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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방문지는 경동 교회.
그 유명한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이다.

합장한 듯 모은 손의 형상도 압권이지만, 이 곳을 답사지로 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성소와 속세를 가르는 매력의 계단이다. 
경동교회는 동대문과 장충동 사이, 구시가 한 복판에 있다.
매우 낙후되고 번잡하며 어수선한 분위기다.

건축가는 건물 옆에 슬몃 돌아 감기는 계단 하나를 추가했을 뿐인데
그 짧은 순간을 지나며, 속세에서 정화된 곳으로 이동하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계단 윗편이자 벽돌담 끝편, 건물 뒷면이며 예배당 앞편이 되는 마당에 닿으면 산간의 절이라도 온듯 고요하고 평온한 느낌을 받는다
이건 사진으로 알아채기 힘들고, 이야기 들어서도 100% 와닿지 않는 신기한 경험이다.
사람과 환경이 물리적 공간에서 상호작용하는 건축물만이 지니는 독특한 가치이기도 하다.

일요일 방문한 때가 마침 예배 시간.
빈 성당과 교회는 많이 가봤지만, 실제 예배는 못 본 딸이다.
함께 예배당에 들어가 찬송과 기도를 하며 예배당에 머물렀다.
실제 예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들어가 느끼는 것도 공부다.
신자가 아니더라도 열려있는 공간임을 이해하는 것도 공부다.

경동교회 답사가 끝나고 근처의 장충동 족발집에서 이른 점심을 했다.


경동교회 그리고 장충동 족발 거리까지 10분 정도의 거리, 
이 세 공간을 직접 움직여 보며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젊은이가 도통 없다는 것이다.
교회도 노년, 족발집도 주로 중장년, 거리도 그렇다.

난 딸에게 화두를 던졌다.
교회와 이 장충동 거리가 많이 유명했지만, 이젠 노후화된 브랜드다.
네가 이 브랜드를 건축적으로 재활하고 젊게 만들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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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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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따님의 꿈을 위해 답사도 하시고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제가 이런 얘기를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한가지 걱정되는 게 설득과 제안을 위한 준비를 너무 일찍부터 하는건 아닌가 싶은데요.

    요즘 자주 생각하는 주제인데 사람이 나이를 먹고 도구들이 늘어나면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이것저것 재게 되잖아요. 예를 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때도 비슷한게 존재하지는 않나? 이전 서비스의 유저를 얼마나 동원할 수 있나? 투자자를 설득할 만큼 있어 보이나? 법적으로 문제는 없나? 등등 이런 식으로요. 물론 어느 정도 필요한 과정이지만 너무 그런 걸 따지면 거기에 매몰되어서 발걸음을 못 옮기게 되더라고요.

    따님에게 화두를 주는건 좋은 일일수도 있지만 생각할 주제까지 정해주시면 중학생이라 할 수 있는 어찌 보면 한심하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가 줄지는 않을까 해서요.

    아무튼 결론은 inuit님의 따님이 부럽네요. ㅎ_ㅎ
    • 제가 도와주는 인생공부는 '일찍'이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생각의 틀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고민도 미리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제가 던진 화두는 열린 질문입니다. 제게 숙제를 해오는게 아니라 생각해볼 거리지요.

      말씀 고맙습니다. ^^
  2. 예전 글들속에서는 아드님의 성장기가 자주 보였는데,
    이제는 따님얘기가 많이 보이네요.

    좌우지간 Inuit님의 체계있는 가르침이 큰 힘이 될 것 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네. 아들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또 별도의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트위터로는 잠깐 잠깐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지금 연재는 딸과의 한가지 테마를 주제로 쓰고 있습니다. ^^
  3.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제 아들놈도 건축에 관심이 있어 조금 열정을 보이더니 지금은 뚜웅 합니다.^ Inuit님 포스트를 꾸준히 챙겨봤으면 도와줄 뭔가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앞으로는 자주 들르겠슴당^~~
  4. 장충동교회... 매주 예배에 참석하지만... 잘 지은 건물 같아요..

    짓는 과정에 있는 일화도 재미있고... 언제까지 저곳에 있어줄지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아.. 경동교회에 다니시는가봐요.
      오래 남는 기념비적인 건물이될거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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