 저맥락 사회가 되었을 뿐이지, 내가 어렸을 때 구미의 외국인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느끼는 모습이 바로 그랬다. 한 때 코리안타임이라 불리웠던 모호한 시간관념까지 인도네시아는 그대로 지니고 있을 뿐 내가 보기에 크게 다른 점은 없다.

그 외에 가장 특징적인 인도네시아 모습은 종교의 용광로라는 사실이다. 2억명이 넘는 세계 최대의 무슬림을 가진 나라지만, 아랍의 무슬림처럼 원리주의적이지는 않다. 고대의 힌두세력, 불교정권, 그 후 아랍의 무슬림에 이어 포르투갈의 구교, 네덜란드의 신교에서 화교의 유교까지 파도처럼 순차적으로 나라를 덮은 인도네시아다. 시기상으로 거쳐간 모든 종교가 지금도 한 나라 안에 녹아 있다. 또한 각 종교가 인도의 토착신앙과 혼합되어 어찌보면 인도네시아 식 이슬람, 인도네시아식 힌두교를 빚어내기도 했다. 카스트에서 자유로운 힌두교도, 고기와 술을 마시는 무슬림 등. 인도뿐 아니라 인도네시아도 종교 박물관이다.

그외에 인도네시아는 커피의 대량 산지이다. 전통적으로 브라질, 콜럼비아에 이은 3대 커피 수출국이었다. 본섬 자바(Java)는 물론 수마트라, 슬라웨시 모두 신맛이 덜하고 흙냄새가 강한 인도네시아 특유의 커피 종을 자랑한다. 

또한 정향, 육두구 같은 향신료의 산지이기도 한 인도네시아다. 그 이유로 식민지의 아귀다툼 속에 빠지기도 했고, 네덜란드가 맨하튼을 영국에 넘기고 안정적 지배를 확보한 것도 향신료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깨친 이런 생동감이 이제 내 마음 속 인도네시아를 독자적으로 채색하게 되었다. 단지 18,000개 섬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다의 도서 국가, 360개 부족이 모인 다채로운 열대 국가를 넘어, 시공간 속에서 다양성을 유지하며 온전함을 유지한 인도네시아 특유의 저력에 눈길을 두게 된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출장을 통해 이런 점들을 생생히 깨닫는데 도움이 되어 유익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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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함께 일하는 직원분이 인도네시아 정글 석탄광산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광산근처 마을 원주민이 동물이빨로 만든 목걸이를 하고 있어 돈 줄테니 하나만 구해달라고 했는데 야생곰 한마리를 통채로 사냥해 왔다더군요.

    신혼여행으로 갔던 발리외에는 인도네시아에 대해 모르다가 이 정글 얘기를 듣고는 발리가 아닌 다른 인도네시아를 한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이 글 보니 더 가고싶고 알고싶어지네요.
secret
진화론을 믿으시나요? 아니면 종교를 믿으시나요. 둘 다 믿으시나요.

재미나게도, 우리나라 천주교 신자의 83%는 진화론을 믿습니다. 불교신자는 68%가 믿습니다. 그러나, 개신교는 40%만이 진화론을 믿습니다. 진화론이 과학이라면, 학력에 따른 편차는 있을지언정, 종교에 따라 수용하는 비율이 달라진다는건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면, 왜 이런 일이 있을까요?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

사실, 어렵고 복잡하고 믿기 힘들기로 따지면, 20세기 과학의 최대 성과이자 난해한 수식인 상대성 이론을 못 믿는 사람이 많아야 옳을 것입니다. 하지만 훨씬 직관적이고 이해도 쉬운 진화론은 못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히려 그 탄생 직후부터 거센 논란에 휩싸이며 찬반양론이 격돌해 왔습니다.

