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의 무기'에 해당하는 글 1건

Rational Gut

Biz 2009.02.13 22:46
작년, 터프한 협상 3번을 진행할 때의 일입니다.

어차피 맺을 계약이지만, 우리는 시간을 끌면서 조건을 개선하고자 하고, 상대는 빨리 매듭짓고 싶어하는 상황입니다. 계속 지공을 펼치니 상대, 열받아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협상하다 집에 간다하기, 버럭버럭 소리지르기, 대표이사에게 메일질하기 뭐 이런 치졸한 짓이지요. 대화가 점점 뻑뻑해지고 산통 깨질 조짐마저 보입니다.
결국 감정선의 조율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어렵사리 저녁식사 약속을 잡아냈습니다. 식사는 매우 중요한 교감의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마침, 그날이 11월 셋째 목요일. 보졸레 누보 나오는 날입니다. 마침 상대가 프랑스 사람인 점에 생각이 갔습니다. 예약장소가 횟집이라 좀 어색합니다. 게다가 중국 사람앞에서 한자 쓰듯 계면쩍은 일이지만 앞 뒤 볼거 없습니다. 식사 장소로 가는 도중 막내는 편의점으로 살짝 빠졌습니다.


횟집에서 눈 딱 감고 꺼낸 비장의 무기인 보졸레 누보. 다행히 효과 만점이었습니다. 다른 와인과 달리 세계 동시 발매인지라 그 친구도 처음 맛보는 보졸레 누보입니다. 낯선 타국에서 동양인과 횟집의 식사인데, 의외의 선물이었겠지요.

뭐, 그 뒤론 십년지기처럼 개인적 이야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소주 잔 돌리기에 파도타기까지. 2차 맥주 마시러 갈 때도 서로 손에 손잡고, 어깨 걸고 다니고. 그 날 우리 모두는 형제였습니다. -_-

직전까지 같이 말 섞기도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친구도 이렇게 협상 중간에 (끝나도 마찬가지) 협상 상대와 무장해제하고 술 마신것도 처음이라고 한국 지사에서 전하더군요. 저는 그렇게 좋은 친구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협상도 잘 진행되어 계약도 했습니다. 어젠, 다시 만나 signing ceremony를 했지요.

일전에 gut rationale을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횟집에서 대뜸 꺼낸 보졸레 누보.
계산된 목적이었지만, 마음으로 열어가는 소통의 장이었습니다. Rational gut이라 부를만 했습니다.
신고

'Biz'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고 다발 지역을 지나면서  (12) 2009.02.26
꿈을 향한 첫 발  (146) 2009.02.22
Rational Gut  (18) 2009.02.13
부동심 투자가의 어록  (14) 2009.02.10
선거결과를 내게 다시 물어 달라  (30) 2009.02.06
[책 소개] 시나리오 플래닝  (19) 2009.01.19

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18개가 달렸습니다.
  1. rss로 구독하며 늘 즐겨 읽고 있습니다. 일전에 소개해 주신 해바라기C님과는 많이 친해졌죠. 이모저모로 감사 드립니다.

    오늘 소개해 주신 포스팅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제 경우는 학위하고 지금까지 계속 병원 연구소만 전전하고 있어서 Inuit님처럼 드넓은 세상을 상대로 활약(?)을 하는 삶을 부러워만 하는 백면서생입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 평양에 건립중인 평양과기대에 가서 북한 학생들을 꼭 가르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평양과기대에 대한 홍보를 한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10년간 퍼주기 논란 덕분에 북한을 지원하는데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는 거죠.

    그런 분들께 다가가기 위해 오늘 언급하신 rational gut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언제나 사고의 폭과 깊이를 더 해주시는 포스팅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 히야님과는 서로 팬이 되신듯 해요. ^^

      참, 유니크한 꿈을 갖고 계시는군요.
      그 꿈을 놓지 않는다면 반드시 이뤄질 일이라고 믿습니다.
      어떻게 제 어줍잖은 글이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떤 힌트가 되었다면 다행이고 기쁜일입니다.
      어려워보이지만 달성가능한 그 꿈을, 저도 성원하겠습니다. ^^
  2. inuit님 블로그 포스팅을 보다보면 제가 '콩나물'이 되는 기분이에요~^^
  3. 대단하십니다~ ^^
  4. ㅋㅋㅋㅋㅋ

    선물의 심리를 간파하셨군요 ^^
  5. 너무 오랫만에 들렀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역시나 빼곡히 좋은 글들을 그 사이에 올려주셨네요.
    감사히 읽었습니다.

    2년차가 되니 마음이 잡히질 않네요.
    물론 악화일로인 경제상황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또한 원인인듯 합니다.
    오늘은 이 블로그의 저 앞으로 넘어가 Inut 님이 졸업을
    앞두고 느끼셨던 고민을 다시 한 번 읽어보려합니다.

    또 찾아뵙겠습니다. ^^
    • 아직 멀었잖아요. ^^
      1년동안 여러가지가 더 많이 바뀔겁니다.

      혹시 이 글 안보셨으면 참조해보세요. ^^
      ( http://inuit.co.kr/1564 )
  6. 좋은 친구를 얻으신 것과 좋은 계약을 하신 것 모두를 축하드립니다. 경기가 어려운데 힘든 일을 해내신 것 같습니다.
  7. 요즘 정말 마음을 사는 소통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제 칼은 날카로워 지는 것 같은데,

    그릇은 넓어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진정한 소통, 설득, 협상은 모두 인간에 대한 이해가 바탕인 것 같습니다.

    나와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이해... ^^
    • 내맘과 꼭 같아요.
      결국 소통의 본질은 인간에 대한 이해지요.
      큰 그릇에 가득가득 담읍시다. ^^
  8. 역시 감각이 대단하세요^^
secret