모든 증거를 완벽하게 모으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신빙성 있는 증거과 검증가능한 가설을 통해 입지를 굳혀온 진화론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강한 보수적 개신교측에서는 진화론 말살에 집요하고 조직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진화론의 생각이 과학이 아니라 신을 믿고 싶지 않아하는 무신론자 과학교도의 신앙이라는 관점마저 견지합니다. 심지어, 진화론이라는 이론의 자격을 부여하기도 싫어, 추종자가 많은 다윈의 개인적 견해라는 뉘앙스가 강한 다윈주의(Darwinism)이란 말을 쓰지요. 상대성이론을 아인슈타인주의라(Einsteinism)고는 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이유는 단순하지만, 태도는 필사적입니다. 진화론을 거슬러가면 생명의 탄생에 대한 신학적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지요. 신이 인간을, 동물을, 사물을 각자 쓰임새대로 생김새대로 지어 만들었다는 설명이 무력화되면, 종교 비즈니스에 큰 위험을 느끼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니 그렇습니다. 

재미나게도, 이슬람교도는 진화론에 더욱 거부감을 느낍니다. 터키의 진화론 수용률은 40% 수준입니다. 반면, 천주교는 교황이 진화론의 과학적 의미를 인정하는 등, 유신적 진화론을 수용합니다. 즉 진화는 인정하되, 천주의 큰 뜻 하에 이뤄졌다는 이중구조로 조화를 이룹니다. 불교는 워낙에 윤회와 순환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진화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작습니다.

결국, 진화론과 창조론은 과학과 종교가 벌이는 대결입니다. 그 뒤에는 거대한 권력구조의 헤게모니 싸움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책의 비유처럼 상어와 코끼리의 싸움처럼 애당초 교집합이 없는 전투입니다. 물에서 싸우면 상어가 이기고, 뭍에서 싸우면 코끼리가 이기는거지요. 하지만, 굳이 신의 섭리를 따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보이지도 않는 종의 기원과 인류의 발달과정을 집요하게 파헤쳐 종족의 비밀을 찾아낸 인류의 이 모습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찾는게 낫지 않을까요. 정말 종교를 과학의 잣대로 제대로 파고들면, 입지를 옹색하게 만드는게 진화론만이 아니란 점을 염두에 두어야겠지요.

전 종교에 있어 개방적입니다. 그 용도가 있음을 믿기에, 신앙과 종교의 존재를 긍정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독존을 위해 과학을 말살하는 행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진화론은 종교의 부정도 아니고, 종교에 대한 공격도 아닙니다. 종교는 종교대로 설명하는 세상이 있고, 과학은 과학대로 설명하는 세상이 있으며 그 둘은 결코 공존 불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설명하는 세계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 두 세계 간의 화해와 정합이 필요하면 반복가능하고 검증가능한 과학을 믿으면 될 터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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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둘 다 믿어요~ 종교도 있고 진화론도 있을테구요. 자연현상이나 문명은 인간이 어떻게 정의내릴 수 없는거니까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다 수긍하고 보는거죠 뭐^^
  2. '종교 비즈니스' 라는 단어가 와닿습니다.

    그 자체의 종교가 아니라 종교 비즈니스라면 자신의 비즈니스활동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무엇이든 당연히 반대하고 부정하고 자신의 고객이 물들지 않게 노력하는게 맞겠지요.
    • 네. 그래서 천주교는 좀 더 너그러운게 아닌가 싶습니다. 교리 자체도 그렇지만, 소매영업 위주에 market share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서, 전투적인 성향이 증폭되는게 아닐까 생각해본 적도 있습니다.
  3. 종교와 과학이 왜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는지부터가 의문입니다.
    과학은 우리 주위에 있는 것이 어떻게 발생하였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종교는 그것들이 왜 발생하였나에 초점을 맞추지요.

    인간이 멀리 있는 달에 갈 수 있게끔 해준것이 과학이라면, 인간이 가까이 있는 동료에게 가까이 갈 수 있게하는 것은 종교입니다.

    과학은 일종의 수단일뿐입니다. 과학이 종교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입니다.
    • 종교도 인간이 만들어낸 이상, 과학이 종교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단정은 무모한 확신이죠. 사실과 인과관계에 근간을 두고 그걸 증명하려는 과학과 실체조차 불확실한 "대상"을 믿고 따르게 만들어낸 종교가 비교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차라리, 마음의 평온을 얻고 사람들과의 교류를 위해 교회/성당/절에 다닌다고 말하는 사람이 솔직하고 더 믿음이 갑니다.
    • 저도 third stage님과 의견이 비슷합니다.
      종교와 과학이 양립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는게 아닙니다.
      다만, 반대로 과학이 종교와 배타적인 개념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 물론 제가 말하는 종교는 비지니스식 종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세계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종교는 비지니스식 종교로 바뀌었습니다. 종교인이라도 인정할 건 해야지요.
  5. 과학이 종교를 대치할 수 없다고 말한것은... 그 용도가 틀리기 때문입니다.
    과학이 발견해온 것은 제한적인 것이지요.
    그 제한적인 것을 전체에 대한 잣대로 들이댄다면 곤란합니다.
    • 과학의 제한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풀려가는건 잘 아실겁니다. 이 점은 논의에 핵심적 내용은 아니구요.
      앞에서도 밝혔듯, 과학과 종교의 용도가 다른점은 제 주장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
  6. 요즘 눈먼 시계공을 읽고 있는데요.(한 3주째..-_-) 자연선택설에 대해 썰을 푸는데 아주 솔깃합니다. 그전부터 진화설을 믿었는데 확률이 너무 낮긴해요. 그렇지만 우주는 엄청나게 넓고 행성도 무수히 많으니..그중에 지구같은 환경을 가진 별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중에 운좋은 행성이 지구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신이 있다고 믿습니다. 젭알..-_ㅜ
    • 확률은 매우 낮은게 맞습니다만, 무한시행이라는 모수가 곱해지는 점이 중요합니다. ^^
  7. 토니가 흥미있는 테마를 올려 놓았네요.
    책 하나 소개합니다. 프랜시스 S. 콜린스의 "신의 언어"......
    의학유전학자가 인간 DNA 설계도를 작성하는 중에 발견한 "신의 존재"를 흥미있게 기술하였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도발적인 진화생물학자나
    신정국가를 표방하는 미국의 골수 개신교도들과는 달리, 토니가 얘기한대로,
    교황과 같은 "유신론적 진화론자(자신의 표현대로는 BioLogos)"의 기가막힌 논리가 전편에 흐르네요..참고로, 소생은 아시는 분은 아시는바와 같이, 신의 존재를 믿을 수 밖에 없는 천주쟁이올시다. super choi
    ps: 사실상 오늘 facebook 처음 들어왔습니다. 본사에서 선물로 얻은 갤럭시 탭을 새벽녘 마누라 핀잔을 들어가며 만지작 거리다가 우연히 토니의 블로그에 들어왔네요..그런데 분명히 갤럭시로 먼저 올렸는데 다시 와 보니 자취가 없네요? 갤럭시 문제인가요, 아님 소생의 무지인가요? super choi again.
    • 아.. 형님.. 닉이 길어졌네요, 봄롬에서.. ^^

      책 소개 고맙습니다 형님. 전 자신의 믿음을 유지하면서도 사실을 받아들이고, 또 자기 세계관에 맞게 포용하는 사람들이 좋습니다. 불교나 천주교는 그런 넉넉함은 있는듯 합니다. 개신교도 일부 influential한 몇명이 고립주의를 표방하는데 많은 신자가 양떼처럼 좇아가는 경향이 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갤럭시 문제는 아닌듯하고, 저도 아이폰에서 모바일 페이스북이 종종 글 날려먹는걸 경험한적 있습니다. 갤럭시로 페북에 글 쓸 때는 조심하셔요.
secret
황당한 상황을 설정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전쟁에 패해서 무슬림 국가가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처음에는 온나라가 완강히 저항할겁니다. 불교, 기독교에 유교까지 연합을 할지도 모릅니다. 당신도 이슬람교가 특별히 싫어서라기보다, 당신 영혼의 자유를 위해, 그리고 본디부터 지닌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저항하고 반동할 것입니다.
적어도 처음 몇년간은 말이지요.


* * *

하지만, 이 상황에서 우리 국민은 무슬림 수뇌부에 유효한 타격을 입히지 못한채 십년이 흘렀습니다. 이젠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신 회사의 동료중 반은 이미 무슬림으로 개종했습니다. 표면적으로 저항은 하지 않지만 아직 불만이 가득한 당신은 신조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비무슬림에게 부과하는 인두세를 더하면, 개종한 동료가 내는 세금의 두배입니다. 속상합니다. 겨우겨우 노력하면 못낼 돈은 아닙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빠듯해지는 살림탓에, 요즘엔 아예 대놓고 면박을 주는 배우자의 독촉에 얼굴만 벌개집니다. 돈을 더벌어 오지 못하면 엿바꿔 먹지도 못할 기독교에 대한 맹목을 버리고 개종해서 인두세 면제 혜택을 받으라는거지요. 혼자 독야청청해봤자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우리만 손해 아니냐고 다그칩니다.

그러고보니, 당신 상사인 이란 사람 알타프 씨는 매우 멋진 사람입니다. 영민한 비즈니스 감각과 사람에 대한 존중과 예의, 신사답고 여유있는 유머 등 형님으로 모시고 배울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사실 무슬림이라고 해서 친하게 지내지 못할 이유는 무얼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알량한 지조..?

게다가, 생각해보니 작년 여름에 조카녀석이 중한 병을 앓았을때는 어땠나요. 신장 기증을 받지 못해 온가족이 쩔쩔 맸습니다. 당신이 속한 기독교 공동체에는 아무리 호소를 해도 십원 한장 도움은 커녕 전화 한통의 호의도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신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특히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무슬림으로 자꾸 개종함으로 교세가 위축 일로입니다. 게다가 7년전부터, 교회의 헌금수입에 과세하기 위해 영리/비영리를 불문하고 모든 조직에 동등한 세율을 부과하는 '단일과세법'과, 특정 교세의 지위가 미약해 국민의 종교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황당한 헌법해석에 근거해, 10년 한시로 이슬람교도의 기부금만 소득공제를 시행하는 '교세균형특별법'이 발효되었지요. 비무슬림에 대한 인두세는 설명했었던가요? 이렇게 나날이 교회의 형편이 어려워지니, 교단이 제 앞가림도 어려운 현실임은 모르는 바 아닙니다.
결국 당신 조카의 딱한 소식을 들은 인근 도시의 모스크에서 구역내 무슬림에게 통지를 돌려 3일만에 건강한 신장을 기증해주었습니다. 당신의 여동생과 그 가족이 너무도 고맙다고 바로 무슬림으로 개종했을 때 그들을 한번 쏘아보긴 했지만, 탓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해준 것도 없는 외삼촌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무엇보다도 이제 곧 차장 승진을 눈앞에 둔 당신입니다.
무슬림 경영진과 이란계 자본으로 이뤄진 이 회사에서 기독교를 유지한채 성장해 나간다는게 가능이나 할까 자꾸 의구심이 생깁니다. 물론, 회사는 성과 인종, 그리고 종교에 의해 직원을 차별하지 않음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일찌감치 무슬림으로 개종했으나, 그와 관계없이 당신이 영혼의 친구처럼 여기는 대학 동기는 계속 권유합니다. 이 세상으로 넘어오라고. 전보다 더욱 아름답다고. 사실 당신이 졸업한 대학 동문들은 대개 무슬림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기에,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계 무슬림 파워 엘리트의 네트워크에 속하게 됩니다.

과연 어찌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 * *

자 그리고 또 십년이 지났습니다.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요?

원제: Old World Encounters
사용자 삽입 이미지

Jerry Bentley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설을 쓰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은 인류가 역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겪었던 모습입니다.

위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터키에서 출발해 중동 지역 전역에 걸쳐 강력한 이슬람 국가 연합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베리아 반도는 끈질긴 저항으로 기독 반정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불교는 자신의 근원지인 인도에서조차 마이너리티로 전락했습니다.
조로아스터도 자신의 발원지인 페르시아에서 쫒겨났고, 인도로 넘어가 파르시로 명맥만 유지할 따름입니다.

기독교, 이슬람, 불교 그리고 유교까지 동원하여 종교를 표면으로 내세우고, 그 이면에는 정치라는 의도와 문화라는 추동력이 끊임없이 문명간의 충돌과 혼합 그리고 교류를 이어왔기 때문입니다.


'고대세계의 만남'은 이러한 내용을 위주로 문화교류사를 다룬 독특한 책입니다.
마치 판구조론이라는 관점으로 지질학을 보면 많은 의문이 풀리듯, 역사상 문명의 전개양상에 있어 각 문화가 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통찰을 얻는 책입니다. 저는 매우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문명간 만남에 의해 생기는 사회적 conversion이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이며, 세가지 범주로 나뉩니다.
1. 자발적 제휴: 엘리트 계층이 외부 네트워크를 이용한 도움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외부 문화를 수용
2. 사회/경제/정치적 압력: 경제적 인센티브나 상벌을 이용해 사회전체를 변환
3. 동화: 소수가 다수에 흡수 통합
+ 절충주의: 현지 문화를 인정하고 타협하여 혼합함.
   (예컨대 불교가 중국에 들어갈 때 노장의 언어로 설명. 열반=무위 등
)

실제로는 위의 프로세스가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조합으로 나타납니다. 위에서 무슬림 대한민국에 대한 상황 전개를 제가 가정한 것도, 몇세기전에 그랬듯 제가 1번과 2번을 조합해 그려본 내용이지요.

역사적으로는 네번의 거대한 문명 교류 시대가 있었습니다.

1. 고대 실크로드 시대 (-2~5c): 처음 동양과 서양이 조우. 전염병으로 실크로드 붕괴.
2. 선교자와 순례자 시대 (6~10c):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확산과 세력화.
3. 유목제국의 시대 (11~14c): 투르크와 몽골의 유라시아 지배. 선 페스트로 궤멸.
4. 신세계를 향하여 (15c~): 정화와 무슬림의 원정. 노예무역의 시작 등

지금 시대 각 종교의 형성과정을 통해 영욕과 애증이 문명간의 충돌로 각 민족의 meme에 트라우마로 새겨진 사연들이 많습니다. 자발적이든 강압적이든 개인의 개종과 사회의 conversion은 많은 고통과 정신의 개조, 삭이기 힘든 아쉬움을 수반하게 마련이니까요.

전반적으로 평하면, 제가 미리 책을 사놓고도 해외출장 시 읽으려고 한달을 기다렸던 보람은 있었습니다. CES 다녀오는 비행기에서 아주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집보다는 길위에서, 한국인들 사이보다는 외국인이 어른거리는 자리가 잘 어울리는 책이니까요.
문체는 논문투라 상당히 딱딱합니다만, 번역은 나쁘지 않습니다. 유려하지는 않아도 정확한 쪽입니다. 건조하지만 졸립지 않습니다.


특히, 경영하는 제게는 또 다른 배움이 있습니다.
첫째는 변화관리 (change management)입니다. 문명도 변하는데 기업이 왜 못변하겠습니까. 그리고 그 변화를 이끄는 첫머리는 역사에서 배울 점도 많을겁니다. 예컨대, 첫 변화를 이끄는 엘리트 집단의 선정이나, 변화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및 motivation management 그리고 제도 관점의 infra structure에는 시사점이 크지요.
게다가 변화관리를 넘어 두 이질적 집단의 동거인 M&A의 후과정을 리드하는 post M&A도 문화사적 관점을 도입하면 시행착오를 줄이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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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즘 부쩍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새록새록 생기는데
    마침 좋은책인거 같네요,,^-^
  2. 결국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업은 역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같이 변화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아직 마래를 많이 생각할 수 있는 나이이기에, 이렇게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 무섭지만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이 많이 생겨 두근거리네요 ^^
    만약 제가 저 황당한 설정속 주인공 이라면,
    지금은 자칭 굳건한 크리스찬이라 하지만 바뀔것 같네요ㅋ;
    새로운 변화, 새로운 세상, 새로운 문화 ㅡ 이 편이 제게는 더욱 흥미롭군요,
    제가 아직 많이 젊으므로 변화에대한 기회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 '아직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나이이기에' -> 이부분 염장입니다. ㅠ.ㅜ

      제가 아직 젊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인생이 촉박하다는 조급증은 은근히 느끼고 있거든요.

      블로그에서 잠시 보고 온 네구님의 도전정신이 참 멋집니다. 지금처럼 계속 건투를 빕니다. ^^
  3.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그저 황당하기만 한 얘기가 아니라 인류가 지금껏 껶어왔던 일이라니 말입니다. 지금 우리는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으니 다행인건가요, 아니면 지금이 오히려 예전보다 더한 격동의 시대지만 단지 인지하지 못하는 걸까요.
    항상 그렇지만 이런 역사 얘기를 들으면, 장구한 역사 앞에 한 인간의 삶이 얼마나 작은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겸손해 집니다.
    멋진 리뷰 잘 봤습니다^^
    • 저도 이 책을 읽으며 그나마 우리는 좀 행복한 편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위의 가상 시나리오를 써볼 생각을 했구요.

      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개종과 conversion은 분명히 진행되는 점이 있습니다. 미국 또는 서구의 사상이란 이름이지요.

      역사를 마주하면 태산앞의 호미가 자꾸 생각납니다. 우리가 쉽게 폄하하는 몽골의 100년제국도 사실 마지막을 못본 태평성대의 몽골장군에게는 영원한 제국이었으니까요.

      멋진 댓글 잘 봤습니다. ^^
  4. post M&A도 문화사적 관점을 도입하면 ----> 뭐 그렇게까지 들어갈 필요가 ;;;;;;;;;;;;
    • 필요한거 아닌가요?;;
      m&a 에서 정말 중요한건 post,,
      융합인거 같은데;
      제 짧은 생각이지만요;
    • 언더독님이 생각하고 계시는 뭔가 깊은 뜻이 있을듯 하군요. ^^
    •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구요. 너무 범위가 넓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적었습니다. 인류 역사의 흐름과 post-M&A는 크기가 너무 차이가 나서 말이죠.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도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구해서요. 실례되었다면 죄송합니다.
    • 제가 너무 포괄적으로 언급했나 봅니다.
      앞서 말한 문화교류사의 주 내용이 문화와 문화간의 충돌이고, 특히 구성원들이 믿고 있는 가치체계인 종교와 기업문화라는 관점에서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했었습니다.

      요약하면, PMA의 새로운 공식을 발견했다는 뜻이 아니라, 대안적 솔루션을 낼 수 있는 clue라는 생각을 했다는 뜻입니다.
  5. 멋진 책이네요. 꼭 읽고 싶습니다. 멋진 story telling 인상적입니다. 제가 이번 겨울 방학동안 경영 컨설팅에서 인턴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조건에서 직접 field로 나가 활동하게 되었는데 지금 광고회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가 놓은 상황이 post M&A입니다. 생각보다 구체적으로 진단하기 힘들고 어떻게 융합과 변화를 이끌지 머리를 많이 싸매고 있었는데 좋은 화두가 되어줄 책인 것 같습니다. inuit님 감사합니다.
    • 이 책을 post M&A의 길잡이로 쓰리라고는 저자도 예상 못했겠지만, 속성상 적용가능한 부분이 있더군요.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훈련일겁니다.

      컨설팅의 방법론을 지나고나면, 관점의 이동과 솔루션 전개의 철학 같은 개인 역량이 중요성을 띄게 될겁니다.
  6. 정말 책을 잘 소개해주셨네요.
    읽고 싶어지는걸요 ^^
  7. 음...필독서 목록에 넣어두었다가 두고두고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좋은책 소개 감사합니다.^^
  8. 상당히 끌리는 내용이네요 +_+
    요즘 막연히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진실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인가 아님 역사가 만들어낸 진실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역사는 진실을 만들어낼까?
    에 대해 조금씩 의문을 품고 있는데, 좋은 책이 될듯합니다.
    • 해피시커님이 고민하시는 주제에 좋은 답을 해줄지는 모르겠어요.
      저자는 학자답게, 중립적이고 회의적으로 사료를 대하는 모습은 보였습니다.
  9. 재밌어 보이는 책이네요 ~_~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10. 상당히 끌리는 내용입니다. 독특한 시각에서 출발한 것들을 은근히 좋아하는데 일반 위시 리스트에 추가해놓겠습니다. ^^ 확실히 진정한 혁신(?)은 전혀 생각지도 않던 분야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출발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11. 이거 정말 재미있겠네요
    저도 기독교인이지만 이런식으로 역사를 바라볼 수도 있겠습니다 ^_^;
    읽어봐야겠군요 ^^ㅋ
    • 음음..
      제가 너무 소설을 써서 오버한 감이 있네요.
      실제 책은 이것과 많이 다르고 딱딱한 논문 투라는 점은 미리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
  12. 글을 쓰신 의도와 다르게(...) 읽으면서 남다른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포스팅을 보면 소재와 내용이 아주 흥미로운 것이 마음에 팍 와닿는데 딱딱한 논문체라고 하시니..
    스키너의 심리상자~ 보면서 좌절했거든요. orz 전 문체에 많이 민감한 사람인가봐요.
    • grace님께 미리 알려드립니다.
      스키너보다 백배쯤 따분하고 재미없습니다. 논문체가 아니고 사실은 논문.. -_-
  13. 동시대의 관점에서 짜맞추기식으로 써서 그런지 역사얘기지만 현대의 사고방식이 물씬 풍기네요. 충돌이 아니라 조화가 키포인트다..뭐 이런점에서는;;; 긁적긁적

    보다가 중간에 던져버렸습니다. 딱딱해요..딱딱해;;;
    • 아무래도 경고문을 달걸 그랬나봐요.
      첫머리에 소설을 써 놓아서 재미없는 논문을 무척 재미있는듯 오도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_-

      (혹시라도 저 땜에 책사서 중간에 포기하셨다면 손해배상 청구하세요. 햄양님. ㅠ.ㅜ)
    • 숙면유도용으로 좋습니다 ^^

      책도 리뷰만큼만 재밌게쓰지라고 하면서 봤었슈.
    • 크헉.. 숙면유도 나왔습니다. ㅠ.ㅜ

      그저 지송지송하단 말밖에. 앞으로는 자중하겠슈..
  14. Inuit님의 탁월한 이해-해석-재구성... 그리고 재밌게 풀어주기 능력을 봤습니다 ^^

    다른 이야기지만...

    인류의 역사... 그리고 자연의 역사를 생각하면 제가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가라는 생각에 괜히 의기소침할 때가 있습니다. 뭐를 해도 별 의미 없는 것 같기도 하구요. 죽어서든 어떻게든... 그 모든 궁금증에 답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혹시 그런 방법이 하나도 없다면, 그만큼 억울한게 없을 것 같습니다 ㅡ.ㅡ
    • 낱개의 지식보다는 '메타지식'이 관건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이들면서 지식을 쌓는법, 갈무리하는 법, 지식간을 엮는 법.. 이런 쪽으로 발전을 하면, 아마도 말씀하신 방법론에 갈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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